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장시조 3편)
도돌이표 징검다리/최길하
건너갔다 다시 오고
건너갔다 다시 오고.
이 봄 다 건너고 나면
저 적막은 누가 업나.
코스모스 길에서/최길하
뉘엿뉘엿 해 저무는 세월의 바람 끝에
늦둥이 어린 딸 하나 걸려놓고 싶은 날.
가을
국화꽃 그늘을 한 감 떠 와 덮으니
앞으로 지날 시간이 미리 와 서성이네.
<시작 노트>
시조는 초장 중장 종장 天 地 人 3장으로 14-14-15 총 43자다.
일본의 하이쿠는 5-7-5 17자다.
하이쿠의 원조는 일본 향가 와카로 5-7-5-7-7 총 31자로 구성된다.
이 와카를 5-7-5와 7-7로 나누어서 우리의 ‘하여가’와 ‘단심가’처럼 2인이 서로 주고
받으며 부르는 은유시 <렌가>가 만들어졌다. 그러다 후반부에 7-7부분을 빼고,
5-7-5 부분만 취하게 된 것이다. 렌가의 '첫 구절' 이라는 뜻으로 홋쿠(発句)라고
불렸다. 홋쿠가 하이쿠로 음운변화가 된 것이다.
축소지향의 일본문화는 전통 음운시도 축소 퓨전으로 만들어 세계적으로 히트를 치고 있다.
31자 ‘와카’는 귀족이 주로 지었으나, 문명권에서 가장 짧은 시 17자 하이쿠는 대부분 평민
이나 전통과 형식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문학인들이 짓게 되며 세계의 문인들을 하이쿠의
매력에 빠지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하이쿠는 字數를 부리는 데 생명이 있다.
5-7-5 음절에서 5-7 다음에 오는 5는, 한숨을 돌리면서 시상을
전환하여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5-7-5 음절에서 5-7은 계절 또는 계절의 특성을 드러내는 <키고(季語)>, 뒤에 오는
5는 한 호흡을 끊어 여운을 주는 <키레지(切字)>라고 한다. 이 <키레지(切字)>가 심상이
고, 이 키레지(切字)가 하이쿠에 빠져드는 향기를 발산하는 것이다.
양장시조는 초장 중장 종장 天 地 人 . 14-14-15 에서
초 중 2장, 天地를 결혼시켜 1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종장의 人을 살려
2장 시조를 만드는 것이다. 시조의 본 취지에 전혀 어긋나지 않는다.
天地는 결혼시켜 성인을 만들어 詩境을 만들고
人=종장으로는 心象을 아우르니 매우 임펙트하면서 여운있는 시가 된 것이다.
텍스트가 범람하는 시대다. 길면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 쉽다.
양장시조는 시조의 DNA를 그대로 간직하며 오히려 임펙트한 울림을 준다.
아버지 모시옷에 붙어 온 풀여치가
밤새워 실을 잦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