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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민화의 종류와 상징별 해석
1. 산과 물에서 얻은 소재
산과 물은 민화의 주된 소재로서 인간의 자연에 대한 친화력과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본질을 발견하게 하며 자연이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겸허하게 친구로 살아갈 것을 권유를 상징 하는 그림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동의 금강산, 서의 묘향산, 남의 지리산, 북의 백두산과 한양이 위치한
중앙의 삼각산등을 오대명산으로 신성시하여 설화나 그림으로 많이 묘사하였다.
대표적인 그림은 금강산도 (金剛山圖), 관동팔경도 (關東八景圖), 소상팔경도 (瀟湘八景圖)
무이구곡도 (武夷九谷圖)등이 있다.
그림1) 금강산도 (金剛山圖)
민화 산수화의 대표적인 소재인 금강산은 여름에는 봉래산, 가을에는 풍악산, 겨울에는 개골산이라는 별명이 있는데 금강산도는 실경을 그리되 추상적으로 변형시켜 파격적인 구도를 취하며 봉우리와 기암괴석을 추상성이 가가미된 반복적 선묘로 의인화 시키고 네모꼴이나 직선등 기하학적인 조형을 증첩 하기도 하며 불꽃 모양으로 표현하는 등 다채로운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봉우리나 사찰, 암자 등의 그림 위에 그 이름을 하나하나 기록하기도 한다.
통천 총석정 삼척 죽서루 고성 삼일포 강릉 경포대
간성 청간정 울진 망향정 양양 낙산사 평해 월송정
그림2) 관동팔경도 (關東八景圖)
관동팔경도는 강원도 동해안을 따라 펼쳐진 통천 총석정, 고성 삼일포, 간
성 청간정, 양양 낙산사, 강릉 경포대, 삼척 죽서루, 울진 망양정, 평해 월송
정 등 경치가 뛰어난 여덟 곳의 명승지를 그린 그림으로서 화면 곳곳에 각
명승지의 이름을 써 넣은 것이 특징이다.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유유자적 하
는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독특한 그림이다.
그림3) 소상팔경도 (瀟湘八景圖)
소상팔경도란 중국 호남성 동정호의 남쪽 영릉(零陵)부근, 즉 소수(瀟水)와
상수(湘水)가 합쳐지는 곳의 여덟 가지 경치를 주제로 삼아 그린 그림이다.
그 여덟 경치 주제를 살펴보면 소상야우(瀟湘夜雨 - 소상강에 내리는 밤비)
원포귀범(遠浦歸帆 - 먼포구로 돌아오는 배), 동정추월(洞庭秋月 - 동정호에
비치는 가을 달), 평사낙안(平沙落雁 - 모래밭에 내려앉은 기러기), 어촌낙조
(漁村落照 - 저녁노을 물든 어촌), 강천모설(江天暮雪 - 저녁때 산야에 내린
눈), 산시청람(山市晴嵐 - 푸르스름하고 흐릿한 기운이 감도는 산간마을), 연
사만종(煙寺晩鐘 - 연무에 싸인 산사의 종소리가 들리는 늦저녁 풍경) 등이
다. 소상팔경도는 원풍(元豊) 1년 (1078년) 송(宋)나라 송적(宋迪)이 처음 팔
경도를 그렸고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명종(1170 ~1197)의 어명으로 이광필
이 소상팔경도를 그렸다는 기록이 고려사에 보인다.
소상 팔경도는 주로 사랑방이나 기방(기생방)을 장식했던 그림인데 소상팔
경도가 기방에 많이 놓이게 된 이유는 「요임금의 딸이자 순임금의 두 왕비
였던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이 순임금이 창오의 들에서 죽어 군산에 묻혔
다는 소식을 듣고 통곡하며 상수에 몸을 던졌고, 이때 이비(二妃)의 피눈
물이 군산 대나무에 튀어 소상반죽(瀟湘斑竹)이 되었다」는 슬픈 사연을 안
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림4) 무이구곡도 (武夷九谷圖)
무이구곡도는 중국 복건성 무이산 계곡의 아홉 절경을 그린 그림이다.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희(주자)가 1183년 54세 때 무이산에 무이정사를
짓고 이듬해 아홉 편의 칠언절구를 지었는데, 그것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
무이구곡도이다.
