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을 옮겨가며 진료를 받아야 하니
자정을 막 넘긴 12시 40분 쯤이었다. 아내가 통증이 와서 못 견디겠다고 응급실이라도 가서 진통 주사라도 맞아야 겠다고 울상이다. 급히 옷을 주어입고 준비를 하는데 이미 연락을 하여서 장남이 차를 대기 시켜 놓고 기다리고 있다는 연락을 주었다.
서둘러 차를 타고 세브란스로 달렸다. 집주변에 응급실이 있는 병원이 3곳이었는데, 주로 세브란스에서 정기검진을 받고 있기에 모든 의료기록이 있는 그곳으로 가서 확인을 하는 것이 옳겠다고 판단을 하였다. 그런 때문에 세란병원을 그냥 지나쳐서 금화터널을 지나 세브란스로 가서 응급실에 등록을 하였다. 간단히 혈압 측정을 하고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문진표를 만들고 응급실 이용을 위한 등록 서류에 인적사항을 등록하고 기다리기 시작하였다.
응급실의 현황판이 있는데 여긴 좀 특이하게 표시가 되어 나왔다. 보통은 대부분의 병의원에서는 도착하는 순서대로 또는 진료를 할 순서대로 표시가 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응급실이라서 그런 것인지 도착이나 진료순이 아니라 가나다 순으로 이름이 나오고 진료 과목과 진료할 항목들이 표시되어 나왔다. 중증도 분류를 했으며, 기본 진료는 마쳤다고 표시 되어 있고, 혈액검사와 X레이 촬영을 처방하였으며, 협진이나 입원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는 표시가 나왔다.
처음엔 응급실이 익숙치 않아서 이 현황판을 잘 볼 줄도 모르고 이;름이 언제 나오나 기다리고 있다가 점차 눈에 들어오는 것이 이상하다 싶어서 유심히 살피니 무순이고 가나다 순으로만 표시가 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글하여 사진으로 찍어 두고 보기로 하였다. 2월1일 01시 45분에 찍힌 사진에는 이미 52분을 대기하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01시 7분전에 응급실에 도착하여 대기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 된다. 이렇게 기다리기에 지쳐서 지켜 보다가 이미 우리와 같은 진료실에 갈 사람들이 상당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사람들은 이미 우리보다 3~4시간이나 더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통증 때문에 힘들어 하는 아내도 이젠 너무 힘들어서 “왜 아직도 안 부르는 거냐?” 자꾸만 독촉을 하는 것이 아닌가? 나도 왜 이렇게 늦어지는가? 와 어떻게 진행이 되는 것인지를 따져 물어 보았다. 우리와 같은 진료를 받을 사람들의 도착 시간과 경과 시간을 보면 우리보다 3~t시간이나 더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이는데 이게 맞는 것인지, 그리고 이들은 언제쯤이나 진료가 되는 지를 물어 보았지만, 아무도 책임 있는 대답은 못하고 그저 진료실에서 들여보내라는 연락을 받아야 차례로 보낼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하는 것이다. 큰 병원의 응급실인 만큼 정말 위독하고 급한 환자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 동안에 그런 환자가 들어온 것이 없는 것도 우리가 보아서 알 수 있었다. 다시 확인을 해보아도 언제쯤이 될 것이라는 대답을 해주지 못하고 있는데 게시판의 명단을 보면 앞으로 몇 시간이나 더 기다려야 할는지는 아무도 답을 할 수가 없는 싱황이었다.
이미 2시간 12분이나 기다렸다는 표시가 뜨기에 나는 아내에게 우리 나가서 세란병원을 가자고 제안을 했다.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또 급한 응급환자가 왔다고 하면 밀리고 밀릴 것이 뻔한데 차라리 작은 병원이고 의료 기록은 없지만, 세란병원으로 가자고 한 것이다. 진료도 못 받고 기다리다가 퇴원을 하려는데도 상당한 시간 동안 여기저기 연락을 해보고 허락을 받고서야 퇴원이 허락 되었다. 처음 바로 갔으면 아마도 3시간 전에 진료를 받을 수도 있었을 텐데 싶으니 억울하고 아내에게 미안하기만 하였다. 정말 어디가 부러지거나 하는 큰 상처나 외상, 또는 심정지 같은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대학병원 같은 큰 병원의 응급실은 찾을 곳이 못 된다는 생각을 하며 퇴원을 하여 택시를 잡아 타고 세란병원으로 되돌아 갔다.
세란병원에 도착허니 곧바로 검진의가 나와서 환자 상황을 묻고 살피더니 문진을 하고서는 “우선 통증이 심하시다니 진통제 주사를 해드릴 테니 가셨다가 이따 오전 중에 오셔서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하며 주사실로 가서 주사를 받고 가시라고 안내를 해주었다.
주사를 맞고 우선 통증은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믿고 나와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니 03시 20분경이었다. 그 동안 공연히 큰 병원에 가서 기다리기만 하다가 헛 시간을 2시간 이상 보내고 결국 세란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돌아왔으니 헛 고생만 하고 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