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신군(春申君)은 비루한 남자이다. 그런데도
순경(荀卿)은 관직을 구하다가 스스로 폐해졌으니 그 또한 비루한 남자의 무리이다. 설사 그가
대모(玳瑁 바다거북) 비녀나 구슬 달린 신을 정말 뜬구름처럼
여기고 스스로 자신의 보배를 사랑했다면, 저 황헐(黃歇
춘신군) 같은 자가 어찌
내 눈앞에 있고 말고 할 것이 있겠는가. 어떤 사람은 “공자와 맹자가 제(齊)나라와 위(衛)나라 군주를 만났으니, 어찌 된 일인가.”라고 한다.
성현이 언제 스스로 구한 적이 있었는가. 뒤에 깨닫는 사람을 깨우쳐 주고 이 백성을 구제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생각했기 때문에, 될 만하다고
판단되면 나아가고 안 되겠다고 판단되면 물러났던 것이다. 진퇴와 언어가 화락한 군자답게 명쾌하여 전적으로
선(善)을 다른 사람과 함께한다는 뜻이었다.순경의 저서를 보면 죄다 재주를 보여 주고 싶어서
안달하는 마음을 참지 못하고 기이한 변론으로 스스로 고상한 척했으니, 단지 순우곤(淳于髡)이나 공손연(公孫衍)이 성현에게서 겉모습만 빌린 것일
뿐이다. 정자와 주자 이전에는 모두 맹가(孟軻)와 순경을 나란히 비슷하게 평가했으니, 그런 시대가 긴 밤 같았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