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극장개봉한 영화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은 원래 미국 TV연속극으로 방송됐던 작품을 리메이크했다. 국내에서도 TV연속드라마 <돌아온 제5전선>으로 방영돼 가족극장의 인기를 재확인한 바 있는 히트작. 다면체적인 구성과 다재다능한 첩보요원들의 활달한 팀플레이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포와 스릴러, 미스터리가 혼융된 <캐리>와 <드레스드 투 킬>그리고, 알 파치노 주연의 <스카페이스>와 <언터쳐블> 등과 같이 액션, 서스펜스, 스릴러를 결합한 장르영화의 장인으로 각인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연출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관심집중. 게다가 할리우드의 스타 톰 크루즈가 주인공 이선 헌트역을 연기한 것을 위시해, 그와 함께 명배우들의 면면들을 보고 즐길 수 있어 시선집중은 떼어놓은 당상, 그야말로 '화제집중'감이다.
기존의 히트작으로서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원작은 드 팔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만큼 이목을 사로잡는 두뇌플레이와 영상편집기술의 총화라 하기에 손색이 없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그 내외에서 사용된 음악 또한 작품성과 흥행성, 두마리 토끼를 쫓는 구성을 갖췄다. 드 팔마 감독은 우선 영화 전반의 분위기를 좌우할 스코어를 위해 작곡가 대니 엘프먼에게 미션을 맡겼다. 대니 엘프먼은 알다시피 <배트맨>을 비롯해 신비로운 영웅적 주인공을 위한 음악을 제공해온 작곡가. 명감독 팀 버튼(Tim Burton)의 음악적 페르소나로 자리매김한 그에게 대표적인 주제음악을 재부팅하도록 한 한편, 흥행력을 보증받은 대중음악 뮤지션들의 기 발표곡들을 삽입해 청각적인 호소력을 강화했다. 원조 TV시리즈의 음악을 작곡한 랄로 쉬프린(Lalo Schifrin)의 주제곡을 멋지게 되살린 엘프먼은 영화의 오프닝부터 강력한 인상을 주고 들어간다. 상징적인 브라스를 필두로 박자감이 넘치는 퍼커션이 주도하는 오케스트라의 반주를 듣는 순간, 시리즈 팬들의 임장감은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다른 장면들을 위해 쓰인 지시악곡들에서도 쉬프린의 원조사운드 질료는 재활용돼 나타난다. 엘프먼 특유의 코믹한 장난기는 절제하면서도 원조음악을 토대로 스파이 스릴러의 분위기를 강조하는데 역점을 둔 작법은 그야말로 탁월하다. 영화의 극적 전개를 돕는 엘프먼의 음악과 더불어 영화의 엔딩에 사용된 노래 'Dreams'도 호소력 있게 다가온다. 아일랜드 록밴드 크랜베리스(The Cranberries)의 보컬 돌로레스 오리어던의 독특한 비음창법이 매력적. (U2)의 아담 클레이튼(Adam Clayton)과 래리 뮬렌(Larry Mullen), 아이슬란드의 대표급 여가수 뷰욕 등 OST앨범에 참여한 멤버들도 쟁쟁하다.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모두 승부를 내겠다는 양동작전을 펼친 셈이다.
브리스톨의 트립합 그룹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의 몽환적인 'Spying glass', 또 다른 미국인기첩보드라마와 동명타이틀인 펄프(Pulp)의 'I spy'를 접할 수 있어 한편 반갑기도 하지만, 반복청취로 인해 흥미를 감소시킬 소지가 다분한 편성이다. 뷰욕의 'Headphones'나 스컹크 애넌지의 'Weak' 역시 동음반복으로 사운드트랙의 차별적 우위를 창출하는 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선곡일 뿐이다. 결과적으로 별도로 발매된 <미션 임파서블> 사운드트랙앨범은 대니 엘프먼이 스코어링한 음악의 장점마저도 희석시켜버린 상업적 컴필레이션이 되고 말았다. 영화와 음악의 산업적 연대가 강화될수록 창작성은 퇴보내지는 답보상태를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점에서 소비하는 즐거움을 있지만, 감동의 수위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