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학원과 강사 선택
* 공무원학원의 종류
일단 기술직부터. 기술직이나 소수직렬은 전문 학원이 따로 존재한다. 이 글에서 뭔가를 구하려는 것보다 해당 직렬 수험생 커뮤니티를 검색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그러니 여기서는 행정직을 기준으로 알아보자. 일단 학원이 어떤 곳이 있는가부터. 장수생 경험에 비추어보면 초시생은 여기부터 헤맨다. 일단 공부는 해야 할 것 같아서 무작정 지방에서 노량진으로 올라왔는데 학원도 강사도 몰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초시생(과 동행한 부모님)을 주말에 자주 볼 수 있다.
박문각 남부고시학원 노량진 본원
공단기 본원(2~3층) 및 해커스 노량진(4층)
공단기 3관(왼쪽, 3~6층) 및 남부임용고시 건물(오른쪽)
노량진 남부학원의 대강의실은 다 오른쪽 건물에서 실시한다
학원이 직접 소유한 유일한 건물이라고...
노량진만 따지면 2017년 기준 공무원시험 전문 학원은 크게 6개. 공단기(공무원단기학교 및 숨마투스(윈플스) 등 계열사 학원), 남부고시(박문각), 윌비스(윌비스고시학원), 해커스(해커스 공무원학원), 패스원(KG패스원), 이그잼(아모르이그잼), 에듀윌 정도가 있다. 단, 에듀윌은 노량진이 아니라 바로 옆 동네인 대방 지역에 있다. 이게 노량진의 대표적 학원이고 서울 내에서는 종로와 강남에도 학원이 있다. 박문각의 경우 종로와 강남에 학원이 있으며, 해커스와 공단기도 강남에 학원이 있다. YBM의 경우 17년에 공무원시험 시장에 새로 뛰어들었는데 노량진에는 학원이 없고 강남 학원이 본원에 가깝다. 이외에 종로, 신촌에 학원이 존재한다. 에듀윌의 경우 노량진, 강남에 학원이 없고 대방, 노원 학원이 있다(본사는 구로구에 있다).
이 외에도 지방을 기반으로 하는 공무원학원이 존재한다. 남부고시의 경우 ‘위성고시학원’이라고 해서 라이센스계약을 맺고 남부고시 강사의 강의 영상을 학원에서 실강처럼 들을 수 있는 학원이 지방 곳곳에 있으니 이를 확인해보자. 공단기의 경우 대구(한국공무원학원)과 부산에 공단기 직영학원을 설치했다. 윌비스도 인천, 대구, 부산, 광주 등에 지역학원이 있고 에듀윌은 인천과 부산에 직영학원이 있다. 마지막으로 오프라인 학원이 없거나 매우 미미한 온라인 중심 학원도 존재한다. ‘용감한컴퍼니’가 대표적인데 정확히는 학원이 아니라 각 강사의 홈페이지와 인강을 퍼블리싱하는 업체다. 이 외에도 EBS공무원, 문정공, 강남공무원학원, 더배움 등의 업체는 실강보다 인강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 중에는 교재만 돈을 받고 인터넷강의가 무료인 학원도 있다.
- 학원 선택 기준
그럼 이 많은 학원 중에 어떤 학원을 선택할 것인가?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수강생을 따지면 공단기가 압도적으로 많다. 최종합격생중에서도 60%정도가 공단기 수강생이라는 카더라가 있고 학원에서는 아예 합격자 3명 중 2명이 공단기 수강생이라는 광고를 한다. 공단기는 2012년 등장 이후 급성장한 학원에 속하는데 이는 ‘프리패스’ 제도와 ‘공격적 마케팅’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 전까지는 남부고시의 수강생이 많았다. 윌비스, 패스원, 이그잼 수강생은 그 다음으로 비등하나 경찰수강생은 ‘신광은경찰팀’이 있는 윌비스쪽이 압도적으로 많다.
