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춘壽春의 명품』 10 – 춘천향교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는 당연히 춘천향교(春川鄕校)라 할 수 있다. 향교는 고려 시대부터 백성을 교화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었다. 고려를 건국한 태조는 “먼저 학교를 세웠다”라는 기록이 있고, 성종 11년(990)에 국자감을 창건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전국 12목에 경학박사와 의학박사 각 1인을 파견하였다고 하였으니, 이때 향교가 설립된 것으로 보인다. 춘천향교에서 펴낸 『춘천향교지(春川鄕校誌)』(2018)로 더욱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춘천향교에 대한 자료는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조선 중종 25년, 1530) 춘천도호부 편에 “향교는 부(府)의 동쪽 5리에 있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춘천에 향교가 개교한 것은 언제부터인지 명확하지 않다. 현재까지 춘천향교를 직접 언급한 가장 오래된 자료는 고려말 원천석(1330~ 미상)의 시이다. <춘주 신대학의 교외 별장에서 지어 부치다(寄題春州辛大學郊居, 공민왕 3년, 1354), <춘주향교 여러분께 부치다(寄春州鄕校諸公, 우왕 2년, 1376) 등의 시가 있으니 1354년 이전부터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조에 들어와서 태조 7년에 성균관을 건립하고, 전국에 명하여 향교를 세우도록 하였다고 하니 춘천향교도 이때 확고히 자리를 잡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 후 중종 때 춘천 부사 이만손(李萬孫)과 교수 문경희(文景熙)가 중건하였고, 1592년 임진왜란 때 소실 된 것을 역대 춘천 부사 서인원, 허상, 이원엽, 엄황, 송광연, 심중량, 정이상, 이방영, 김낙수 등이 차례로 증수하였다.
춘천향교의 역사에서 몇 가지 특기할 사항을 보면, 1636년 병자호란 때 지계사(池繼泗)는 향교가 피해를 볼 것을 염려하여 향교에 모신 위패를 대룡산 바위굴로 옮겨 보존하였으니 지금도 지계사호성비(池繼泗護聖碑)가 향교 앞마당에 서서 그때를 얘기하고 있다. 1949년 성균관의 지시에 따라 공문십철(孔門十哲, 안연, 민자건, 염백우, 중궁, 재아, 자공, 염유, 계로, 자유, 자하)과 송조사가독서현(宋朝四家讀書賢)을 폐하고 정주이가현(程朱二家賢)과 동방십팔현(東方十八賢)을 대정전 동서로 봉안하였다. 1950년 한국전쟁으로 향교 건물이 대부분 파괴되었고, 그 직전 교직 김순남이 위패를 안전한 곳에 옮겨 보관하였다. 그 후 홍창섭, 심상대, 김성배, 김형배, 김영진 등 역대 도지사와 원병의, 이진호 등 역대시장의 지원, 반창균 등 역대 전교의 노력으로 중건 복원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춘천향교 건물의 배치와 성현배향을 보면 대성전이 가장 뒤편에 자리하고. 그 앞으로 내삼문, 동무, 서무, 명륜당, 동재, 서재, 장수루 순으로 배치하였다. 대성전의 위패는 대성지성문선왕(大成至聖文宣王) 공자(孔子)의 앉은 자리에서 보아 앞줄 왼쪽 안자, 오른쪽 증자, 다음 줄 왼쪽 자사, 오른 쪽 맹자의 오성(五聖)을 중심에 모셨다. 그리고 왼쪽 즉 동위 앞으로(東從享) 설총, 정호(宋), 안유, 김굉필, 조광조, 이황, 이이, 김장생, 김집, 송준길을 오른쪽 즉 서위 앞으로(西從享) 최치원, 주희(宋), 정몽주, 정여창, 이언적, 김인후, 성혼, 조헌, 송시열, 박세채를 모셨으니 모두 25위가 된다.
향교의 중심 가르침인 유학(儒學)은 고래의 정교일치(政敎一致)의 학문으로써, 공자에 의하여 요순과 하은주 삼대의 민본주의를 이상사회로 제시한 하나의 교(敎)이다. 공자는 천(天) 또는 천명(天命)에 대한 외경심을 바탕으로 인간의 바람직한 삶의 실천 윤리로 인(仁)과 의(義)를 제시하였다. 유교에서는 인간 개개인의 생명을 경외하며 개개인은 스스로 주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모든 사람이 일깨우도록 하는 일이 궁극적인 사명임을 강조한다. 밝은 덕을 세상에 밝히는 것[明明德於天下]이 최고의 이상인 것이다. 사서오경(四書五經)이 그 주요 지침서이다. 4 서는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이고, 5경은 시경, 서경, 주역, 예기, 춘추이다. 이를 생활화하기 위해 각 가정에서는 조상에 대해 돌아가신 날은 물론 명절마다 제사를 올린다. 그리고 향교에서 석전대제, 삭망 분향, 고유례 등 공적 제사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또 한 교육 활동으로서 최근 최승두 전교가 앞장서서 향교 건물 앞에 교육관을 짓고, 박춘택 교육관장을 중심으로 유교 문화 활성화 사업으로 유교 아카데미, 충효 교실, 학교순회 교육, 청소년 문화관광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참고로 앞에서 제시한 운곡 원천석(耘谷 元天錫) 선생의 시를 한국 종합 DB 운곡행록(耘谷行錄卷之二)에서 내려받아 싣는다.
