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형 김현승의 제자사랑
윤 삼 현
“교수님, 문병란이라고 합니다. 교수님 지도를 받게 되어 설렙니다.”
“자네가 부속고등학교 교감께서 말하던 학생인가? 반갑네 ”
“그렇습니다. 교수님께서 근무하시는 조선대 진학을 적극 권하셨습니다.”
현승은 문병란을 소파에 앉도록 권했습니다.
현승은 그에게 커피를 끓여 따라 주었습니다.
“1학년 때는 문예사조나 문학이론 전반적인 내용을 배우게 될 거네. 2학년 시 창작 과목에서 나랑 만나게 될 거야”
두 사람은 대학 국문과 진학 이야기로 상당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다음 문단 등단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가르침 명심하여 창작의 혼을 불사르겠습니다.”
현승은 좋은 제자를 만났다 싶어 내심 크게 기뻐했습니다. 전쟁 뒤끝이라 대학 시설은 수준이 떨어졌습니다, 학생도 그렇고 교수 또한 나을 것도 없었습니다.
다만 가르치고 배우는 열기는 참 뜨거웠습니다. 현승은 이 좋은 제자를 가르쳐 좋은 시인으로 만들어내고 싶어졌습니다.
문병란 학생이 2학년이 되었습니다. 그는 현승에게 본격적으로 시 창작 강의를 받았습니다. 현승의 강의는 꼼꼼하고 엄격했습니다. 이것 저것 예를 들고 세상일과 잡동사니를 섞어 흥미 있게 강의를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끝 종 벨이 울리면 정확히 강의를 끝냈습니다. 자부심이 강한 성미여서 학점도 짰습니다.
그러나 문병란은 존경하는 교수와의 사이에서 거리감을 크게 느끼지 않았습니다. 그는 현승을 만나려고 연구실로 가고 있었습니다.
스승은 고개를 깊숙이 숙이고 생각에 잠겨 푸라타나스 나무 그늘 아래를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교수님, 제가 습작한 작품 가져왔습니다. 지도를 받고 싶습니다.”
현승은 교수 연구실로 함께 들어와 습작 공책을 건네받았습니다.
“놔두고 가게.”
한 마디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한 주 뒤 두 사람은 강의실에서 만났습니다.
“자네 시 잘 읽었네. 다음 주일날 집으로 오게.”
그 무렵 현승은 가족이 교회에 간 다음 혼자 집을 보면서 혼자 기도하는 독특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일요일 양림동으로 문병란 제자가 왔습니다.현승은 서재에서 사색을 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자네 시가 잘 써졌다고 생각하나.?”
“교수님 생각은...”
“완성된 시가 한 편도 없어. 재능은 엿보이는데. 익혀진게 없다고.
다시 써 오게.”
“예?”
당황한 듯 문병란은 원고지를 주섬주섬 챙겼습니다.
“아냐, 이건 놔두고 다시 써 오게.”
칭찬은커녕 혹평이라니... 하지만 문병란은 재능이 엿보인다는 부분을 위안으로 삼았습니다.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몇 주 후 다시 문병란이 찾아왔습니다.
“밤새워 다시 썼습니다.”
“그 새 이렇게 많이 썼어?”
현승은 원고지를 한 장 한 장 넘겼습니다.
“자네 집념도 알아줘야 하겠군. 그새 여러 변화가 보여.”
“그래요? 고맙습니다. 사실은 교수님, 군대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인사드릴 겸 겸사겸사 들렸습니다.”
“그런가? 아쉽구만. 건강히 복무 잘 하고 돌아와 복학하면 만나세나.”
제자가 돌아간 뒤 현승은 제자가 두고 간 두툼한 원고를 다 읽었습니다.
번쩍이는 표현이 나오면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얼마 후 군사우편이 도착했습니다. 제자의 편지였습니다.
곧 답장을 썼습니다.
문병란 군. 군무에 열심히라니 안심이네. 자네 작품 한 편을 지방지 신문에 보냈더니 게재됐네. 오려서 함께 부치네. 자네시가 변화된 모습 보고 기뻤네.
이런 내용으로 보낸 편지를 보고 다시 제자의 답장이 왔습니다.
저로서는 제 작품이 최초로 활자와된 영광을 주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부대에서 시인으로 대접 받고 있습니다.
편지를 읽은 현승은 빙긋이 미소를 지어보였습니다. 그 후 문병란은 전역을 하고 다시 대학에 복교하였습니다. 연구실에서 다시 만난 스승과 제자는 군대 애기가 오간 후 커피에 대한 애기를 나누었습니다.
“커피는 세 번 마시네. 먼저 고소하게 풍기는 냄새를 코로 마사지. 잔에 담긴 진한 빛깔을 눈으로 마시고, 세 번 째로 한 모금 혀 위에 올려놓고 혀끝으로 마시는 거야.”
둘은 커피잔을 들었습니다.
따뜻한 정이 손끝을 타고 가슴으로 전해지는 커피 맛이었습니다.
둘은 서로 얼굴을 보며 또 한 모금 들이켰습니다.
강의실에서는 엄격했지만 강의실 밖에서 현승은 제자들과 친구였습니다.
- 대추씨 시인의 가을기도 中 - 에서
* 윤삼현작가는*
전남해남에서 테어나 광주에서 청소년시절을을 보냄
전남대 교육대학원 국어과. 조선대 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졸업
광주일보 신춘문예동화<달을 타고 온 동이>당선.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달이 그린 수채화> 당선으로
아동문학의 길에 들어섬
한국아동문학상. 광주일보문학상 등 수상
작품집으로<눈사람과 사형수>, <붕붕이의 여행>,
동시집<겨울새>, <유채꽃 풍경>,
정년문집,시간의 발소리에 귀를 깨우며> 등 다수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