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향관편(四時香館編)
역(易)
○ 정(貞)이란, 원(元)의 근본이다. 주공(周公)이 이르기를, “겨울 날씨가 꽁꽁 얼어붙지 않으면, 봄과 여름에 초목이 무성하게 자라지 않는다.” 하였으니, 건괘(乾卦)의 정고(貞固)에 대하여 충분히 발명한 말이라고 하겠다.
○ 소평(邵平), 동공(董公), 사호(四皓), 노(魯)나라의 양생(兩生) 같은 자들이 있어 사류들이 진(秦)나라 때문에 천대받지 않았으며, 복생(伏生), 부구백(浮丘伯) 같은 자들이 있어 경(經)이 진나라 때문에 없어지지 않았으며, 만석군(萬石君)과 같은 가문이 있어 풍습이 진나라 때문에 무너지지 않았다. 이는 박괘(剝卦)의 끝에 “큰 과일은 먹히지 않는다.” 하였으니, 음(陰)이 양(陽)을 소멸시킬 수 없다는 뜻이다.
○ 중(中), 용(庸), 성(誠), 경(敬)은 본래 건괘(乾卦)와 곤괘(坤卦)에도 그 이치를 갖추고 있다. 건괘 구이(九二)의 문언(文言)에 이르기를, “용(龍)의 덕을 갖추고서 정(正)하고 중(中)한 자이니, 평상시의 말[庸言]을 미덥게 하며 평상시의 행동[庸行]을 삼가서, 간사함을 막고 성(誠)을 보존한다.” 하였고, 곤괘 육이(六二)의 문언에 이르기를, “경(敬)으로써 내면을 곧게 한다.” 하였다.
○ 위상(魏相)이 《역(易)》으로 한(漢)나라의 정승이 되어 역의 음양(陰陽) 내용을 취해 상소를 올렸지만 환관(宦官)과 외척(外戚)의 불씨를 막지 못하였으니, 쇠고동목으로 묶어 둔다는 경계를 알지 못한 것이다. 광형(匡衡)이 《시경(詩經)》으로 한나라의 정승이 되어 관저(關雎)의 의리를 진달하였지만 엄시(奄寺)의 사악함을 저지하지 못하였으니, 혼탁한 자들이 공손하지 않다는 경계를 몰랐던 것이다. 이들이 비록 경술에는 밝았으나 무슨 보탬이 되었는가.
○ 환담(桓譚)의 《신론(新論)》에 이르기를, “《연산역(連山易)》은 8만 자이고, 《귀장역(歸藏易)》은 4300자이니, 하역(夏易)은 상세하고 은역(殷易)은 간략하다.” 하였다.
○ 정괘(井卦)의 구삼(九三)에 대해 형국공(荊國公) 왕안석(王安石)이 해석하기를, “왕(王)이 현명하기를 구하는 것은, 공자(孔子)가 이른바 ‘남들이 구하는 것과는 다르다’라는 것과 같은 것이다. 군자는 임금에 대하여 구하지 않는 것으로 구하고, 백성에 대해서는 취하지 않는 것으로 취하고, 하늘에 대해서는 빌지 않는 것으로 빌고, 명(命)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 정괘의 도는 구하는 것이 없는 것이니, 구하지 않는 것으로 구할 뿐이다.” 하였다.
○ 거북은 신령스러워 등이 태워지고, 꿩은 무늬가 화려하여 깃대 끝에 꽂힌다. 그러므로 비단옷을 입은 위에다 경의(褧衣)를 입는 것이다. 향기로운 난초는 꺾이게 되고 강한 옥돌은 잘리게 된다. 그러므로 행동은 높게 하되 말은 겸손하게 해야 한다. 이것이 백비(白賁)와 소리(素履)가 허물이 없게 된 이유이다.
○ 《연산역》의 처음은 간(艮)에서 시작한다. 간은 만물의 시작과 끝이다. 팔풍(八風)은 부주(不周)에서 시작하고 괘기(卦氣)는 중부(中孚)에서 시작한다. 동지(冬至)가 역(曆)의 원초가 되고 황종(黃鍾)이 율(律)의 근본이 된다. 북방은 끝나는 음(陰)이면서 시작하는 양(陽)인 까닭에 삭방(朔方)이라고 한다. 《태현경(太玄經)》에는 해를 우수(牛宿)와 나란히 놓았고 기(氣)를 중수(中首)에 기재하였으며, 망명(罔冥)을 무간(无艮)이 만물의 처음과 끝이 되는 것으로 삼았다. 만물은 건갑(乾甲)에서 시(始)를 이루고 곤계(坤癸)에서 종(終)을 이룬다. 간(艮)은 동북이니 이는 갑계(甲癸)의 사이인바, 《의경(醫經)》에, “한 해 동안의 음양(陰陽)이 승강(昇降)하다가 입춘(立春)에 모이고, 하루 동안의 음양이 혼효(昏曉)로 나뉘었다가 간시(艮時)에 모인다.” 하였는데, 이 해설이 역(易)과 서로 부합한다.
○ 정자(程子)가 역(易)에 대하여 말하기를, “대의를 파악하면 상(象)과 수(數)는 그 가운데 있는 것이다.” 하였는데, 주자(朱子)는, “먼저 상(象)과 수(數)를 보아야만 그 이치를 말할 수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일에 실증(實證)이 없으니, 실상이 없는 이치는 쉽게 어긋난다.” 하였다. 안연지(顔延之)가 이르기를, “마융(馬融)과 육적(陸績)은 상(象)과 수(數)를 사물에서 취하였고, 순상(荀爽)과 왕필(王弼)은 바른 종지(宗旨)를 들어 마음에서 얻었다. 당(唐)나라의 고승(高僧) 일행(一行)은 수(數)에는 밝았지만 그 대의(大義)를 알지 못하였고, 관노(管輅)는 상(象)에는 밝았지만 그 이치를 통달하지 못하였다.” 하였다.
