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학년도 한국외국어대학교통번역대학원 합격자 수기
신은경 (이대영어영문학과)
제가 올해 이런걸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여기서 대신 전해야겠네요! 학원을 다니고, 짧은 시간이나마 체계적으로 공부하지 않았다면 시험을 보러 가서 크게 당황하고 나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는 어릴 때 외국에서 8년을 살아 나름 영어공부를 많이 해왔다고 자부했지만, 외대 기출문제와 시험방식을 보고 너무 자만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영어실력뿐만이 아니라, 집중력, 이해력, 논리성, 전반적인 시사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데다, 시험에 응시하는 분들이 모두 쟁쟁한 분들이란 것을 알고 사실 처음에는 포기할까 생각도 했었습니다. 처음 학원 다닐 때도, 다들 앞에 나가서 떨지 않고 다 기억해서 발표하시는 것을 보고, 상당히 겁을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한번이라도 노력을 통해 뭔가를 얻고 싶은 생각에, 짧은 기간 동안이나마 단어공부, 시사공부를 해가며 난생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공부라는 것을 했는데, 운 좋게도 좋은 결과가 나와 이렇게 수기를 쓰게 됐습니다.
취약점 보완
기본적으로 영어를 듣거나 말하는 데에 있어서는 불편이 없었지만, 처음에는 들은 것을 모두 기억하는 것이 힘들었고, 특히 시사에 전혀 관심이 없던 저는 시사용어가 섞인 내용을 듣거나 읽게 되면 이해 못하는 부분이 너무 많아 당황을 했습니다. 들은 내용을 기억하는 것은 계속 하다 보면 자연스레 늘지만, 시사는 따로 공부를 하지 않으면 전혀 흐름을 못 잡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을 가장 열심히 공부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Economist는 수업시간에도 자료로 쓰이고, 또 제목 자체가 너무 딱딱한 느낌이라 사실 읽기가 꺼려져서, 개인적으로는 따로 TIME을 사서 읽었습니다. TIME은 예전에도 구독한 적이 있었고, 정치, 경제 내용 위주라도 뒤에 문화칼럼도 꽤 비중 있게 실리기 때문에 거부감이 덜 들었습니다. 싫은 것을 억지로 하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흥미를 가지고 공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정치경제 칼럼은 빼놓지 않고 정독하고, 자주 등장하는 용어는 따로 단어장을 마련하여 정리했습니다. 계속 읽다 보니, 사용되는 용어도 반복되고 흐름이 파악되면서 점점 헛소리로만 보이던 내용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내용을 아주 깊게 파고 들어가면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지만, 그렇게까지 공부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전반적인 시사흐름을 파악하는 정도로 만족했습니다. 무조건 단어를 외우는 것은 안 좋을지 몰라도, 기본용어는 파악하고 있어야 이해도 빠르게 되고 통역할 때 자연스레 쓸 수 있다는 것을 시사공부를 통해 깨달았습니다.
국어 또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외국에 살았던 거지만, 항상 속담이나 사자성어는 애를 먹어왔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어 기출문제를 엄청 틀리고서 상당히 당황했습니다. 엄청 큰 문법규정 책도 샀지만, 시간이 없어 거의 한 장도 제대로 못 보고 시험에 임했습니다. 따로 국어 공부를 하는 것은 무리였기 때문에, 기출문제 틀린 것을 재검토하고, 김수연 선생님께서 나눠주신 한자성어, 속담프린트를 풀어보는 걸로 그쳤습니다. 문법문제도 항상 사람들이 틀릴만한 것이 출제되기 때문에 그런 것만 미리 파악하고 가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책을 자주 읽어 문법사항이나 맞춤법이 자연스레 눈에 익도록 하는 것인데, 사실 시험준비를 하면서 그럴 여유는 별로 없다고 봅니다. 대신 정말 공부하기 싫을 때, 쉬고 싶을 때는 틈틈이 책을 읽는 것도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터디
스터디를 아주 짧은 기간 동안 하긴 했지만, 파트너랑 연습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하루만 해도 이해가 됐습니다. 수업시간에도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통역은 최대한 많이 연습해야 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가 가장 약한 부분을 파악하여, 지적도 해주고 도와주면서 배워가는 것이 저에겐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저는 특히 한국어로 말하는 것이 많이 막히고 논리성이 상당히 없었기 때문에, 영한통역도 함께 연습하며, 제가 모르는 시사용어라던가 지식에 대해서도 스터디 파트너에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무조건 오랜 시간에 걸쳐 하기보다는, 서로가 어떤 부분이 보완이 필요한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스터디 파트너분께 감사의 말씀 전하며, 시험 준비하시는 분들께도 꼭 스터디 하기를 권합니다.
