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해변에서 /박유빈( 2000년생)
눈이 간지러워서
해변으로 갓다
화창한 날씨
눈부신 바다
환한
사람들
수평선만큼 기복없는 감정
너무 밝다
해변을 산책하던 나는
반짝이는 모래알 사이에서 보았다
그것은 눈알
실금없이 깨끗한 눈알
바다에서 떠밀려온 유리병도 아니고
피서객이 흘리고 간 유리 구슬도 아니었다
파도가 칠 때마다 움찔거리는 그것은
오점 없이 깨끗한 눈알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햇살에 인상을 찌푸리지 않아도 괜찮았다
이제 화창하지 않았다
내가 만든 그늘서 눈알은
부릅뜨기 좋은 상태
그러나 내 뒤를 사람들이 지나갈 때
눈알은 움찔 거렸다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을까
해초처럼 누워서 왔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유언일지도 모르고
그때 배운 것 같다
사랑하지 않고 빠져죽는 마음
떠오른다
어떤 이의 어리숙한 얼굴
꼭 죽을 것만 같았던 사람
아니 그것은 죽은 것
혹은 벗어놓은 것
떠밀려온 것
유유자적
흘러온 것
눈알은 하나뿐이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누구를 위한 눈물인지 알수 없다
다만 걱정될 뿐이다
메마른 것 같다
언젠가는
미끈한 눈웃음 짓던
사람을 사랑한 고래가 그랬듯이
모래사장을 맨발로 걷다보면
무언가 밟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
세상에 막 내던져진
작은 눈빛
오늘은
어느 때보다 화창한 날
어디에도 흘린 곳 하나 없다
너무 밝다
최선을 다해
기지개 켜는
눈알의 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