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독산성산악회에서 횡성댐 부근으로 등산 겸 야유회 가는 날이다. 등산하기 전 날에는 5시 40분에 알람을 맞춰 놓고 잠자리에 드는데, 오늘 아침은 모기 덕분에 그 보다 빠른 5시 20분에 눈을 떴다.
평소의 생활습관대로 아침을 마무리하고 등산용품들을 챙겼다. 배낭에는 물놀이를 대비해서 반바지와 티셔츠를 별도로 챙겨 넣었다. 그리고 배낭을 매고 밖에 나와 하늘을 보니 하늘이 잔뜩 흐렸다. 비가 내릴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얼른 들어가 비옷을 챙겨 들고 나왔다.
시민회관에 도착하니 낯익은 얼굴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나타낸다. 그 가운데 이쁜영애님이 보여 인사를 하니 오늘 행사에 참석하러 온 것이 아니라 독산성산악회 회장님을 보러 왔단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는 찬조를 하러 왔었다. 그리고 예쁜아줌마도 보인다.
시민회관에서 두 대의 관광버스에 나눠 탄 일행은 7시 40분 오산을 출발했다. 버스에 오르자 회장 인사에 이어 오정진 등반대장으로부터 오늘 행사일정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오늘 일정은 횡성댐 부근의 한 음식점을 빌려 점심을 먹고 그 앞 계곡에서 물놀이를 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멍멍이 세마리와 꼬꼬닭 40마리를 준비해 왔는데, 그것을 장만하는 동안 그 동네 앞산을 오를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인다.
장지리 방면 국도로 달리던 버스는 양지나들목으로 해서 영동고속도로로 들어 섰다. 마침 휴가철이라 영동고속도로는 많은 차량들로 꽉 들어 찬듯 보였다. 그러나 그 많던 차량들이 어느 새 갑자기 줄어드는, 부분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어서 차량 흐름이 그런대로 괜찮아 다행이었다.
출발할 때 흐렸던 날씨는 오 간데 없고 무덥기만 한 여름 날씨다. 8시 30분, 우리를 싣고 달리던 버스는 덕평휴게소에 도착하여 우리를 잠시 내려 놓았다.
덕평휴게소는 이색적인 건물 디자인처럼 화장실도 색다르게 꾸며 놓았다. 너 댓개씩을 구분하여 설치한 화장실은 청결상태도 무척 깨끗하고 좋았다.
우리는 갈길이 멀어 행복한 나그네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우리의 여행은 시작된다. 보고 듣는 것 자체가 모두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 여행의 맛이다. 왁자지껄 떠드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다.
10시 30분, 비움을 위해 두 번째로 들른 원주휴게소, 비움이란 채우려는 의지보다 더 강렬하고 절실한 신체적 욕구다.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곧 출발하여 횡성나들목으로 들어섰다.
거리 곳곳마다 한우그림이 걸려있는, 한우고기로 유명한 고장이 횡성이다. 그리고 11시 정각, 횡성댐 바로 아래에 위치한 횡성군 갑천면 송전리 미림식당에 우리를 내려 놓았다.
평소 오가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오늘 만큼은 사람들이 없어서 조용했다. 그러나 이곳에 사람이 왜 없는지는 나중에야 터득할 수 있었다.
차에서 내린 후 낮으막한 앞산과 뒷산을 번갈아 보면서 의견이 분분하다. 뒷산에 비해 앞산이 너무 낮아서다. 리더인 등반대장의 인솔하에 80여 명이나 되는 일행들 중에서 등산을 할 사람들만 따라 나서서 곧 바로 등산을 시작하였다.
산의 높이나 구조가 영락없이 오산의 마등산을 닮았다. 우거진 숲이나 낙엽이 쌓인 오솔길, 등산로에 깔린 낙엽을 밟는 발의 촉감도 비슷하다. 소나무 보다는 참나무가 많은 것이 약간 다를 뿐이다.
한 달음에 팔각정에 도착했다. 팔각정 이름이 대관대정이다. 대관대라는 것은 "높은 관직에 오르는 사람이 나오는 터"라는 뜻인데 이곳 마을 이름이기도 하다. 이 고을 사람들이 염원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조망이 좋은 곳에는 늘 정자가 서 있다. 이 정자에 올라서서 앞을 보면 횡성호가 한 눈에 잡힌다. 한 낮 더위로 인해 등줄기에 흐르는 땀을 삭히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여기가 강원도임을 한 눈에 보여주는 것이 군 벙커다. 이런 콘크리트 벙커들이 전방지역에는 수 없이 많다. 이 벙커들은 김신조 일당이 침투하고 난 직후인 1970년을 전후하여 건설되기 시작했다. 내가 군 생활 할때에는 이런 벙커건설에 장병들이 많이 동원되었다.