시험
[1차]
1차 준비는 따로 하지 않고, 기출문제만 죽어라 풀었습니다. 2년 정도마다 1차 문제방식이 조금 바뀌는 것 같던데, 사실 2008년도 기출 듣기만 따로 아껴놓고 바로 전날에 풀었다가 정말 당황했습니다. 영어를 듣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다 듣고 이해하고도 정작 문제를 풀 때가 되면 답이 다 비슷하거나 세세한 사항은 다 까먹어서 너무 헷갈렸던 것입니다. 그나마 2008 기출을 마구 틀리며 급조한 방법이, 낭독내용과 일치하는 답지 옆에는 O를, 일치하지 않는 것에는 X를 표시하는 것이었으며, 시험 당일 이 방법이 아주 조금은 도움이 됐습니다. 하지만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생각하며, 제대로 준비를 하려면 기출문제의 방식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어떤 문제유형이 약한지, 자신이 낭독내용을 들을 때 어떤 것을 잘 놓치는 지 파악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다행히 올해는 작년보다 문항수가 좀 적어서, 듣기에 대한 부담이 조금은 덜했습니다. 다만 1번 문제부터 갑자기 영국발음이 나와 좀 당황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독해는, 지문 수가 많은 대신 길이가 상당히 짧았으며 전년도에 비해 지문의 난이도는 한결 쉬웠습니다. 어휘문제는 여전히 어려웠지만, 그 외에는 문제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지문을 전체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보는 듯한 문제가 많았습니다. 또한 몇 문장을 잘 요약한 것을 고르라는 문제도 많았는데, 꼭 2개의 답이 헷갈렸고 풀고 나서도 맞은 건지 틀린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1차 시험을 보고 나서도 결과를 전혀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영어실력은 기본으로 있다고 생각하고, 언어능력에 있어서의 논리적인 면이나, 파악하는 능력을 시험에 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확한 흐름과 주제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2차]
(1) 번역/에세이
번역은 생각보다 쉬운 지문이 나왔지만, 그만큼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고 잘 보면 좀 복잡한 문장도 있었습니다. 영한번역은 인터뷰의 속성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어휘는 쉬웠으나 문장 중간에 – 표시해놓고 삽입한 문장이 많아 그것을 처리하는데 좀 애를 먹었습니다. 하지만 한영이 더 오래 걸릴 것 같아서, 그냥 이해하는 데로 한번에 번역하고 한영 번역에 집중을 했습니다. 한영 역시 쉬운 내용이었는데, 한국의 대학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포용할만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를, 쉽고 익숙한 내용으로 풀어나갔습니다. 다만 쉬운 어휘인데도 긴장돼서 그런지 오히려 더 생각이 안 났고, 반복되는 표현을 쓸 위험성이 있어 새로운 표현을 자꾸 찾느라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습니다.
