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진행된 전이성 암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심리극은
암 자체보다 그 사람의 삶 전체를 깊이 들여다본다는 점이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앞의 자료에서 하시베는 암을 계기로 10살 때 어머니와 헤어진 경험 속으로 더 깊이 탐색해 보았구요.
바란은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와의 관계, 어린 시절의 삶까지 이어졌습니다.
즉, 터키에서 진행된 심리극에서는
암을 현재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삶을 연결해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암 환자’ 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 전체를 통째로 만나는 심리극을 보고 있다고도 느껴집니다.
제 5회기
2018년 3월 20일
집단원: 휘스누, 바란, 아이셰, 파트마, 하시베
(여성 3, 남성2)
이번 회기에서는 빈 공간 작업을 했습니다.
디렉터는 집단원들에게 A3 크기의 종이와 연필을 나누어 주고 작업 방법을 설명했습니다.
먼저 사람의 몸을 그린 그림을 보여주고,
집단원들도 사람의 몸을 자유롭게 그리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몸통에 자신이 원하는 크기의 빈 공간을 만들도록 했습니다.
디렉터는 그림을 잘 그리려 애쓰지 말고,
편하게 자신의 빈 공간에 집중하라고 했습니다.
빈 공간의 크기도 자신이 원하는 만큼 정하고,
그 안을 원하는 방식으로 채우도록 했습니다.
그림을 그린 뒤에는 미리 준비해 둔 여러 가지 재료를 보여주며,
마음에 드는 재료를 골라 빈 공간을 채워보라고 했습니다.
집단원들이 작업하는 동안
디렉터는 집단원들에게 다가가서
빈 공간은 어떤 공간인가요 ?
무엇으로 채우고 있나요 ?
그려져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 와 같은 질문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빈 공간에 그림을 그려넣다>
아이셰: 이 그림 속 사람은 저를 나타내기도 하고, 저는 이 그림을 하나의 도시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마음속 빈 공간을 올리브 나무와 정원으로 채웠습니다.
이 그림은 제 삶에서 새로운 시작을 의미합니다.
남편과 함께 꿈꾸었던 바닷가의 집과 자동차, 올리브나무, 아이들을 그 빈 공간에 담았습니다.
제가 생각한 도시는 무을라처럼 바닷가에 있는 도시입니다.
파트마: 초록색은 잔디와 자연을 나타냅니다.
여기에는 제 아이들, 남편, 부모님이 있습니다.
태양과 구름은 희망적인 미래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일부러 빈 공간도 남겨두었습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더 채워갈 수 있도록요.
파트마는 미소를 짓고 주근깨가 있는 여자아이를 그렸습니다.
이 아이가 자신을 나타낸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마음속 빈 공간에 좋은 추억과 행복했던 경험들을 담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가 건강하고 생생하게 살아 있는 모습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서
얼굴에 주근깨도 그렸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시베: 저는 과거나 미래를 많이 생각하지 않고,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을 그대로 그렸습니다.
이 병을 앓은 지난 2년 동안 제 마음속에는 빈 공간이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의 문제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데 더 신경 썼습니다.
그런데 병이 생긴 뒤에는 저 자신에게 더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빈 공간에 바닷가의 장소, 남편과 아이들을 넣었습니다.
제 나라를 나타내기 위해 국기도 그렸습니다.
평화롭고 문제가 적은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도 담았습니다.
요즘은 집과 병원을 오가는 것이 제 생활의 전부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동안 그리워했던 것들을 빈 공간에 담았습니다.
집단원들은 각자 자신의 그림과 그 안의 빈 공간을 어떻게 채웠는지 이야기한 뒤에,
이번에는 모두가 함께 채운 큰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각자의 이야기에서 하나의 큰 그림으로>
집단원들이 자신이 그린 그림과 빈 공간을 채운 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에
큰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파트마: 저는 이 큰 그림을 세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세상에 나도 무언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분홍색 폼폼 (털방울) 과 꽃, 초록색으로 색을 더하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한 알의 먼지처럼 아주 작은 존재일지라도,
어쩌면 무언가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시베: 세상은 불공평합니다.
이 큰 세상의 빈 공간에 정의를 나타내는 무언가를 넣고 싶었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것을 찾지 못해서 불공평함을 보여주기 위해 이 그림을 붙였습니다.
(성냥을 파는 가난한 소녀와 그 옆을 지나가면서도 소녀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부유한 사람들이 나오는 이야기책의 한 장면을 보여주며)
휘스누 : (밭에서 일하는 농부 그림을 보여주며):
저는 삶의 투쟁을 생각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투쟁 속에 있습니다.
성냥팔이 소녀는 거리에서 일하고 있고, 아이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저 남자는 밭에서 살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이겨낼 것입니다.
아이셰: 저는 이 큰 그림이 우리 집단을 나타내는 그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집단은 저에게 빛과 같은 존재입니다.
제가 붙인 그림처럼, 한 아이가 나이 든 여성에게 빛을 비춰주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 집단과 디렉터가 저에게 빛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이 집단에 참여하면서,
언젠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빛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 이어서 계속...
첫댓글 🧘🏼♀️
쾌청한 가을 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