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는 지프를 타고 낙타사파리를 하는 일정이다.
낙타 사파리를 진행하는 지배인인 바브싱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내가 인디 이름이 빠르빠디(인도사람이라는 뜻)라고 했더니 나이스 라고 하면서 내게 무척 잘해주었다.
나도 핸섬하다고 해주었더니 너무 좋아하면서 내게 제일 좋은 낙타를 가지고 와서 태워주었다.
그런데 낙타를 태워서 한참을 가더니 내게 낙타를 몰고 가보지 않겠느냐면서 내 뒤에 탔다.
오른손으로 줄을 흔들면 낙타가 왼쪽으로 왼손으로 줄을 흔들면 낙타가 왼쪽으로 이동을 한다.
말을 타고 달리는 것처럼 움직이는 것이 신기했다.
그런데 문제는 낙타 타는 것을 가르쳐준다고 위에 올라타고 손으로 내 허리를 뒤에서 잡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일행은 눈에서 보이지 않았다.
내가 낙타에서 내렸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No problem을 외치면서 양손을 위로 뻗어보였다.
단지 낙타를 같이 타려고 손으로 붙잡았을 뿐이었는데
내가 너무 오바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ㅎㅎ ㅎ
그놈의 공주병은 여전하단 말이야.
바브싱은 내가 탄 낙타를 끌고 사막여행을 시작했다.
사막이라기에는 아직은 풀이 듬성 듬성 나있는 고비사막.
아름다운 하늘과 함께 펼쳐지는 사막의 모습은 마음을 흥분시키게 하는 것이 있었다.
작은 마을이 나타나고 우리 일행은 짜이 한 잔씩 마셨다.
낙타를 타고 2시간 가량 걸려 사파리 장소에 도착할 즈음에는 벌써 해가 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사막에서 보는 일몰은 정말 장관이었다. 마치 무지개 빛깔 같은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거기서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임용고사에 실패한 후 가졌던 좌절감
그리고 가진 선미의 꿈, 인생에 있어 많은 굴곡을 겪은 것 같은, 그러기에 더 씩씩한 경희님,
별로 말이 없으면서도 사람을 편하게 해주던 승애님의 이야기,
그리고 나. 울 아들의 여행담 이야기.
짧은 여행 동안 부쩍 키가 커진 듯한 울 아들의 이야기. . . .
사람들의 아름다운 삶과 일몰이 겹쳐 갑자기 눈물이 나는 것 같았다.
왜그런지 설명하기는 어려웠지만. . .
모닥불이 켜지고 우리는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모래에 그릇을 닦아 물로 약간 헹구니 물을 조금 들이고도 깨끗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특이한 경험이었다. 그것으로 난과 커리를 만들어 먹고, 달걀도 삶아 먹었다.
모닥불을 피울 나무들을 주워다 감자랑 옥수수를 구워 먹는데 그 맛 또한 별미였다.
조금 더 많이 사가지고 와서 먹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약간 모자른 듯 하면서 먹는 맛도 좋은 것 같았다.
나무를 주어다 불을 피우고 밥을 만드는 사소한 일들은 아이들이 주로 하였는데
그 아이들은 우리가 사가지고 온 포도를 무척 먹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곳은 계급에 대해 받아들이는 정도가 대단한 것 같았다.
작은 돈이라도 주면 아이들이 갖지 못하고 위 계급에게 가져다 주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1박 2일의 힘든 시간 뒤에 겨우 10루피 정도( 우리돈으로 30원 정도) 의 돈을 받을 뿐이란다.
우리 일행은 아이에게 먹다 남은 포도와 바나나를 몰래 주었다.
나도 조금 남겨 가지고 와서 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방을 뒤져 보니 공항에서 샀었던 껌이 있었다.
주변의 몇 아이에게 껌을 주었더니 갑자기 동네의 아이들이 떼거지로 몰려들었다.
껌은 겨우 6개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았는데 한 아이가 빈통을 달라고 했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서로 제게 주세요. 하면서 간절한 눈빛으로 쳐다 보았다.
에궁 그것 참
인도의 순수한 얼굴이 그대로 보이는 듯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