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일곱 재앙의 예고 15 장은 일곱 대접의 환시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결과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저자는 먼저 악의 세력에 승리한 사람들이 ‘유리 바다 같은 것’ 15,2 위에 서 있는 모습을 본다. 4 장 6 절에 ‘수정처럼 보이는 유리 바다 같은 것’ 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저자는 이 표현을 통해 창조 때의 세계관, 곧 세상을 둘러싸고 있는 물 또는 바다를 소개하는 것처럼 보인다. 시편 29,10; 65,10; 136,6. 그리고 그들은 승리의 노래, 곧 ‘모세와 어린 양의 노래’ 15,3-4을 부른다.
이 노래는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첫째, ‘어린 양의 노래’는 어린 양인 그리스도를 통해 얻게 되는 승리를 암시하며 구원 역사를 완성하시는 하느님을 찬양한다. 짐승으로 비유된 사탄의 세력과 맞서 얻은 승리는 어린 양의 피를 통해서만 가능했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이 노래는 탈출기 15,1-18절에 나오는 ‘모세의 노래’를 떠오르게 한다. 이 노래에서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구해 내신 일을 찬양한다. 묵시록에서는 어린 양을 통한 구원을 노래하고 있다. 모세와 어린 양의 노래, 곧 승리의 노래는 마지막 재앙을 통해 궁극적으로 드러나게 될 하느님의 심판과 그분의 정의로운 업적을 미리 보여 주는 장면을 통해서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이루어졌음을 강조하고 있다.
승리의 노래 이후에는 일곱 대접의 재앙을 실행할 천사들이 소개되고, 그들에게 ‘하느님의 분노가 가득 담긴 금 대접’ 15,7 이 주어진다. 하느님으로부터 전해지는 일곱 대접은 하느님의 권한이 위임되는 것을 뜻한다. 또한 ‘성전이 하느님의 영광과 권능에서 나오는 연기로 가득 찼다’는 표현은 하느님의 분노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5,8. ‘재앙이 끝날 끝날 때까지 아무도 하늘의 성전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은 하느님의 계획은 반드시 성취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15,8. |
하느님의 진노가 담긴 일곱 대접의 재앙들 16장. 일곱 대접의 재앙은 이전의 재앙과 비교해 볼 때, 재앙이 미치는 공간에 아무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땅의 1/4 일곱 봉인, 1/3 일곱 나팔과 같은 표현이 없는 것으로 보아, 마지막 재앙은 땅의 일부분이 아닌 전체에 미치는 재앙이고, 재앙이 거듭될수록 더욱 세지고 미치는 영역이 넓어진다.
첫째 재앙 16,2 는 종기가 생기는 것으로 이집트에 내린 여섯째 재앙 (탈출 9,8-12)을 생각나게 한다. 특히 ‘짐승의 표를 지닌 사람들과 그 상에 경배하는 사람들 ’ 16,2 이라는 표현은 재앙의 대상이 누구인지 말해 준다. 재앙의 대상은 모든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을 반대하고 지금 신앙인들을 박해하는 이들이다. 둘째 재앙 16,3 은 바다에, 그리고 셋째 재앙 16,4 은 강과 샘에 내린다. 이전의 둘째, 셋째 나팔로 인한 재앙을 생각나게 한다. 그리고 물이 피처럼 되었다는 점에서 이집트에 내린 첫째 재앙 (탈출 7,17-21)과도 비교할 수 있다. 셋째 재앙 이후 16,5 7 에 하느님 심판에 대한 찬양이 자리한다. 이 찬양에는 ‘의로우신 하느님의 심판’을 강조한다. 또한 찬양 중에 적대자들에 대한 악행도 소개하고 있다. ‘저들이 성도들과 예언자들의 피’ (16,6)를 쏟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데 ‘저들’은 ‘짐승의 표를 지닌 사람들과 그 상을 경배하는 사람들’ 15,2 을 가리킨다. 구약성경에서 하느님이 정의를 실현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대갚음’이라는 사실이다. 묵시록에서 이런 구약의 사고방식을 표현하고 있다.
제단 역시 하느님의 의로운 심판을 찬양한다 이 제단은 살해당한 이들이 악인들의 심판을 촉구하는 내용(6,9-11)과 연결된다. 이 제단은 구체적으로 ‘살해된 이들의 영혼’ 6,9 이 있는 제단이다. 넷째 재앙은 해의 뜨거운 열로 사람들을 불태우는 재앙이다. 이 재앙은 선택된 이들에게 주었던 약속 7,16을 떠올려 준다. 그들에게 어떠한 열기도 내리쬐지 않으리라는 약속은 악인들에게 열기를 내림으로써 실현된다. 다섯째 재앙 16,10-11 은 짐승의 왕좌, 곧 황제의 자리에 내린 재앙이다. 황제의 나라에는 그들이 겪는 괴로움이 커서 혀를 깨물 정도라고 재앙의 고통을 묘사한다.
여섯째 재앙 16,12-16 은 유프라테스강에 내렸는데, 이 강은 로마와 파르티아 (페르시아)의 경계이다. 이집트 탈출 때처럼 강물이 말라 동쪽의 임금을 위한 길이 마련되었다는 것은 파르티아 군대가 어려움 없이 로마로 진격할 수 있게 되었음을 뜻하는 비유적 표현이다. 여기에 악의 세력을 상징하는 용, 짐승, 거짓 예언자가 다시 등장하고 이들은 재앙 마지막에 하느님의 심판이 다가왔음을 알고 ‘하느님의 중대한 날’ (16,14 요엘 2,11). 을 대비해 세상의 임금들, 곧 하느님을 반대하는 이들을 모아 전투를 준비한다. 그리고 마지막 전투는 19,11 절 이하에서 묘사된다. 이들은 모든 임금을 하르마게돈으로 불러 모은다.
하르마게돈은 히브리어로 ‘하르-므기또’가 합쳐진 말로 ‘므기또의 산들’ 이라는 뜻이다. 구약성경에서 ‘므기또’는 주로 이스라엘과 가나안 사람들의 전투가 벌어지는 장소로 등장한다. 판관기 5,19 절 므기또의 물가, 즈카 12,11 2 역대 35,22 ‘므기또 벌판’이 그 예이다. 에제키엘 38 39 장에는 이스라엘과 마곡의 전투 이야기가 나오는데, 마곡의 임금 곡이 이스라엘과 전투에서 패한 장소가 ‘이스라엘의 산악 지방’(에제 38,8;39,2.4.17)이라고 나온다. 그래서 하느님을 거슬러 마지막 전쟁을 준비하는 악의 세력이 마곡처럼 패배하게 될 운명임을 암시한다고 본다.
일곱째 재앙 16,17-21 은 성경에서 전형적으로 하느님이 나타나심을 표현하는 번개, 요란한 소리, 천둥, 지진 등을 통해 묘사된다. 큰 도성이 세 조각 나고, 우박으로 인해 사람들이 고통을 받게 된다. 여기서 ‘큰 도성’은 지금의 박해를 가져온, 하느님을 반대하는 로마를 가리킨다. 마지막 재앙은 도시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의 사람들에게 향한다. 30-40 킬로그램에 해당하는 우박은 이사야 28,2에서 말하는 사마리아에 대한 경고를 생각나게 한다. 우박이 이렇게 크다는 것은 과장된 표현이지만 그만큼 재앙이 무섭다는 것을 강조한다.
넷째 재앙부터 ‘회개하지 않았다.’ 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은 하느님의 무서운 재앙 앞에서도 악의 세력은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지 않고 여전히 하느님을 모독하였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