무이구곡도는 일반 민화와는 달리 극채색을 쓰지 않고 대개 선묘로 그
을 그리는 특징이 있다.
2. 동물 소재
그림5) 사슴
사슴그림은 사슴이 한 마리나 두 마리 혹은 여러 마리가 떼 지어 노는 장면을 그리는데 사슴이 두 마리인 경우에는 쌍록도(雙鹿圖) 여러 마리인 경우를 백록도(百鹿圖)라 부르는데 특히 한 마리만 그릴 때도 보통 흰 사슴(白鹿)을 그려 놓고 읽을 때 독음대로 백록도(百鹿圖)라고 읽어 백 마리의 사슴을 그린 그림과 같이 사슴이 지닌 복록의 주술적 의미를 백배 더 하는 뜻을 지닌다.
사슴그림은 불행과 질병을 막아주는 주력이 있고 또 사슴 록(鹿)과 복 록(祿)의 독음이 같아서 복록(福祿)을 의미한다.
그리고 사슴은 그 뿔이 봄에 돋아나 자라서 굳었다가 떨어지고 이듬해 봄에 다시 돋아나길 거듭하기 때문에 장수, 재생, 영생을 상징하는 십장생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림6) 삼여도(三餘圖)
삼여도는 삼는 세 마리의 물고기를 그린 그림이다. 삼여(三餘)란 중국에서 고기 “어(漁)”와 남을“여(餘)”의 득음이 서로 같음으로 인해 물고기를 “여 (餘)”의 뜻으로 하여, 그 뜻을 세 가지 여가 시간을 상징 하고 있다.
그 세 가지는 밤, 겨울, 비오는 날로 밤은 하루의 나머지 시간이고, 겨울은 일년의 나머지이며, 비 오는 날은 평상시의 나머지 시간으로 농사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세 가지 여가시간을 활용하더라도 학문 하는데 충분하 다는 이야기로 학문하는 태도와 정신을 일깨우기 위한 그림이다.
또한 물고기는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를 연상시키는 모양을 갖은 것들이 있 어 2마리의 물고기 그림으로 구성 되어진 어해도(魚蟹圖)는 성적 결합의 즐 거움이나 부부 금슬, 다산을 상징하여 젊은 부부들에게 선물로 애용된 그림 이다.
그림7) 호랑이
호랑이는 단군 신화에도 등장할 만큼 우리 민족과는 깊은 관계가 있다.
그래서 호랑이는 한국의 상징이라 할 만큼 옛 생활미술에 많이 등장하며
심지어 호랑이 신체의 일부인 가죽, 발톱, 이빨, 뼈 등을 장신구나 장식물로
쓴 예가 적지 않은데 이것은 호랑이가 영험스런 짐승으로서 호축삼재(虎逐
三災)라 하여 세 가지 재앙 곧 수재(水災), 풍재(風災), 화재(火災)나 지병,
기근, 병란으로부터 보호해 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매년 정초가 되면 대문이나 집안곳곳에 호랑이 그림을 붙였으며, 호랑이와 관련된 그림으로는 까치 호랑이 그림, 군호도(群虎圖), 호렵도(虎獵圖), 그리고 백호도(白虎圖)와 만호도(萬虎圖)등을 들 수 있다.
그림8) 작호도 (鵲虎圖)
까치와 호랑이 그림은 대개가 소나무 아래 큼직한 호랑이가 도사리고 있고 까치가 소나무에 앉아서 지저귀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까지는 좋은 소식을, 호랑이는 악귀를 쫓는 동물로 상징한다. 새해 정초에 대문이나 문등 집안 곳곳에 붙였던 문배그림으로서 「한해 동안 잡귀와 액운을 막아주는좋은 소식을 불러들인다는 의미를 담은 그림이다.
그림9) 개 그림(神狗圖)
용맹스럽고 다소 과장된 모습을 하고 있는 개를 그린 신구도(神狗圖)는 도
둑을 지키는 축도(逐盜)의 상징 동물로 광이나 곳간에 붙였던 그림이다.
