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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동기회의 삼목회에서 발표한 이준호 동기의 이야기를 옮겨서 실어 봅니다.
아래 글은 항상 좋은 글을 실어주는 최은식 동기의 설명을 곁들인 요약이며
이준호 동기의 이야기가 음성으로 나오니 볼륨 크게 틀어놓고 끝까지 들어 보세요!
아주 재미 있고 좋은 내용입니다.
이준호 군이 글도 잘쓰지만 이야기도 아주 잘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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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삼목회에서 이준호는 모노드라마를 원작하고 기획ㆍ연출ㆍ주연하는 종합예술가의 모습으로
"내 삶의 이모작을 준비하며... 느끼고 생각하고 행하는 일들"을 말하는데,
완성도가 높고 삶에 대한 진지한 천착이 느껴지는 좋은 작품같은 강연이었다.
무슨 평론이나 사설을 덧붙일 틈이 없으니...,
우리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그의 강연을 다시 들어보자.
모임의 사진 몇장과 이준호의 모노드라마 희곡 원본을 첨부합니다.
● 참석자 : 구영승, 김경환, 김명수, 박동규, 박상훈, 박완서, 박우찬, 박인철, 송홍석, 양봉희, 이근철 부부, 이준호, 이충규, 정태승, 차석규, 최은식 부부, 허연회(65회), 홍훈섭
- 활기차고 풍요로운 노년을 위한 -
즐 기 는 전 원 생 활
2006. 10. 19. 이 준호
제가 얼마 전, 우리동기 홈피에 올린 글에서 ‘인생을 이모작하자’고 제안을 했지만 오늘 얘기의 주제는 소박하게 ‘즐기는 전원생활’이라고 잡고 부제를 ‘활기차고 풍요로운 노년을 위하여’라고 해 봤습니다. 이것은 제 희망입니다.
제가 올해 대학동기 과수원 2천여 평을 빌려서 복숭아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랬더니 몇몇 동기가 농사지은 얘기를 백서로 정리해보라고 해서 우리 동기 홈페이지에 몇 페이지 적고서 ‘왜 복숭아농사를 지었는가’하는 나름대로의 변을 함께 올렸습니다. 그걸 보고 최은식동기가 그 얘기를 함께 삼목회에서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해서 오늘 이 자리에 왔습니다.
오늘 얘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한가지 전제를 둘 것이 있습니다.
우리 동기 중에는 교수가 많고 정년이 여러 해 남아있거나 퇴임한 뒤에 그 연장선상에서 학자나 전문경영인으로 의욕적인 활동영역이 주어진 사람도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인생을 이모작 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그런 분들은 일모작을 알차게 결실 맺으면 됩니다. 또 30년의 경험과 인맥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자본소득만으로도 여유롭고 보람된 생활을 할 수 있는 친구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생각하고 이런 분들께 해당되는 전원생활은 오늘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과 다소 거리가 있으리라 봅니다.
오늘 제가 얘기하고자 하는 전원생활 대상은 과거 30여 년, 젊은 날에 해왔던 일들이 앞으로 남은 인생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거나 연관 지어지지 않는, 그런 친구들의 하나의 선택으로서 전원생활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입니다)
저는 오늘 얘기를 세가지 토픽으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첫 번째는 ‘왜 전원생활인가?’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전원생활을 하기로 했다면 ‘어떤 전원생활을 할 것인가?’에 관해서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같은 ‘전원생활을 위한 준비와 실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경험과 생각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 먼저 우리가 ‘왜 전원생활을 이야기하는가’하는 것입니다.
사실 ‘어떻게 전원생활을 할 것인가’보다는 ‘왜 전원생활을 하려고 하는가’가 훨씬 중요합니다. ‘왜’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고 확신이 서야 합니다. ‘왜’에 대한 대답이 막연하거나 낭만적이어서는 성공적인 전원생활이 불가능합니다.
전원생활을 이야기 할 때 가장 많이 꼽는 것이 건강이고 다음으로는 숨막히는 도심과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입니다. 하나는 육체적인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정신적인 것입니다.
저는 여기에다가 ‘즐거운 만남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는 명제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만 그 중에서도 한국사람들은 유난히 바뻐야 하고 끼리끼리 어울리기 좋아하는 민족입니다. 특히나 우리 동기들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상류층에서 나름대로의 영역을 구축하면서 30여 년을 지내왔기 때문에, 갑작스레, 아무리 산천경계 좋은 곳이라도 일상으로 적당한 할 일과 친지, 친구와의 만남이 끊어진다면 그런 전원생활을 견디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전문의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은퇴직후 우울해지거나 외롭다고 느끼거나 화가 나거나 하는 증상을 겪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라고 말 합니다.
