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반야바라밀경_08. 권학품(勸學品), 반야바라밀을 배우는 목적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 때에 수보리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단나(檀那)바라밀을 구족하고자 하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고,
시라(尸羅)바라밀ㆍ 찬제(羼提)바라밀ㆍ 비리야(毘梨耶)바라밀ㆍ 선나(禪那)바라밀ㆍ 반야(般若)바라밀을 구족하고자 하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만 합니다.
보살마하살이 물질[色]을 알고자 하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고,
나아가 분별[識]에 이르기까지를 알고자 하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합니다.
눈[眼] 내지 뜻[意]을 알고자 하거나, 물질[色] 내지 법을 알고자 하거나, 안식(眼識) 내지 의식(意識)을 알고자 하거나, 눈의 접촉[眼觸] 내지 뜻의 접촉[意觸]을 알고자 하거나, 눈의 접촉의 인연으로 생긴 느낌[受] 내지 뜻의 접촉의 인연으로 생긴 느낌을 알고자 하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며,
음욕ㆍ성냄ㆍ어리석음[婬瞋癡]을 끊고자 하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만 합니다.
보살마하살이 신견(身見)ㆍ 계취(戒取)ㆍ 의심[疑]ㆍ 음욕(婬慾)ㆍ 진에(瞋恚)ㆍ 색애(色愛)ㆍ 무색애(無色愛)ㆍ 도(悼)ㆍ 만(慢) 및 무명(無明) 등의 온갖 결사(結使)와 전(纏) 등을 끊고자 하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고,
4박(縛)과 4결(結)과 4전도(顚倒)를 끊고자 하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며,
10선도(善道)를 알고자 하거나, 4선(禪)을 알고자 하거나, 4무량심(無量心)ㆍ 4무색정(無色定)ㆍ 4념처(念處) 내지 18불공법(不共法)을 알고자 하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만 합니다.
보살마하살이 각의삼매(覺意三昧)에 들고자 하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고,
6신통(神通)과 9차제정(次第定)과 초월삼매(超越三昧)에 들고자 하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며,
사자유희(師子遊戱)삼매를 배우고자 하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고,
사자분신삼매(師子奮迅三昧)를 얻고 온갖 다라니문을 얻고자 하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만 합니다.
보살마하살이 수릉엄(首楞嚴)삼매ㆍ보인(寶印)삼매ㆍ묘월(妙月)삼매ㆍ 월당상(月幢相)삼매ㆍ일체법인(一切法印)삼매ㆍ관인(觀印)삼매ㆍ필법성(畢法性)삼매ㆍ 필주상(畢住相)삼매ㆍ여금강(如金剛)삼매ㆍ입일체법문(入一切法門)삼매ㆍ 삼매왕(三昧王)삼매ㆍ왕인(王印)삼매ㆍ정력(淨力)삼매ㆍ고출(高出)삼매ㆍ 필입일체변재(畢入一切辯才)삼매ㆍ입제법명(入諸法名)삼매ㆍ관시방(觀十方)삼매ㆍ 제다라니문인(諸陀羅尼門印)삼매ㆍ일체법불망(一切法不忘)삼매ㆍ섭일체법취인(攝一切法聚印)삼매ㆍ 허공주(虛空住)삼매ㆍ삼분청정(三分淸淨)삼매ㆍ불퇴신통(不退神通)삼매ㆍ출발(出鉢)삼매의 모든 삼매와 당상(幢相)삼매 등 이와 같은 모든 삼매문(三昧門)을 얻고자 하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만 합니다.
다시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온갖 중생들의 원(願)을 채워주고자 하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며,
이와 같은 선근(善根)을 구족하여 항상 악취(惡趣)에 떨어지지 않고자 하거나, 비천한 집에 태어나지 않고자 하거나, 성문이나 벽지불의 경지에 머무르지 않고자 하거나, 보살의 정상[頂]에서 떨어지지 않고자 하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합니다.”
그때에 혜명 사리불이 수보리에게 물었다. “무엇을 보살마하살이 보살의 정상에서 떨어진다 하는 것인지요?”
수보리가 말했다.
“사리불이여, 만일 보살마하살이 방편으로써 6바라밀을 행하지 않은 채, 공(空)ㆍ 무상(無相)ㆍ 무작(無作)의 삼매에 들어가서 성문이나 벽지불의 경지에 떨어지지 않고, 또한 보살의 지위에도 들지 못한다면, 이것을 일컬어 보살마하살에게 법(法)이 생[生]하기 때문에, 보살의 정상에서 떨어진다고 합니다.”
