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편 유선통신기술의 발전
제7장. 교환시설 – 연결의 진화를 이끈 중추 장치
전화 통신망의 중심에는 ‘교환기’라는 장치가 존재한다. 교환기는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의 회선을 연결해주는 핵심 설비로, 그 기술적 진보는 정보통신기술 발전의 중심축이 되어왔다.
수동식에서 기계식, 전자식, 디지털 교환기로 이어진 진화는 통화의 자동화, 효율성 및 품질 향상을 이끌었으며, 전국적인 통신망 확대와 정보화 사회로의 이행을 가능케 했다.
가. 전신교환기 – 메시지 릴레이의 시작
전화가 등장하기 이전, 통신의 주역은 전신기였다. 전신기는 전류의 흐름을 이용해 **모스 부호(Morse Code)**를 전송하고, 수신자가 이를 해독하는 방식의 통신 장비였다. 초기에는 종이에 인쇄하거나 음향 신호로 해독하는 방식이 사용되었다.
대표적인 장비로는 모르스 전신기와 음향 전신기가 있으며, 중계소를 거쳐 대륙 간 통신도 가능했다.
이후 등장한 **텔레타이프(Teletype)**는 키보드 입력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여 원거리에서 문자 형태로 인쇄하는 장치로, 전신기와 타자기의 기능을 결합한 형태였다.
1965년 12월, 국내에 자동 Telex가 도입되었고,
1979년 3월에는 전자식 Telex가 도입되며 통신 효율성이 한층 향상되었다.
나. 수동식 교환기 – 사람의 손으로 이어진 회선
전화가 처음 도입되었을 당시에는 자동 연결 기술이 없어, 사람이 직접 회선을 연결하는 수동식 교환기가 사용되었다.
교환국의 교환원이 이용자의 요청에 따라 플러그와 잭을 이용해 회선을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나-1. 자석식 교환기 (Magneto Switchboard)
자석식 교환기는 전화기 내부의 **자기 발전기(Magneto Generator)**를 손으로 돌려 전류를 발생시키고, 이를 통해 교환국에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다.
사용자가 핸들(크랭크)을 돌리면 전류가 발생하고, 교환국 교환원에게 호출 신호가 전달된다.
교환원이 응답하면 플러그를 이용해 수신자의 회선에 연결하고, 통화가 끝나면 플러그를 분리한다.
이 방식은 외부 전원이 필요 없는 자가발전 시스템으로, 전기 공급이 어려운 농촌이나 도서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었다.
나-2. 공전식 교환기 (共電式 交換機)
공전식 교환기는 ‘공용 전원식’으로, 교환국에서 공급하는 전원을 사용해 전화기를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1930년대 후반,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서 도입되었고 1950~1970년대에는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수화기를 들면 교환기에 설치된 램프가 점등되어 통화 요청을 알리고
교환원이 응답하여 상대 번호를 확인한 후 회선을 연결
통화 종료 시 램프가 꺼지고 교환원이 플러그를 제거
공전식 교환기는 자석식에 비해 음질이 우수하고 사용이 간편했으며, 일부 농어촌 지역에서는 1980년대 초까지도 사용되었다.
다. 기계식(자동식) 교환기 – 자동 전화 시대의 개막
수동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급격히 늘어난 전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기계식 자동 교환기였다.
이 방식은 교환원의 개입 없이, 사용자가 전화기의 다이얼만 돌리면 회선이 자동으로 연결되었다.
다-1. ST 교환기 (Step-by-Step)
세계 최초의 자동식 교환기는 **미국의 스토로저(Strowger)**가 발명한 것으로, ST(Step-by-Step) 방식이라 불린다.
사용자가 다이얼을 돌리면 입력된 숫자에 따라 **셀렉터(selector)**가 수직·수평 방향으로 움직이며 해당 회선을 선택
스위치 하나마다 릴레이가 작동하여 **기계음(소음)**이 발생하는 단점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1935년 함경도 나진우체국에 처음 설치되었고, 이후 서울 중앙전화국, 동대문, 을지전화국 등에서 사용되었다.
초기에는 일본 NEC사 제품이 사용되었고, 1962년부터는 국산 OPC 제품으로 점차 교체되었다.
다-2. EMD 교환기 (Electronic Magnet Drehwähler)
EMD 교환기는 **독일 지멘스(Siemens)**사가 개발한 자동 교환기로, ST 교환기의 단점을 보완한 형태였다.
스위치가 유리 도어 안에 장착되어 소음이 적고
다이얼 신호에 따라 회전하며 번호를 선택
여러 개의 스위치를 연속 연결해 통화 가능
한국에서는 1960년 서울 용산전화국에 처음 설치되었고, 이후 광화문, 성북전화국 등으로 확대되었다.
ST와 EMD는 193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국내 전화 자동화의 주축을 이루었다.
라. 전자식 교환기 – 디지털 전환의 관문
1980년대, 대한민국은 급증하는 통화량과 고품질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자식 교환기(ESS) 시대로 진입했다.
이는 전자 회로와 컴퓨터 제어 기반의 시스템으로, 고속·고정밀 통화 연결과 다양한 부가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다.
(1) ESS (Electronic Switching System)
ESS는 릴레이 없이 전자 회로와 컴퓨터 제어로 회선을 자동 연결하는 장치다.
착신전환, 통화대기, 고장 진단 등 다양한 기능
빠른 연결과 고신뢰성, 유지관리 효율성 제공
1979년, 서울 당산전화국과 영동전화국에 **미국 루슨트(Lucent)**사의 ESS가 도입되며 전자식 교환기 시대가 개막되었다.
(2) TDX (Time Division eXchange) – 국산 전자교환기의 성공
1980년대 초, 한국은 국산 전자식 교환기 개발에 착수하였다.
1984년,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 주도로 개발된 TDX 시리즈는 외산 의존을 탈피한 자립 기술의 상징이었다.
TDM(Time Division Multiplexing) 방식 적용
음성 신호를 디지털화 후 시간 슬롯으로 전송
TDX-1, TDX-1A, TDX-1B 등 상용 모델이 전국에 보급
일부는 해외 수출도 이루어짐
TDX 개발 성공으로 대한민국은 전자식 교환기 독자 개발국 반열에 올랐으며, 전국 전화망 완전자동화와 정보화 사회 진입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국가 정보통신 산업 자립의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 TDX 개발 과정은 제28장에서 별도로 서술한다.
맺음말
교환기의 역사는 곧 통신의 역사이다.
사람이 손으로 플러그를 연결하던 수동식 시대에서, 기계식 자동화, 전자식 ESS, 그리고 디지털 기반 TDX로 이어지는 기술의 진화는 단순한 설비의 발전을 넘어 사회의 연결 방식을 혁신해왔다.
특히 TDX의 개발과 보급은 외국산 기술 의존에서 벗어난 기술 독립의 상징이자, 대한민국이 정보통신 강국으로 도약하는 출발점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고속·고품질 통신 환경은 바로 이 교환기 기술의 끊임없는 혁신 위에 세워진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