직장인으로서 자기분야에서 상당한 성공을 자부하던 사람일수록 갑작스레 닥친, 그러나 사실은 예정되어있던, 은퇴 후에는 초조해집니다. 그래서 잘 알지도 못하는 사업이나 장사에 손을 대기도하고 그래서 간혹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는 경우가 있기도 하겠지만 육체적인 피곤은 물론, 정신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많지 않은 자산을 까먹기도 합니다.
은퇴 후에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거의 나’에 대한 미련을 떨쳐내야 합니다. ‘과거의 나’에게서 벗어나면 자유롭고 편안해집니다. 그리고 미련을 떨쳐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새롭고 편안한 환경’속에서 ‘일상의 일’을 만들어 생활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얘기하고 싶은 ‘즐거운 만남을 준비하는 전원생활’ 모델입니다.
단순히 혼자 즐기는 전원생활이 아니라 친구와 친지들이 다시 찾아오고픈 공간으로 가꾸어지는 전원생활을 하자는 것이 저의 제안입니다.
과거의 직장이나 일, 그리고 자식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있다면 마음이 편해질 겁니다. 부모도, 자식도, 친구도 한발 떨어져 있으면 더 그리웁고 보고파지는 법입니다.
우리 동기 대부분이 내년 아니면 내후년에 환갑이 됩니다. 예전 같으면 뒷방신세를 질 나이지만 요즘 기준으로는 인생 80이라고 하니까 남은 생이 20년쯤입니다. 얼마 안 남은 것 같기도 하지만 사실은 상당히 긴 세월입니다.
이 기간을 어디서 누구와 무얼하며 어떻게 지낼까 하는 것을 설계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성인이 되어서 30여년의 지금까지 생활보다 앞으로 20년을 어떻게 살아 가는지가 그 사람의 일생을 평가하는 진정한 잣대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는 무엇을 얻고 달성하기 위해서, 속된말로 승진하고 출세하고 돈 벌기 위해 앞 만보고 뛰어온 세월이었다라고 한다면 지금부터는 옆도 보고 되돌아도 보고 감싸안고 덜어내고 정리하면서 그래서 여유롭고 베푸는 인생을 살아보자 하는 것이 저의 생각이고 이를 위한 하나의 선택이 전원생활일 수 있다고 봅니다.
▣ 다음으로 ‘즐거운 만남이 있는 전원생활’이란 어떤 것인고 무얼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적당한’ 할 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이 없으면 즐거움도 없습니다.
그 일은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것이어야 하고 또 힘에 부치지 않는 일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일은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하는 동시에 남도 즐겁게 만들 수 있는 일이 보태져야 합니다.
내가 이야기하는 전원생활은 수려한 경관의 150-200평 대지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지어 분양하는 전원주택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분이라면 혹 모르겠으나 그런 전원주택은 죽은 공간입니다. 전원생활에서 활력을 빼면 피곤함과 외로움만 남을 겁니다. 그리고 활력 있는 전원생활은 농사일이 수반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농촌생활에서 가장 손쉬운 농사가 논농사고 가장 힘든 농사가 밭농사입니다. 과수농사는 그 중간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내가 올해 복숭아밭 2천여 평을 빌려 4.5킬로들이 800상자쯤을 수확했는데 순수하게 밭에 나가 일한 날짜가 40여일 입니다. 논농사는 옛날과 달라서 모내고 피복비료 한차례 뿌리고 수확하면 되는데 일하는 날짜로 치면 열흘 정도면 됩니다. 밭농사는 하기 나름이지만 과수농사의 2-3배 이상의 공이 들어간다고 보면 됩니다.
물론 농사 일을 일한 날짜를 따져 쉽다 어렵다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또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안 해본 도시사람이 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르고 신경 써야 될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걱정할 일은 없습니다. 전원생활 하면서 전업농이 되자는 것은 아니고 그런 힘든 농사를 짓자는 얘기도 아닙니다.
전원생활을 위해 마련하는 땅의 위치나 규모, 자신의 노동력을 감안해서 좋아하는 농사일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농사일은 매우 다양하고 성격과 체력에 맞는 농사일을 고를 수 있습니다.
