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째 이야기 4월28일 (토)
간사이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8시30본경 체크아웃하고 짐을 맡긴다. 케이블카로 롯코산을 오르기 위해 나선다. 패스의 경제적 위력을 발휘하는 관광이다. 시발점에서 종착점까지 대략 15분 걸린다. 신록이 깊게 벤 산을 가파르게 올라간다. 일본은 오늘부터 황금의 긴 연후가 시작되는 날이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을 예상했으나 9시를 조금 지난 시간대인 까닭에 한산한 편이다. 네 대의 차량의 삼분의 이 이상이 비어있다. 종착점에서 산 정상부근 까지 가는 버스를 탄다. 굽이굽이 달려 종착역 바로 전 롯코 가든 테라스 역에 내린다. 고베 야경을 즐기는 포인트 중의 하나다. 좋은 건 무조건 모방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일본의 특유한 캐릭터를 테라스에서도 볼 수 있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건물들이 영락없이 유럽풍이다.
테라스에서 내다본 고베는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바로 공해 때문에 모두가 뿌옇게 보인다. 일본만은 중국이 야기 시키는 공해에 비켜 선줄 알았는데 우리보단 약하지만 역시 같은 피해를 보고 있다. 지구의 환경개선을 위해서라도 범세계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낀다. 1시간 여 동안 테라스 곳곳을 살피고 나서 버스를 타고 케이블카 승강장에 도착한다. 승강장 위에 있는 전망대에 오른다. 히로히토 천황이 방문해 텐란다이 (천람대)라고 명명된 일본인한텐 대단히 인기 있는 전망대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을 내려와 호텔로 돌아간다. 호텔로 가는 지하통로에서 중국식당에 들어가 짬뽕을 시켜 들었으나 돈이 아까울 정도로 맛이 없고 질도 형편없다.
호텔에서 짐을 찾아 열차를 타고 간사이국제공항에 도착하나 4시를 갓 넘었다. 밤 8시30분에 김포로 출발하니 무척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비행기를 늦게 타기 때문에 저녁을 일찍 먹으려고 한다. 중국집에서 먹은 맛없는 음식이 전혀 포만감을 주지 않는 탓도 있다.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 세트를 주문해 든다. 우리 보다 감자 칩을 두 배 정도 주는 것 같고 고기의 질도 더욱 좋게 느껴진다. 식사를 마치고 남은 돈을 통 털어 선물과 내가 읽을 영어 원서 한 권을 구입한다. 정시에 비행기가 출발해 김포공항에 밤 10시15분경 도착한다. 공항을 빠져나와 의정부행 버스를 기다리다 오지 않아 포기하고 지하철을 탄다. 무려 30여분을 헛되게 소비했다. 전철을 두 번 바꿔 타고 의정부역에 내려 걸어서 집에 도착하니 밤 1시가 넘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우리의 예쁜 강아지 콩이가 펄쩍펄쩍 뛰며 소란스럽게 반긴다. 우리를 무척 기다리고 있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충 짐을 풀고 콩이와 요에 눕는다. 2시가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