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7화 백의의 천사, 그 이면의 치열한 세계
《⑤여행에서 돌아왔다》#260705 사는 게 어렵지 죽는 건 벌거 아니야
by여유시간
1시간전
중환자실에 며칠 머물다 보니, 전에는 보이지 않던 병동의 속살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 제게 간호사란 그저 '백의의 천사'라는 막연하고 평면적인 이미지였습니다. 아픈 곳을 돌봐주는 고마운 존재, 딱 그 정도였지요. 하지만 24시간 깨어 있는 병동의 시계 속에서 제가 본모습은 사뭇 달랐습니다.
그곳은 천국이 아니라, 지독하게 엄격하고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습니다. 간호사들 사이에도 명확한 서열과 역할이 존재했습니다. 지시를 내리는 베테랑의 목소리에는 날 선 책임감이 서려 있었고, 그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후배들의 몸짓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어떤 간호사는 하루 종일 잔뜩 굳은 표정이었고, 또 어떤 간호사는 선배의 눈치를 살피며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어느 날은 구석에서 몰래 눈물을 훔치는 젊은 간호사의 뒷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태움인가? 아마도 실수에 대한 자책이었거나, 감당하기 힘든 업무의 무게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응급 중환자 병동이라는 공간이 환자에게만 사투의 장소인 것이 아니라, 그곳을 지키는 의료진에게도 매 순간이 전쟁터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리는 흔히 의사와 간호사를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사람으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들도 매일같이 생사의 갈림길을 지켜보며 감정을 소모하고, 실수를 두려워하며, 사람의 죽음을 목도하는 연약한 인간일 뿐입니다. 그들에게 쌓이는 스트레스와 중압감이 오죽할까 싶었습니다.
침대에 누워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곳에 있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구나.’
환자는 병마와 싸우고, 의료진은 그 생명을 붙들기 위해 자신을 깎아내며 버티는 곳. 중환자실은 그렇게 수많은 이들의 인내와 눈물로 유지되는 기묘한 공간이었습니다.
- 브런치 작가 여유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