한참 오래전 겨울 날 걸었던 사려니 숲길을 초복에 접어든 여름 날 다시 걷는다.
남조로(붉은오름) 사려니 입구에서 반대편 입구까지 10km의 거리.
느릿하게 걸어도 3시간이면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곳이다.
붉은 오름 입구의 사려니 숲길에는 길 옆으로 쭉 주차장이 제법 잘 갖춰져 있다.
아침시간인데도 찾는 사람이 꽤 많다.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우측으로 쭉쭉 뻗은 삼나무 숲길이 보인다.
남녀노소 누구나 걸을 수 있는 무장애길이다.
나무 데크로 길이 워낙 잘 닦여 있다.
9월 엄마랑 함께 오는 날 찾아도 좋겠구나.
관리소에 문의해 보니 휠체어 대여가 가능하다고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다행~^^
우선 무장애길을 따라 걷는다.
삼나무의 상쾌함이 온 몸으로 스며든다.
피톤치트 흠뻑 마시며 건강한 기운을 꾹꾹 채워 넣는다.
무장애길에서 본격적인 사려니 숲길 걷기로 접어 든다.
차도 한 대 지날 만큼의 넓은 길이 이어진다.
초입에는 양 옆으로는 울창한 삼나무들이 호위병이 되어 따라 오고, 꽃을 채 피우지 못한 산수국들이 길가를 장식하고 있다.
길은 대체로 화산송이와 작은 자갈들이 잘 섞여 있다.
발자국을 디딜 때면 자그락거리며 소리를 낸다.
걸음이 심심하지 않다.
간혹 딱딱한 시멘트로 닦인 길을 만난다.
그럴 때면 시멘트길 옆으로 오솔길이 보인다.
처음엔 가도 될까 망설이다 시멘트길이 싫어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함께 간 일행은 여전히 시멘트길을 고집하며 걷는다.
잠시 서로 떨어지는가 싶더니 금세 얼굴이 보일 만큼 가까워지고 결국 두 길은 서로 만나게 되어 있다.
그럼 당연히 숲의 정취 훨씬 잘 느낄 수 있는 오솔길을 걸어야지.
오솔길은 최근에야 만든 것인지 깔려 있는 야자 매트 색깔이 선명하다.
그렇지만 중간부터 오솔길은 나타나지 않고 시멘트길 그대로다.
아무래도 오솔길 작업을 하고 있는 과정인가 보다.
길 옆의 나무들은 무척이나 다양하지만 주를 이루는 수종은 자꾸 바뀌나 보다.
그럴 때마다 군락을 이루는 나무의 이름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보인다.
서어나무, 때죽나무, 개서어나무, 이나무, 관중...
새롭게 나무 이름을 알아가는 재미도 나무와 이름을 맞춰보는 재미도 더해진다.
서어나무는 봄에 새로 나는 잎사귀가 붉어 마치 꽃처럼 보이고, 이나무는 잎이 하트 모양처럼 생겼단다.
고사리라고 여겼던 식물은 양치식물과 관중이란다.
어쩐지 소철만큼이나 크더니만~
분명 대나무인데 잎은 훨씬 더 큰 대나무과 시죽나무들도 군락을 이루고 있다.
중간에 물찻오름 입구를 지나는데 커다란 안내판에 적힌 설명을 보면 올라가고픈 욕심이 강하게 생긴다.
하지만 휴식년제를 실시하고 있어 1년에 딱 한 번 숲길 걷기 행사를 할 때만 탐방이 허용된단다.
제주살이할 때 날짜를 맞춰 분화구에 담긴 산정호수를 직접 봐야겠다.
일행이 걷다 멈춰서더니 움직이질 않고 한 곳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키며 카메라를 눌러대고 있다.
노루 한 마리가 제법 가까운 거리에서 먹이를 찾아 풀숲을 헤치고 있는 중이다.
먹이를 찾으며 가끔 빤히 쳐다보기도 하더니 서서히 사라져 간다.
겁많은 노루가 사람이 별로 무섭지 않나 보다.
기분좋은 광경이다.
천미천 길목에 놓인 시멘트길 위로 네모진 징검다리가 놓여져 있다.
물이 넘칠 때 딛고 가라고 만든 모양이다.
드디어 종착점.
흥에 겨워 걸었던 10km 사려니 숲길.
함께 걷는 동행이 있어 더 즐겁고 신나게 걸었다.
사려니 숲길 10km 길은 그야말로 걷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거의 평지에 가까운 길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고 노닥이며 느릿느릿 걷더라도 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양쪽으로 나무가 드리워져 숲터널을 만들고 걷는 내내 시원한 그늘 속을 걷게 해준다.
사계절 어느 때 걷더라도 사려니 숲길의 매력은 넘쳐날 것 같다.
출발점으로 돌아올 때는 20여분을 기다려 232번 버스를 탔다.
1시간 20분만에 한 대씩 있는 버스를 운좋게 빨리 탈 수 있었다.
버스가 도착하자 마자 쏟아지는 빗줄기.
잘 걸었다고 날씨도 우리를 격려해 주는 듯하다.
첫댓글 우연히 카페 프로필을 보았습니다.
23.07.17 카페 개설하셨네요. 오늘이 정확히 1주년이네요.
제주에 가셨군요.
장마철이라 어쩌면 더 기억에 남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미끄러운 길 조심하시고 안전한 나들이 마치고 돌아오세요.
우와~
벌써 1년이 되었네요.
시간은 참 빨리도 흐르는군요.
제주 날씨는 흐리기만 해서 여행하기 더 좋아요.
제주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지금 제주에 게시는군요.
장마전선이 중부로 올라왔으니 오히려 제주는 날씨가 좋은가 봐요.
그나저나 이번엔 남편과 함께가 아닌가 봅니다.
집에 혼자 있는 남편이 끼니 굶지 않나 걱정되시겠어요.
아니요
부부동반 모임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