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푸에르토 이과수(Puerto Iguazu). 사위는 안개와 비에 점령당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회색의 세계가 내 앞을 가로막고 있다. 눅눅한 습기가 온 몸에 달라붙는다. 설마 악천후로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일이야 생길까. 슬며시 피어 오르는 불안을 애써 누른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 마을까지는 1400킬로미터. 야간 버스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마침내 여기까지 왔다. 지구에서 가장 경이로운 폭포 이과수(Las Cataratas de Iguazu)를 만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큰 폭포
‘이과수’는 원주민 과라니 족이 붙인 이름으로 ‘큰 물’이라는 뜻. 미국 대통령 부인 엘리너 루즈벨트로 하여금 “불쌍한 나이아가라!”라고 탄식하게 만들고 만, 바로 그 ‘큰 물’이다. 너비 4.5km에 평균낙차 70m. 크고 작은 폭포의 수가 275개에 이른다. 너비와 낙차만을 놓고 본다면 세계에서 가장 큰 폭포다. 브라질 파라나 주의 쿠리치바 근처에서 발원해 수 백 킬로미터를 달려온 이과수 강이 아마존 남부에서 흘러온 파라나 강과 만나면서 폭포가 되어 쏟아져 내린다. 두 강의 큰 낙차와 풍부한 유량이 이토록 거대한 폭포를 만들었는데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원시림으로 뒤덮인 주변은 폭포와 삼림과 계곡이 어우러지는 장관을 연출한다.
세상의 모든 눈물과 울음이 묻히는 곳
연암이 요동벌판을 보고 그랬던가. “가히 한 번 울만한 터”라고.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울음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의 모든 눈물과 울음, 그 어떤 통곡도 이 폭포 앞에서는 다 묻힐 테니까. 모든 소리가 귓전에서 지워지고, 모든 세계가 눈앞에서 사라진다. 오직 거대한 폭포의 물줄기만 남아 몸과 마음을 뜨겁게 적신다. 영혼을 가져가버리는 폭포라더니 이토록 자극적일 수가.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는 살아서 꿈틀거리는 깊고 어두운 구멍 속으로 나도 모르게 뛰어들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