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 루 길
기 세 원
너무 극악스럽다고 그러지 말아줘
나도 고향에선 귀한 아들로 대접받았지
고향을 떠난 것도 내 탓이 아니야
의지할 곳 없는 타향에서
내 한 몸 건사하기 위해선
잠 안자고 물풀 숲을 헤쳐야 했고
낯선 이들에게 밤새 쫒겨야 했어
허름한 도시나마 내겐 터전이었어
언제 또 쫒겨나야 될지 모르는 막막함속에서
노숙과 절망과 죽음을 떠올리며
살 길을 찾아 나서는
살아있는 것들의 몸부림을
극악스럽다 탓하며
가치없는 생명이라 업신여기지만
세상에 가치없는 생명이 어디에 있으랴
이제 많이 지쳤어
시멘트 수로는 막혀있고
빠져나갈 길도 이제 없다는 걸 알아
그러니 이제 내버려둬
가시박 덩쿨 우거진 그늘밑에
잠시라도 쉬어갈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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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원 시인방
블루길
율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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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0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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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삶의 현장은 항상 고달픈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