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떠나 보내고 ......
- 신명희(평택교회) -
이 글을 쓰게 되기까지 제 마음에 갈등도 많았지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쓰게 된 것은 구원받은 자매들이 저같이 어리석은 신앙생활을 하는 분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저는 주님 영접한 후 평택교회에서 모임생활한지 14년 된 중년의 자매입니다.
지난 4월 29일 저는 제 목숨이나 다름없는 제 남편을 먼저 주님께 떠나보냈습니다.
평소 아침과 다름없이 일어나 출근 준비차 욕실로 들어간 남편이 쿵하는 소리와 함께 넘어져, 정신없이 달려가 일으키니 이미 의식이 없었습니다. 급하게 119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가니 이미 운명했다는 의사의 말에 저는 너무 기가막혀 울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지만 사실이었습니다.
제가 어떻게 남편 시신과 함께 집에 돌아왔는지 그것은 제 기억이 없습니다. 저희 남편의 머리를 세 부류에서 생각난 것은 저의 남편을 주님께 빼앗겼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내 사랑, 내 생명, 내 즐거움, 내 모든 것을 주님께 송두리채 빼았겼다는 생각이 미치자 저는 주님 앞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경황 중에도 예전에 읽은 적이 있는 랍비의 아내 생각이 났습니다. 랍비가 외출 중에 아이가 죽자 그 아내가 남편에게 어찌 알릴까 고민하다가 랍비가 돌아오자 "주인이 우리에게 어떤 물건을 맡겼는데 이제 주인이 돌아와 돌려달라 하니 어찌할까요?" 하니 랍비가 당연히 돌려줘야 한다고 하는 말을 듣고 비로소 아이의 시신을 보여주었다는 얘기 생각이 났습니다.
저에게도 주님께서 좋은 남편을 주셔서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그로인해 행복했다가 이제 주인되시는 주님이 그를 다시 취해 데려가셨다고 생각하니 슬픔 중에도 위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육신의 가족들의 애통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주님의 도우심으로 성도들의 사랑과 격려의 말씀과 위로로 무사히 장례식까지 치를 수 있었습니다.
자, 이제부터 제 부끄러운 간증을 시작하렵니다.
저는 본디 주님을 알려고도 않고 관심도 없는 자이었는데 서대문 교회에 있는 김연태 자매의 오랜 기도 끝에 구원받은 사람입니다. 그 자매와는 국민학교 때부터 친구로서 제 결혼 전에도 끊임없이 주님을 제게 알려줬는데 저는 듣기는 커녕 오히려 믿는 그 친구에게 조롱하며 놀리곤 했을 정도로 못된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결혼 후 5년 쯤 됐을까?
그 친구가 저의 집에 찾아와 며칠 묶으면서 교회로 인도하려고 했을 때 그 친구의 엎드려 기도하는 모습에 마음이 감동되어 교회에 가게 되었습니다. 교회에 발을 디딘 후에도 얼른 주님을 영접치 못하고 여러 형제님들과의 말씀 교제 끝에 주님을 내 구주로 영접하고 구원받게 되었습니다.
이듬해에는 제 남편도 구원받고 모임의 한 지체가 되었습니다.
제 남편은 원래 세상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마음이 온유한 사람입니다. 항상 웃는 얼굴의 인상좋은 사람이었습니다.
8남매의 장남으로 시골에 부모님이 생존해 계셔서 신경 쓸 일도 많았고 항상 바쁜 직장생활에 쫓겨 모임 생활을 제대로 못했습니다. 저는 성격이 불같이 급해서 확 변화된 모습을 남편에게서 보기 를 원했지만 그는 원래 내성적이고 표현을 제대로 안하는 사람이라서 믿은 후의 삶도 평온 그 자체였습니다. 그것 때문에 저는 주님 앞에 그의 성격과 환경을 바꿔달라는 기도를 많이 했지만 주님이 더디 들어주시므로 이제는 제가 낙담하기 시작했습니다.
구원받은 후 뜨겁게 주님 사랑하던 마음도 차츰 식어지고 성도들에 대한 관심도 적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에 반해 세상 사랑하는 마음이 점차 커져 갔습니다.
지난 92년 9월 13일 추석 이튿날 시골 본가 바깥 마당에서 남편이 한번 쓰러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다행히 곧바로 일어나 정신을 차렸지만 그 일이 있은 후 저는 남편에게 병적으로 집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이라는 생각에서였는지 저의 남편을 향한 마음은 걷잡을 수 없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원래부터도 주위 사람들에게 정다운 부부라고 소문이 날 정도로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습니다. 여느 부부 가 서로 사랑하지 않을까마는 저희 둘은 친구 자매들에게도 유별나다는 소릴 들을 정도로 항상 같이 다니고 심지어는 출장차 서울 본사에 갈 때에도 동행할 정도였습니다.
저는 남편이 없으면 한 시간도 못살줄 알고 그가 없으면 해도 달도 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할 정도로 그를 사랑했습니다.
그것이 결정적으로 주님 앞에서 제 잘못이었습니다.
첫번째 졸도 후 얼마 후 서울로 출근하던 남편이 고속도로에서 자동차 추돌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때도 차만 부숴지고 남편은 무사 했습니다. 이런 사고들이 연달아 일어날 때 저는 얼른 저를 향한 주님의 채찍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미련한 저는 점점 더 남편에게 매달리며 내 모든 신경을 그에게 집중시키고 살았습니다. 저의 마음 속에는 남편 사랑하는 마음으로 꽉차 있어서 저의 마음에 주님이 계실 자리가 없었습니다.
