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여우 아저씨
송정화 글. 민사욱 그림
발 제: 김보영
2021년 5월 26일
붉은 여우 아저씨는 흰 털을 가졌지만, 항상 붉은 모자를 쓰고, 붉은 신발을 신고, 붉은 가방을 메고, 붉은 옷을 입고 다녀서 ‘붉은 여우 아저씨’ 라 불린다. 이야기는 자의 반, 타의 반, 자신의 상징과도 같았던 붉은 모자, 붉은 신 발, 붉은 가방, 붉은 옷을 각각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내어주는 형식으로 전개 된다.
대머리라 늘 놀림을 받던 대머리 독수리에게는 모자를, 목이 말라 힘들어하던 버드나무에게는 신발을, 알을 지키느라 하루도 마음 편히 지낼 수 없던 숭어에게는 가방을, 눈이 소복이 쌓인 추운 날 작은 집 앞에 웅크려 앉아있던 아이에게는 옷을 아낌없이 또는 흔쾌히 내어주었다. 결국, 타고 난 하얀 털 외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또 다시 ‘불은 여우 아저씨’ 가 되어있었다.
그저 상징적으로 불리우던 붉은 여우 아저씨는 어느덧 친구들과 하나의 모습으로 어우러진 또 다른 ‘붉은 여우 아저씨’가 되었던 거다. 아저씨는 말한다. “영원한 친구가 되어줄게.”
작가 송정화는 아이들에게 소망이 되는 글을, 남편인 민사욱 역시 아이들에게 영원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으로 그림책을 공부하게 되었다 한다. 부부가 함께 만든 첫 그림책이 <붉은 여우 아저씨>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사실 좀 실망스러웠다. 아니, 이게 뭐야? 라는 마음이 들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듯 싶다. 자신의 것을 하나하나 내어주는 전개 방식도 식상했다.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 의 동화 <행복한 왕자>에서도 그랬고 제목은 언뜻 기억나지 않지만 이미 여러 책에서 경험한 내용의 답습이랄까.
솔직히 지나친 헌신과 배려를 내 아이에게 옳다고 얘기해 주고 싶지도 않다.붉은 여우 아저씨가 물건을 내어 준 대상 중 아이 말고는 처음부터 자발적인 마음으로 한 양보와 배려가 아니었던 부분이 가장 많이 거슬린 부분이었다. 헌신과 배려의 결과가 꼭 행복한 결말도 이어지는 게 아닐뿐더러 상대가 꼭 고마워 하리란 보장도 없다는 걸 아는 현실 어른이라서 일까......
다른 분들의 다양한 의견이 궁금하다.
ㅡ 끝 ㅡ
감사합니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