물론 수강생이 많다고 해서 그 학원이 나랑 상성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하지만 수강생은 학원 서비스와 유명 강사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수강생이 많은 학원을 고르면 그만큼 안전하게 학원을 선택할 확률이 올라간다. 따라서 위에서 설명한 학원의 홈페이지를 들어가 ‘교수진’을 클릭하고 무료강의나 샘플강의를 몇 개 들어보도록 하자. 뭔 말인지 모르더라도 상관없다. 생전 처음 듣는 내용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지를 샘플을 보면서 따져보고 이를 토대로 고르도록 하자. 참고로, 각 학원의 ‘각 과목별 교수 목록’ 페이지에서 가장 먼저 나올수록 유명하다(학원에서 의도적으로 앞에 배치해 많은 사람이 클릭하도록 밀어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그렇다). 이런 생각은 필자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대부분의 공시생이 이른바 ‘1타 학원과 1타 강사’가 안전하다고 여겨 그쪽으로 수강생이 몰리는 현상이 벌어진다. 계속 강조하지만 이러한 선택이 무조건 좋을 것이라고는 보장할 수 없다. 하지만 괜찮을 선택일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다.
그리고 학원 홍보 문구 중에서 ‘1등’이라고 써져 있으면 바로 혹하지 말고 한 번 더 따져보길 부탁드린다. 예를 들어 ‘수강생 1위’는 ‘***자사 학원 기준’이라는 이상한 각주가 달려 있다. 즉, 자기 학원에서 수강생이 가장 많다는 뜻인데 일부러 커다랗게 박아서 노량진 전체 수강생 1위라는 느낌을 주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판매량 1위’는 특정 사이트나 특정 기간(대략 1주일이나 한 달)동안 1위인데 이를 깨알같은 크기로 적어두고는 해당 문구만 홍보하는 경우가 있다. ‘합격생 1위’라는 경우 아래쪽을 보면 ‘**XX년 XX직렬 1위’라는 각주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노량진 학원가에서는 이러한 문구를 두고 소송전도 벌어진다. 그만큼 논란이 많은 문구라는 뜻.
비슷한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가장 거품이 있는 학원이 에듀윌이다. 2017년 현재 상황에서 생각하면 에듀윌은 공무원시장에서는 세력이 약한 학원이다. 가격이 저렴하기는 하나 공시생들은 가격보다는 강사나 학원의 질을 더 우선순위로 두기 때문에 가격만으로 다른 경쟁 학원을 물리치긴 힘들다. 하지만 TV와 인터넷에서의 공격적 마케팅으로 인해 포장이 많이 되어 있다. 핵심 광고멘트인 '최다 합격자'는 '공인중개사'에만 해당하며 공무원에는 해당하지 않는데, 이 내용이 화면 아래에 각주로 되어 있지만 사람들이 잘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모든 분야 최다 합격자'라고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서울이 아닌 지방 서점을 내려가면 공무원수험서 서가의 상당수를 에듀윌이 차지하고 있어 여기에서도 오해가 발생한다. 지방은 대형서점의 체인점이건 동네서점이건 모든 책을 취급하지 않는다. 기본서도 모든 학원의 기본서를 다 들여놓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어떤 서점은 박문각 기본서만, 어떤 서점은 공단기 기본서만 들여놓는 경우도 있다). 이런 착각을 벗어나기 위해 수험서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인터넷 서점사이트를 자주 찾아가보도록 하자.
그리고 인터넷 커뮤니티의 문구는 (학원에서는 이를 부정하지만) 학원에서 심은 바이럴마케팅 글일 가능성이 있으니 이를 감안하고 보자. 블로그와 대형 카페일수록 심하고 각 강사별 홈페이지(카페)에도 이런 글이 수시로 올라온다. 그냥 ‘이 강사는 이런 강의를 하는구나’, ‘이런 강사도 있구나’ 정도로 보는 것이 좋다.
전체 수험생이 아니라 '설명회 참가한 360명'의 결과다
심지어 그래프도 왜곡되었다. 실제 엑셀로 만든 그래프는 이렇다
'전체 수험생'이 아니라 '자기 학원 매출' 기준으로 91%다
이 역시 '전체 수험생'이 아니라 '자기 학원'의 '1달 동안의' 선택이다
* 하던 대로 해라
좋은 선택이 되건 그 반대가 되건 처음 선택한 학원과 강사는 자신의 공시 수험생활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전부 좌우한다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를 계속 진행하다보면 ‘정말 이렇게 공부해도 되는 건가’라는 의구심이 들게 된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런 의문이 들더라도 잠시 덮어두고 그 선택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좋다.
