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일아함경增壹阿含經 제41권 제45 마왕품馬王品
一.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의 칼란다카 대숲 동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그 성안에 바라문이 있었다. 이름을 마혜제리라 하였다.
그는 외도의 경술에 밝았고 천문, 지리에 모두 익숙하였으며 세상에서 주선할 수 있는 법을 다 밝게 알았다.
그 바라문에게 딸이 있어 이름을 의애意愛라 하였다.
그는 매우 총명하고 얼굴이 단정하여 세상에 보기 드물었다.
그 때에 바라문은 생각하였다.
'경전에 이런 말이 있다. 두 사람이 세상에 나오는 것은 매우 만나기 어렵고 참으로 만날 수 없다.
어떤 것이 두 사람인가. 이른바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와 전륜성왕이다.
전륜성왕이 세상에 나올 때에는 일곱 가지 보배가 저절로 응한다.
내게는 지금 이 여자 보배가 있어 얼굴이 뛰어나게 묘하여 미녀 중에 제일이다. 그런데 지금 전륜성왕이 없다.
나는 또 들었다.
진정眞淨 왕자 싯다아르타는 집을 떠나 도를 배웠고 32가지 거룩한 모습과 80가지 뛰어난 모양이 있는데
그가 만일 집에 있으면 전륜성왕이 될 것이요, 집을 떠나 도를 배우면 부처의 도를 이룰 것이라고.
나는 이제 내 딸을 데려다 저 사문에게 주리라.'
그 바라문은 곧 그 딸을 데리고 세존 잎에 나아가 사뢰었다.
"원컨대 사문은 이 미녀를 받아 주시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범지야, 나는 그런 애욕에 집착하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
바라문은 두 번 세 번 사뢰었다.
"사문이여, 이 미녀를 받으시오. 이 세계에서는 이 여자에 비할 이가 없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미 네 뜻은 받았다. 나는 집을 떠난 사람으로서 다시는 그런 애욕을 즐기지 않는다."
그 때에 어떤 장로 비구는 부처님 뒤에서 부채를 들고 부처님을 부치고 있다가 세존께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 여인을 받으소서. 만일 세존께서 필요하지 않으시면 저희들에게 주어 쓰게 하소서."
그 때에 세존께서는 장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리석고 미혹하여 여래 앞에서 그런 나쁜 말을 하는구나. 너는 이 여자의 어디에 마음을 두었는가.
대개 여자에게는 아홉 가지 나쁜 법이 있다. 아홉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냄새 나고 더러워 깨끗하지 않다. 둘째는 나쁜 말하며, 셋째는 은혜를 갚을 줄 모르고
넷째는 질투하며 다섯째는 인색하고, 여섯째는 놀러 다니기를 좋아하며
일곱째는 성을 잘 내고, 여덟째는 거짓말이 많으며, 아홉째는 말이 경솔하다.
비구야, 여자에게는 이런 아홉 가지 나쁜 법이 있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언제나 웃고 울기를 좋아하고 친한 체 하지만 친하지 않네
부디 너는 다른 방편을 구해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지 말라
그 때에 장로 비구는 세존께 사뢰었다.
"비록 여자에게 그런 나쁜 법이 있다고 하오나 저는 지금 이 여자를 보매 조그만 흠도 없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 미련한 사람아. 너는 지금 여래의 신성한 말을 믿지 않는가. 나는 지금 이야기하리라.
먼 옛날, 바아라아나시이에 보부普富라는 큰 성인이 있었다.
그는 五백 상인을 데리고 보배를 캐러 바다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 큰 바다 곁에는 나찰이 살고 있어서 사람들을 잡아먹었다.
이 때에 그 바다에 큰바람이 일어 이 뗏목을 몰아 그 나찰이 사는 곳에 떨어뜨렸다.
나찰은 멀리서 상인들이 오는 것을 보고 한량없이 기뻐하였다.
곧 나찰은 형상을 숨기고 견줄 이 없이 단정한 여자가 되어 상인들에게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여러분, 이 보배로운 물 가는 저 하늘 궁전과 다름이 없습니다.
수 천 백 가지의 보배가 많고 음식도 풍족하며 또 미녀가 많은데 우리는 모두 남편이 없습니다.
우리와 함께 여기서 즐길 수 있습니다.'
비구들이여, 알라.
그 상인들 가운데 어리석고 미혹한 이는 그 여자들을 보고는 곧 집착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 때에 우두머리 상인 보부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큰 바다 가운데는 사람 살 곳이 아닌데 어떻게 이 여자들이 여기서 살 수 있겠는가.
이것은 반드시 나찰임을 의심할 것이 없다.'
이에 보부는 여자에게 말하였다.
'그만 두라, 아가씨들아. 우리는 여색을 탐하지 않는다.'
이 때에 매달 八일, 十四일, 十五일에는 마왕魔王이 허공을 돌면서 이렇게 외쳤다.
'누구나 이 큰 바다의 어려움을 건너려 하면 나는 업어 건네주리라.'
비구들이여, 알라.
그 때에 그 우두머리 상인은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 멀리서 그 마왕을 바라보고
또 그 소리를 듣고 못내 기뻐해 어쩔 줄을 모르면서 그 마왕에게 가서 말하였다.
'우리 五백 상인들은 바람에 불리어 지금 매우 어려운 곳에 떨어졌다.
이 바다를 건너고 싶다. 원컨대 건네다고.'
마왕은 말하였다.
'너희들은 모두 오라. 나는 저 바다 끝에까지 건네다 주리라.'
이 때에 보부 장자는 여러 상인들에게 말하였다.
'지금 마왕은 가까이 있다. 모두 저리로 가서 바다의 어려움을 함께 건너자.'
상인들은 대답하였다.
'그만 두시오, 주인님. 우리는 우선 여기서 살면서 즐기겠소.
저 남섬부주에 살면서 애쓰고 괴로워하는 까닭은 즐거운 것을 구하기 위해서요.
진기한 보물과 아름다운 여자가 모두 여기 갖추어 있소.
우리는 여기서 다섯 가지 향락을 누리다가 뒷날 차차 재물을 모아 가지고 이 어려움을 함께 건널 것이오.'
우두머리 상인은 말하였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미련한 사람들아,
여기는 여자가 없다. 이 큰 바다 속에 어떻게 사람이 살 수 있겠는가.'