개 그림 중에는 눈이나 귀를 네 개씩 그린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많은 눈과
귀를 가지고 어두운 밤 비바람이 몰아쳐도 도둑이나 귀신의 소리까지도 보고 들으라고 그리 했을 것이다.
그림10) 호렵도(胡獵圖), 군호도(群虎圖)
호렵도는 호복(胡服)차림의 사냥꾼들이 말을 타고 광활한 산야를 달리며
호랑이나 다른 여러 짐승들을 사냥하는 장면을 대개 8폭으로 연달아 해학
적으로 그린 그림이다. 호렵도는 고려 31대 공민왕이 그렸다는 천산대렵도
(天山大獵圖)가 시초라 한다. 원래 왕이 인솔하는 사냥은 정치적 시위를
하는 정치행동의 일종이었으나 호렵도는 군호도와 더불어서 호탕한 무관들
의 거처나 군사시설 등에 비치되었던 그림으로서 무관들의 위용을 나타내기
위한 그림이었다.
3. 식물 소재
우리민족은 꽃을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번영, 부귀, 행복, 축복, 등의 의미와 관련하여 수, 복, 부, 귀, 다남, 강, 녕 등의 상징성을 담고 있다. 더 나아가 사람의 표현, 숭배, 존경, 위문, 축하, 등을 표하는 마음의 정표로 사용하였다.
그림11) 화훼도 (花卉圖)
꽃이 갖는 상징성에 삶의 소박한 꿈을 담아 그린 그림이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민화에 등장하는 꽃은 모란, 연꽃등 줄잡아 40여종이 되는데, 꽃이 중심이 되어 거의 꽃만을 주 소재로 하여 그린 그림을 화훼도(花卉圖)라 한 다.
그림12) 모란도 (牡丹圖)
모란은 꽃 중의 왕으로 임금을 상징한다하여 궁중에서만 사용했는데 궁중 모란도를 보면 괴석위에 튼튼한 줄기와 잎 사이로 활짝 핀 꽃송이를 화려 한 색감으로 채색하였으며, 모란은 부귀안락과 남녀화합을 상징하고 있으므 로 혼례식의 대례병(大禮屛) 으로 많이 사용하였다.
꽃 중의 왕으로 불릴만큼 화려한 꽃이지만 벌과 나비를 함께 그리지 않는다. 이는 선덕여왕의 영민함을 보여준 세 가지 일화인 지기삼사(知機三事)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 이는데, 그 일화를 소개하면 신라 선덕여왕이 공주(덕만공주)시절 중국의 당 태종 이세민이 빨강(紅), 자주(紫), 흰색(白)의 목단 그림과 꽃 씨앗 각 한 되를 보내왔는데 공주가 이 그림을 보고「나비가 없으니 이 꽃에는 분 명 향기가 없을 것이다」고 하여「꽃씨를 심어 꽃이 피고 보니 과연 그러 했다」는 설화가 일연 이 쓴 삼국유사에 전한다.
그림13) 연화도 (蓮花圖)
연꽃은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살면서도 더러운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청아하고 고고하게 피어나기에 선비를 상징하며, 모란이 군자라면, 연꽃은 덕이 높은 선비를, 국화는 절개높은 선비를 나타내는 삼절(三節)이다. 화훼 도에서 이 삼절은 새, 나무, 꽃등이 어울어져 가장 사랑 받는 소재이다. 또 한 연꽃의 또 다른 속성인 생명력과 번식력을 인간의 삶과 결합시켜 자손 번창의 상징물로 그렸다.
연화도에서 연밥이 촘촘히 박힌 연실(蓮實)은 다남(多男)을 상징하고, 꽃과 열매가 동시에 생장하는 특성 때문에 득남의 염원을 화병에 꽂힌 연꽃 그 림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한 마리의 백로와 연꽃을 함께(一鷺蓮果)그 려 한 번 걸음에 과거에 급제 (一路連科)하길 기원하기도 했다.
그림14) 화조도 (花鳥圖)
민화 가운데서 가장 수효가 많았던 것이 화조도이다.
