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 통장의 묵호 사랑, 최○길 통장
이학주
저녁노을이 어스럼질 때 이통장협의회사무실에서 최○길(남, 68) 묵호지역 이통장협의회장을 만났다. 최○길 씨는 시원시원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그는 묵호에서 나서 지금까지 묵호에서 살고 있는 묵호 토박이다. 초등학교에서 묵호고등학교까지 다녔다. 중간에 중동건설현장에 가서 4년 동안 있었던 시절을 제외하면 묵호에서 평생을 보낸 것이다. 그 때문에 묵호의 변화상을 잘 꿰고 있었다. 그는 묵호의 변화를 물었을 때 사람이 변해야 한다고 했다.
“내가 느끼는 거는 사람이 변해야 되는데, 그게 안 변하니 자꾸 정체되어 있는 거예요.”
누구나 그렇듯이 묵호의 옛 모습과 지금을 비교하면서 하는 얘기이다. 중앙시장의 기능을 먹거리로 봤다. 물론 의식(衣食)이 다 구비되어야 하지만 묵호의 중앙시장은 먹거리인 식(食)이 잘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시장의 기능이 뭡니까? 먹거리 형성이잖아요?”
국비가 아무리 투입되어도 원래 가지고 있는 기능을 잊으면 안 된다는 취지이다. 그러면서 옛날 중앙시장은 먹을 게 많았다고 했다. 연탄불에 사철 바다에서 나는 고기를 구웠고, 사람들은 그 맛에 몰려들었다. 오징어와 노가리를 구워 맥주를 마시고, 도루묵, 양미리, 꽁치를 구워 소주와 막걸리를 먹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횟감이 있고, 매운탕집이 있었고, 생선구이집이 있고, 건어물과 젓갈을 파는 상가가 있어서 바닷가의 전통시장으로 자리매김 했다. 그 때문에 묵호사람들 뿐 아니라, 외부 사람들이 많이 왔다고 했다.
“그 안에 저렴한 옷가게도 있고, 이 먹거리가 남녀노소 학생들까지도 부담 없이 가가주고 앉아서 입맛대로 골라 먹고, 나름대로 재래시장처럼 풍성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런 풍경이 사라지게 됐다. 안타까운 일이라고 개탄을 했다. 그 원인을 뉴월드상가를 지으면서 먹거리시설을 부수었기 때문이고, 또 묵호어시장의 폐쇄성을 이야기했다. 통장은 토박이이다 보니 묵호의 변화와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거듭 사람이 변해야 한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기가 안 잡히는 것이다. 그러나 고기도 때가 되어 왔다가 때가 되면 가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이 바뀌어서 묵호에 고기가 안 잡히니, 서해의 어족이라도 가져와서 활성화 시켜야 한다. 그리고 제대로 음식을 만들어서 전통적인 맛이 나야 하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이 하는 음식을 먹어보면 아니다. 누구든 시장에 가서 음식을 먹어보면 “이야, 맛있다!”라는 감탄이 나와야 한다.
“시장 본연의 시장 기능이 못 살아나니 문제지요.”
몇 년 전부터 시장 활성화 시킨다고 노력은 많이 한다. 도로는 맨날 파서 덮고, 주말이면 예술인들과 지방연예인들이 와서 노래하고 춤추고 하는데, 그거는 중앙시장 활성화하고는 거리가 먼 얘기다. 시장은 시장 본연의 기능을 할 때 사람이 찾고 활성화 된다. 야시장도 멀리 보면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물론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이틀 동안 반짝하고 말아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365일 사람들이 언제나 오면 그런 먹거리가 있어야 한다. 중앙시장은 재래시장이다. 해가 져서 술이라도 한 잔하려는데, 선술집도 겨우 두 군데 밖에 없어 갈 곳이 없다. 요즘 칼국수집들이 나름대로 조금씩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데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옛날처럼 장사하는 사람들의 의식구조가, 힘이 있어야 하고, 인사성, 친절하게 하는 거, 음식도 손쉽게 저렴한 비용으로도. 뭐 청소년들도 뭐 걔네들도 배고플 때가 많아요. 옛날에는 지 친구들도 모아서 잡채, 떡볶이, 김밥 안에서 다 푸짐하게 팔아서 먹었어요.”
최○길 통장은 재래시장 본연의 기능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했다. 그리고 주차장도 3층 4층의 주차타워를 만들어서 많은 차를 댈 수 있게 해야 한다. 좁은 땅을 활용하는 방법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