상인들은 대답하였다.
'그만 그치시오, 주인님. 우리는 이곳을 버리고 갈 수 없소.'
때에 우두머리 상인 보부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우리는 이 어려움에 떨어졌다 남자나 여자라 생각하지 말라
저들은 반드시 나찰 종자라 차츰차츰 우리를 잡아먹으리.
'만일 너희들이 나와 함께 가지 않으려거든 제각기 몸을 잘 보전하라.
또 만일 너희들의 몸과 입과 뜻으로 범하는 일이 있거든 그 근본을 잘 살펴보아 그것을 버리고 마음속에 두지 말라.'
그 때에 여러 상인들은 그를 위해 전송하는 게송을 함께 읊었다.
저 남섬부주의 친척들에게 우리들 위해 안부 물어라
우리는 여기서 즐겨 하면서 곧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이 때에 우두머리 상인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너희들은 진실로 액운 만났네 여기에 빠져 돌아가려 않는구나
그렇게 하면 오래지 않아 모두 다 귀신에게 잡아먹히리.
이 게송을 마치고 곧 그들을 버리고 떠났다.
그는 마왕에게로 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그것을 타고 곧 떠나 버렸다.
그 때에 여러 상인들은 멀리서 그 주인이 마왕을 타는 것을 보고
그 중에는 부르는 이도 있었지마는 칭원하지 않는 이도 있었다.
이 때에 가장 큰 나찰 주인은 여러 나찰들을 향해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자 아가리에 떨어졌으면 거기서 벗어나기 매우 어렵다
하물며 우리의 굴속에 들었거늘 나가려 하나 진실로 어려우리.
그 때에 나찰 주인은 곧 매우 아름다운 여자 형상으로 화해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만일 잡아먹지 않으면 너희들은 나찰이라 할 수 없다.'
그 동안에 마왕은 곧 우두머리 상인을 업고 바닷가에 이르렀다.
그리고 五백 상인들은 모두 그 욕을 당하였다.
그 때에 바아라아나시이에는 부라흐마닷타라는 왕이 있어 백성을 다스리고 있었다.
이 때에 나찰은 곧 우두머리 상인의 뒤를 쫓아 가다가 '아, 우리 남편을 잃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우두머리 상인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이 때에 나찰은 변화해 사내를 안고 부라흐마닷타 왕에게로 나아가 아뢰었다.
'세상에는 괴상한 재변이 있습니다. 그것을 모두 없애야 합니다.'
왕은 말하였다.
'세상에 어떤 괴상한 재변이 있기에 모두 없애야 하는가.'
나찰은 사뢰었다.
'남편에게 버림을 당했습니다. 저는 남편에게 잘못이 없었습니다.'
때에 부라흐마닷타 왕은 그 여자가 뛰어나게 아름다운 것을 보고 곧 애착이 생겨 여자에게 말하였다.
'네 남편은 사람의 의리가 없어 너를 버리고 떠났구나.'
왕은 곧 사람을 보내어 그 남편을 불러와 말하였다.
'너는 참으로 이런 좋은 아내를 버렸는가.'
우두머리 상인은 대답하였다.
'이것은 나찰이요 여자가 아닙니다.'
나찰은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이 사람은 남편의 의리가 없습니다. 지금 저를 버려 놓고 다시 저를 이것은 나찰이라고 꾸짖습니다.'
왕은 상인에게 물었다.
'네가 참으로 버리면 내가 가지리라.'
상인은 아뢰었다.
'그것은 나찰입니다. 왕의 뜻대로 하소서.'
그 때에 부라흐마타 왕은 곧 그 여자를 데려다 깊은 궁중에 두고 때때로 접촉해 원망이 없도록 하였다.
때에 귀신 나찰은 곧 왕을 잡아먹고 뼈만 남겨 버려두고 이내 떠났느니라.
비구들이여, 달리 생각하지 말라.
그 때의 우두머리 상인은 바로 지금의 샤아리푸트라 비구요,
그 때의 나찰은 바로 지금의 이 여자요,
그 때의 부라흐마닷타 왕은 바로 지금의 이 장로 비구요,
그 때의 마왕은 바로 지금의 나요,
그 때의 五백 상인들은 바로 지금의 이 五백 비구들이니라.
이 사실로 보아서도 애욕이란 더러운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애착하는 마음을 일으키는가."
그 때에 그 비구는 곧 세존님 발에 예배하고 사뢰었다.
"원컨대 이 참회를 받아 주시고 무거운 허물을 용서하소서. 지금부터 다시는 범하지 않겠나이다."
이 때에 그 비구는 세존님의 가르침을 받고는 곧 한적한 곳에서 자기를 이기면서 스스로 수행하였다.
선남자들이 부지런히 범행을 닦는 목적을 따라 위없는 범행을 닦아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二.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석씨의 이말라키 과수원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존자 샤아리푸트라와 존자 모옥갈라아나는 거기서 여름 안거를 마친 뒤
五백 비구들을 데리고 세간에 노닐면서 차츰 석씨 촌으로 왔다.
그 때에 처음 온 비구들과 본래 있던 비구들은 각각 서로 말을 걸고 서로 문안하면서 그 음성들이 높고 컸었다.
세존께서는 그 비구들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 곧 아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이 동산에 누가 저처럼 떠드는가. 마치 나무나 돌을 부수는 소리 같구나."
아아난다는 사뢰었다.
"지금 샤아리푸트라와 모옥갈라아나가 五백 비구들을 데리고 여기 와 있사온데
처음 온 비구들과 본래 있던 비구들이 서로 문안하느라고 저런 소리가 있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빨리 샤아리푸트라와 모옥갈라아나를 보내라. 여기 있지 못하게 하라."
아아난다는 분부를 받고 곧 샤아리푸트라와 모옥갈라아나에게 가서 말하였다.
"세존께서 분부가 계십니다. 빨리 여가서 떠나가시오, 여기 머무르지 마시오."
샤아리푸트라는 대답하였다.
"예, 분부대로 하겠소."
그 때에 샤아리푸트라와 모옥갈라아나는 곧 그 동산을 나와 五백 비구들을 데리고 길을 걸어 떠났다.
그 때에 여러 석씨들은 샤아리푸트라와 모옥갈라아나 비구가 세존님의 물리침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곧 그들에게 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샤아리푸트라에게 아뢰었다.
