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6일. 나는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방문이 아닌 거주를 목적으로 한 도일은 1976년 이후 40년 만의 일이다.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자 바깥은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코가 좀 이상하다. 비록 알러지성 비염이기는 하나 갑자기 코가 막혀오는 것 같다. 그것이 꽃가루 알러지 증상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 년 동안 일본에 머무는 사이 매년 봄에는 꽃가루 알러지에 시달리게 된다.
한국여권을 가지고 있으면 일본은 비자가 없이도 90일간 체류자격이 주어진다. 나는 이 기간 동안 일본에 머물면서 종교비자를 얻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파송장이다. 일반적인 선교사의 경우에는 선교회에서 파송하는 절차가 있기에 문제가 없으나, 나와 같은 경우에는 달리 선교회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친분이 있는 목사님께 사정을 말씀드려 파송장을 얻을 수 있었다.
일본에 온 목적은 사역을 위해서였으나 비자도 없고 목사 안수도 받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출입국관리국에 서류를 제출한 다음에는 그저 평소에는 인터넷으로 수업을 들으며 공부를 하는 한편, 군마현이라고 하는 곳에 적응을 하기 위해 여기저기를 돌아다녀 보았다.
군마현은 자동차 사회이다. 면허증 보유율은 일본 내에서도 거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4년 4월 19일자 군마현 자료에 의하면 군마현에서 면허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인구대비 남녀평균 73.3%,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16세 이상으로 본다면 85.3%이고, 16세 이상 남성의 경우에는 무려 91.2%에 달한다.
이는 경제적으로 윤택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대중교통수단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버스나 전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에는 여러가지로 불편함이 적지 않기에 어쩔 수 없이 자동차를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직 비자도 없는 상황이기에 국제면허밖에 없었고, 자동차도 우리나라와 반대인 좌측통행이었기에 적지 않게 생소함이 있었으나 조심조심 운전하며 적응해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