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까지 24기 황무선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국화 옆에서’ 서정주 시인은 한 편의 시를 완성하기 위해 수많은 담금질의 시간 속에서 진통의 아픔을 감내한다. 어린 시절 향기로운 소나무 군락지인 고향 월송의 작은 방에서 세계문학전집을 벗삼아 공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행복했다.
오랜 기간 근무한 KT에서 정년퇴직이 다가올 무렵 왠지 모를 불안한 마음과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허우적거렸다. 두근두근 새롭게 시작하는 미래를 떠올리며 흥분된 심리상태가 온 뇌리를 잠식했다. 가정을 위해 헌신하고 최선을 다한 생활에서 벗어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자고 다짐했다. 4년 동안 타지인 안동에서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상을 향해 꿈꾸는 오작교가 되었다.
점심시간에는 가까운 안동도서관에서 습관처럼 몇 권의 책을 빌려 TV가 없는 공허한 사택에 우두커니 홀로 앉아 고독한 독서로 영웅이 되어 보는 취미가 유일한 낙이었다. 간혹 기와집을 몇 채씩 지으며 불현듯 떠오른 생각은 방송대 국문학과에 입학하여 마음속에 깃든 문학의 보물찾기를 즐기자는 당찬 포부를 결심했다. “인생을 잘 사는 것이 예술이다”에 공감하며 유년 시절 독서를 즐기고 재능 있는 글쓰기를 좋아한 것이 메아리가 되어 자신감으로 작용했기 때문일까?
방송대 국문학과에 입학하여 4년간 체계적으로 공부하여 소망하는 글쓰기를 하겠다는 무언의 용기가 온몸에 불타올랐다. 아등바등 붙들었던 성실한 직장생활은 윤택한 생활로 이어졌고 자녀들도 잘 성장하여 대견했고 시어머니께 용돈을 드릴 수 있는 여유가 좋았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니 가슴 한 켠에 배움에 대한 목마름이 반짝이는 햇살이 되어 고개를 쑥 내밀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던가? 가족에게 방송대 국문학과에 등록한다는 일방적인 통보와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입학원서를 야무지게 제출한 후 절반의 꿈을 이루었다고 합리화했다. 지적 호기심은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뭉게구름의 모습을 닮았다. 오래전 꿈꾼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시작한 공부는 오래 지나지 않아 절망감으로 뒤덮였다.
새내기 무렵으로 기억한다. “무인도에서 홀로 살아남기”라는 제목으로 A4용지 11포인트 기준으로 5페이지의 소설을 꽉 채우라는 것이다. 생뚱맞은 과제물에 당황했지만 살아남기 위해 발품을 보탰고 모 방송국에서 방영한 “정글의 법칙”을 올레 TV 재방송을 보며 힌트를 얻었다. 어차피 리포트를 제출하는 목표가 생기니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독창적인 색깔로 무인도에서 견디는 방법을 능청스럽게 그렸다. 임기응변의 자격으로 작품에 몰입하니 국문학의 거부할 수 없는 환상적인 매력에 퐁당 빠져들었다.
국문학과의 즐거움은 일 년에 두 번씩 문학기행에 참여하는 것이다. 작가의 문학에 대한 열정을 상상하고 섬세하게 표현한 마음의 눈을 읽는 것이 장점으로 다가왔다. 선후배와 함께 기쁜 마음으로 유명한 작가의 문학관에서 무궁무진한 언어의 세계를 탐구하고 배우니 늘 허기졌던 배움의 창고가 꽉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학우의 시 낭송을 감상하며 시의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멋진 시는 풍성한 묵은지를 닮아야 제맛이라 생각한다.
한 학년을 마치면 국문학과 문예지의 꽃인 반월제 행사를 마주한다. 수필을 쓰기 위해 이론적인 형식과 일상적인 체험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방점이다. 반월지 작품은 매년 한 편의 수필을 출품하는 것이 보람되고 절망보다 희망을 노래하며 화자의 수필이 책꽂이에서 반갑게 맞이할 때,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며 기쁨이다.
요즘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정신적인 빈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인의 결핍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정신적 버팀목인 취미가 필요하다. 오랫동안 질리지 않는 삶을 지속하고 치유하는 것은 내면의 글쓰기라고 할 수 있다. 대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니 비로소 편안하게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교수님의 강의는 어느덧 귀에 안전하게 착상되어 자리를 잡았고 흥미를 유발했다.