민화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는 화조도는 우리 민족이 꽃과 새 그림 을 사랑했음을 반영한 것이다. 화조도가 갖는 상징성으로는 한 쌍의 원앙은 부부의 금슬을, 갈대와 함께 그린 기러기는 노후의 안락을, 부모에게 먹이 를 물어다 주는 팔가조는 효도를, 매는 삼재(화재, 수재, 풍재)를 막아주는 벽사의 의미를, 밤눈이 밝은 부엉이와 올빼미는 재산을 지키고 도둑을 막아 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림15) 초충도 (草蟲圖)
초충도는 주로 도라지, 맨드라미, 원추리, 오이, 포도, 호박 등 일년초들과 잠자리, 벌, 나비, 여치, 매미, 개미, 개구리 등 풀벌레들을 자연스럽고 꾸밈 없이 그려 놓고 가까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배우도록 한 그림 이 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 초충도의 대표적인 화가로는 초충도의 연원을 이 룬 이율곡의 어머니 신사임당(1504~1551)과 조선후기 현재 심사정을 들 수 있으며 나비를 가장 잘 그렸던 순조 때의 화가 남계우는「남나비」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초충도는 정묘한 세필로 그려진 풀과 꽃 그리고 작은 벌래가 한데 어우러 져 조용하고 그윽한 정감을 전해주는데 이런 멋 때문에 주로 부인방을 장 식 했다.
4. 인물 소재
민화에서 인물화는 인간을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화폭에 옮겨 놓고 인
이 자연과 더불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그림으
로 주로 방안 장식용으로 사용되었다.
인물화에는 어린이를 소재로 한 백동자도(百童子圖)를 비롯하여 소설이나
고사, 설화의 주인공을 상상해서 그린 작품과 매우 섬세하게 그린 초상화
나 자화상등이 있다.
특히 조선시대 초상화는 얼굴의 주름이나 수염 한올 한올 뿐만 아니라 검
버섯까지도 매우 사실적으로 그린 격조 높은 우수 작품들이 많이 있는데
대상이 살아 있을 때 그리는 사진(寫眞)혹은 진영(眞影)과 사후에 그리는
전신도(傳神圖)가 있다.
그림16) 사당도 (祠堂圖)
조선시대 사람들은 유교의 영향으로 부모님 살아생전에 효도하고 돌아가
신 후에는 양지 바른 명당에 모셔 놓고 모역 안에 사당을 지어 제사를 지
내는 일이 자식 된 도리로써 후손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여겼다.
사당도는 「마치 옆에 모신 듯이 돌아가신 선조를 사모하는 그림」이라는
뜻의 감모여재도(感慕如在圖)라고도 하는데, 이 사당그림은 조상의 묘소가
멀리 떨어져 있거나 사당이 없는 집안의 가난한 후손들이 제사 때 사용하
던 그림으로 이동식 사당인 셈이었다. 곧 제사를 지낼 때 지방을 만들어
사당 그림 중앙의 위폐를 그린 곳에 직접 붙이고 썼던 그림이다.
사당 그림은 많은 서민들이 현실적으로 사당을 가질 수 없자 지혜를 발휘
해서 조상에 대한 효를 표현한 서민들의 애환이 가장 많이 깃든 그림이라
고 말할 수 있다.
5. 인간 삶의 소재
그림17) 노안도 (蘆雁圖)
갈대와 기러기를 함께 그린 그림을 「노안도」라 하는데 이는 ‘갈대 노(蘆)’ 자와 기러기 ‘안(雁)’자에서 온 이름이다.
노안도는 독음이 같은 노안(老安)의 뜻으로「노후의 안락」을 상징하는 그 림으로서 새해 정초나 노인들의 생신 때 선물로 드렸던 그림이다.
요새도 새해가 되면 노안도가 연하장으로 많이 제작되어 주고받는데 이는 한해의 평강을 바라는 그림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림18) 십장생도 (十長生圖)
십장생도는 불로장생의 상징인 물상 즉 해, 달, 구름, 물 (日月雲水)과 산, 바위, 소나무, 대나무 (山石松竹) 그리고 학, 사슴, 거북, 불로초(영지) (鶴鹿 龜芝)와 천도(天桃)중 열 가지를 그린 그림으로서 이 땅에서 불로 장생하면 서 이상적인 세계에서 행복하게 자손만대까지 살기를 바라는 욕망이 신선 사상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십장생도는 새해 정초에 세화로 그려 선물로 주 고 받거나 회갑연용 병풍으로 사용된 장수를 기원하는 그림이다.