이제 남편을 떠나 보낸 후에야 비로소 뜨거운 후회의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원래 구원받은 직후에 제 은사를 알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구제하며 봉사하는 일에 열심이었는데 세월이 가면서 점점 은사 활용을 안하고 세상적인 것에 빠져들게 되면서 성도들의 사정에 무관심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서신 왕래하며 친밀히 지냈던 형제님 가족이 선교차 베트남으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들을 위해 격려의 편지, 헌금 한번 안하고 기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평소 제가 존경했던 형제님의 자매가 몸져 누워있다는 소식을 오래 전에 들었어도 건성으로 “안됐다" 하는 말만 했지 그 자매님을 찾아뵙지도 않고 기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희 모임에는 혼자된 자매님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들을 보며 그저 입으로만 "딱하다" 했지 진정으로 가슴으로 사랑하지도 않고 돌보지도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건성이었습니다. 이런 저를 보며 우리 주님이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요?
예전에 어느 형제님 말씀 교제 중에 우리가 잘못하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럼 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일까요?
남편이 저를 사랑하고 부족한 것 없이 편안하게 안락하게 행복하게 해주니까 저는 남편만을 섬기며 주님은 섬기지 않 았습니다. 이제 남편을 주님께 보낸 후 ‘주 예수 보다 더 귀한 것은 없네' 찬송가를 부르며 뜨거운 눈물을 펑펑 쏟았습니다.
그전에는 입으로는 “주 예수 보다 더 귀한 것은 없네"를 부르면서도 마음으로는 "귀한 것은 있네"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없네가 실감되면서 비로소 그 찬송이 정말로 제 찬송이 되었습니다.
세상 부귀, 세상 명예, 세상 행복, 세상 즐거움, 세상 자랑이 다 남편에게서 왔는데 남편하나 빼앗기고 나니 제게는 남는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제가 어리석게도 저의 소유라고 생각하며 벌벌 떨고 꽉 움켜쥐고 있던 소중한 것을 주님은 야멸차게 빼앗아가셨습니다. 제 스스로 세상적인 것을 놓지 못하니까 빼앗아가셨나 봅니다.
제가 후회할 틈도 안 주시고 눈물로 용서를 빌며 사정할 틈도 안 주시고 그대로 두면 제가 더 망가질까 걱정을 하셨는지 인정사정 없이 제게서 떼내어 가셨습니다.
욥기 9장 12절에 “주께서 빼앗으시면 막을 자가 없고 무엇을 하시나이까 물을 수도 없다"는 말씀대로 허망하게 제 모 든 것되는 남편을 주께 빼앗기고 왜 그러셨느냐? 고 물을 수도 없습니다. 그 답은 제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후회 밖에 없습니다.
남편의 영적 강건함을 위해 기도하지 못하고 육신의 건강만을 염려하여 전전 긍긍하며 육신만 건강하면 제 옆에 오래 있어 줄줄 알았던 미련한 여자가 바로 저입니다. 주님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데려가실 수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해보지 않았습니다.
이제 한가지 주님께 감사드리는 것은 제 남편을 데려가실 때 고통없이 순식간에 데려가신 것을 감사드립니다. 제가 목숨처럼 사랑하는 그가 고통받는 것을 보면서 제가 괴로워할까봐 주님이 그렇게 편안하게 자는 것처럼 데려가 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또 한가지 제게 인생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우쳐 주신 점도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제 남편이 평소에 몸이 약하다거나 지병이 있어서 고생하다가 주님께 갔다면 안 그럴텐데 너무나도 건강하고 건장한 체격을 가진 그가 순간적인 심장 발작으로 주님께 가는 것을 보면서 정말 산다는 것이 허무하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말씀에 하루살이에게도 눌려죽을 인생, 아침에 있다가 없어지는 안개 같은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숱하게 읽고 들으 면서도 깨닫지 못하다가 직접 보고 겪으니 정말 실감이 났습니다. 이 땅에 미련을 두지 말고 착념치 말라는 주님의 교훈으로 생각됩니다.
이제 비내리는 날 우산이 되어 우리 세 식구 보호하던 그가 떠난 후 바람맞이에 나와 서 있는 기분입니다. 이제 제게는 주님 밖에 없습니다. 제 소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주님 앞에 감히 보호 해 달라고 말할 수 있는 자격도 없지만 위로의 주님이 저를 위로해 주시고 권능의 주님이 저를 지켜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제 이 지면을 통해 제 남편 장례 때 도와주신 가까운 지역교회 수부, 수정, 송탄, 남사, 수원중부, 오산교회 형제 자매님들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못먹고 누워 있을 때 찾아와 위로해 준 고마운 친구 자매들, 제가 적적할까봐 저희 집에 와서 밤늦게까지 교제 해 주는 자매들, 당분간 불편함을 참으며 저희 집에 와서 저와 함께 생활해 주는 사랑하는 자매가 있습니다. 제 건강을 염려해 주며, 주사 놔주고, 죽 쒀주고, 토마토 갈아 입 에까지 대주는 사랑하는 자매, 틈만나면 제게 와서 위로해 주며 일을 거들어주는 육신적으로도 동서되는 자매가 있습니다. 교회에 가면 말은 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위로해 주는 형제님들이 있습니다.
위로의 주님이 이분들을 통해서 항상 제 옆에서 위로해 주고 지켜주십니다. 이분들이 있기에 제가 힘을 얻고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제 이분들께 어떻게 갚을 힘이 없지만 모든 것을 아시는 우리 주님이 배나 갚아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제 주님이 저를 부르시는 날까지 남은 생애를 더 이상 후회없는 삶을 살아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날이 오면 다시 사랑했던 남편을 만나리라 생각하며 그가 내려놓은 십자가 제가 대신지고 주님 앞에 설 때에 결코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제게 쏟아부어지는 주님의 사랑을 느끼며 주님 안에서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