○ 계사 상전(繫辭上傳)의 일곱 효(爻)는 중부괘(中孚卦)의 ‘우는 학(鶴)이 음지(陰地)에 있다[鳴鶴在陰]’에서 시작하였고, 계사 하전의 열한 효(爻)는 함괘(咸卦)의 ‘마음을 질정하지 못하고 왕래한다[憧憧徃來]’에서 시작하였다.
○ 소자(邵子)가 이르기를, “천지(天地)의 기운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면 정치(政治)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면 정치가 혼란해진다. 난리가 오래되면 다시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른다. 장문요(張文饒 문요는 송나라 장행성(張行成)의 자)가 이르기를, ‘선천도(先天圖)는 태괘(泰卦)에서부터 고괘(蠱卦)를 지나 비괘(否卦)에 이르고, 비괘(否卦)에서부터 수괘(隨卦)를 지나 태괘(泰卦)에 이른다.’ 하였으니, 이는 남북(南北)의 운수(運數)인 것이다.” 하였다.
○ 우재(迂齋 송나라 누방(樓昉)의 호)가 이르기를, “복희(伏羲)가 역(易)을 제작하기 전에도 천하의 인심이 역이 아닌 것이 없었으며, 복희가 역(易)을 제작하고 난 후에도 천하의 모든 일이 역이 아닌 것이 없다.” 하였다.
○ 함괘(咸卦)의 함(咸) 자는 감(感) 자에 심(心) 자가 없는 것이니 감동하되 마음을 비우는 것이고, 태괘(兌卦)의 태(兌) 자는 열(說) 자에 언(言) 자가 없는 것이니 기뻐하되 성실한 것이다.
○ 선갑삼일(先甲三日)과 선경삼일(先庚三日)은 모두 명령을 신칙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유독 갑(甲)과 경(庚)을 취한 것은, 갑은 목(木)으로 인(仁)을 주로 하니 명령을 너그럽게 한다는 뜻을 보여 주는 것이며, 경은 금(金)으로 의(義)를 주로 하니 명령을 엄격하게 한다는 뜻을 보여 주는 것이다.
○ 몽괘(蒙卦)의 초효에 ‘개발한다’ 하였고 가인괘(家人卦)의 초효에 ‘방한(防閑)한다’ 하였는데, 《안씨가훈(顔氏家訓)》에, “아이는 어렸을 때 가르쳐야 하고, 부인(婦人)은 처음 왔을 때 가르쳐야 한다.” 하였다.
易
貞者。元之本。周公曰。冬日之閉凍也不固。則春夏之長草木也不茂。可以發明貞固之說。召平董公四皓魯兩生之流。士不以秦而賤也。伏生浮丘伯之徒。經不以秦而亡也。萬石君家。俗不以秦而壞也。剝之終曰。碩果不食。陽非陰之所能剝。中庸誠敬。自有乾坤。卽具此理。乾九二。言龍德正中。庸言之信。庸行之謹。閉邪存其誠。坤六二。言敬以直內。魏尙。以易相漢。能上陰陽之奏。而不能防宦戚之萌。不知繫于金柅之戒也。匡衡。以詩相漢。能陳關雎之義。而不能止奄寺之惡。不知昬椓靡共之戒也。經術雖明。奚益焉。桓譚新論云。連山八萬言。歸藏四千三百言。夏易詳而殷易簡。井之九三。荊公解云。求王明。孔子所謂異乎人之求也。君子之於君也。以不求求之。其於民也。以不取取之。其於天也。以不禱禱之。其於命也。以不知知之。井之道。無求也。以不求求之而已。龜霛而焦。雉文而翳。是以。衣錦尙褧。蘭薰而摧。玉剛而折。是以。危行言孫。此白賁素履所以无咎。連山首艮。艮。萬物之所終始也。八風始於不周。卦氣始於中孚。冬至爲曆元。黃鍾爲律本。北方終陰而始陽故。謂之朔方。太玄。配日於牛宿。紀氣於中首。而以罔冥爲无艮之終始萬物也。萬物成始乾甲。成終坤癸。艮東北。是甲癸之間。醫經。一歲陰陽升降。會於立春。一日陰陽昏曉。會於艮時。此說與易合。程子言易。謂得其義則象數在其中。朱子以爲先見象數。方說得理。不然事無實證。則虛理易差。顔延之曰。馬陸得其象數。取之於物。荀王擧其正宗。得之於心。一行明數而不知其義。管輅明象而不通其理。
上繫七爻。起於中孚鳴鶴在陰。下繫十一爻。起於咸憧憧往來。邵子曰。天地之氣運。而北而南則治。南而北則亂。亂久則復北而南矣。張文饒謂先天圖。自泰歷蠱而至否。自否歷隨而至泰。卽南北之運數也。迂齋謂。伏羲未作易之前。天下之人心。無非易。伏羲旣作易之後。天下之萬事。無非易。咸之感無心。感以虗也。兌之說無言。說以誠也。先甲三日。先庚三日。皆爲申命令之義。獨取甲庚者。以甲木主仁。示其寬令也。庚金主義。示其嚴令也。蒙之初曰發。家人之初曰閑。顔氏家訓。謂敎兒嬰孩。敎婦初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