"여러분은 어디로 가시렵니까."
샤아리푸트라는 대답하였다.
"우리는 여래님의 물리침을 받고 각기 안온한 곳을 찾습니다."
석씨들은 말하였다.
"여러분, 조금 생각을 멈추시오. 우리들이 여래님께 참회하겠습니다."
때에 석씨들은 곧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멀리서 온 비구들의 허물을 용서하소서. 원컨대 세존께서는 때를 따라 깨우쳐 주소서.
그 중에서 멀리서 온 비구로서 처음으로 도를 배우고 처음으로 우리 법에 들어온 이가
존안尊顔을 뵈옵지 못하면 반드시 후회하여 마음이 변할 것입니다.
마치 무성한 묘종이 물기를 만나지 못하면 곧 자라나지 못하는 것처럼 저 비구들도 그와 같아서
여래님을 뵈옵지 못하고 가면 혹 후퇴하여 마음이 변할는지 모를 것입니다."
그 때에 범천왕도 여래님 마음속의 생각을 알고 마치 역사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 같은 동안에
범천에서 떠나서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멀리서 온 비구들의 저지른 허물을 용서하시고 때를 따라 깨우쳐 주소서.
그 가운데 어떤 비구로서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이는 곧 후회하여 마음이 변할 것입니다.
만일 그들이 여래님의 존안을 뵈옵지 못하면 곧 마음이 변해 본래의 업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마치 갓난 송아지가 그 어미를 잃으면 근심에 잠겨 먹지 않는 것처럼
저 처음으로 배우는 비구들도 여래님을 뵈옵지 못하면 곧 이 바른 법에서 멀리 떠날 것이옵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석씨들의 간諫함과 또 범천왕의 송아지의 비유를 받아들이시고 아아난다를 돌아보셨다.
아아난다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래님은 이미 여러 사람들과 하늘 사람의 간청을 들어 주셨다.'
아아난다는 곧 샤아리푸트라와 모옥갈라아나에게 가서 말하였다.
"여래께서 여러 스님들을 보고 싶어 하십니다. 하늘과 사람들이 모두 그 사리를 사뢰었습니다."
그 때에 샤아리푸트라는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제각기 가사와 바리를 챙겨라.
세존님께로 같이 가자. 여래께서는 이미 우리들의 참회를 들어주셨다."
이에 샤아리푸트라와 모옥갈라아나는 五백 비구들을 데리고
세존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이 때에 세존께서는 샤아리푸트라에게 물으셨다.
"내가 아까 여러 비구 중들을 보냈는데 그대 생각에는 어떻던가."
샤아리푸트라는 샤뢰었다.
"아까 여래님께서 여러 비구 중들을 보내실 때에 저는 이렇게 생각하였나이다.
'여래께서 고요한 곳에서 혼자 하염없이 계시기를 좋아하시고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신다.
그러므로 여러 중들을 보내시는 것이다'라고."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다음에는 어떤 생각이 났는가. 그 때의 그 무리들은 누구의 허물인가."
샤아리푸트라는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때에 저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나이다.
'나도 한적한 곳에서 혼자 놀고 시끄러운 데서는 있지 말자'라고."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런 말마라. 또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 어떻게 한적한 곳에 있을 수 있겠는가.
지금 그 성중들의 허물이 어찌 샤아리푸트라와 모옥갈라아나로 인하지 않겠는가."
그 때에 세존께서는 모옥갈라아나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여러 중들을 보냈을 때에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였는가."
모옥갈라아나는 사뢰었다.
"여래님께서 중들을 보내실 때에 저는 이렇게 생각하였나이다.
'여래께서는 혼자 하염없이 계시려고 중들을 보내시는 것이다.'고."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다음에는 무엇을 생각하였는가."
모옥갈라아나는 사뢰었다.
"지금 여래께서는 성중들을 보내셨다.
우리는 그들을 도로 모아 흩어지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생각하였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좋다, 모옥갈라아나야. 그대 말이 옳다.
이 무리 가운데의 우두머리는 오직 나와 그대 둘 뿐이다.
지금부터 그대는 여러 후배 비구들을 잘 가르쳐 긴 밤 동안에
언제나 안온한 곳에 살게 하고 중간에서 물러나 생사에 떨어지지 않게 하라.
만일 어떤 비구로서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하면 그는 현세에서 커 가지 못하리라. 아홉 가지란 무엇인가.
나쁜 벗을 사귀고 그른 일을 익히며 항상 놀러 다니기를 좋아하고
오랜 병을 앓으며, 재물 모으기를 좋아하여 가사와 바리에 탐착하며
거짓이 많고 잘 잊으며, 뜻이 어지러워 안정하지 못하고
지혜의 밝음이 없어 사리를 알지 못하며 때때로 가르침을 받지 않는 것이다.
모옥갈라아나야,
이것이 이른바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하면 현세에서 커 가지 못하여 교화하지 못한다.'는 것이니라.
만일 어떤 비구로서 능히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하면 곧 큰 결과가 있을 것이다. 아홉 가지 법이란 무엇인가.
좋은 벗과 사귀고, 바른 법을 수행하여 삿된 업에 집착하지 않으며, 항상 고요한 곳에 처하여 세간을 즐겨 하지 않고
병이 적고 근심이 없으며, 재보를 쌓아 두지 않고, 가사와 바리에 탐착하지 않으며
부지런히 정진하여 어지러운 마음이 없고 이치를 들으면 곧 알아 거듭 배우지 않으며
때를 따라 법을 듣되 싫어함이 없는 것이다.
모옥갈라아나야,
이것이 이른바 '어떤 비구로서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하면 현세에서 많은 이익을 얻는다.'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모옥갈라아나냐, 여러 비구들을 부지런히 가르쳐 긴 밤 동안에 하염없는 곳에 이르게 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언제나 스스로 깨어 있기 생각하고 법이 아닌 것에 집착하지 말라
그 닦는 바가 바른 행과 맞으면 생사의 어려움을 건너게 되리
이것을 지으면 이것을 얻고 이것을 지으면 이 복 얻는다
중생들은 떠돌기 오래이거니 늙음, 병, 죽음을 끊어야 하네
이미 마련한 것을 익히지 않고 온갖 그릇된 행을 다시 짓나니
그러한 게으르고 방탕한 사람 마침내 번뇌 속에 헤매게 되리
만일 부지런히 노력하려는 마음 그 마음 언제나 떠나지 않아
서로서로 계속해 가르쳐 깨우치면 마침내 번뇌 없는 사람이 되리.