다만 강조 드리고 싶은 것은 성공적인 전원생활을 위해서는 농촌생활을 이해하고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고 ‘적당한 할 일’ 또한 당연히 ‘농사일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올 봄에 복숭아밭을 빌려 과수농사체험을 시작하면서 인근에 600평 밭을 샀습니다.
그리고 4월말, 복숭아 밭을 만들고 옥천 나무시장에 가서 복숭아 묘목 2종류 60주정도를 사다가 심었습니다. 복숭아 묘목과 함께 매실, 자두, 살구, 양앵두, 호두, 대추나무묘목도 하나씩 심었습니다.
밭 한쪽 30여 평은 남겨두었다가 지난주에 7평정도 규모의 컨테이너하우스로 쉼터와 창고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지하수와 전기시설도 갖췄습니다. 천만 원쯤 들었습니다.
이제 내년부터 봄부터 가을까지 한 달에 2-3차례 나무를 돌보면 내후년에는 주변사람 나눠먹을 정도의 과실을 수확할 것이고 4-5년 후에는 250상자 정도의 복숭아를 수확할 수 있을 겁니다. 수입으로 따지면 4백 만원 정도 될 겁니다. 이 정도 규모면 충분히 특별히 남의 손 빌리지 않고 ‘내가 혼자서 즐기는 농사일’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물론 생계를 거는 농사규모는 아닙니다.
그러나 일단 이것이 기반입니다. 이 정도 자기 자신이 할 일의 기반은 있어야 합니다.
4-5백 평 정도면 옹졸하지 않아 보기도 좋고 일하기도 적당한 공간이라고 봅니다.
여기에다 제가 강조한 ‘즐거운 만남이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작업이 보태지면 됩니다.
우선, 만남을 위한 장소가 필요하겠지요. 비록 컨테이너하우스라도 친구나 자식들이 오면 둘러앉아 바비큐라도 즐길 수 있는 평상이나 데크가 필요할 겁니다. 목재상에서 방부목 사다가 2-3일 동안 뚝딱 만들면 됩니다.
복숭아와 함께 심은 매실, 자두 대추 등을 한 그루씩 심는 것도 철철이 사람들을 유혹하는 미끼입니다. 제가 주된 작물로 심어놓은 복숭아 60주 사이에는 아직 나무가 어리니까 남은 공간이 넓어서 손이 덜 가는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을 심을 생각입니다. 심을 때 자식 불러 내리고 캐낼 때 친구 청하면 즐겁게 오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물론 약간의 밭을 일궈서 푸성귀나 고추 등도 심고 밭 구석에는 자주 손이 안가도 되는 취나물 등과 두릅, 부추, 머위 등을 심어 놓으면 사람들이 올 때마다 즐겁게 따 갈 겁니다.
이런 것들은 농촌만이 갖고 있는 매력일 수 있습니다. 이런 유인책을 모두 갖춰 놓기를 권합니다.
그래서 몇 년 동안, 새 터에 정이 들기까지 주말공간으로 이중살림을 하다가 무게중심이 시골로 옮겨가면 닭도 5-6마리 키워 일주일에 유정란 스무 개쯤 받아 나눠주고 닭도리탕 한다고 친구 청하면 막걸리 싸 들고 달려 올겁니다.
온도·습도 조절되는 설비가 되어있는 열 다섯 평짜리 버섯사를 설치해서 부부가 아침마다 돌봐주면 한 달에 4-50만원 정도 용돈도 벌어 쓸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이 내 전원생활의 기본구상입니다.
제 구상을 참고해서 전원생활 터를 어디다 얼마나 잡고 거기에다가 무엇을 설치하고 무엇을 가꾸고 키울까 하는 것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그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인생은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하려 하지 마십시요.
2-3년에 걸쳐 여유를 갖고 봄부터 가을까지 한 달에 2-3차례씩 내려가 하나씩 하나씩 하다 보면 그 진행과정 자체가 즐거움이고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습니다.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기가 즐겁게 할 일’을 먼저 찾되, 자식과 친구들이 찾아오고 싶은, 불러들일 수 있는 방안도 반드시 함께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 이제 전원생활의 실제에 대한 저의 경험과 생각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전원생활의 기본은 당연히 땅 입니다.
