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구불길은 자연 경관이 아름다운 길을 뽑아 오랜 시간 거닐 수 있도록 만든 전라북도 군산시의 걷기여행길로 총 10개 코스, 188.4km가 이어진다. 비단강이라 불리는 금강의 물줄기 따라, 군산 앞바다에 수를 높은 고군산도 따라, 황금들판과 숲길 따라, 근대문화유산이 즐비한 군산 원도심 따라, 군산 구석구석은 구불길 따라 만나게 된다.
군산에서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집중된 코스를 뽑자면 구불길 6-1코스 탁류길이다. 백릉 채만식의 소설 ‘탁류’의 배경지인 군산의 원도심에서 근대문화유산을 탐방할 수 있다. 근현대의 풍광이 공존하는 원도심은 영화 촬영지로도 인기 있는 장소로 영화 ‘장군의 아들(1990년 작품)’, ‘8월의 크리스마스(1998년 작품)’, ‘타짜(2006년 작품)’, ‘화려한 휴가(2007년 작품)’, ‘바람의 파이터(2004년 작품)’, ‘ 남자가 사랑할 때(2014년 작품)’ 외에도 많은 영화가 촬영되었다.
한민족의 아픔이 있는 수탈의 도시, 군산
구불길 6-1코스는 군산 원도심의 근대문화유산을 탐방하며 영화와 소설의 배경지를 만나게 된다. 군산의 근대문화유산 대부분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민족의 아픔이 서려 있다. 군산의 근대문화유산은 개항으로부터 시작되는데,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부산, 원산, 인천, 목포, 진남포, 마산에 이어 1899년 5월 1일에 강제로 개항되었다. 개항 당시 군산항은 넓지 않은 어촌이었지만 개항 이후 빠르게 성장하면서 호남 제일 도시의 중심이 되었다. 군산이 호남 중심이 된 배경에는 호남과 충청의 농토를 빼앗아 일본의 것으로 만들고 호남, 충청의 쌀을 군산으로 집결하여 일본으로 강제 수출하면서 상업도시로 성장한데 있다.
군산의 원도심은 일제강점기 당시 쌀 수출을 근간으로 하는 일본 상공인들의 경제적 중심지이자 일본인들의 도시라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군산의 인구 중 조선인과 일본인의 비율이 5:5 정도나 됐다. 내항을 중심으로 한 시가지는 대부분 일본인이 주거하는 지역이었다. 현재 원도심(구도심 지역)의 건물 가운데 약 20%는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가옥으로 구불길 6-1코스를 걸으면서 자연스레 일본식 가옥을 찾아볼 수 있다.
군산의 시간여행
일본의 쌀 부족을 보충했던 역사적 아픔이 군산에 서려 있다. 수탈의 흔적들은 조정래의 ‘아리랑’과 채만식의 ‘탁류’를 통해 그려진다. 구불길 6-1코스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서 시작해 군산의 근대문화를 이해하고 가는 것이 좋다. 박물관은 옛 군산의 모습과, 전국 최대의 근대문화자원을 전시하여, 서해 물류유통의 천년, 세계로 뻗어가는 국제 무역항 군산의 모습을 보여준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주변으로 (구)군산세관, (구)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 (구)조선은행 등 근대문화유산이 집중되어 있다.
(구)군산세관은 전라북도 기념물 제87호로 벨기에에서 수입한 적벽돌로 된 유럽 양식의 건물로, 서울역사와 한국은행본점 건물과 같은 양식이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독일인이 설계하였고, 광무 3년(1899) 인천세관 관할로 군산세관을 설치하였고, 1908년에 준공하였다. 국내 현존하는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 중 하나이다.
(구)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은 전라북도 등록문화재 제372호로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곡물 반출과 토지 강매를 위한 목적으로 설립한 금융기관 건물 가운데 하나로 일제강점기 초반에 지어진 은행 건축물의 특징을 잘 보여 준다. 단층의 본관과 2층의 부속 건물로 구성되었으며, 은행 건축에서 필요한 금고를 딴채로 둔 독특한 형태이다.
조선총독부 직속은행인 (구)조선은행은 일제 식민지 지배를 위한 대표적인 금융 시설로 1923년에 건립되었으며, 일제강점기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 등장하기도 한 이 건물은 군산의 근대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물이다. 1909년 대한제국의 국책은행으로 설립된 (구)한국은행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경술국치 후 일제 조선총독부의 직속은행인 조선은행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군산의 영화촬영지
구불길 6-1코스는 ‘탁류길’이라는 이름처럼 이야깃거리가 많은 길이다. 소설, 영화, 근대역사, 도시변천사 등 다양한 이야기로 즐비하다. 그중 영화촬영지를 따라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매력이 있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과 주변의 근대문화유산을 둘러본 후 코스 따라 해망굴 방면으로 길을 나서면 가장먼저 영화 ‘화려한 휴가(2007년 작품)’의 촬영 배경지로 나오는 (구)군산 제3청사을 만나게 된다. 이 건축물은 일제강점기 건물로 추정하고 있다. 건축물의 공간구성이나 외관형태 등의 건축양식을 보면 일제강점기 동안 지어졌던 건물들은 서양의 고전적 경향을 모방하던 양식주의 경향에서 점차 모더니즘 경향으로 변화하는데 그 과도기적인 단계의 건축양식을 보여준다.