"그러므로 모옥갈라아나야, 부디 비구들을 위해 이렇게 깨우쳐 주라. 또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비구들을 위해 아주 묘한 법을 말씀하시어 기쁜 마음을 내게 하셨다.
이 때에 이 법을 들은 여러 비구들 중에 六十여 비구들은 번뇌가 없어지고 뜻이 풀렸다.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三.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비구가 촌락을 의지해 살면서 선한 법은 소멸하고 악한 법이 불어 가거든 그 비구는 이렇게 생각하라.
'나는 지금 촌락에서 산다. 나쁜 법은 늘고 선한 법은 자꾸 줄어든다.
생각은 전일 하지 않아 번뇌를 없앨 수 없어 하염없는 안온한 곳에 이르지 못한다.
내가 얻는 의복, 음식, 침구, 의약 등은 노고한 끝에 얻어진 것이다.'
그는 또 이렇게 생각하여야 한다.
'나는 촌락에 살면서 나쁜 법은 갈수록 늘고 선한 법은 없어진다.
나는 의복, 음식, 침구, 의약 등을 위해 사문이 된 것이 아니다.
내가 구하고 원하는 것은 아직 그 결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그래서 그 비구는 그 촌락을 떠나 멀리 가야 하느니라.
만일 또 어떤 비구로서 촌락을 의지해 살면서 선한 법은 더욱 늘고 나쁜 법은 없어지고
그의 얻는 의복, 음식, 침구 등은 근로한 끝에 얻어지거든 그는 이렇게 생각하여야 한다.
'나는 지금 이 촌락을 의지해 머무르면서 선한 법은 더욱 늘고
나쁜 법은 없어지며 내가 얻는 여러 가지 공양 거리는 근로한 끝에 얻어진다.
나는 의복을 위해 집을 떠나 도를 배우고 범행을 닦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내가 도를 배우면서 구하고 원하는 것은 반드시 그 결과를 성취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섬김과 공양을 받을 것이다'라고."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의복, 음식과 또 침구와 나는 편하게 하는 모든 것들을
탐하여 집착하는 생각을 내지 말고 또 그 때문에 이 세상에 오지 말라
의복 따위를 구하기 위하여 집을 떠나 공부한다 아니하는 이
그 까닭에 배우고 구하는 소원 반드시 그 결과 이룰 것이다
비구는 모름지기 그 때를 따라 그 몸을 마치도록 마을에 살고
그 마을에서 반열반하여 그 목숨을 마치도록 하라.
"이 때에 그 비구가 만일 인간의 고요한 마을에서 조용히 살면 선한 법은 더욱 늘고 나쁜 법은 스스로 멸할 것이다.
그 비구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그 마을에서 살고 거기서 멀리 떠나 놀지 않아야 하느니라."
이 때에 아아난다는 세존께 사뢰었다.
"여래께서는 늘 말씀하셨나이다.
'이 몸은 먹이를 의지해 살 수 있고 또 마음으로 생각하는 법을 의지하며 모든 선한 법은 마음을 의지해 생긴다.'
그 비구는 촌락을 의지해 살면서 정신을 괴롭혀 의식을 구하나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에게 선한 법이 생길 수 있기에 멀리 떠나지 말고 그 마을에서 살라고 하시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의복, 음식, 침구, 의약에 세 가지 종류가 있다.
만일 어떤 비구로서 네 가지 공양에만 전념하고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하면 그것은 그 때문에 괴로움이 된다.
또 만일 만족할 줄을 아는 마음을 내고 거기에 집착하는 마음을 내지 않으면
모든 하늘과 사람들이 그를 대신해 기뻐할 것이다.
또 그 비구는 이렇게 공부하여야 한다.
그 때문에 나는 이런 이치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아난다야, 부디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 알기를 생각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아아난다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四.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바라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걸식하러 바라촌으로 들어가셨다.
때에 악마 파아피야스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이 사문은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려 한다.
나는 지금 방편을 써 저 마을의 남녀들로 하여금 그에게 밥을 주지 않도록 하리라.'
때에 악마 파아피야스는 곧 그 나라 사람들에게 말했다.
"저 사문 고오타마에게 밥을 주지 말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그러나 아무도 여래님과 더불어 말하는 이도 없었고 또 와서 섬기며 공양하는 이도 없었다.
그래서 세존께서는 마침내 걸식하지 못하고 이내 마을에서 도로 나오셨다.
때에 악마 파아피야스는 세존께 나아가 말하였다.
"사문은 끝내 걸식하지 못했는가."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악마가 용심을 부려 밥을 얻지 못하게 하였다. 너도 오래지 않아 그 갚음을 받을 것이다.
악마야, 이제 내 말을 들어라. 옛날 현겁賢劫 동안에 부처님이 계셨다.
그 이름은 크라쿠챤다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 지혜와 행을 갖춘 이, 잘 간 이, 세상 아는 이,
위없는 선비, 도법으로 어거하는 이, 천상과 인간의 스승, 부처, 중우라하여 세상에 나오셨다.
그 때에 그도 이 마을을 의지해 四十만 대중을 데리고 살았다.
때에 악마 파아피야스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방편을 구해 저 사문으로 하여금 결과를 얻지 못하게 하리라.'
그는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이 바라촌 사람들에게 명령해 저 사문에게 밥을 주지 않도록 하리라.'
때에 성중들은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마침내 밥을 얻지 못하고 마을에서 도로 나왔다.
그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묘한 법을 말하리라.
대개 음식을 관리하면 아홉 가지가 있으니 네 가지 인간 음식과 세간을 뛰어난 다섯 가지 음식이다.
어떤 네 가지가 인간 음식인가.
첫째는 삼켜 먹이, 둘째는 닿아 먹이, 셋째는 생각먹이, 넷째는 마음먹이이니 이것이 세간의 네 가지 음식이니라.
어떤 것이 세간 밖을 뛰어난 다섯 가지 음식인가.
