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입능가경6
4. 현증품(現證品)
그때 대혜보살마하살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저희를 위하여
일체 성문ㆍ연각이 멸진정[滅盡]에 들어 차례로 상속하는 모양[入滅次第相績相]을 말씀하시어
저와 모든 보살마하살들이 이것을 잘 알아 멸진삼매락(滅盡三昧樂)에서 마음이 의혹하지 않고
2승과 모든 외도들의 착란 중에 떨어지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세히 들어라. 마땅히 너희를 위하여 설하리라.
대혜여, 보살마하살이 6지(地)에 이르러 멸진정에 들며,
성문ㆍ연각도 멸진정에 들고,
7지(地) 보살이 생각 생각에 항상 멸진정에 들어가니
일체법의 자성상을 떠난 까닭이다.
모든 2승은 그렇지 않다.
2승은 지음[作]이 있어 능취와 소취에 떨어져
모든 법의 차별 없는 모양을 얻지 못하고,
선(善)ㆍ불선(不善)과 자상(自相)ㆍ공상(共相)이 있음을 깨달아 멸진정에 든다.
그러므로 능히 생각 생각이 항상 멸진정에 들어가지 못한다.
대혜여, 8지 보살과 성문ㆍ연각은 마음ㆍ뜻ㆍ의식의 분별하는 생각이 멸한다.
처음 초지(初地)에서 6지에 이르기까지 삼계 일체는 오직 마음ㆍ뜻ㆍ의식이 스스로 분별을 일으킴을 관찰하여,
나와 내 것을 떠나나 밖의 법의 갖가지 모든 모양을 보지 못한다. 범부는 무시이래의 나쁜 허물을 알지 못하고
스스로 마음 안에서 능취와 소취의 모양을 변하여 만들어 집착을 일으킨다.
대혜여, 8지 보살이 얻는 삼매는
모든 성문ㆍ연각의 열반과 같나니 모든 부처님의 힘으로 가지(加持:가피) 받는 까닭이다.
그러나 삼매의 문에서 열반에 들지 않는다.
만약 가피하지 않으면 일체 중생을 교화하여 제도하지 못하고,
여래지(如來地)를 원만히 구족하지 못하고, 또 여래 종성(種性:종족)을 끊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부처님은 여래의 불가사의한 모든 큰 공덕을 설하여 끝내 열반에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성문ㆍ연각은 삼매락에 집착하여 그 가운데서 열반이라는 생각을 낸다.
대혜여, 7지 보살은 마음ㆍ뜻ㆍ의식과
나ㆍ내 것ㆍ생(生)에 집착함ㆍ
법무아(法無我)ㆍ생함․멸함ㆍ자상ㆍ공상을잘 관찰하고
4무애변(無碍辯)에서 선교(善巧)로 결정하여 삼매문에서
자재를 얻고 점점 모든 지(地)에 들어가보리분법(37조도법)을 구족한다.
대혜여, 내가 염려함은
모든 보살이 자상ㆍ공상을 잘 깨달아 알지 못하고 모든 지(地)가 상속하는
차례를 알지 못하여 외도의 모든 나쁜 견해 가운데 떨어지게 될까봐 이와 같이 설한다.
대혜여, 거기에는 진실로 생긴다거나 멸하는 것이 없고,
모든 지(地)의 차례와 삼계에 왕래하는 것이
모두 자기 마음이 보는 것임을 모든 범부는 깨달아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나와 모든 부처님이 이와 같이 설한다.
대혜여, 성문ㆍ연각이 보살의 제8지에 이르기까지는 삼매락에 혼취(昏醉)하여
오직 마음이 보는 것임을 잘 깨달아 알지 못하고,
자상ㆍ공상의 습기가 그 마음을 얽매고 덮어서 2무아(無我)에 집착하여
열반을 깨달았다는 생각을 하나 적멸의 지혜는 아니다.
대혜여, 모든 보살마하살은 적멸하여 삼매를 즐기는 문을 보고
곧 본원(本願)의 대비를 깊이 생각하여 10무진구(無盡句)를 갖추어 수행한다.
그러므로 곧 열반에 들어가지 않나니
열반에 들면 과(果)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고,
능취ㆍ소취를 떠나기 때문이며,
오직 마음임을 깨달아 통달하기 때문이고,
일체 법에서 분별이 없기 때문이며,
마음ㆍ뜻ㆍ의식과 밖의 법의 성(性)과 상(相)을 집착함에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처님법의 바른 인(因)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며,
지혜의 행을 따라 이와 같이 일어나기 때문이고,
여래 스스로 깨달은 경지를 얻기 때문이다.
대혜여, 사람이 꿈에서 방편으로 강을 건너다 아직 다 건너기 전에 문득 깨어나서 꿈에 본 것을 생각하며
이것이 진실인가, 허망한 것인가 하다가 다시 스스로 생각하여 말하기를 ‘진실도 아니고 허망함도 아니다’고 하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은 것은 다만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것이다.
일찍 경험한 일을 분별하는 습기로 생각이 있고 없음을 떠나 의식의 꿈 에 나타난 것일 뿐이다
대혜여, 보살마하살은 또한 이와 같아 처음 초지(初地)로부터 7지에 이르기 까지
더 나아가 제8지에 들어가서 분별없는 것[無分別]을 얻고
일체법이 요술과 꿈 등과 같음을 본다.
그리고 능취ㆍ소취를 떠나 마음[心]과 심소(心所)의 광대한 힘의 작용을 보고
부지런히 불법을 닦아 깨닫지 못한 것을 깨닫게 하고,
마음ㆍ뜻ㆍ의식의 허망한 분별의 생각을 떠나 무생인(無生忍)을 얻으면
이것이 보살이 얻는 열반으로서 괴멸하지 않는다.
대혜여, 제일의(第一義) 가운데는 차례가 없고
또 상속함도 없고 일체 경계의 분별을 멀리 떠났으니
이것을 곧 이름하여 적멸의 법이라 한다.
그때 세존께서 거듭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모든 머묾과 불지(佛地)는오직 마음뿐 영상(影像)은 없느니라.
이것은 과거ㆍ미래ㆍ현재의모든 부처님 말씀하신 것이니라.
7지는 마음이 있고8지는 영상이 없느니라.
이 2지(地)를 머문다[住]라 이름하고
나머지는 곧 내가 얻은 것이니라.
스스로 깨달음과 청정함이것은 곧 나의 지(地)이니
마혜(摩醯:자재천)가 가장 수승한 곳색구경(色究竟)이 장엄하였느니라.
비유하면 큰 불덩이의화염이 맹렬히 타오르듯
삼계[三有]에 화현하니뜻 즐겁고 청량(淸凉)하느니라.
혹은 현재에 변화하여 나투고혹은 과거로 변화하여
거기에서 모든 승(乘) 설함이모두 여래지(如來地)이니라.
10지는 곧 초지(初地)가 되고초지는 곧 8지가 되며
제9지는 곧 7지가 되고제7지는 다시 8지가 되느니라.
제2지는 제3지가 되고 제4지는 다시 5지가 되며
제3지는 제6지가 되니 무상(無相)에 어찌 차례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