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버스를 타고 세비야로 향한다.
후진국스런 교통시스템은 여전하다.
연착은 기본, 제대로 된 안내도 별로 없다.
첫날 저녁,
플라멩고를 보기 위해 미리 예약해 둔 플라멩고 박물관으로 향했다.
가기 전부터 무척이나 설레이며 기다리게 했던 곳.
어렵사리 찾아 간 박물관에는 30분 전에 도착했음에도 미리 자리를 채우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플라멩고 박물관이라 해서 꽤 그럴싸할 거라 기대했지만, 협소해 보이는 공간과 무대에 약간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 나의 실망감은 모두 사라지고 시간이 갈수록 깊이 빠져 들었다.
한 명의 남자 무용수와 두 명의 여자 무용수, 기타리스트 1명과 가수 1명.
집시들의 한이 노래와 춤 기타 선율 속에 고스란히 묻어 났다.
무용수들은 번갈아 가며 솔로 듀엣으로 공연을 이어간다.
너무나 격정적으로 춤을 추는 지라 그럴 수 밖에 없으리라.
갸날프게 생긴 여 무용수가 부채를 들고 춤을 출 땐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어디서 그렇게 강단진 힘이 나오는 것인지..
탭댄스를 하며 바닥을 발로 차는 힘이 장난 아니다.
치마자락 세차게 휘날리며 추는 춤 속에 집시들의 애환이 펄럭인다.
이어서 캐스터네츠를 손에 들고 나오는 또 다른 무용수.
몸집이 꽤 튼실해 부드러움이 부족한 줄 알았는데 웬 걸.
강렬한 눈빛 쏘아대며 자유 자재로 연주하는 캐스터네츠와 파도치듯 힘차게 추는 춤.
가슴이 쿵쾅거리며 벅차 올랐다.
평소 그닥 악기처럼 생각하지 않았던 케스터네츠 소리가 그리 아름다울 줄이야.
가슴 깊숙한 곳에서 끄집어 내는 한서린 노래 소리와 애환 가득 담긴 기타의 선율 그리고 그야말로 정열적인 댄서들.
자신의 일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은 단연코 최고였다.
스페인 여행 중 가장 격정적인 순간이었고, 터질 듯한 감동의 시간이었다.
공연 중 사진을 찍는 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어 단 한 컷도 찍을 수 없어 너무 아쉬웠다.
세비야, 플라멩고 공연만으로도 최고의 여행지였다.
플라멩고 박물관 공연장 내부
첫댓글 우리집이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가까워요.
그래서 가끔 현충원 둘레길을 걷고, 1년에 1번쯤 원내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6.25 전사자 묘가 제일 많고, 그 다음은 월남전 전사자 묘가 많지요.
현충일이 순국선열의 영령을 기리는 날인데, 월남전 전사자 영령은 참 애매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그런지 묘비도 제대로 다듬어진 묘비가 아니고, 대충 화강석을 사각으로 깨서
군번과 이름 전사일을 새겨 땅에 쿡 심어 놓아 옆으로 기울어진 묘석이 꽤 눈에 보여요.
첫번째 사진은 왜 얼굴을 가렸나요.
6월은 현충원이 다른 때보다 북적거리겠네요.
플라멩고 글에는 사진이 거의 없어요.
그나마 있는 게 저녁에 찍는 바람에 흐릿하게 뭉게져 있어서 보기 불편할까봐 스티커로 가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