첫째는 선정먹이, 둘째는 소원먹이, 셋째는 생각먹이,
넷째는 여덟 해탈먹이, 다섯째는 기쁨먹이이니 이것이 다섯 가지 음식이니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은 다섯 가지 음식은 세상 밖을 뛰어났다.
부디 전념하여 네 가지 음식은 버리고 방편을 구해 다섯 가지 음식을 마련하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그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곧 스스로 수행하여 다섯 가지 음식을 성취하였다.
그래서 악마 파아피야스도 그 틈을 타지 못하였다.
때에 악마 파아피야스는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이 사문에게 방편을 쓸 수가 없다.
이제는 눈, 귀, 코, 입, 몸, 뜻의 틈을 타리라.
나는 지금 저 마을에 가서 마을 사람들을 시켜 사문들로 하여금
이양利養을 구해 이양을 얻고 그 이양을 더욱 많이 얻게 하리라.
그리고 그 비구들로 하여금 이양에 탐착해 잠깐도 버리지 않고
또 눈, 귀, 코, 입, 몸, 뜻을 따라 방편을 얻고 싶어 하도록 하리라."
때에 그 부처님의 성문들은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그 때에 바라촌 사람들은 비구들에게 의약, 음식, 침구, 의약 등을 공급하여
모자람이 없게 하고 모두 나와 상가티이를 붙잡고 억지로 물건을 주었다.
'대개 이양이란 사람을 나쁜 곳에 떨어뜨려 하염없는 곳에 이르지 못하게 한다.
너희 비구들은 거기에 집착하지 말고 그리로 향하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어떤 비구가 이양에 집착하면 다섯 가지 법 몸을 이루지 못하고 계율의 덕을 갖추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이양을 얻으려는 마음이 아직 생기지 않았으면 그것을 생기지 못하게 하고 이미 생겼거든 곧 없애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때에 악마 파아피야스는 곧 몸을 숨기고 떠났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랑하는 마음을 행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널리 펴라.
사랑하는 마음을 행하면 온갖 성내는 마음은 스스로 소멸할 것이다.
비구들이여, 나는 이제 그 이유를 설명하리라.
옛날 매우 사나운 귀신이 와서 석제환인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때에 33천들은 매우 성을 내어 '어떻게 이 귀신은 우리 주인 자리에 앉아 있는가.'고 하였다.
여러 하늘들이 성을 내면 낼수록 그 귀신은 더욱 단정하고 얼굴은 보통과 달랐다.
그 때에 석제환인은 보집강당 위에서 미녀들과 즐기고 있었다.
때에 어떤 천자는 석제환인에게 가서 아뢰었다.
'코오시카님, 알으소서. 지금 어떤 나쁜 귀신이 거룩한 자리 위에 앉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三十삼천들은 매우 화를 내고 있습니다.
하늘들이 성을 내면 그 귀신은 더욱 단정하고 얼굴을 바루어 보통 때보다 뛰어나나이다.'
석제환인은 생각하였다.
'그 귀신은 틀림없이 신묘한 귀신이다.'
그는 귀신이 있는 곳으로 가 멀지 않은 곳에서 자기 성명을 일컬었다.
석제환인이 자기 성명을 일컫자 그 나쁜 귀신은 곧 추한 몸으로 변하고 얼굴은 미워졌다.
그리고 그 귀신은 이내 사라졌느니라.
비구들이여,
이런 사실로 보아도 사랑하는 마음을 쓰고 버리지 않으면 그 덕의 어떠함을 알 수 있느니라.
또 비구들이여, 나는 옛날 七년 동안 늘 사랑하는 마음을 닦았다.
그래서 일곱 번의 성겁成劫, 패겁敗劫을 지나면서도 생사에 왕래하지 않았다.
겁이 무너지려 할 때에는 곧 광음천에 났고 겁이 이룩되려 할 때에는 곧 무상천에 났다.
혹은 범천이 되어 여러 하늘들을 거느렸고 또 十천 세계를 거느렸다.
또 37번 석제환인이 되었고 또 수없이 전륜성왕이 되었다.
비구들이여,
이런 사실로 보아서도 사랑하는 마음을 쓰면 그 덕이 어떠한 것을 알 수 있느니라.
사랑하는 마음을 쓰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범천에 나고
세 갈래 나쁜 길을 떠나며 여덟 가지 어려움을 떠날 것이다.
또 사랑하는 마음을 쓰면 바른 나라에 태어날 것이다.
또 사랑하는 마음을 쓰면 얼굴이 단정하고 모든 감관이 이지러지지 않아 형체가 완전히 갖추어질 것이다.
또 사랑하는 마음을 쓰면 여래를 직접 보고 모든 부처를 받들어 섬기며
집에 있기를 좋아하지 않고 집을 떠나 도를 배우게 되어
세 가지 법복을 입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사문의 법을 닦고 위없는 범행을 닦으려 할 것이다.
비구들이여, 알라.
마치 저 금강金剛을 사람이 삼키면 그것은 끝내 소화되지 않고 바로 버리는 것처럼
사랑하는 마음을 닦는 사람도 그와 같아서 여래가 세상에 나오면 반드시 도인이 되어 위없는 범행을 닦아
생사가 이미 끝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몸을 받지 않을 줄을 여실히 알 것이다."
그 때에 존자 아아난다는 세존께 사뢰었다.
"만일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시지 않았을 때에 선남자로서 집에 있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는 어디로 향해 가야 하리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여래가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때라도 선남자로서 집에 있기를 좋아하지 않고 스스로 수염과 머리를 깎고
한적한 곳에서 자기를 이기고 수행하면 그는 거기서 온갖 번뇌가 다하고 번뇌가 없는 행을 성취할 것이다."
아아난다는 사뢰었다.
"어떻습니까, 세존이시여.
그가 스스로 세 가지 교법에서 범행을 닦으려면 그는 어디로 향해 가야 하리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네 말과 같이 나는 항상 세 가지 교법의 행을 말한다.
과거나 미래의 三세의 모든 부처님도 모두 세 가지 법을 말할 것이다.
아아난다야, 알라.
어떤 때에는 중생들은 얼굴과 수명이 갈수록 줄어들고 얇아 가며 몸은 쇠약하고 위신이 없으며
온갖 성냄, 질투, 어리석음, 간사, 거짓, 의혹이 많아 소행이 참되지 않으며 혹은 근기가 날카롭고 빠르더라도
서로 다투고 싸우면서 주먹이나 기왓장이나 돌이나 칼이나 몽둥이로 서로 해칠 것이다.