사리불이 수보리에게 물었다. “무엇을 보살에게 생한 것이라 하는지요?”
수보리가 사리불에게 말했다. “생한 것이란 법애(法愛)를 말합니다.”
사리불이 물었다. “무엇이 법애인지요?”
수보리가 말했다.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면서, 물질은 공한 것이라고 염착(念著)을 일으키고,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은 공한 것이라고 염착을 일으킨다면,
사리불이여, 이것을 보살마하살이 도(道)를 따르면서도 법애(法愛)가 생한[生] 것이라고 합니다.
다시 사리불이여, 보살마하살이 물질은 모양 없는[無相] 것이라고 염착을 일으키고,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은 모양 없는 것이라고 염착을 일으키며, 물질은 조작 없는[無作] 것이라고 염착을 일으키고,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은 조작 없는 것이라고 염착을 일으키며,
물질은 고요히 사라진 것[寂滅]이라고 염착을 일으키고,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은 고요히 사라진 것이라고 염착을 일으키며, 물질 내지 의식을 무상한 것이라고 하거나, 물질 내지 의식을 괴로운 것이라고 하거나,
물질 내지 의식을 나 없는 것이라고 하여 염착을 일으키면, 이것을 보살이 도를 따르면서도 법애가 생한 것이라 합니다. 나아가, ‘이것은 괴로움[苦]이니 알아야 하고, 쌓임[集]이니 끊어야만 하며, 다함[盡]이니 증득해야 하고, 도(道)이니 닦아야만 한다.
이것은 더러운[垢] 법이고, 이것은 깨끗한[淨] 법이다. 이것은 가까이해야 하고, 이것은 가까이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은 보살로서 행해야 할 바요, 이것은 보살로서 행해서는 안 될 바이다. 이것은 보살의 도이고, 이것은 보살의 도가 아니다.
이것은 보살의 배움이고, 이것은 보살의 배움이 아니다. 이것은 보살의 단나바라밀 내지 반야바라밀이고, 이것은 보살의 단나바라밀 내지 반야바라밀이 아니다. 이것은 보살의 방편이고, 이것은 보살의 방편이 아니다. 이것은 보살이 무르익은 것[熟]이고, 이것은 보살이 무르익은 것이 아니다’라고 염착하기도 합니다.
사리불이여,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면서 이 모든 법에 염착(念著)을 일으킨다면, 이것을 보살마하살이 도를 따르면서도 법애가 생한 것이라 합니다.”
사리불이 수보리에게 물었다. “어떤 것을 보살마하살의 무생(無生)이라 하는지요?”
수보리가 말했다.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내공(內空) 안에서 외공(外空)을 보지 않고, 외공 안에서도 내공을 보지 않으며, 외공 안에서 내외공(內外空)을 보지 않고,
내외공 안에서도 외공을 보지 않으며, 내외공 안에서 공공(空空)을 보지 않고,
공공 안에서도 내외공을 보지 않으며, 공공 안에서 대공(大空)을 보지 않고,
대공 안에서도 공공을 보지 않으며, 대공 안에서 제일의공(第一義空)을 보지 않고,
제일의공 안에서도 대공을 보지 않으며, 제일의공 안에서 유위공(有爲空)을 보지 않고,
유위공 안에서도 제일의공을 보지 않으며, 유위공 안에서 무위공(無爲空)을 보지 않고,
무위공 안에서도 유위공을 보지 않으며, 무위공 안에서 필경공(畢竟空)을 보지 않고,
필경공 안에서도 무위공을 보지 않으며, 필경공 안에서 무시공(無始空)을 보지 않고,
무시공 안에서도 필경공을 보지 않으며, 무시공 안에서 산공(散空)을 보지 않고,
산공 안에서도 무시공을 보지 않으며, 산공 안에서 성공(性空)을 보지 않고,
성공 안에서도 산공을 보지 않으며, 성공 안에서 제법공(諸法空)을 보지 않고,
제법공 안에서도 성공을 보지 않으며, 제법공 안에서 자상공(自相空)을 보지 않고,
자상공 안에서도 제법공을 보지 않으며, 자상공 안에서 불가득공(不可得空)을 보지 않고,
불가득공 안에서도 자상공을 보지 않으며, 불가득공 안에서 무법공(無法空)을 보지 않고,
무법공 안에서도 불가득공을 보지 않으며, 무법공 안에서 유법공(有法空)을 보지 않고,
유법공 안에서도 무법공을 보지 않으며, 유법공 안에서 무법유법공(無法有法空)을 보지 않고,
무법유법공 안에서도 유법공을 보지 않나니, 사리불이여,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을 행하면서 보살의 지위에 들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사리불이여,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을 배우고자 하면 이와 같이 배워야 합니다. 곧 물질ㆍ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을 생각하지 않고 눈 내지 뜻을 생각하지 않으며, 빛깔 내지 법을 생각하지 않고, 단나바라밀ㆍ 시라바라밀ㆍ 찬제바라밀ㆍ 비리야바라밀ㆍ 선나바라밀ㆍ 반야바라밀 내지 18불공법을 생각하지 않아야만 합니다.