우선은 강사를 바꾸게 될 때 새로 갈아탈 강사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따로 들어야 한다. 갈아탄 이후에도 새로운 강사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공부시간 관리라는 측면에 있어서 손해다. 또 강사를 처음 갈아타는 것은 부담감이 크기 때문에 힘든 일이지만, 일단 한번 갈아타게 되면 두 번째부터는 수월하게 강사를 바꾸게 된다. 즉 ‘나는 이런 이유 때문에 강사를 변경해야만 했다’라는 심적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강사 변경 기준에 대한 허들이 낮아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처음 강사 변경때는 고려도 하지 않았던 사소한 이유로 강사를 자꾸 갈아타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완벽한 교재가 존재하지 않듯이 완벽한 강사도 존재하지 않는다. 타 강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명하고 강의를 잘 하는 강사만 존재할 뿐이다. 이를 깨닫지 못하고 계속 강사를 갈아타면 정말 강사만 갈아타다가 수험생활을 끝내는 수가 있다.
필자가 그런 경험을 했었고 수험생활을 말아먹을 뻔 했다. 공시생활 극초반 필자를 가장 많이 괴롭힌 과목은 행정학이었다. 도저히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고 공부할 의욕을 꺾는 일등공신이었다. 그러던 중 2013년부터 사회, 수학, 과학 등 고교과목이 선택과목으로 추가되었다. 행정학 때문에 공시를 접을 수준으로 고통을 받았던 필자는 사회로 선택과목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2002년에 수능을 칠 정도로 수능판을 몰랐던 필자는 사회로 바꾸려고 해도 누가 괜찮은 강사인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결국 직접 강의를 들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2년간 강사를 5명이나 바꿔 들으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필자의 공시 생활을 다시 되돌아보면 이 부분은 정말 너무나도 후회된다. 이 때 좀 불만사항이 보이는 강사라도 진득하게 들었다면 조금 더 빨리 합격하지 않았을까?
강사는 바꾸지 않는 것이 좋다. 만약 정말로 바꿔야 한다면 그만큼 자신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결점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수험생활 전체에 영향을 줄 정도로 중대해야 한다. 필자는 국어도 한 번 갈아탔었다. 처음 학원 종합반 때문에 단과까지 듣던 국어강사는 목소리 톤이 너무 높았다. 그 정도면 참고 들겠는데 1개월쯤 들으니 귀가 아프기 시작했다. 단과를 도저히 완강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결국 중도포기하고 좀 더 저음인 다른 강사로 바꿨다. 그리고 그 강사를 끝까지 들었다. 국어, 사회 외 강사는 바꾼 적이 없다. 물론 무료특강 등이 있으면 다른 강사라도 찾아가서 들었고 공시 후반에는 동형 문제집을 강사 가리지 않고 풀었다. 하지만 그럴 때도 ‘처음 가르친 강사는 이렇게 가르쳤었다’는 것을 잊지는 않았다. 첫 강사를 기준점으로 잡고 계속 공부했다.
* 독학의 경우
적어도 필자가 공시 1년차부터 강의 없이 해서 효과를 봤다면 그렇게 추천해줄 수도 있고 자세한 방법도 최대한 적어두겠지만 그렇게 해 본 적이 없어서 감히 독학을 하라고 쓸 수가 없다. 적어도 내 주변 공시생은 다 강의와 함께 공시를 시작했고 주변 합격생도 그러하다. 시중에 돌고 있는 공부법 책들 중 일부가 강의를 들을 필요가 없다, 혼자 공부해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경험이 없어 좋다고 말할 수도 없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만약 정말로 초시생 독학을 하려면 강의를 대체할만한 독학 방법을 구상해서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강의를 될 수 있는 한 적게 듣겠다고 할지라도 최소한 단과(심화강의) 1번은 듣는 편이 좀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N수생은 약간 다르다. 이론을 이미 1년 이상 쌓았기 때문에 조금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이를 위해 2개월짜리 단과를 다시 들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들어야 한다면 요약된 이론 강좌를 듣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된다. 기타 강좌의 경우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굳이 돈 주고 강좌의 힘을 빌려 해결할 필요는 없다. 역으로 말하면 초시생은 그 ‘자신이 할 수 있는’ 분야가 너무나도 적기 때문에 강좌의 힘을 빌릴 필요가 있다.