그 때의 중생들은 풀을 잡아도 그것은 곧 칼이 되어 그들의 목숨을 끊을 것이다.
그 중에서 사랑하는 마음을 행하는 중생들은 성냄이 없이 그런 변괴를 보고
곧 두려운 생각이 들어 모두 그 나쁜 곳을 버리고 달려가
산이나 들에 살면서 스스로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자기를 이기면서 위없는 범행을 닦을 것이다.
그래서 번뇌가 없어지고 마음의 해탈을 얻어 곧 번뇌 없는 경지에 들게 될 것이다.
그들은 저이들끼리 말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원수를 이겼다.'
아아난다야, 알라. 그들을 이름하여 '최승最勝'이라 하느니라."
아아난다는 다시 사뢰었다.
"그들은 어느 부류에 속하나이까. 즉 성문 부류입니까, 벽지불의 부류입니까. 혹은 부처의 부류입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들은 바로 벽지불의 부류에 속하느니라.
왜 그러냐 하면 그들은 다 온갖 공덕을 짓고 온갖 선의 근본을 행하며
청정한 네 가지 진리를 닦고 모든 법을 분별하기 때문이다.
대개 선한 법을 행한다는 것은 바로 사랑하는 마음이다.
왜 그러냐 하면 어짐[仁]을 실행하고 사랑을 행하면 그 덕은 넓고 크기 때문이다.
나는 옛날 이 사랑과 어짐의 갑옷을 입고 악마의 권속들을 항복 받고는 나무 밑에 앉아 위없는 도를 성취하였다.
이런 사실로 보아서도 사랑이 가장 제일임을 알 수 있느니라.
사랑이란 가장 훌륭한 법이다.
아아난다야, 알라. 그러므로 '가장 훌륭'하다고 이름 한다.
사랑하는 마음이란 그 덕이 이러하여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부디 방편을 구해 사랑하는 마음을 닦도록 하라.
아아난다야,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아아난다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존자 샤아리푸트라는 이른 아침에 고요한 밥에서 일어나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샤아리푸트라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모든 감관이 청정하고 얼굴이 사람들과 다르구나.
너는 지금 어떤 삼매에 노는가."
샤아리푸트라는 사뢰었다.
"예, 세존이시여. 저는 항상 空三昧에 노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좋고 좋다. 샤아리푸트라는 능히 공삼매에 노는구나.
왜 그러냐 하면 공삼매는 가장 제일이기 때문이다.
어떤 비구로써 공삼매에 놀면 그는 <나>와 <사람>과 <수명>이 없는 줄을 알고
또 <중생>을 보지 않으며 모든 행의 본말을 보지 않는다.
이미 보지 않으며 행의 근본을 짓지 않고 이미 행이 없으며
다시는 몸을 받지 않으며 이미 받지 않으매 괴롭거나 즐거운 갚음을 다시는 받지 않느니라.
샤아리푸트라야, 알라.
나는 옛날 불도를 이루기 전에 나무 밑에 앉아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중생들은 어떤 법을 얻지 못하여 생사에 흘러 다니면서 해탈을 얻지 못하는가.'
때에 나는 다시 생각하였다. '공삼매가 없으면 곧 생사에 흘러 다니면서 마침내 해탈에 이르지 못한다.
이 공삼매가 있는데 중생들은 그것을 닦지 않으므로 집착하는 생각을 내고
세상이란 생각을 일으키기 때문에 곧 생사의 흐름을 받게 된다.'
또 '만일 이 공삼매를 얻어 소원이 없으면 곧 원 없는 삼매를 얻을 것이요,
원 없는 삼매를 얻으면 여기서 죽어 저기서 나기를 구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전연 없을 때에는 그 행자는 다시 생각 없는 삼매를 얻어 즐겨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생들은 다 삼매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생사에 흘러 다니게 된다.
모든 법을 관찰하면 곧 공삼매를 얻을 것이요,
공삼매를 얻으면 곧 아누타라삼약삼보오디를 이룰 것이다.'
나는 그 때에 공삼매를 얻고 이렛낮 이렛밤 동안 보리 나무를 관찰하면서 눈도 깜짝인 일이 없었다.
샤아리푸트라야, 이런 사실로 보아 공삼매란 모든 삼매 중에서 가장 제일의 삼매임을 알 수 있다.
왕삼매王三昧란 바로 공삼매이다.
그러므로 샤아리푸트라야, 부디 방편을 구해 공삼매를 갖추도록 하라.
샤아리푸트라야,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샤아리푸트라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七.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의 칼란다카 대숲 동산에서 천 二백 五十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라아자그리하성 안에 시리굴이라는 장자가 있었다.
그는 재물과 보배가 많아 금, 은의 보배와 자거, 마노가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또 그는 불법을 박대하고 다만 외도 니르그란타만을 섬기며 국왕, 대신들과 모두 친한 사이였다.
때에 외도 범지들과 니르그란타의 신도와 제자들은 스스로가 비방하면서 '내가 있고 내 몸이 있다.'고 말하였다.
그 여섯 스승들은 모두 함께 모여 이렇게 의논하였다.
"지금 저 사문 고오타마는 일체 지혜가 있어 모르는 일이 없다.
그리고 우리는 이양을 얻지 못하는데 저 사문은 많은 이양을 얻는다.
어떤 방법을 써서 이양을 얻지 못하게 하자.
우리는 저 시리굴 장자 집에 가서 그 장자를 시켜 방편을 세우자."
때에 외도 범비 니르그란타와 그 여섯 스승들은 시리굴 장자 집으로 가서 장자에게 말하였다.
"大姓은 아시오. 당신은 범천의 소생인 범천자로서 세상에 많은 이익을 주었소.
당신은 우리를 가엾이 여겨 저 사문 고오타마에게 가서 그 사문과 비구들을 청해 집에 와서 제사를 지내시오.
그리고 또 명령하여 집안에 큰 불구덩이를 만들어 불을 붙여 두고 음식에는 독을 넣고 그들을 청해 와서 먹게 하시오.