이와 같이 사리불이여,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을 행하면서도, 이러한 마음을 생각하지 않아야 하고 교만해지지 않아야 합니다.
무등등(無等等)한 마음도 생각하지 않아야 하고, 교만해지지 않아야 하며,
큰 마음[大心]도 생각하지 않아야 하고, 교만해지지 않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마음은 마음이 아니며, 마음의 모양은 항상 청정하기 때문입니다.”
사리불이 수보리에게 물었다. “어떤 것을 마음의 모양이 항상 청정하다 하는지요?”
수보리가 대답했다. “만일 보살이 이 마음의 모양을 알면서, 음욕ㆍ성냄ㆍ어리석음과 합하지도 않고 여의지도 않으며, 전(纏)ㆍ 유(流)ㆍ 박(縛) 등 결사(結使)의 온갖 번뇌와 합하지도 않고 여의지도 않으며,
성문이나 벽지불의 마음과 합하지도 않고 여의지도 않는다면, 사리불이여, 이것을 일컬어 보살의 마음의 모양이 항상 청정하다 하는 것입니다.”
사리불이 다시 수보리에게 물었다. “이 무심(無心)의 모양에 마음이 있는지요?”
수보리가 사리불에게 말했다. “무심의 모양 안에서 마음이 있는 모양이나 마음이 없는 모양을 얻을 수 있겠는지요?”
사리불이 말했다. “얻을 수 없습니다.”
수보리가 말했다. “만일 얻을 수 없다면, ‘이 무심의 모양 안에 마음이 있느냐’고 묻지 말아야 합니다.”
사리불이 다시 물었다. “무엇이 무심의 모양인지요?”
수보리가 대답했다. “모든 법에 대해 무너뜨리거나 분별하지 않는 이것을 무심의 모양이라고 합니다.”
사리불이 수보리에게 물었다. “단지 이 마음만을 무너뜨리지 않고 분별하지 않는지요? 아니면 물질도 무너뜨리지 않고 분별하지 않으며 나아가 부처님의 도까지도 무너뜨리지 않고 분별하지 않는지요?”
수보리가 대답했다. “만일 마음의 모양이 무너지거나 분별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면, 이 보살은 역시 물질 내지 부처님을 무너뜨리지 않고 분별하지 않는다고 알려지는 것입니다.”
그때에 혜명 사리불이 수보리를 찬탄했다.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당신은 실로 부처님의 제자이시고 부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셨으며, 법을 봄에서 나오셨고 법의 교화로부터 나오셨습니다.
그리고 법의 몫[法分]을 취하면서 재물의 몫[財分]을 취하지 않으시며,
법 가운데에서 스스로 믿고 몸소 깨달음을 얻으셨습니다. 마치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아서, 무쟁삼매(無諍三昧)를 얻은 이 가운데에서 으뜸이시니,
실로 부처님께서 칭찬하신 그대로이십니다. 수보리여, 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합니다.
이 가운데에서 역시 분별하면서 만약에 보살이 당신의 말씀대로 행한다면, 반야바라밀을 여의지 않는다고 알려지는 것입니다.
수보리여, 선남자ㆍ선여인이 성문의 경지를 배우고자 하면, 역시 반야바라밀을 듣고서는 지니고 읽고 외고 바르게 기억하면서 말씀대로 행해야 합니다.
벽지불의 경지를 배우고자 하는 이도 역시 반야바라밀을 듣고서는 지니고 읽고 외고 바르게 기억하면서 말씀대로 행해야 하며,
보살의 지위를 배우고자 하는 이도 역시 반야바라밀을 듣고서는 지니고 읽고 외고 바르게 기억하면서 말씀대로 행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반야바라밀 가운데에서는 3승(乘)이 널리 설해지고 있으며, 이 가운데에서 보살마하살과 성문과 벽지불은 배워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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