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것은 가짜다." 광안리해수욕장 입구에 걸린 문구다. 진짜가 되려면 달라야 한다는 뜻일까? 그 의미를 곱씹게끔 하는 표현이다. 물론 그래야지, 남들과 다르게…! 근데, 이게 말은 쉽지 실제로는 어렵다. 까다로운 입맛과 주머니 사정 등 고차방정식이 적용되는 외식업계라면 더 그렇다. 그런 측면에서 차별화되는 상차림으로 주목되는 두 곳을 살펴봤다. 50가지 반찬과 함께 지리산흑돼지를 무한리필해 준다. 가게는 얼마를 받아야 하며, 손님은 또 얼마나 먹어야 만족할까? 또 다른 곳은 횟집과 일식집의 미묘한 경계를 넘나들며 고도 숙성한 생선회를 내고 있다. 4일쯤 숙성한 광어, 줄가자미 선어회나 일주일 숙성한 고등어초절임. 흐물흐물해지지 않았느냐고? 그래서 고정관념을 깨는 상차림인 것이다.
지리산 흑돼지 '도니돈'
고깃집에 반찬이 무려 50가지 함양산 흑돼지 생고기 무한리필 우윳빛 국밥 여성 입맛에도 '딱'
상다리가 부러지는 줄 알았다. 부산도시철도 3호선 미남역 1번 출구 앞 지리산 흑돼지 전문점 '도니돈'. '지리산흑돼지정식'(1인분 1만 9천 원)을 주문했는데 먼저 50가지 반찬그릇이 식탁을 가득 메웠다.
나물과 장아찌, 김치류에다 맥주 안주에 걸맞은 주전부리들. 여기에 큼직한 동래파전을 부쳐 내왔다. 눈이 휘둥그레진다. 손님 입장에선 반찬 그릇을 비워서 쌓는 재미가 쏠쏠하다. 메뉴가 계절에 따라 바뀌니 상차림이 매일 같지는 않다고.
하지만, 고깃집에서 공짜 곁들이로 배부르자고 덤빌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서 고기는 어떤지 살폈다. 오호, 진짜 함양에서 가져오는 지리산 흑돼지 생고기다. 근데, 이걸 무한리필해 준다. 키우기 까다롭고 비싼 흑돼지 고기를 마구 내준다니 정말일까?
"처음엔 '부족하다고 하시면 더 드리겠다'고 시작한게 무한리필로 알려지는 바람에 그냥 그렇게 굳어졌어요."
도은경(25) 사장은 "부모님과 함께 셋이서 가게를 운영하니 인건비 부담이 적은 게 장점"이라고 했다. 그래서 무모하게 보이는 영업방침을 고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흑돼지정식'은 코스요리처럼 나온다. 생고기와 양념갈비를 순서대로 먹고 나면 밥과 된장찌개로 마무리한다. 별도로 흑돼지 돼지국밥을 주문할 수 있다. 흑돼지 한 마리를 통째로 가져오다 보니 부산물을 활용할 수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흑돼지 사골로만 육수를 끓여 내니 육수가 우윳빛깔이다. 잡뼈를 넣지 않고 끓여 뽀얗고 깔끔하게 만드는 돼지국밥의 최신 장르를 따르고 있으니 젊은 층, 여성들의 입맛에 맞는다.
오겹살, 목살, 양념갈비 같은 단품메뉴를 다른 고깃집처럼 취급하고 있지만 '흑돼지정식'이 유명해지는 바람에 지금은 '흑돼지정식' 비중이 커졌다고. 상차림 준비 때문에 최소 하루 전에 예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