# 실강과 인강, 그리고 프리패스
* 실강 vs 인강
실강 수강증들
초반 1~2년은 실강이었다. 3년차 이후로는 인강 비중이 더 높았다.
일단 서울이나 경기도 이외의 지방에서 공부한다면 이 질문에 대해 선택권이 많이 없다. 앞서 말한 지방 직영학원이나 위성학원을 선택하는 것이 실강을 위한 유일한 선택이 된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어떤 강사의 동형 중 들은 이야기인데 어떤 공시생이 경주에서 문제풀이 실강을 들으려고 한 달동안 KTX를 이용해 계속 노량진을 다녔다고 한다. 결국은 그 해에 합격했다고. 그 의지와 노력은 좋고 결과도 좋지만 이런 방법을 자신도 시도할 수 있는지는...
실강은 인강에 비해 강사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에 최고 강점이 있다. 이른바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 해주는 말, 인강에서는 잘려서 볼 수 없는 부분을 모두 볼 수 있다. 수업을 들으면서 궁금하다 싶은 부분을 무제한, 그리고 실시간으로 질문을 할 수 있다. 수업에 필요한 프린트를 따로 인쇄할 필요가 없다든지, 내 주위에 같은 처지의 학생을 보면서 느끼는 긴장감은 덤이다. 그리고 문제풀이 과정으로 들어가면 모의고사를 실제와 비슷한 환경으로 시간체크를 하면서 풀 수 있다는 수업이 있다(강사마다 약간씩 다름). 다른 수업을 전부 인강으로 듣더라도 시험 직전 문제풀이 수업을 굳이 노량진으로 상경해서 실강으로 듣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도 조금이라도 실전 시험과 비슷한 분위기를 체험해보고 싶다는 목적이 강하다.
인강의 최고 장점은 듣고 싶은 부분만 자기에게 맞는 속도로 반복해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강사 중에서는 유독 ‘쓴소리’나 ‘농담’을 많이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걸 실강에서는 듣기 싫어도 억지로 다 들어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인강은 이를 모두 건너뛸 수 있다. 또한 놓친 부분을 반복할 수 있거나 배속 조절기능을 통해 더 빠른 속도로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강점이다. 공부장소에 대한 제약이 적다는 것도 중요한 점이다. 흔히 말하는 ‘1타 강사’의 실강은 강의 신청 날 바로 마감되어 듣고 싶어서 들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또 실강이 시작되더라도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를 얻기 위한 경쟁이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밀리면 500명 대강의실의 칠판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 실강 하루를 날리는 경우가 있다. 인강은 단점에서 자유롭다.
남부 임용건물 801(위), 공단기 1관 101(아래)
‘어쩔 수 없이’ 인터넷강의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실강과 인강 모두 수강가능한 환경이라고 할 때 이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필자는 ‘집중력’이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실강이 인강보다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수험생 중에서는 인강을 들을 때 유독 집중을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실강을 들어야 한다. 반면 수능 준비를 하면서 인강 환경에 익숙해진 사람은 인강으로도 충분히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가격이 저렴한 인터넷강의를 택하는 것이 좋다. 그 외의 경우 앞서 말한 실강과 인강의 장단점을 보면서 판단하면 될 듯하다.