만일 사문 고오타마가 일체 지혜가 있어 三세의 일을 안다면 그 청을 받지 않을 것이요,
만일 일체 지혜가 없으면 곧 청을 받고 제자들을 데리고 왔다가 모두 불에 사르어질 것이오,
만일 하늘 사람이라면 불의 해침을 받지 않고 안온할 수 있을 것이오."
때에 시리굴은 잠자코 여섯 스승의 말을 따랐다.
그는 곧 성을 나가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독이 섞인 마음을 가지고 세존께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님과 스님네들은 저의 청을 받아 주소서."
세존께서는 그 마음속의 생각을 알으시고 잠자코 청을 받아 주셨다.
때에 시리굴은 여래께서 잠자코 청을 받으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이내 물러갔다.
그는 도중에서 생각하였다.
'우리 여섯 스승의 말씀은 참으로 맞다.
그런데 저 사문은 내 마음속의 생각을 모르고 반드시 큰불에 사루어질 것이다.'
때에 시리굴은 집에 돌아 와 명령하여 큰 불구덩이를 만들어 왕성한 불을 피워 두고
또 명령하여 갖가지 음식을 장만하여 모두 독을 넣어 두었다.
또 문 밖에 큰 불구덩이를 만들어 큰불을 피우고 그 위는 자리를 깔았다.
음식에는 독을 넣어 두고 세존께 때가 왔음을 사뢰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때가 된 줄을 알으시고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어 그의 집으로 떠나셨다.
그리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나보다 먼저 앞서 가지 말고 도 나보다 먼저 앞에 앉지 말며 또 나보다 먼저 음식을 먹지 말라."
때에 라아자그리하 성안의 사람들은 시리굴이 큰 불구덩이를 만들고 음식에 독을 넣어 부처님과 비구 중과
네 무리들을 청한다는 말을 듣고 모두 울면서 '장차 여래님과 비구 중을 해칠 것이 아닌가.'고 하였다.
또 어떤 이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 장자 집에 가시지 마소서.
그는 큰 불구덩이를 만들고 독이 든 음식을 만들었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두려워하지 말라. 여래는 끝내 남의 해침을 받지 않을 것이다.
이 남섬부주 안의 불이 범천에 까지 이르더라도 오히려 나를 태우지 못하겠거늘
하물며 조그만 불이 나를 태우려 한들 어떻게 될 수 있겠는가.
우바새야, 알라. 내게는 조금도 해칠 마음이 없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어 라아자그리하 성으로 들어가 장자의 집에 이르렀다.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장자 집에 먼저 들어가지 말고 또 음식을 먼저 먹지 말라.
반드시 내가 먹은 뒤에 먹어야 한다."
그 때에 세존께서 막 발을 들어 문턱 위에 놓자 그 불구덩이는 저절로 목욕 못으로 변해 매우 맑고 시원하며
온갖 꽃이 그 가운데 피었고 또 연꽃이 피어 크기는 수레바퀴 같고 일곱 가지 보배로 줄기가 되었다.
또 다른 연꽃이 피어 꿀벌들이 그 안에서 놀고 있었다.
그 때에 석제환인과 범천왕, 四천왕, 건달바, 아수라 및 여러 나찰 귀신들은
불구덩이 속에서 연꽃이 피는 것을 보고 제각기 경사라 일컫고 모두 같은 소리로 말하였다.
'여래님은 훌륭한 이 중에서 제일이시다.'
그 때에 그 장자 집에는 여러 외도 이학理學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우바새와 우바이들은 여래님의 신통을 보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외도 이학들은 여래님의 신통을 보고는 모두 근심에 잠겨 있었고
허공 중의 여러 천신들은 갖가지 이름난 꽃을 여래님 위에 흩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땅에서 네 치쯤 뜨셔 허공을 밟고 장자 집에 이르셨다.
여래께서 발을 드는 곳에는 곧 연꽃이 피어 크기는 수레바퀴 같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몸을 오른쪽을 돌려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모두 연꽃을 밟고 오라."
때에 성문들은 모두 연꽃을 따라 장자 집에 이르렀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옛날의 비유를 말씀하셨다.
"나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강가아 강의 모래알 같은 모든 부처님들을 공양하고 섬기고 예경하면서
그 거룩한 뜻을 어기지 않았나니 이런 지성스러운 맹세로써 이 여러 좌석이 튼튼하게 하여지이다고."
세존께서는 다시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나는 지금 허락한다.
먼저 손으로 자리를 집고 그 다음에 앉아라. 이것이 내 분부이니라."
그 때에 세존님과 비구들은 모두 자리에 앉았다.
그 자리 밑에서는 모두 연꽃이 피어 매우 향기로웠다.
때에 시리굴은 여래님의 이러한 신통을 보고 생각하였다.
'나는 저 외도 이학들 때문에 잘못을 저질렀다. 나는 인간의 행을 잃었고 또 하늘 길도 아주 잃었다.
내 마음은 어지러워 독약을 먹은 것 같다. 반드시 세 갈래 나쁜 길에 떨어질 것이다. 진실로 이 여래님은 만나기 어렵다.'
이렇게 깨닫자 그는 곧 눈물을 흘리면서 머리를 조아려 세존님 발에 예배하고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의 참회를 들어주소서. 과거를 고치고 미래를 닦겠나이다.
스스로 죄인 줄 알면서 여래님을 시끄럽게 하였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의 참회를 받아 주소서. 다시는 범하지 않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허물을 고치고 본래 뜻을 버려 능히 스스로 여래를 침범한 줄 아는구나.
성현의 법은 매우 넓고 크다. 너의 참회를 듣고 법을 따라 용서한다.
나는 지금 너의 참회를 받아 준다. 다시는 범하지 말라."
이와 같이 두 번 세 번 되풀이하였다.
그 때에 아자아타사트루 왕은 시리굴 장자가 큰 불구덩이와 독이 든 음식을 마련하고
여래님을 해치려 한다는 말을 듣고 매우 화를 내어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기어코 이 남섬부주 안의 이 시리굴과 같은 성명을 가진 자는 모두 없애 버리리라."
그는 또 여래님의 공덕을 생각하고는 눈물을 흘리고 슬피 울면서 왕관을 벗고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지금 살아서 무엇 하겠는가. 여래님을 불에 태우고 또 비구승들을 모두 불에 태웠다.
너희들은 빨리 장자 집에 가서 여래님을 돌보라."
그 때에 지바카 왕자는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은 근심하지 마시고 또 그런 나쁜 생각을 내지 마소서.
