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풍금(Accordion)
"시작해 볼까요?”
생각했던 것보다 결코 쉽지 않다. 연습을 매일 조금씩이나마 해야 한다. 내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 필요하다. 왼손가락으로 코드잡기가 자꾸 틀린다. 옷장 문에 달린 거울을 보면서 해야 한다. 그렇다고 오른손가락은 건반위에 정확히 놓이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거울을 수시로 봐야한다. 매일 출근 전에 20분간, 그리고 퇴근 후 20분 동안 연습할 수 있을까? 동향집이라 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해서 옷장의 유리창에 반짝거린다. 마치 해바라기가 태양을 향해 활짝 웃듯이.
초등학생 때부터 고1때까지는 피아노 레슨을 꾸준히 받으며 연습하곤 했었다. 중학교 레슨선생님은 고등학교 진학을 서울예술고로 추천해주셨으나, 엄마가 고등학교까지는 고향에서 가르치고 싶다고 하여, 또 개인발표회를 개최할 만큼의 실력은 안 되어 포기했었는데,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엄마는 약학대학을 추천했다.
결혼 후, 집을 사고 응접실 한 벽을 피아노로 장식했다. 그러나 예전처럼 열심히 피아노와 마주하지는 않았다. 그저 장식품에 불과했고,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전락되었다.
세월은 흘러 벌써 칠십대 중반, 그런데도 뭔가 허전하다. 악기 하나쯤은 달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모니카? No. 클라리넷? No. 기타? No. 그래도 수년간 피아노를 만지작거렸으니, 손풍금(Accordion, 아코디언)이 어떨까? 부피가 작아 운반도 가능할 터인즉. 또한 봄날수필 공부 반에는 세 분이나 색소폰(Saxophone)을 연주하신다. 송 회장님?, "와! 대단하시다." 종종 카-톡으로 연주모습을 보여주는 오 장군님?, "부럽다!"
악기점을 끼웃거렸다. 공교롭게도 아코디언을 취급하는 악기점을 찾을 수 없었다. 서울로 가야하겠군. 그러던 차에 코스모스악기분점을 발견하곤 반가워 찾아갔다. “저의 키와 몸무게에 가장 잘 맞는 크기로 추천하여 주세요?” “그리고 레슨 선생을 여자 분으로 소개시켜주세요?” 2021 06 20 일요일, 첫 레슨을 신영미 아코디언 아카데미에서 받았다.
“손풍금을 선택하기 잘 했군, 잘 했어.” 미소를 감출 수 없다. 노란 해바라기가 햇빛을 반기듯, 빨간 손풍금을 가슴에 품고 바른 자세로 거울 앞에 앉는다.
“자, 다시 시작해 볼까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