횡성댐으로 내려오는 계단 위에 폐 철도침목을 깔아 놓았다. 칙칙폭폭하고 달리는 기차를 받치던 침목이 철로가 아닌 등산로에서 우리를 만나 옛 정취를 되 새기게 한다. 흘러 간 것은 모두 아름답다. 사랑도 젊음도... 콧등을 간지럽히는 기름냄새와 함께 밟히는 나무촉감이 부드러워서 너무 좋다.
횡성땜을 보면서 내려오는 표정들이 한결같이 그윽하다. 세상사 모두 잊고 신선계에 들어서는 무아의 경지들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철계단은 그야말로 깍아지른 듯한 절벽에 세워진 계단이다. 절벽은 결코 절벽으로 계속 남을 수 없음을 입증하려는 인간의 의지가 엿보이는 곳이다.
이댐의 높이는 48.5m이고 길이는 205m이다. 1990년에 댐의 공사를 시작하여 2002년에 완공하였다.
저수용량 86.9백만m3의 횡성다목적댐은 원주 횡성지역에 용수를 공급하고, 과학적인 홍수조절로 하류지역 수해를 방지하며, 수력발전을 통한 자원개발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인체의 70%가 수분이다. 그래서 물을 보면 평온함을 느낀다.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안락함이다. 이 물은 원주 횡성주민이 마시는 물이다. 이 물에는 여러가지 영양소와 생명체가 살기위해 필요한 모든 것이 녹아 있다.
어디를 가나 술은 그림자처럼 나그네들 뒤를 따라 다닌다. 저 등산가방이 술가방이였던 것 같다. 나그네와 술은 하나다.
횡성다목적댐은 물을 가두는 둑의 이름이고, 그 속에 가두어진 물의 이름은 횡성호다. 횡성호를 상징하는 조형물 앞에 섰다.
수원에 사신다는 이름 모를 동행인. 내 사진기에 들어 있는 아름다운 이 여인. 그러나 이 여인에게 이 모습을 전달 할 방법이 없다.
한 컷 찍는 것도 나에겐 중요한 일이다. 먼 훗날 그때의 나를 증명해 내는 가장 확실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댐 바로 밑에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공원이 있다. 바로 수림공원이다. 댐의 부대시설로서 만들어 놓은 곳이다.
드넓은 주차장에 쉴 수 있는 그늘집과 벤치, 족구장, 게이트볼장, 공연장 등과 관리하는 직원까지 갖춘 훌륭한 시설이다. 또한 물이 흐르는 시내까지 있어서 얼른 보면 훌륭한 피서지다. 그러나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 왜냐하면 이 냇가는 댐의 시설이라고 해서 사람들의 물놀이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가 이 시설들을 이용할 것인지 몹시 궁금해 진다. 여기까지 오는 사람들은 물을 찾아 오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물놀이를 할 수 없는 물은 이미 물이 아니다.
물놀이도 할 수 없는 곳을 누가 찾아 올 것이며,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데 이 시설들은 왜 지키고 있는가? 유휴시설, 이런 것이 바로 낭비고 전시행정의 표본 아닌가.
우리가 연회를 베풀고 있는 음식점이 바로 이 앞에 있다. 이곳을 찾는 손님이 없으니 이 음식점도 손님이 없어 파리를 날릴 수밖에 없는가 보다.
독산성산악회의 집행부에서도 물놀이를 할 수 없다는 것을 몰랐던 것 같다. 그러니 물놀이를 중요한 행사 중 하나로 넣었겠지. 물놀이 대신 노래방기계가 한참 동안 댐밑 골짜기를 울려댔다.
물을 찾아 왔으면서도 물에 접근해 보지 못하고 여름을 보낸 한 많은 야유회였다.
200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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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danbiz 원문보기 글쓴이: 멋쟁이
첫댓글 멋쟁이님..글을읽구있노라면..마치그곳에..와있는착각이들정도로..생생합니다~~감사합니다~~
영애씨, 찬조를 해 주셨다는 말씀을 나중에 발표해서 알았습니다. 하루를 함께 하셨으면 더 좋았을 것을... 건전때는 불러주셔요.
물이 흐르고 있으나 바라만보고 올 수 밖에 없었다는 안타까움이 느껴지네여 물이 넘쳐서 바라만 보고 온적도 있어여 ㅋㅋ
오대장님! 요즘 건강하시죠? 단식 후 모처럼만에 나들이 했습니다. 건강하게 여름을 나시기 바랍니다.
물이 더러워서 들어갈수도 없었어요. 피부병걸릴까봐. 야유회가서 수돗물로 발씻고오긴 생전처음이예요. 차라리 넘쳐서 바라만보고온게 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