그림19) 어해도 (魚蟹圖)
어해도는 고기「어(魚)」자에 게「해(蟹)」자에서 온 이름으로 물고기, 게, 새우, 조개 등 어류의 그림을 말한다.
물고기는 알을 많이 낳는다하여 다산, 곧 자손의 번창을, 게는 옆 걸음 친 다하여 양보를 상징한다. 그리고 등이 굽은 새우는 바다의 노인 곧 해로 (海老)와 독음이 같은 해로(偕老)의 의미로서 부부가 평생 함께하며 같이 늙어 간다는 뜻이며 새우 ‘하(鰕)’와 조개 ‘합(蛤)’은 독음이 비슷한 화합(和 合)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어해도가 갖는 전체적인 상징은,「부부가 만나 양보하고 화합해서 많은 자손을 낳고 백년해로 하라」는 바람을 담은 그림 이다.
또한 물고기가 가지고 있는 여러 상징성 가운데 벽사(辟邪)의 의미가 있는 데 이것은 고기가 낮이건 밤이건 눈을 뜨고 있기 때문에 항상 삿된 것을 경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고기 낱장 그림을 귀중한 것들이 많이 간직되어 있는 다락의 문에 붙여 놓기도 하고 또 물고 기형의 자물쇠를 쌀뒤주에 달거나 서랍의 손잡이를 물고기형으로 만들어 쓰기도 했다.
그림20) 어변성룡도 (魚變成龍圖)
어변성룡도는 그림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물고기가 변하여 용이 된다는 뜻을 담은 그림이다. 어변성룡도는 약리도(躍鯉圖)라고도 하는데 선비가 과 거에 급제하기 위하여 모든 어려움을 참고 학업에 정진하는 모습을 상징적 으로 담고 있으며, 과거를 앞둔 벗에게 합격과 출세를 기원하며 격려의 선 물로 선사하기도 하고 또 선비가 과거에 급제하기를 스스로 다짐하면서 책 상머리에 붙여 놓고 결의를 다졌던 그림이었다.
그림21) 책거리도 (冊架圖)
책거리 그림은 책가도(冊架圖) 또는 문방도(文房圖)라고도 한다.
책과 서가, 서재 주변에 있는 문방사우(文房四友)인 종이, 붓, 벼루, 먹은 물 론 이고 선비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던 안경, 안경집, 화병, 도자기, 부 채, 꽃등과 상징성을 갖는 수박(장수, 복), 석류(다남, 다손), 천도복숭아 (장 수)등을 그린 그림이다. 이는 많은 책을 곁에 두고 읽고 싶어 하던 선비들 의 염원과 학문을 숭상하고 예술을 즐기던 고아한 취향을 담은 그림으로서, 그림의 특징은 가까운 것은 작게, 먼 것을 더 크게 그리는 원근법의 반대 개념인 역원근법을 이용한 신묘한 화법을 사용하였으며 화면이 엄격하고 단정하며 뛰어난 묘사력을 보이고 있다.
그림22) 문자도 (文字圖)
문자도는 조선시대의 유교사회에서 인간의 도덕 강령으로 규범이 되었던 효(孝 : 효도), 제(悌 : 우애), 충(忠 : 충성), 신(信 : 믿음), 예(禮 : 예절), 의(義 : 의리), 염(廉 : 청렴), 치(恥 : 부끄러움)등 여덟 글자를 각 글자와 관련된 고사에 등장하는 사물과 함께 회화적 요소를 가미하여 그린 교화용 그림으로 병풍으로 만들어져 선비의 방이나 어린이 방을 장식 했었다.
그림23) 기명절지도(器皿折枝圖)
학업에 정진해서 높은 학문적 업적을 이루고 부귀.평안.만복. 불로장생 등 행복을 기원하는 그림이다.