* 프리패스와 관리형 실강 상품
일단 프리패스부터. 프리패스는 일정 기간(보통은 1년)동안 해당 학원의 모든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상품이다. 원래 공시판에는 프리패스 제도가 없었다. 그러다가 공단기가 오픈하면서 가져온 프리패스 전략이 대박을 내면서 지금은 대형 학원에서는 대부분 도입하고 있다. 학원에 따라서는 인강 프리패스뿐만 아니라 실강 프리패스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프리패스가 사실은 이윤이 많이 남지 않고 강사에게 오는 분배이익도 매우 적은 편이라 강사 입장에서는 프리패스가 환영할 만한 변화는 아니다. 그리고 강의로 얻을 수 있는 수입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기 위해 교재 장사에 뛰어들게 되는 부작용도 있다. 그래서 공무원시험 시장 전체를 생각해보면 강의의 질이 나빠지고 부가적인 교재만 추가로 팔게 되니 장기적으로 좋은 흐름은 아니다. 다만, 이 글은 수험생의 입장으로 써야 하니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프리패스는 살 만한 상품인가? 그렇다. 특히 초시생은 프리패스를 사는 것이 가격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싸다. 학원마다 가격이 상이하지만 싼 곳은 40만원부터 비싸면 90만원까지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이론심화강의(단과)가 보통 15만원에서 20만원 정도고 9급 공무원시험은 5과목이기 때문에 이것만 다 들어도 프리패스를 산 본전은 뽑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기출 강의, 문제풀이 강의와 각종 특강도 (일부 예외를 빼면) 다 수강가능하니 가성비 측면에서는 현재 프리패스를 이길 만한 상품은 없다.
고려할 부분은 있다. 지금 인터넷으로 학원 홈페이지를 들어가서 프리패스 상품 판매 페이지를 찾아보도록 하자. 그럼 프리패스만 딱 파는 것이 아니고 이것저것 상품을 덕지덕지 붙여서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몇 년 안에 합격하면 환급을 해준다거나 전용 태블릿을 준다거나 온라인으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한다거나 특별 교재를 제공하는 하는 식이다. 이런 부가서비스를 전부 포함하면서 40~60만원대 상품이었던 가격은 130~150만원까지 올라간다. 이런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공시생이 입장이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해당 부가서비스가 필요한 것인지 꼼꼼하게 따져보자.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합격 시 환불’ 옵션이 있다는 것은 그걸 환불해도 학원은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에 넣은 것이다. 환불해주는 금액만큼 가격을 올려 불합격자가 부담하고 있다거나 실제로 환불해가는 사람이 적다거나 하는 상황이 있을거라 생각해볼 수 있다. 태블릿의 경우 자기가 이미 노트북을 가지고 있거나 집이나 독서실의 PC로 수강할 예정이라면 굳이 선택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N수생이라면 프리패스 구매여부부터 검토해보자. 이미 1년간 필요한 강의를 들었는데도 안타깝게 불합격했다면 그 다음 시즌부터는 인강을 듣는 비중이 감소하고 자기 스스로 교재를 회독하거나 문제를 푸는 독학의 비중이 늘어난다. 즉, 프리패스 가격이 실제 듣는 인강의 총액보다 비싸지는 시점이 온다. 또 1년~2년 공부를 하면 모든 강의를 한 학원에서 듣는 것이 아니라 여러 학원에서 듣는 경우가 생긴다. 자신이 듣던 강사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다른 강사로 갈아타는 경우도 있고 잘 듣고 있던 강사가 다른 학원으로 이적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프리패스가 생각만큼 가성비있는 효율적인 상품이 아니게 되어버린다. 막연한 불안감에 빠져 무턱대고 통합 상품을 구매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물론 자신은 마음을 다 잡기 위해 다시 강의를 듣겠다거나 하는 이유가 있다면 여전히 프리패스가 유용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려할 점이 있다. 일부 학원은 ‘프리패스’라고 되어 있는데 일부 강의를 들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프리패스라는 것이 강사와 학원간의 제공 계약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거부하면 프리패스에 포함될 수 없다. 여기에는 강사와 학원 간의 알력싸움이 있고 계약서에 허점이 있어서 발생하는 부분인데... 여기까지만 적어둔다. 아무튼 프리패스 상품이라고 해도 특정 강사가 제공되지 않는다거나, 일부 특강은 따로 돈을 주고 사야 한다거나 할 수 있다.
참고로 프리패스 외에 ‘T패스’라는 상품이 있다. 모든 강사가 아니라 특정 강사의 1년간의 강의를 무제한 수강하는 상품인데 N수생은 이 경우가 더 합리적인 선택인 경우가 있다. 남부고시의 경우 BIG3, BIG5 상품이라고 해서 인강 3개, 또는 5개를 일정 금액(2017년 5개 기준 30만원)에 구매가능한 알뜰상품이 존재한다. 이 상품도 N수생에겐 굉장히 가성비 좋은 상품이나 프리패스에 밀려서 그렇게 알려져 있지는 않다.