반복적으로 듣는 강의가 취미가 될 무렵에는 공부에 자신감이 생겼다. 인생은 부단한 장애물의 제거 작업이라고 했던가? 아무리 힘든 공부지만 애정을 가지고 반복적으로 도전하고 문을 두드리면 엉켜진 실타래가 저절로 풀리는 법이다. 어린 시절 소홀했던 공부가 후회될 때도 있었지만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궁금한 내용의 얼굴이 줄을 서서 호기심을 부른다.
어려운 대학영어는 수많은 단어를 연습장에 옮기며 암기를 했고 어설픈 해석에 시간을 보태어 관문을 통과했다. 한문은 스마트폰에 한자 필기인식 사전을 설치하여 호위병처럼 다루었다. 강의에 집중하는 습관을 일기처럼 채워가고 성적 향상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어려운 문제를 기억하기 위해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연상으로 쉽게 암기하는 방법을 터득하기에 이르렀다.
언젠가 친구에게 대학 공부를 함께 하자고 권유했지만 “나이 들어 힘든 공부를 왜 하느냐”는 시덥잖은 답변에 설득력을 잃고 기운이 빠졌다. 기말고사 시험이 다가오면 대경 방송대 복도는 공부에 도전하는 황혼의 학우들이 북새통이 되고 거대한 기업을 방불케 한다. 갇힌 사고에서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시선을 돌려야 할 때다.
배움에는 나이와 반비례하고 두뇌를 자주 사용하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고 똑똑해진다. 국문학과는 글쓰기가 기본이며 주제와 맥락을 정리하는 것이 포인트다. 매사에 긍정적이며 노력하는 태도는 공부에도 예외가 없었고 오직 “열심히 하자”라는 문구를 책상에 새기며 최면을 걸었다. 살아오면서 작은 훈장처럼 세상을 보는 안목이 덤으로 생겼다. 다양한 모습의 얼굴에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과거의 흔적이 엿보인다. 가슴속에 사랑을 담고 살아온 모습은 자애롭고 포근함이 풍기고 열심히 건강하게 살아온 흔적은 나이와 다르게 날씬하고 당당한 아름다움이 숨었다. 상대방의 장점을 본받아 내 걸로 채우는 것이 현명하다.
우리는 주어진 환경과 시간을 잘 관리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유익한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고 꿈을 향해 도전하면 반드시 밝은 미래가 약속처럼 다가온다.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인간의 숭고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4년 동안 문학을 향한 열정으로 공부에 매달렸고 힘듦을 견디며 보석 같은 지식을 채웠다. 어려움이 곳곳에서 방해했지만 불편함을 사랑의 힘으로 꿋꿋하게 견뎌냈다. 주체는 본인이기에 긍정적인 생각과 현명한 판단이 중요하다. 눈을 떠보니 불쑥 많이 성장했다. 마음을 설레게 하는 글쓰기를 위해 많은 시간을 국문학이라는 장르에 투자했다.
수필을 쓰려면 다양하게 살아온 흔적을 심도 있는 표현으로 타자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어야 한다. 문학이 취미가 된 것은 어린 시절 추운 환경을 탓하지 않는 어머니의 거룩한 모성애와 사랑으로 연결된 책임감이다. 울진의 정직한 소나무와 아름다운 풍광은 고통스러울 때 따뜻한 위로가 되었다. 조금씩 시간을 정하여 글쓰기를 한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지만 어릴 적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감동적인 삶에 미소가 번진다.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하얀 백지 위에 색깔을 입히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문학이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지만 한 편의 글이 완성되면 겸손함과 사랑하는 마음이 더해진다. 매미는 3년을 땅속에서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있다가 깨어나서 7일을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간다. 문학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렵고 힘든 긴 터널의 시간을 보냈다.
꿈을 향해 작은 소망들이 하나둘 성취하는 가운데 도전하고 노력하는 자세는 꽃보다 아름다운 자산이다. 만학에 시작한 공부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라는 양념이 징검다리가 되었다. 희망이 있는 문학의 놀이터에서 아름다운 눈으로 궁금한 세상을 여행하며 무지개 색깔의 사랑을 꽃피운다.
첫댓글 은퇴시기에 대단한 향학열을 불태운 문학도 이네요.
정말 열심히 사시고 있으니 앞날에 서광이 밝아지기를 기원합니다.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향이 안동이신가요? 저도 안동댐 수몰지구가 고향이어서 수몰민으로서 고향을 상실한 애환이 있어 고향이 더욱 애틋한 마음입니다.
문우로서 함께 공부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문우님
반갑습니다. 저의 집은 대구입니다.
대구에서 오랜기간 근무하다보니 순환 보직에
해당되어 안동이라는 타지역에 발령을 받았습니다
좋은 고객님들 덕분으로 4년을 편안하게 잘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