그림24) 풍속화 (風俗畵)
민화에 보이는 풍속화는 주로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서민생활을 소재로 하 여 풍습, 세태, 연중행사 등 여러 가지 생활상과 자연의 정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으로 평화롭고 친근감 있는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다. 풍속화는 조선후기에 가장 유행했는데 당시 손꼽히는 풍속화가로는 단원 김홍도, 혜 원 신윤복, 긍재 김득신, 공재 윤두서 등이 있다.
6. 설화의 소재
옛날부터 전승되어 오는 신화, 전설, 민담등과 고사, 소설 등의 줄거리를 함 축시켜 그린 그림으로 설화도의 내용은 주로 종교적인 성격을 띤 것, 교훈 적이거나 교육적인 내용 그리고 충효나 애정을 다룬 것 등이다.
그림25) 삼국지도 (三國誌圖)
삼국지 소설의 줄거리를 그림으로 그린 설화도이다.
그림26) 금궤도 (金樻圖)
금궤도는「신라의 석탈해가 나라를 다스릴 때 어느 날 시림이라는 숲에서 흰 닭이 울어 가 보았더니 바로 나무에 걸린 금궤 밑에서 닭이 울고 있었 다. 금궤 속에서는 아기가 나타났고 훗날 그 아기는 신라왕들의 시조가 된 김알지였다」는 설화를 바탕으로 한 풍경 그림이다.
금궤도는 원래 조선 인조가 창강(滄江) 조속(趙涑)에게 명하여 그린 그림으 로 알려져 있다. 인조가 어느 날 <삼국사>를 읽다가 김알지의 후손이며 신 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이 고려에 맞서 싸우냐 항복 하느냐를 놓고 고민 하는 글을 보았는데, 인조는 그 처지가 당시 중국 청나라와 전쟁을 해야 할 지 피해야 할지 고민하는 자신의 경우와 참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김알지의 탄생 설화가 마음에 들어 그 내용을 그리도록 했다 한다.
7. 소설의 소재
그림27) 구운몽도 (九雲夢圖)
조선 숙종 15년(1689)에 서포(西浦) 김만중(金萬重, 1637~1692)이 귀양살 이 하며 팔순의 노모를 위로하기 위하여 하룻밤 만에 완성 하였다는 국문 소설「구운몽」의 줄거리(성진이 팔선녀와 함께 인간으로 환생하여 온갖 부 귀영화를 누리다가 깨어보니 헛된 꿈이었다)의 내용을 여덟 폭의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8. 상상의 동물 소재
중국고대 전설에 나오는 수호신(守護神)적인 상상의 동물을 영수(灵獸)라
하여 이들을 그린 그림이 영수화이다. 민화에 나타나는 영수들은 길상적인
서수(瑞獸)들로 수호와 축사(逐邪)의 뜻을 가진 것이다.
영수를 소재로 한 사신도(四神圖)는 동양 전통 철학인 음향오행설에서 비롯
되었으며 동서남북 네 방향을 수호하는 청용, 백호, 주작, 현무를 그린 그림
이다. 또한 민화에 등장하는 영수들로는 용, 봉황, 신구, 기린 등 사영수(四
灵獸)와 해태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림28) 용 (龍)
용은 우리 겨례와 가장 친근한 상상의 동물로서 그 생김새는 몸통이 뱀
같고 네 개의 발이 있어 매의 발톱을 가졌으며 머리에는 사슴 같은 뿔과
등에는 81개의 비늘이 있고 토끼 같은 눈, 소의 귀, 뱀의 목, 범의 발바닥,
큰 조개 같은 모습의 배를 가졌다고 한다.
백룡과 황룡은 임금, 황제를 상징하고 청룡은 사악한 귀신을 내쫓는 벽사
를 뜻하며 흑룡, 여룡은 가뭄이들 때 기우제를 올려 비를 구하는 대상 이
었다. 용은 전통적으로 고귀하고 신비로운 존재로 비유되어 왕의 얼굴을
용안(龍顔), 왕이 앉는 걸상을 용상(龍床), 왕의 의복을 용포(龍袍)라고 했
는데 왕을 용으로 비유하게 된 사연은 용에게는 인간과 국가를 보호하는
물을 다스리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용을 그리는 방법에도 격식이 있어서 왕실에서 사용하는 용 그림은 발톱
다섯개인 오조룡(五爪龍)을 그리고 민가에서는 사조룡(四爪龍)이나 삼조룡
(三爪龍)을 그렸다
그림29) 봉황 (鳳凰)
봉황은 고대 중국의 전설로부터 유래된 서조(瑞鳥)로 어질고 현명한 성인과
함께 세상에 나타나는 새라고 전한다.
