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다섯 번의 공명, 기운의 마라톤
평촌에서 돌아온 이후, 서금석의 머릿속은 온통 '치지징'이라는 낯선 파동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단순히 기운을 밀어 넣어 막힌 곳을 뚫어내는 것이 아니었다. 상대방의 끊어진 기혈 주파수에 나의 파동을 동기화시켜, 탁기(濁氣) 스스로 마찰을 일으키며 붕괴하게 만드는 공명(共鳴) 현상. 이 고차원적인 단계의 힐링이 과연 각기 다른 삶의 궤적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까?
공학도의 검증 본능이 되살아났다. 그는 자신의 한계와 새로운 힐링의 가능성을 동시에 시험해 보기로 했다. 이른바 기운의 마라톤. 단 하루 동안 다섯 명의 각기 다른 탁기를 연속으로 마주하는 강행군이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이른 아침의 전통 찻집이었다.
무거운 무쇠 주전자를 수없이 들고 내리며 찻잎을 덖어내는 찻집 주인 KN. 그녀의 팔목과 어깨에는 무겁고 습한 노동의 어기(瘀氣)가 엉켜 있었다. 금석은 운수지조(雲手指爪)의 심법으로 부드럽게 다가가 그녀의 관절 틈새를 짚었다.
치지직-
평촌 이모의 어깨에서 났던 것보다는 둔탁하지만, 분명한 스파크가 튀었다.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KN의 피로가 전기에 감전된 듯 짜릿하게 흩어졌다.
두 번째는 오스트리아 화가 클라리사였다.
그녀의 캔버스 앞에는 치열한 시각적 노동의 흔적이 배어 있었다. 예술가의 탁기는 육체보다는 시신경과 경추 쪽에 날카롭게 맺혀 있는 법. 금석의 손가락 끝이 클라리사의 뒷목에 닿자, 이번에는 매우 날카롭고 높은 주파수의 찌징! 하는 공명이 일어났다. 클라리사는 마치 세상을 덮고 있던 잿빛 필터가 벗겨진 것처럼 환호했다.
세 번째는 그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자, 치유의 궁극적 이유인 여동생 EH였다.
과거 곡지혈에 숨어 있던 암세포의 미세 통로(TNTs)를 '뇌의수단'으로 폭파시킨 이후, EH의 몸은 놀랍도록 안정을 찾고 있었다. 금석은 잔류하는 미세한 에러 코드라도 남아있는지 점검하며, 그녀의 척추 라인을 따라 가장 맑고 따뜻한 주파수의 파동을 흘려보냈다. 거친 스파크 대신, 조약돌이 맑은 물수제비를 뜨듯 부드러운 공명이 동생의 몸을 편안하게 감쌌다.
마지막은 <고고 힐링>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밤낮없이 모니터와 씨름했던 출판사 기획자 YR과 북 디자이너 SS였다.
사무직 특유의 뻣뻣하게 굳은 거북목과 허리의 통증. 금석은 이들의 굳어버린 12경락을 차례대로 스캔했다. 마우스와 키보드에 혹사당한 SS의 손목에서, 그리고 스트레스로 경직된 YR의 어깨에서 연달아 통쾌한 '치지징' 스파크가 터져 나왔다.
밤이 깊어서야 연구소로 돌아온 금석은 겉옷을 벗지도 못한 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양손 끝이 화끈거렸다. 하루 만에 다섯 명의 엉킨 기운을 상대하는 것은 원자로의 복잡한 통제 시스템을 하루 종일 수동으로 재부팅하는 것만큼이나 극심한 에너지 소모를 요구했다.
하지만 피로감보다 앞서는 것은 거대한 희열이었다.
노동의 피로(KN), 예술가의 예민함(클라리사), 병마의 흔적(EH), 그리고 사무직의 스트레스(YR, SS). 각기 다른 형태와 밀도를 가진 그들의 에러 코드에 맞추어, 그의 손끝은 스스로 주파수를 변조하며 완벽한 공명을 이끌어냈다. '치지징 힐링'은 살아 숨 쉬는 유기적인 무기였던 것이다.
금석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찻물을 올린 뒤, 익숙하게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손끝의 화끈거림이 가라앉기도 전, 그의 굵은 오른손 검지손가락이 화면 위를 묵직하게 누르기 시작했다.
[연속 세션 기록: 다섯 번의 각기 다른 주파수, 그리고 완벽한 공명에 대하여]
고독한 공학도의 독수리 타법이 깊은 밤의 정적을 깨며, 힐링의 뼈대 위에 또 하나의 견고한 살을 붙여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