구불길은 해망굴 옆으로 난 산책로 따라 월명공원으로 이어진다. 해망굴은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터널로써 수산물의 중심지인 해망동과 군산 시내를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월명공원은 군산시 중심에 위치한 시민들의 안식처이며 대표적인 관광지로 봄에는 화려한 벚꽃으로 유명하다.
월명공원을 내려와 신흥동 주택가로 접어들면 일본식 가옥을 하나둘 볼 수 있다. 그중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촬영지인 군산신흥도일본식 가옥을 만나게 된다. 히로쓰 가옥이라 불리는 이 건축물은 전라북도 등록문화재 제183호로 일제강점기에 군산에서 포목점과 소규모 농장을 운영하던 일본인(히로쓰 게이사브로)이 건립한 일본식 가옥이다. ㄱ자 모양으로 붙은 건물이 두 채 있고 일본식 정원이 있는 2층 가옥으로 일제강점기 일본인 지주의 생활양식과 이들의 농촌 수탈 역사를 알 수 있다. 이곳에서는 영화 ‘장군의 아들’, ‘타짜’, ‘바람의 파이터’ 등이 촬영되었다.
신흥동일본식 가옥을 나와 군산근대역사박물관 방면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가 만든 관광명소 초원사진관을 만난다. 초원사진관은 1998년 1월에 개봉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촬영 장소이다. 영화는 불치병을 앓는 30대 중반의 사진사 정원(한석규)이 주차단속원 다림(심은하)을 만나면서 마지막으로 사랑에 대한 기억을 엮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8월의 크리스마스 제작진은 세트 촬영을 배제하기로 하고 전국의 사진관을 찾아보았지만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잠시 쉬러 들어간 카페 창밖으로 여름날의 나무 그림자가 드리워진 차고를 발견하고 주인에게 어렵사리 허락을 받아 사진관으로 개조하였다. "초원사진관"이라는 이름은 주연배우인 한석규가 지은 것인데, 그가 어릴 적에 살던 동네 사진관의 이름이라고 한다. 정원의 집과 초등학교 등 영화 촬영의 대부분은 이 초원사진관 인근에서 이루어졌다. 촬영이 끝난 뒤 초원사진관은 주인과의 약속대로 철거되었다가 이후 군산시에서 관광객들이 관람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도록 복원하면서 사진관 안팎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여행객으로 붐비는 곳이다.
탁류길은 근대문화체험 숙소인 고우당, 38년간 군산의 항쟁역사를 전시한 군산항쟁관, 우리나라에 유일한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전라북도 등록문화재 제64호), 선양동해돋이공원, 탁류에서 절대 빼고 이야기하면 안 되는 콩나물고개를 차례로 지난다.
고개를 지나 개복동예술인의 거리를 통과하는데 이곳은 일제강점기 때 연극과 영화를 동시 상영하는 다기능 공연장인 군산좌(군산극장,우일씨네마)가 있었고, 인근에 영화상영관인 희소관((구)국도극장)있었다.
길 막바지에는 군산에서 영화 대부분을 촬영한 ‘남자가 사랑할 때(2014년 작품, 주연 황정민, 한혜진)’에서 도박장소의 배경지로 나오는 빈해원을 만나게 된다. 빈해원은 오랜 전통을 가진 군산의 대표적인 중화요리 전문점이다. 이건물이 건립된 것은 빈해원이 처음 영업을 시작한 1950년대 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식당내부의 독특한 구조와 풍경 덕에 영화에서는 주로 도박장소로 등장한다.
구불길은 째보선창과 진포해양테마공원을 거쳐 처음 출발했던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서 마무리된다. 구불길 6-1코스는 원도심을 걷다보니 관람시설이 많고 복잡한 골목길을 자주 만나게 된다. 다른 걷기여행길보다 마음에 여유를 두고 여행하면 다양한 콘텐츠를 길 따라 만나는 스토리여행이 된다.
2.도보코스
- 걷는 거리 6km
- 걷는 시간 2시간
- 걷는 순서 : 군산근대역사박물관~구)군산세관~(구)군산제3청사~해망굴(홍천사)~월명공원~신흥동일본식가옥~초원사진관~이성당~고우당게스트하우스~동국사~선양동해돋이공원~정주사집문학비~한참봉쌀가게문학비~개복동예술인의 거리~빈해원~째보선창~진포해양테마공원~군산근대역사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