수컷을 봉(鳳)이라고 하고 암컷을 황(凰)이라고 하는데 암수를 같이 불러
봉황이라 한다.
봉황의 생김새는 앞모습이 기러기(군신의 의), 뒷모습을 기린(어진성군),
리는 닭(밝음을 가져옴), 턱은 제비(천심전달), 등은 거북(재앙을 막고 앞
예견)을 닮았다고 한다.
용과 봉황은 군왕이 갖출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 하여 군왕을 상징해왔는
두 상징에 서열을 매길 때는 용을 상위에 두어 천자 곧 황제의 상징으로
삼았고 봉황을 황후의 상징이나 천자에게 사대하는 제후나 왕의 상징으로
쓰였다. 그래서 천자를 섬기던 조선시대 왕궁의 정전 천장에 용을 그리지
못하고 봉황을 그렸었는데 조선시대 말기에 고종께서 청나라 사대에서 벗
어나 대한제국을 선포한 후 왕에서 황제로 승격되면서 경복궁 근정전의 천
장과 임금이 앉는 용상의 뒤에 봉황 그림이 황제의 상징인 용 그림으로 바
뀌었다. 이는 창덕궁 인정전에 남아있는 봉황 그림과는 대조적인 좋은 예가
된다. 봉황그림은 오동나무와 대나무등과 함께 그려지는데 그것은 봉황은
오동나무 아래에만 깃들고 삼천년 만에 한번 열린다는 대나무 열매인 죽실
(竹實)을 먹고 산다 전하기 때문이다.
그림30) 신구도 (神龜圖)
신구라 불리는 거북은 용, 봉황, 기린과 함께 사령수(四灵獸)의 하나로
천년을 산다고 전하여 장수의 상징으로 여겼다.
등껍질은 하늘의 지붕을 나타내고 그 표면에는 별자리가 나타나 있으며
의 껍질을 땅을 나타낸다고 한다. 곧 상하의 껍질은 천지 음양의 힘을 나타
내 수명과 우주를 상징하는 것이다.
민화에서 거북은 우리가 볼 수 있는 일반 거북과는 달리 매우 기괴하게
상적으로 그려지며 대개가 두 마리를 함께 그리고 있는데 우리 선조들은
거북을 장수의 상징으로서 귀엽고 친근한 동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림31) 기린 (麒麟)
민화에서 기린은 우리가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기린이 아니고 털을 가진
땅짐승의 왕으로서 수컷을「기(麒)」암컷을「린(麟)」이라고 하는 상상의
동물이다. 기린은 몸이 사슴같이 크고 네다리는 소 발굽이고 목의 털인 갈
기는 말과 같고 등 털의 빛깔은 오색이고 배의 털은 황색이라고 한다. 그리
고 기린은 머리에 살로된 뿔이 하나 돋아 있지만 사람을 받아도 다치지 않
고 살아있는 풀이나 벌레를 밟지 않으며 왕이 될 사람이 출현할 때 사람들
이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기린이 나타나면 세상에 어진 성왕(聖王)이
나와 태평성대를 펼 길조라 생각했다.
그림32) 해태 (獬豸) 그림
해태는 소의 머리와 말의 얼굴에 뿔이 하나 있는 상상의 동물로서 옳고 그
름을 판단할줄 알며 불을 막아 준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회의사당에 세워진 해태상은 국사를 논할 때 옳고 그름을 판단
하여 정의롭게 일하라는 의미라 하겠다. 또한 조선시대 흥선대원군이 경복
궁을 중건할 때 불이 자주 일어나자 당대 유명한 석공 이세욱을 시켜 돌로
해태상을 만들어 세우고 불을 막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해태그림은 불을 막기 위하여 정초에 세화로 그려 부엌문에 붙였던 그림이
다.