<寄春州鄕校諸公(기춘주향교제공)> 춘천향교 여러분께 부치며
春城山水鄕 춘성산수향 춘성은 산수의 고을이라
我昔曾爲客 아석증위객 내 일찍이 그곳의 나그네였네
邇來春復秋 이래춘복추 그 이래 봄과 가을은 몇 번이나 지났는가?
往事成陳跡 왕사성진적 지난 일들은 모두 자취되어 남았으니
靑樓有幾人 청루유기인 푸른 누각에는 몇 사람이나 있을까?
夜夜夢魂迫 야야몽혼박 밤마다 꿈에 혼이 와 머문다네
遙聞黌舍生 요문횡사생 멀리서 들으니 향교의 생도들이
日開詩酒席 일개시주석 시와 술자리를 연다지
吟哦二樂間 음아이요간 이요루 다락방에서 시를 읊으며
弄筆多有獲 농필다유획 붓을 놀려 얻은 것 많겠지
我生本幽慵 아생본유용 나는 본래 어둡고 게으르며
散蕩無良策 산탕무양책 산만 방탕하여 좋은 계책이 없어
還如揠苗人 환여알묘인 마치 새싹을 뽑아 올리는 사람 같으니
助長終何益 조장종하익 도와준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自嗟時不來 자차시불래 때가 오지 않는다고 스스로 한탄할 뿐
憤悱憑誰釋 분비빙수석 끙끙거리는 이 마음을 누가 풀어주리
將欲與晤語 장욕여오어 장차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지만
深愧隔南北 심괴격남북 남북으로 갈라져 몹시 부끄럽기만 하네
莫負舊交情 막부구교정 예부터 사귀던 정을 저버리지 마시게
人心異朝夕 인심이조석 사람의 마음은 아침저녁이 다르다네.
참고자료 : 『춘천향교지(春川鄕校誌)』(2018)
요약 전재 2024. 6. 24 지석 손호정
현장방문 2024. 6. 26 소양한시회원 15인
향교를 돌아보며 轉彎鄕校
성사星瀉 김광수
시청을 돌아서자 문향이 느껴지니
젊은이들이 수신하든 학습장이라
텃새들은 노래하며 봉의산을 나르고
시원한 바람 살랑살랑 소양강을 건너네
퇴색한 행단에 새벽햇살 눈부신데
대성전 잠긴 문에 저녁노을 밝구나.
잊혀진 세월 속에 정적이 감도는데
시인들 차에서 내려 명륜당을 돌아보네.
市廳角落感文香, 綠髮修身學習場. 녹시청각락봉문향 발수신하습장
留鳥嘔唲飛鳳峀, 爽風淅瀝渡昭陽. 유조구애비봉수 사광왕치하소양
杏壇退色晨暾晃, 大殿關門夕霧彰. 행단퇴색신돈황 대전관문석무창
妄覺春秋旋靜寂, 騷人下馬轉彎堂. 망각춘추선정적 소인하마전만당
*角落;모퉁이 *轉彎;한바퀴 돌다
춘천향교 春川鄕校
우봉愚峰김인환
춘천의 가장 오래된 교육기관
기와집 맑은 멋이 마음을 단정케 하네.
전해 내려오는 유학을 엄정히 실천하는 곳
떠도는 상서로운 구름 묘당 위에 서리네.
最古壽春敎育官, 瓦堂雅趣令心端. 최고수춘교육관 와당아취영심단
傳來儒學實行正, 流浪祥雲祠上蟠. 전래유학실행정 유랑상운사상반
춘천향교 春川鄕校
우천于泉 김재경
봉의산 자락에 신성한 빛이 나타나는데
오성과 현인들 모시고 받들어 배향(配享)하네.
문향이 가득히 찬 그윽한 대성전
명륜의 상서로운 기운 춘천에 퍼지리라.