이 외에 관리형 실강 상품이 있다. 일반적으로 ‘자물쇠반’이라거나 ‘스파르타반’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관리형 실강반은 학원의 실강을 들으면서 여기에 관리형 독서실(자습실)이 제공되는 형태다. 어떤 실강이 제공되는가는 해당 관리형실강반에 계약한 강사 전체를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경우도 있고 강사 중 일부를 선택해 듣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학원마다 상이하다. 이런 상품은 어떨까? 공부를 자기 스스로 주도적인 학습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자신이 의지가 약해 강제로 공부할 환경이 필요한 경우 고려해볼만 하다. 이 경우도 6개월이나 1년간 장기로 이용해야 하고 최고 몇백만원대의 고액 상품이므로 굉장히 신중하게 고민하고 학원과도 상담을 필수적으로 해 볼 필요가 있다.
# 초시생과 N수생의 공부방법
만약 이 글이 ‘1년 안에 합격했다’는 제목의 합격수기거나 ‘이렇게 하면 6개월 안에 합격한다’는 식의 공부법 책이었다면 빨리 합격하는 방법만을 적었을 것이다. 글을 적는 것만이라면 말마따나 무슨 말을 못하겠는가. 하지만 필자는 그 단기합격에 실패한 사람이고, 내 주변에는 초시생보다 N수생이 훨씬 많았다. 5년 이상의 장수생도 많았다(놀랍게도 그 주변사람들은 전부 합격해 노량진을 탈출했다). 현실적으로도,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이 공시판은 합격자보다 불합격자가 훨씬 많다. 약 20만명이 약 5천 명 남짓의 등수 안에 들기 위한 싸움이다. 물론 5천여 명에 들어가는 것이 좋고 그러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장수생이 겪는 심적 부담감과 신체·정신상의 건강 악화같은 문제 외에도 장수생을 괴롭히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노량진 학원가를 비롯한 공시판이 전부 ‘초시생’위주로 짜여 있다는 점이다. N수생을 위한 커리큘럼은 거의 없다. 교재의 활용방법도 보통은 초시생을 기준으로 맞춰져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공시를 시작한 사람들은 1년 후 전부 2년차 공시생이 될까? 아니다. 일부는 합격할 것이고, 상당수는 공시 자체를 포기한다. 2년차에서 3년차로 갈 때도 그 이상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연차가 늘어감에 따라 그 연차에 해당하는 공시생의 수는 줄어든다. 학원가에서는 당연히 공시생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초시생을 위해 교재와 강좌, 관련상품을 준비하게 된다. N수생은 뒤로 쳐지게 된다.
초시생과 N수생의 가장 큰 차이는 1년, 또는 그 이상 쌓은 이론의 차이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시 공부체계가 초시생 위주로 맞춰져 있기 때문에 N수생에게도 ‘이론이 부족해서 그렇다. 단과를 다시 들어라.’와 같은 해결책이 돌아오게 된다. 심지어 이런 해결책을 듣는 N수생 본인도 ‘내가 덜 배워서 그런가?’라는 생각을 해버리고 만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좋지 않다. N수생은 이론이 백지인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공시가 객관식시험인 이상, 또 만점이 현실적으로 매우 힘든 시험인 이상 만점을 목표로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볼 필요가 없다. 너도 틀리고 나도 틀리는 고난도 문제에 집중할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틀릴 때도 있고 맞힐 때도 있는’애매한 이론과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따라서 이렇게 요약해볼 수 있다. 초시생이 백지 상태의 이론을 채우는 과정과 이를 문제로 강화하는 과정을 반반씩 나누어 진행했다면, N수생은 이론 과정을 아예 빼거나 줄여야 한다. 대신 이를 통해 생긴 여유를 다른 과정 - 기출 다시보기, 약점 보강, 문제풀이, 암기 등 - 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만약 1년 내내 제대로 공부를 했는데도 특별한 이유 없이 40점 이하의 과락 점수가 나왔다면 그럴때는 이론을 한번 더 돌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론강의 재수강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며 특정 영역에 대한 특강이나 요약서 강의가 훨씬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