9. 종교 관련 소재
그림33) 산신도(山神圖)
산신도가 우리나라의 사찰이나 사당 등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5세
경 도교가 우리나라에 전파되면서 부터로 알려져 있는데 호랑이와 산신을
숭배하던 우리 선조들의 산악숭배 신앙이 반영된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산신도는 대개 노인 모습의 산신과 호랑이를 함께 그리고 있는데 행복과
재물을 가져다주며 무병장수하게 하는 영험한 신이라 해서 무당개인의 사
당이나 마을의 산신당 또는 사찰의 산신각에 독성도나 칠성도와 함께 모셔
졌었다.
그림34) 독성도 (獨聖圖)
독성(獨聖)은 불교적으로는 부처님의 도움 없이 부처님 생전에 홀로 깨친
성자라는 뜻으로 독성도는 부처님의 18 나한중의 한 분이었던 빈두로 존자
나 천태산에서 독수 선정하여 진리를 깨우치고 미륵불이 출현하는 융화세
계를 기다리고 있다는 전설적인 존재인 나반존자를 그린 중국 그림에서 유
래된 것으로 보인다.
독성도는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일을 독성이 알고 있어서 우리 중생들을
늘 이롭게 이끌고 복을 내려 준다하여 사찰이나 마을의 산신당등에 걸렸던
그림이다.
그림35) 칠성신도(七星神圖)
칠성신도에서 칠성신은 북두칠성을 신격화 한 것으로서 대개가 일곱명의
노인을 그리는데 칠성은 자식을 잉태하게 하며 인간의 수명을 길게 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거처를 지켜 준다하여 사찰이나 사당 등에 모셔졌던 그림
이다.
그림36) 신선도(神仙圖)
신선도는 중국의 전국시대 말기에 생긴 불로장생(不老長生)사상과 도교에서
비롯된 신선사상을 그림화한 것으로서, 그 관념의 기초가 인간에 있기 때문
에 그림에 표현된 신선들은 우리 인간의 모습이며 신선과 더불어 불로장
의 상징물인 불로초, 천도복숭아, 불수과 등과 사슴이나 학, 거북등이 함께
그려진다.
신선도는 불로장생과 부귀에 대한 속인들의 한없는 염원과 부러움을 신
이라는 신앙적 존재를 통해 나타낸 부귀와 장수를 기원하는 그림으로서 주
로 노인들의 방을 장식했던 그림이다.
그림37) 신선동자도 (神仙童子圖)
다른 신선도처럼 불로장생과 부귀에 대한 속인들의 한없는 염원과 부러
을 신선이라는 신적인 존재를 통해서 나타낸 그림이다.
수성노인과 함께 그려진 천도복숭아는 선도(仙桃)라고도 하는데 이는 3
년 만에 꽃이 피고 3천년이 지나야 열매를 맺으며 3천년이 가야 익는다는
상상의 과일로서 장수를 상징한다. 그래서 신선동자도는 부귀와 장수를
상징하는 그림이다.
그림38) 바리공주(애기씨) 그림
바리공주 그림은 감로수와 피, 살, 목숨을 살리는 꽃을 얻어서 부모의 생
명을 구하는 바리데기 설화의 주인공인 바리공주를 신격화해서 그린그림
으로 일명 「애기씨」라고도 한다. 이 그림은 사람이 죽은지 49일안에 영
혼천도를 위해 후손들이 베푸는 씻김굿(지노귀 새남)을 할 때 무녀의 사당
에 모셔졌던 그림이다.
첫댓글 그런 것 같습니다.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의 본질은 역시 물과 바람..
그리고, 겸허하게 자연을 응대하며 살아가는 자세._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배워가는 중 입니다._()
제가 컴에 능하지 못해 좀더 많은 자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못올려 드리는점 이해 바랍니다.^^
네..그러시군요.
그 말씀 만으로도 충분한 마음입니다._()
이런 깊은뜻이 담긴 민화를 알게되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좋은 정보 정말 감사 드립니다...
찾아주셔서 제가 감사 드려야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