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S(국가직무능력표준)와 능력 중심 사회④ : 연공 서열 파괴
능력 중심 인사문화 구축·맞춤형 솔루션 개발 송하식 NCS 전문가 | ilyo@ilyoseoul.co.
정년 연장 때맞춰 성과 연봉제 ·직급 간소화 추진
후배가 팀장, 선배가 팀원…서열 뒤바뀜 일반화
최근 기존에 있던 직급을 줄이고 능력에 따라 직책을 맡기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팀장은 후배가, 팀원은 선배가 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먼저 유통업계가 직급 간소화를 통해 조직문화를 고쳐나가고 있다. 롯데그룹은 사원부터 부장까지 6단계였던 직급을 4단계로 줄였다. 롯데백화점은 상품본부를 중심으로 본부장-부문장-상품기획 (MD)팀장-선임상품기획자(CMD)-상품기획자(MD) 중 관리자인 MD팀장을 없앴다. 신세계 그룹도 기존 6단계를 팀장과 파트너 2단계로 단순화했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사원-주임-대리-과장-부장-수석부장이었던 6단계 직급 체계를 4단계로 단축했다. 부장 5년차 이상과 수석부장은 1단계, 과장 5년차부터 부장 4년차는 2단계다. 1단계 팀장 호칭만을 빼고 2~4단계 직원의 호칭은 모두 파트너로 통일했다. 정년 60세 연장과 함께 때맞춰 내놓은 인사제도 개편이니만치 연공서열 파괴와 인사적체 해소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전 임직원 사내 호칭을 직급으로 부르지 않고 ‘XX님’으로 부르고 있다.
대기업 그룹 계열사들도 직급을 대폭 줄이는 추세다. 삼성그룹은 계열사, 직무별로 다른 직급제도를 직무 중심으로 바꿔 조직효율성과 업무성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의 5단계 직급체계를 ‘사원-선임-책임-수석’ 4단계로 축소키로 하고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10년 전부터 연구개발(R&D)과 엔지니어, 디자인 직군은 ‘사원-선임-책임-수석’ 등 4단계 직급체계를 사용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들도 직급 대폭 축소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에피스는 이달 초 대리와 과장, 차장, 부장 같은 기존 직급 대신 각각 프로와 담당으로 호칭을 바꿨다. 삼성생명도 이달 말부터 5단계 직급(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을 4단계(사원-선임-책임-수석)로 단순화한다. 삼성화재는 2012년 금융계열사 최초로 ‘선임-책임-수석' 3단계 직급체계를 도입했다.
직급체계의 단계를 줄이는 가장 큰 이유는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기존에는 차장, 부장, 임원으로 이어지는 승인 절차를 모두 거쳐야 했지만 단계를 줄여 의사결정이 더욱 빨라진다. 또 다른 이유는 연차에 따른 연공서열보다는 능력 중심의 직무에 무게가 더 실리는 것도 기업 환경 측면에서 유리하다. 이는 성과연봉제 확대와 인사적체 해소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LG전자도 연공서열 위주의 직급체계를 업무 중심으로 전환하고 인사평가 방식을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있다. 사회 통념에 따라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 기존 직급은 유지되지만 파트장, 팀장 등 직책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함으로써 직급 의미는 사라졌다. 과장도 성과가 우수하면 팀장이 될 수 있고, 차장이나 부장이 팀원도 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인사평가 시 지금까지는 일정 비율을 정해 S, A, B, C, D등급을 줬지만 앞으로는 S와 D를 제외한 나머지 등급은 절대평가로 바꾼다. 개개인의 업무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 전체 팀원의 절반에게 A를 줄 수도 있고 C만 줄 수도 있다.
우수 영업직원들 몰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점 영업 직원의 개인 사무실을 연공서열에 따라 제공하지 않는다. 매년 성과 평가를 통해 직급에 관계없이 대·중·소로 나눠 개인 사무실을 준다. 나머지 직원은 여럿이 함께 쓰는 사무실에 배치한다. 이를테면 부장급 직원이 달랑 책상 하나만 놓고 근무하는데 비해 30대 중반의 차장급 직원은 지점에서 가장 큰 사무실을 쓰기도 한다.
업계 8위인 증권사 메리츠종금증권이 지난해 업계 최상위권의 영업이익(4501억원)을 낸 것은 철저한 성과주의와 파격적인 승진체계가 뒷받침이 됐다는 평가다. 이 회사는 철저한 성과주의임금제를 실시하고 있다. 연봉계약직(1044명) 비율이 76.4%로 정규직(23.5%)보다 높다. 연봉계약직은 고정급은 적고 성과급이 많다. 이 같은 연공서열 파괴와 높은 보상체계 덕분에 우수한 영업직원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발 벗고 나선 정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제계 관계자, 근로자 대표 및 인사관리 전문가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능력중심 인사문화 확산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장관은 노동개혁 현장 실천 4대 핵심과제 가운데 하나인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구축’에 대한 이해와 실천을 유도하기 위해 일선 현장으로 나선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노사가 자율적인 상생고용 및 능력 중심 인력 운영에 동참하도록 임금·단체협상 때 적극 지도하고 있다. 경총은 능력과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확산하기 위해 경영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전국 설명회 및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현재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실시 중인 NCS 기반 능력중심 채용을 민간기업에서도 도입할 수 있도록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 제공하고 있다.
공공기관 연공서열 철밥통 깨져
정부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에 이어 성과연봉제를 확대하면서 연공서열이 파괴되고 있다.
그간 공공기관의 1~2급 간부직에게만 적용했던 성과연봉제를 올해부터 4급 이상 일반 직원에게도 적용한다. 공공기관의 경우 직급이 1~5급으로 구성돼 있으므로 적용 범위가 70%로 대폭 늘어 전체 직원 18만 7000여 명 가운데 12만여 명이 성과연봉을 받게 된다.
정부는 최근 성과연봉제를 최하위 직급(5급)을 제외한 모든 직급까지 확대하고 30개 공기업은 올해 상반기까지, 86개 준정부기관은 올해 말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확정했다.
이는 내부 경쟁이 부족하고 조직·보수 체계가 동기 유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공공기관에 경쟁구조 도입을 통해 근무 연수와 자동 승급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개선 해고자 하기 위함이다. 정부는 현재 공공기관의 생산성이 여전히 민간기업의 70~80%에 머물러 결국 업무 비효율은 국민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공정인사의 기준 마련
연공서열 파괴는 연차에 따라 차면 팀장 같은 보직을 줘야 할 필요가 없어 인사 적체가 생기지 않고 우수 인재도 일찍 발탁할 수 있다. 또 직급체계가 짧아지면서 의사결정이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책임감이 강화된다.
하지만 연공서열 파괴의 후유증과 부작용을 줄이려면 먼저 공정인사, 공정보상, 적재적소 인력배치의 원칙 등이 정립돼야 한다. NCS는 국가가 산업부문별 수준별로 직무능력을 표준화한 것으로 기업은 이를 활용해 채용·배치·승진·보상의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 NCS는 회사에는 ‘직원 평가 기준’으로, 직원에게는 ‘개인의 능력 설명서’로 각각 활용이 가능한 산업 현장의 직무지침서다.
<송하식 NCS 기업활용 컨설팅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