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들
- 익숙함과 소중함의 경계선을 찾아서
매일 아침 나를 깨워주는 엄마의 잔소리, 거리를 걷다 보면 보이는 푸른 하늘,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까지도 당연시 여기며 살아가는 우리.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며 살아가기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익숙해져 버린 삶 때문에 사소함에 넘어가 버린 걸지도 모른다. 사소함은 소중함을 무너뜨렸고 온전히 나에게 전달되었다. 이렇게 무뎌져버린 소중함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또 다른 무딤을 만든다.
먼저 가족이 존재한다는 것, 태어나서부터 현재까지도 함께 하기에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사실이다. 가족은 남이 아니라는 생각 탓인지 집 밖에서의 나의 행동과 집 안에서의 행동이 다를 때가 종종 있다. 행동 하나하나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말 한 번 하는 데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바깥에서의 '나'와 달리 집 안에서의 '나'는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주기도 한다. 과거를 떠올려보면 나는 초, 중학교 시절 엄마가 하는 말의 반대로 행동하고 싶어 하는 청개구리 시절을 살았고 "싫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래서 종종 다투고 삐지는 일이 다반사여서 서로에게 짜증을 품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슬픔과 화남 등 복합적인 감정을 나에게 매달은 채 집에 돌아온 날이었다. 이날도 어김없이 가족들은 나를 반겨주었다. 하지만 나는 감정을 스스로 다스릴 줄 몰랐고 모든 걸 다 무시한 채 방으로 들어갔다. 나 홀로 방에 있으니 부정적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엉켜버렸고 해답을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하염없이 흘렀다. 그때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직감적으로 엄마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 엄마는 잠시 방문 앞에서 주춤하는 듯하더니 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 그대로 멈춰 있었고 엄마는 조용히 내 옆에 앉았다. 그 순간 엄마는 나에게 딱 한 마디를 해주었다. "힘든 일이 닥쳤을 때는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너를 헤아려줘라." 혼란스러웠던 나에게 그 말 한마디가 깨달음을 얻게 했고 나를 옥죄고 있던 감정들이 서서히 나에게서 멀어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정말 큰 힘이 되는구나. 모든 감정들을 맞으면서 굳건히 버티고 있지 않아도 되는구나. 어떨 때는 내가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어 주고 어떨 때는 버팀목에 기대면서 살아 가는 게 인생이구나. 나의 해답을 찾은 뒤에야 비로소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앞으로 나의 빈자리를 메워 줄 존재가 생겼다는 생각에 든든했다. 가족은 남이 아니기에 더 소중히 대해야 하는 것인데 너무 사소해져서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었다.
코로나가 전 세계를 패닉 상태로 빠뜨린 시기, 나는 또 하나의 소중함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일상의 소중함이다. 우리가 평상시에는 당연하게 느끼고 해왔던 것들을 못 하게 되고 갑자기 삶을 통제당하자 나는 내 안의 자유를 빼앗긴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어디를 가든 내 앞에 마스크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점점 나를 성가시게 했다. 걷는 것만으로도 답답했고 적응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그렇게 자유를 누렸던 시기를 점점 잊어갔고 코로나에 지배당하고 말았다. 그제야 비로소 우리가 평소에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았는지 알게 되었다. 우리가 매일 대화를 하며 웃으면서 보냈던 시간들이 집에서 홀로 있는 시간으로 변했고 마스크에 반쯤 가려진 얼굴이 익숙해졌다. 일상이 나름대로 다시 익숙해져 갈 즘 드디어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되었고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고 떠들 수 있게 되었다. 마스크에 숨겨졌던 표정이 드러나니 감정들이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만 같았고 내 얼굴엔 미소가 피었다. 당연하게 누려왔던 우리 일상이 이렇게 소중했던 것이였을까?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나에겐 잊지 못할 경험이 되었고 삶의 가치를 고민해보는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낀다. 그중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몇 가지나 될까? 사람마다 가짓수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천차만별일 것이다. 만일 없다고 생각한다면 아직 고민을 안 해보고 말로 꺼내보지 않아서 그렇지 마음속 깊이 자기의 소중함이 존재할 것이다. 소중함은 행복이 되고 삶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원동력이 된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우리의 삶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고 익숙함에 가려진 소중함이 존재할 뿐이었다. 우리는 행운을 얻기 위해 풀숲을 뒤지며 세잎클로버를 외면한 채 네잎클로버를 찾고자 한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 행복을 무시해버리고 등한시한다면 과연 그게 우리에게 가치 있는 일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행복들을 짓밟은 채 행운을 쟁취하면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소중함의 가치를 찬찬히 살펴봐라.
다시는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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