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늘 말 나 리
살림 점수.
내 살림 솜씨는 내가 생각해도 낙제점이다, 세상의 평가는 어차피 점구로 상승의 기회가 많고 가장 희망적인 수치다, 조금만 잘해도 올라간다, 가장 희망적인 수치다, 조금만 잘해도 올라간다, 가장 높은 자리를 지키려면 그 만한 긴장감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우두머리에 설 수 없다,,
내 나이보다 어린 아지매가 살림에는 백 점을 주고도 남는데 몸이 아프다, 그러다 10년 세월을 병고로 시들면서 다시 건강을 회복하면 이제는 살림은 빵점이라도 건강을 위해 살림 살던 것처럼 하겠다고 단단히 벼르더니 결국 저 세상으로 가고 말았다, 살림 잘사는 것도 중요하다,심신이 건강한 삶은 집안살림 알뜰살뜰 빛나게 하는 것보다 더 높은 점수를 주어야 하는 엄연한 사실 앞에서 내가 여태 기죽지 않고 살아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머님 시절의 시어머님은 무조건 위세등등 했고 우리 시절에는 그나마 고부간에 상충하는 여유를 볼 수 있다,요즈음의 시어머니는 며느리 눈치를 봐야 하는 시대로 돌입했으니 이도 시절 따라 변화해야 하는 절차라면 어쩔 도리가 없다, 딸이고 아들이고 간에 집집마다 모두가 하나 아니면 둘이니 며느리고 사위든 내 집이고 남의 집이고 간에 다 귀하고 귀한 자식이다,
이웃에 시어머니가 된 동생은 며느리가 온다면 청소도 하고 반찬도 미리하고 이모저모 완벽하게 ㅜ마련해 놓고 며느리를 기다린다, 시어머님 또한 며느리 살림을 보고 이렇다 저렇다 간섭하기도 조심스러워 눈에 훤히 보이는 것을 참느라 어른의 행동반경도 힘든다 하니 알아도 모른척 하는 무름생선 같은 맘이야 오죽하겠나,
마루 걸레질을 좀 했다 싶으면 손목이 시큼하다,무거운 것을 들었다 하면 팔다리의 인대가 당긴다,잔득이 앉았다 일어나면 허리와 다리가 얼른 펴지지 않는다, 덩치로 보면 생때 같이 생겨 어디 그런 구석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씩씩해 보이지만 정작 몸 속은 고양이 앞에 쥐다, 힘든 일을 해도 힘들어 보이지 않는 든든함, 일복이 많은 건지 아니면 일을 더 많이 배워 살림은 똑 떨어지게 하라는 예시인지 아무턴 자신에게는 도움이 안된다,
늦은 아침을 먹고 식탁은 식탁대로,두 녀석 방은 젖은 수건이며 허물벗듯 벗어 놓고 간 옷들이며 발 디딜 틈없이 퍼질러 놓고 학교 가 버렸다, 이날 따라 현기증이 있어 잠시 누웠다가 치워야지 하며 누웠더니 시브적거리며 설거지를 하려는 남편,바깥일이 힘들다고 집안 일에는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는데 지저분한 집구석 구석을 보고도 군소리 하나 없다, 예사롭지 않은 인내다, 그게 고맙다,
시어머님의 깔끔한 성격은 당신의 몸이 부서져도 정리정돈 안된 것을 못 본다, 그런 어머니의 자식인데 오죽 깔끔을 떨겠냐, 자식이지만 어머님의 육신이 편치 않음를 보고는 다소 어질러 있더라도 좋으니 연세 드신 몸을 너무 닦달하지 말라는 아들의 간곡한 충고도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니 먼 쌓인 며느리 살림을 보시면서 얼마나 한심하실까만 남편은 마누라의 푹 퍼진 살림 점수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어도 눈 지그시 감아주니 그나마 잘 살고 있잖은가, 저 세상으로 먼저간 아지매는 쓸고 닦다가 생을 마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이 어찌 안타까운 미련이 아닌가,