왜 그러냐 하오면 여래님은 결코 남의 해침을 받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시리굴 장자는 여래님 제자가 될 것입니다.
원컨대 대왕은 지금 가서 그 신통을 보소서."
때에 아자아타사트루 왕은 지바카의 깨우침을 받고는 雪山의 큰 코끼리를 타고
잠깐 동안에 시리굴 장자 집에 이르러 코끼리에서 내려 바로 시리굴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 때에 그 집 문 밖에는 八만 四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왕은 크기가 수레바퀴만큼씩한 연꽃을 보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였다.
"여래님은 언제나 온갖 악마를 이기신다."
왕은 지바카 왕자에게 말하였다.
"장하다, 지바카야. 너는 여래님의 이러한 힘을 믿었구나."
때에 왕은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에 왕은 여래님 입에서 광명이 나오는 것을 보고
또 여래님의 안색이 뛰어나심을 두루 살펴보고 못내 기뻐하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때에 시리굴 장자는 세존께 사뢰었다.
"내가 차린 음식에는 모두 독이 있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잠깐만 기다리소서.
지금 곧 다시 음식을 만들겠나이다. 왜 그러냐 하면 여래님 몸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이옵니다."
세존께서는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여래와 그 제자들은 결코 남의 해침을 받지 않는다.
장자가 이미 마련한 음식을 차리면 되느니라."
때에 장자는 손수 갖가지 음식을 진지하였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지성스러운 부처와 법과 중은 독기를 죽여 남김이 없다
모든 부처에게는 독기 없나니 지성스러운 부처 독기 죽인다
지성스러운 부처와 법과 중은 독기를 죽여 남김이 없다
모든 부처에게는 독기 없나니 지성스러운 법은 독기 죽인다
지성스러운 부처와 법과 중은 독기를 죽여 남김이 없다
모든 부처에게는 독기 없나니 지성스러운 중은 독기 죽인다
탐욕과 또 성냄의 독기 이 세상에는 세 가지 독이 있다
여래는 영원히 독기 없나니 지성스러운 부처 독기 죽인다
탐욕과 또 성냄의 독기 이것은 세상의 세 가지 독기
여래의 법에는 독기 없나니 지성스러운 법은 독기 죽인다
탐욕과 또 성냄의 독기 이 세상에는 세 가지 독이 있다
여래의 중은 독기 없나니 지성스러운 중은 독기 죽인다.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마치시고 곧 독이 든 음식을 공양하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부디 먼저 먹지 말라. 반드시 내가 먹은 뒤에 먹어야 한다."
때에 장자는 손수 진지하여 갖가지 음식을 돌려 부처님과 비구 중을 공양하였다.
그 때에 시리굴 장자는 여래께서 공양을 마치시는 것을 보고는
바리를 치우고 다시 작은 자리를 가지고 와서 여래님 앞에 앉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장자와 八만 四천 대중을 위해 미묘한 논論을 말씀하셨다.
이른바 논이란 보시와 계율과 천상에 나는 데 대한 논이요,
'탐욕은 더러운 것이요 음행은 큰 재앙이므로 그것을 뛰어 나는 것이 즐거움이라.'하셨다.
세존께서는 그 장자와 八만 四천 대중들의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리어 다시는 번뇌가 없게 된 것을 보시고
모든 부처 세존이 항상 말씀하시는 법
즉 괴로움과 그 원인과 그것의 사라짐과 그 사라지는 길을 모두 말씀하시고 그 행을 널리 분별하셨다.
그 때에 대중들은 곧 그 자리에서 모든 번뇌가 없어지고 법눈이 깨끗하게 되었으니
마치 새 옷을 물들여 빛깔이 되는 것처럼 그 대중들도 그와 같아서 제각기 그 자리에서 도의 자취를 보았다.
법을 보아 법을 얻음으로써 온갖 법을 분별하고 온갖 의심을 건너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는 다른 스승을 섬기지 않고 부처와 법과 중에 스스로 귀의하여 다섯 가지 계를 받았다.
그 때에 시리굴 장자는 스스로 도의 자취를 얻은 줄을 알고 세존께 나아가 사뢰었다.
"차라리 여래님에게 둑을 베풀어 큰 과보를 얻을지언정
다른 외도 이학들에게 단 이슬을 주어 다시는 그 죄를 받지 않겠나이다.
왜 그런가 하오면 나는 지금 독이 든 음식으로 부처님과 비구 중을 청함으로써 현재에서 이런 증험을 얻었기 때문이옵니다.
나는 긴 밤 동안에 저 외도들에게 홀리어서 여래님에게 그런 나쁜 마음을 내었던 것이옵니다.
외도 이학을 섬기는 자는 모두 치우친 길에 떨어질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네 말과 같아서 틀림이 없다. 모두 남에게 속은 것이니라."
그 때에 시리굴은 다시 세존께 사뢰었다.
"지금부터는 저 외도 이학을 믿지 않고 또 그의 네 무리들도 집에서 공양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런 말 말라. 왜 그러냐 하면 너는 변함없이 저 외도들을 공양하라.
저 축생들에게 보시해도 그 복은 헤아리기 어렵거늘 하물며 사람이겠느냐.
만일 어떤 외도 이학이 '시리굴은 누구 제자냐.'고 묻는다면 너는 어떻게 대답하겠느냐."
그 때에 시리굴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꿇어앉아 합장하고 사뢰었다.
"용맹하여 해탈하고 이제 사람의 몸을 받으신 저 일곱째 仙人 석가모니님의 제자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장하다, 장자야. 너는 능히 그런 미묘한 찬탄을 말하는구나."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시 장자를 위해 매우 깊은 법을 설명하시고 곧 다음 주원呪願을 말씀하셨다.
제사에는 불이 으뜸이 되고 시서詩書에는 게송이 제일이 되며
사람 중에는 임금이 제일 높고 온갖 흐름에는 바다가 근본이다
별 가운데서는 달이 제일 밝으며 광명에서는 해가 으뜸이 된다
상하와 또 四방의 형상 있는 모든 것과
모든 하늘과 이 세상에서 부처가 가장 제일이거니
만일 그 복을 얻으려거든 부디 세 부처님을 공양하여라.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마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그 때에 시리굴과 여러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출처 : NIRV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