鳳儀山麓現昭玄, 五聖賢人奉享然. 봉의산록현소현 오성현인봉향연
充滿文香幽大殿, 明倫瑞氣散春川. 충만문향유대전 명륜서기산춘천
춘천향교 春川鄉校
윤향侖香 김분호
향교는 수신과 강론의 장
유생의 낭독소리 상풍에 상서롭구나
명륜 오덕 진리를 탐구하며
문화와 학문의 최고의 전당
鄉校修身講論場, 儒生朗讀似風祥. 향교수신강론장 유생낭독사풍상
明倫五德探眞理, 文化詩書最殿堂. 명륜오덕탐진리 문화시서최전당
춘천향교 春川鄕校
지석芝石 손호정
봉의산 자락 아래 고려 때 세운 향교
오성에 십팔 현위 남긴 말 받들어서
마음 속 밝은 덕 밝혀 지상낙원 이루세
鳳儀山麓下, 鄕校立高麗. 봉의산록하 향교입고려
五聖十餘位, 諸賢隨奉詞. 오성십여위 제현수봉사
心明明德就, 地上樂園宜. 심명명덕취 지상낙원의
춘천향교 春川鄕校
춘헌春軒 신재황
다섯 성현 위패를 모신 춘천향교
옛날 유생들 배움의 전당
얼마나 많은 인재를 양성했을까?
명륜당 강학소리 조용한 경내에 울려퍼지네.
賢儒五聖奉鄕校, 過去書生學殿堂 현유오성봉향교 과거서생학전당
多少人才培養啊, 明倫講論響恬廊. 다소인재배양아 영륜강론향염랑
춘천향교 春川鄕校
시백時伯안종중
봉의산 아래 현당이 있는데
성현들 모시며 경전을 가르치기도 한다네
글 읽는 소리 창밖까지 들리니
뜨거운 여름날에도 상쾌하게 걷게 된다네.
鳳儀山下在賢堂, 奉聖修經敎學郞. 봉의산하재현당 봉성수경교학낭
書嚁嗷諠聞牕外, 炎天夏日爽愃行. 서적오훤문창외 염천하일상선행
향교鄕校
순우洵佑 안치정
어릴적 늘 와서 놀던 곳이니,
지금도 오랜 은행나무는 유교의 재산이며.
면학열정 가득 일어니고,
공자를 오래 전하는 명소가 열리네
少時此處每常來, 今老杏株鄕校財. 소시차처매상래 금노행주향교재
免學熱情充滿起, 孔傳永屬所名開. 면학열정충만기 공전영속소명개
춘천 향교 春川鄕校
신해信海 유진형
고려가 향교를 세우고
유교가 춘천을 가르치니
수신이 가정을 지키고
치국이 평천하를 이루네
高麗創鄕校, 儒家訓壽春. 고려창향교 유가훈수춘
修身齊食口, 治國就平天. 수신제식구 치국취평천
춘천향교를 돌아보며 回顧春川鄕校
덕숭德崇 이민식
봉의산 기슭에 자리잡은 유교의 전당
눈부신 햇살에 대성전 처마가 언뜻 높아 보이듯이
모든 학생들이 삼강오륜을 익히고 인의를 실천하면
무너진 도덕을 세워 나라를 바르게 창성시킨다네.
鳳儀山麓座儒堂, 晃暐大成檐瞥昻. 봉의산록좌유당 황위대성첨별앙
諸學三綱仁義踐, 尌崩道德國正昌. 제학삼강인의천 주붕도덕국정창
향교의 현실을 한탄하다 甚嘆鄕校實情
팔봉八峰 이상석
불야성 같은 고층의 시청사 아래
부끄러운 듯 몸을 숨긴 오래된 기와집
공맹을 소리높여 외우던 생도 어디로 갔나
은행나무 아래 잠긴 문이 현실을 말해주네
市舍高層不夜城, 如羞隱體瓦堂甍. 시사고층불야성 여수은체와당맹
喧聲孔孟徒何處, 杏下鎖門今實情. 훤성공맹도하처 행하쇄문금실정
춘천향교 春川鄕校
심우尋牛 전 건
사서삼경 강의 그만하고
거의 노장들과 부인들 무료라서 오는데
청소년 교육이 시급하니
예절과 인성 배양에 힘써주시오.
講義三經續絶休, 無聊老壯婦聽遊. 강의삼경속절휴 무료노장부청유
少年敎育當時急, 人性禮儀培養俅. 소년교욱당시급 인성예이배양구
춘천향교 春川鄕校
송천松泉 허은봉
춘천 향교의 역사 유래는 칠백년이 흘렀으니
공자님의 큰도를 계승하여 전해 왔네
유교의 풍화 떨쳐져 선양하는 속에
춘추로 제사 올려 성현을 숭모하도다
鄕校由來七百年, 素王大道繼承傳. 향교유래칠백년 소왕대도계승전
儒風振作宣揚裏, 祭享春秋慕聖賢. 유풍진작선양이 제향춘추모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