비라도 내리면 같이 이야기하고 싶은 이, 어려운 일이 닦쳤을 때 제일 먼저 알리고 싶응 상대, 자식의 기쁨이나 부부 싸움으로 속상할 때 속엣말을 풀어놓고 싶은 사람, 작은 영역의 살림살이를 챙기고 다둑거리며 예질갑게 보살피지도 못하면서 종종 그런 전화를 받을 때면 왠지 신난다, 살림은 푼수인데 어디서 그런 대접을 받는가, 나는 왜 이리 수준 높은 푼수인가하고, 안과 밖이 차이가 낮과 밤이고 여름과 겨울이다, 희묽게 생겨 가지고 남들한테 그나마 좋은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고 배배꼬는 옆지기, 그것 모두는 내 짝이 적당하게 고삐를 풀어놓아 심신이 건강하기 때문이다,
자식 키우면서 애간장 끊이지 않는 부모 없다,다하는 쉬운 살림이지만 힘들지 않는 주부없다, 직장 생활도 잘하고 살림까지 빈틈없이 꾸려 가는 이도 의외로 많다는 사실 앞에서는 나는 슬거머니 풀죽는다, 하지만 그게 다 부러운 것만은 아니다, 내 친구는 유능한 교사다, 그친구의 소원이자 가장 부러운 대상이 나라고 한다, 각자의 힘든 부분을 속다짐하다,보면 내 것보다 남의 것이 더 좋아 보이고 자신만의 희망사항이 되는 것이다,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직무 유기다, 자신의 건강과 정신을 해쳐가면서 행하는 것은 무지한 직무 유기다, 자신과 다른 삶에게 편안함을 주는 것은 직무충실한 사람이다,
아기자기한 장식으로 몸 간지럽도록 집안살림을 꾸미는 친구는 청소 때문에 외출도 삼간다, 싱싱한 화초로 신선도를 유지하는 정원 같은 거실을 닦고 닦아 반질거리는 집안 구석구석 먼지 청소하느라고 왼 종일 바빠 죽겠다는 친구도 있다, 자식 농사 잘 짓고 있다는 자신감에 행복해 고개 세운 친구는 한끼라도 정성스레 챙겨 준다고 매일 시장 다니는 친구도 있다, 사람 냄새가 없을 정도로 화려하고 정리 정돈에 손자국 하나 없는 신혼 살림같이 해 놓고 사는 친구의 유일한 취미는 살림 보러 다니는 일이다, 오직 남편 하나만 하늘이라고 떠받들고 사는 일편단심, 피나게 돈 벌어들이느라고 자신까지 팽개치는 젊음, 화장한 것이 여자 본연의 얼굴이라고 미인 대
회에서 당당하게 말하는 심사위원 같은 친구, 일생 동안 챙기고 보살펴야 하는 크고 작은 일 중에 단 몇 가지라도 확실하게 인정받기 위하여 오지랖 넓이를 재고 재어도 나에게는 해당되는 사항이 없다,이러다 마음의 강둑이터져 홍수로 떠내려가는 인생이 되고 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보는 눈은 있어 갖가지 부러움이 눈에 비칠 때마다 손톱이 쑥쑥 자라 가슴팍을 마구 후벼판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몰라도 사사건건 크게 보이는 커다란 진실,두 눈 꾹감고 모른 척 해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때는 참 할 짓아니다, 그런 것들이 더 크게 자세히 보이는 법이다, 할 짓 아닌 일에 다 목숨을 거는구나 하면서도 `나는 남들이 다하는 그 할 짓 아닌 것도 왜 못하냐?`
돌아가지 않는 살림 머리를 곱게 빗질 해주는 이, 보이지 않는 뒷통수의 새치가 밉게 보지 않다는 이, 체중이 헤비급이라도 절대로 그렇게 보이지 않고 표준을 조금 능가했을 뿐이라고 웃으며 위로하는 이, 인생이 좀 모자라 보이는 것은 노력할 수 있다는 여유라고 부추기는 이, 말을 못하고 가만 듣고 있어도 자기의 마음을 잘 받아주는 것으로 착각 해주는 이, 그 머리 나쁜 이가 바로 점수가 나타나지 않는 남편이라는 이름이다,
이 모양으로 어른을 모시고 산다면 벌써 좇겨 나도 여유가 있다, 하지만 빵점과 백 점 사이에 든든한 남자가 나와 같은 등식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여태껏 시어머님에게 쫓겨 나지 않았지 싶다,
빵점 마누라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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