한국어 에세이는 인터넷 실명제에 관한 내용이라 전년도보다 훨씬 쉬웠지만, 그만큼 더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이 컸고 막상 또 쓰려다 보니 뻔한 얘기인 것 같아 고민하다 그냥 제 생각을 짧게 썼습니다. 영어 에세이는 국사 교과서 좌편향 문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쓰는 거였는데, 사실 저는 그 문제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그냥 다소 안 맞는 내용이라도 자신 있게 주장을 하듯 썼습니다. 느낀 것은, 역시 시사를 잘 파악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과, 어떠한 주장이라도 나름의 근거를 대고 자신 있게 써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2) 면접
면접을 보러 간 날, 안내사항을 보고 달라진 시험방식에 많이 당황했습니다. 우선 들어가면, 한글로 시사문제를 물어보고, 영어로 시사문제를 물어본 후, 각각 한/영 지문을 한 개씩 골라 직접 낭독하고 그것을 요약해서 얘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직접 낭독하고 다시 그것을 통역해야 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기 때문에, 대기하는 4시간 동안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도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진 않았습니다. 게다가 요약하는 연습도 거의 한 적이 없어, 들어가기 전에는 정말 머리 속이 텅 비는 느낌이었습니다.
직접 들어가보니, 면접실도 생각보다 훨씬 작고 위압감 같은 것도 전혀 안 들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면접인지라, 정말 사시나무 떨 듯 떤 것이 기억납니다. 외국인 교수님 두 분, 남녀 교수님 각각 한 분씩 계셨고, 책상 앞에 앉았는데 양 옆에는 엎어져 있는 종이 4장씩 있었습니다. 일단 인사를 나누고, 한국교수님은 제가 졸업한 학교와 그 곳 대학원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는지 간단히 물으셨고, 외국교수님은 제가 외국 생활하면서 많이 옮겨 다닌 것이 힘들지 않았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웃으면서 간단하게 대답했는데, 시사문제를 안 물어보시고 그냥 넘어가셨습니다. 워낙 오랜 시간을 면접 봐서 그냥 생략 하신 건지, 원래 사람에 따라 다른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종이 중 하나를 골라, 그것을 낭독하고 한글로 통역하라고 하셨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업친화적인 환경을 만들겠다고 하는 내용의 연설문이었는데, 어휘는 쉽게 풀어나가 이해가 금방 되는, 보편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엄청 떨긴 했지만 큰 소리로 읽으면서 낭독하는 것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일단 무조건 읽는 거라 잠시라도 버벅대지 않을 기회가 주어진 것이며, 읽으면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다시 한번 눈으로 훑을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것을 요약해서 말하는 것이었는데, 그냥 읽었던 순서를 어느 정도 지켜가면서, 요약이라기보다는 낭독내용을 들었을 때 까먹은 부분은 빼놓고 하듯이 통역을 했습니다. 사실 그 자리에서 생각을 하고 다시 요약하기엔, 너무 긴장되고 침묵이 정말 길게 느껴지기 때문에, 그냥 생각나는 것을 말한 걸로 끝났습니다.
한영 통역은, 서머타임을 재도입하자는 내용으로 그것의 장점과 단점을 얘기하는, 상당히 쉬운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쉽다 보니 머리 속에서 잘 빠져나갔고, 너무 긴장한 탓에 그것을 영어로 통역할 때는 중간에 멈추는 부분도 많고 많이 헤맸습니다. 앞뒤 논리성이 전혀 없이 기억나는 부분만 말했으며, 쉬운 어휘인데도 생각나지 않아 많이 당황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잘한 것은, 비록 떨리는 목소리더라도 큰 소리로 말하고, 그냥 낭독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 교수님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해를 구하려는 투로 말 한 것 밖에는 없습니다. 그리고서는 바로 감사합니다, 라는 말씀만 드리고 허겁지겁 나왔습니다. 제가 그랬듯이, 특히 긴장을 많이 하고 떠는 성격이라면, 아무리 자기암시를 걸어도 떨게 될 것 같습니다. 다만, 떨리는 손을 책상 아래로 숨긴다든지, 막힐 때는 호흡을 가다듬고 침착하고자 하는 모습이라도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치며
시험 대비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험날 어떤 것이 날 기다리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알고 그것에 대한 준비를 해야, 효과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짧은 기간 동안의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에 이것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짧은 기간 학원을 다니면서, 얻은 것은 너무나도 많았고 솔직히 혼자 어설프게 공부해서 시험 봤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기도 합니다.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리고, 앞으로 시험 보실 분들도 꼭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