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Daum 검색 자연박물관 포토)
잎사귀가 원추형인 풀은 담배 잎사귀를 닮았다. 8월을 넘어서면 큼직큼직하게 잎사귀와 줄기가 뻗어나가면서 초록색 열매가 달리고 열매 끝부터 자주색으로 물들어간다. 9월이 되면 밭 가장자리나 길가에 붉은 열매가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탐스럽다.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보다가도 그냥 지나치고 만다. 머루처럼 매달려 있는 것에 쉽게 손을 대지 못한다.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식도 쉽게 받아들이질 못하는데 하물며 밭둑이나 길가에 피는 풀이나 나무 열매는 오죽할까?
그것이 바로 '자리공'이다. 자리공이라고 하지만 실제 미국자공이 더 많다. 재래자리공은 미국자리공에 밀려나서 쉽게 보기 어렵다. 한국 재래종으로는 '울릉도 섬자공'이 있다. 섬자리공은 자리공과 비슷하지만 꽃대에 유두상의 잔돌기가 있고 꽃밥이 흰색이다. 외래 잡초 가운데는 '미국'이라는 말이 붙는 것이 많다. 미국가막사리, 미국개오동, 미국까마중, 미국꽃마리, 미국나팔꽃, 미국담쟁이덩굴, 미국돼지풀, 미국실새삼, 미국싸리, 미국쑥부쟁이, 미국제비꽃, 미국질경이 등 지금 우리가 보고 접하고 먹는 것 대부분의 것들이 미국에서 건너온 외래종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생활문화는 이미 미국식으로 변해 버렸다. 식습관도 완전히 미국식이다. 기름으로 튀긴 닭고기와 햄버거, 피자에 콜라를 마시는 게 요즘 아이들의 식습관이다. 전자레인지용 즉석 식품들이 식료품 가게를 점령하고, 칼로리만 높고 영양가가 없는 쓰레기 음식이 범람한다. 이런 음식을 먹는 미국인이나 미국식 식습관을 따르고 있는 한국 사람들은 비만이 심각하다. 그런데도 미국식 식습관을 바꾸지 않는다. 미국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단지, 미국식 식습관에서 벗어나 채식 위주의 한국식 식습관을 가지면 비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자리공은 뿌리와 열매의 '독성'으로 인해 여전히 해충을 막아내는 재료로 쓰인다.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자리공의 뿌리로 낸 즙을 냇가에 뿌려 고기를 잡았던 기억이 있다. 또 검은 열매를 무심코 씹었다가 입 안이 마비되었던 기억들. 그런 기억들을 가지고 농부들은 자리공으로 천연 살충제를 만든다. 농사는 어린 시절의 기억도 그냥 버리지 않는다. 세대를 이어가는 지혜는 그렇게 농부들에 의해서 이어진다. 자리공 열매와 뿌리를 소주에 발효, 숙성시켜 사용한다. 발효 중에 독성이 풀려 그런지 발효된 자리공액비로는 벌레들을 쫓아내지 못한다.(중략)
자주색 열매를 짓이기면 자줏빛 즙이 나온다. 자리공은 에전부터 염색 원료로 이용되었다. 종이와 옷감을 물들이는 데 자리공의 자주색만큼 선명하고 예쁜 것도 드물다.(중략)
15센티미터 정도 자란 어린 자리공 줄기는 먹을 수 있다. 줄기도 아스파라거스처럼 생겼다. 비록 독성이 있긴 해도 조심스럽게 다루기만 한다면 자리공 줄기는 아스파라거스의 훌륭한 대용품이 될 수 있다. 뿌리는 신장염 치료 및 이뇨제로 사용한다. (중략)
미국자리공은 환경오염의 척도가 되는 지표식물이기도 하다. (중략) 미국자리공은 산성화된 토양에서 다른 종보다 번식을 잘하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미국자리공은 대기오염에 의한 나무의 피해 상태가 외부로 드러나기 전에 집단적으로 자라는 것으로 밝혀져 생태계 파괴 정도를 알려주는 지표식물로 알려졌다. (중략)
이렇게 먹자!
어린 줄기를 따서 잎을 떼어내고, 부드러운 어린 줄기의 껍질을 벗겨낸다. 이것을 끓는 물에 삶아도 좋지만, 수증기에 줄기를 찌는 것이 좋다. 찐 것에 버터나 올리브유를 넣고 접시에 담는다. 초고추장 소스를 이용해도 좋고, 된장소스를 이용해도 좋다. 서양식 소스를 만들어도 좋다. 나는 굴소스를 즐겨 쓴다. 잡초요리에는 굴소스가 잘 어울린다. (중략) 자리공 어린 줄기를 여기에 찍어 먹으면 향과 함께 그 맛이 일품이다. 잎은 다른 채소들과 함께 무쳐 먹거나 삶아서 먹기도 한다.
(변현단 글 / 안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