저는 땅의 규모는 집 지을 자리와 밭을 합쳐 500평 내외, 서울에서 접근성이 좋은 100킬로 이내 지역을 권합니다. 경기도는 규제도 많고 땅값도 비싸니 살짝 벗어난 충북 음성이나 강원도 홍천 쪽도 추천할 만 합니다.
전원생활을 시작하려면 일단 농민자격을 취득하는 것이 매우 유리합니다. 현행법에는 1,000㎡(330평)이상의 농지를 소유.경작하면 농지원부를 만들 수 있고 농민자격을 줍니다. 반면에 대지는 200평이하, 건평은 40평이하면 농가주택으로 인정되어 세제상 혜택이 많습니다. 경기도의 경우는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곳도 많고 해서 따져봐야 되지만 그 외 읍·면지역의 농가주택은 1가구 2주택에서 제외되어 양도세대상이 아닙니다.
혹시 모르니까 서울 집 팔지 마시고 살던 아파트 전세주고 그 돈으로 땅 사고 기반마련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땅 값 떨어질 일 없으니 장기적으로 투자도 됩니다. 좀더 여유 있으면 월세 주고 그 돈으로 생활비하면 서울 생활비의 반값으로 즐겁게 지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330평이상의 농지와 200평이하의 대지, 즉 500평정도면 적당한데, 500평정도의농지를 사서 가꾸다가 2-3년 뒤 일정부분을 대지로 전환시켜 집을 짓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정도 규모면 제가 말씀 드린 구상을 현실화시키면서 혼자서 가꾸기에도 무리가 없습니다.
농지는 논과 밭, 임야가 있는데 어느 경우든 개발이 가능한 관리지역을 선택하고 농민자격을 취득한 뒤 2년 정도 지나서 농지 일부를 전용해서 집을 짓게 되면 전용분담금과 건축 후 등록세 등에서 감면혜택이 많습니다. 다시 말해 농지 구입 후 정 들이는 기간을 갖고 주말농장개념의 생활을 하다가 정착하는 것이 여러 가지로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땅을 구할 때는 기존 마을과 너무 떨어지지 않은 지역을 권하고 싶고, 경관보다는 접근성이나 편안한 지역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만일 땅이 마음에 든다면 땅값 4-5만원 비싼 것은 구애 받지 마십시요. 몇 천평 살 것 아니라면 지나고 보면 땅값은 별 것 아닐 수가 있습니다. (건축비와 비교해도)
땅을 구했으면 자기가 하고 싶은 주된 농사일을 정하면 됩니다.
4-5백 평이면 과수 또는 더덕이나 도라지 등의 약재나 특용작물, 관상수 등이 선택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아주 내려가 살게 되면 지역 특성에 따라 버섯, 양잠 등의 위탁사육이 가능한 곳이 많고 닭도 키우고 야산 밑이라면 벌통도 두어 개 놓으면 1년에 꿀 세 되는 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텃밭은 기본입니다.
만일 고추나 참깨 같은 것을 많이 키워보겠다면 모르겠으되 텃밭은 20평이면 충분합니다.
텃밭 20평이면 2-30가지 푸성귀와 열매를 1년 내 자급자족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집 앞에 텃밭 열댓 평을 4년째 가꾸고 있는데 대충 키우는 작물을 열거해 보면 상추, 쑥갓, 치커리 등의 쌈채와 국거리로 근대, 아욱, 시금치는 기본이고 고추, 깻잎, 오이, 호박, 부추, 파, 감자, 고구마, 토란, 머위, 취나물등이 있고 지금도 김장배추와 무, 시금치, 그리고 9월초에 새로 씨 뿌린 상추와 쑥갓, 쪽파, 갓이 자라고 있습니다.
시골 가서 사는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기관에서 소위 ‘귀농교육’을 실시하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 농촌진흥청에서 매년 2월부터 실시하는 ‘전원영농교실’이라는 프로그램을 권합니다. 일주일짜리 40시간 교육프로그램인데 제가 지금 얘기한 내용 가운데 상당부분은 2년 전에 내가 교육받았던 것을 실제경험과 합쳐서 말씀 드렸다고 보면 됩니다.
이 나이에 일을 저지르면서 지낸다는 것은 매우 설레고 즐거운 일 입니다.
전원생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땅을 좋아하고 시골을 좋아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지런하고 건강해야 합니다.
그런데 부지런과 건강은 염려할 것이 없습니다. 전원생활을 즐겁게 하면 저절로 부지런하고 건강해 집니다. 자연히 그렇게 변하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수록 도심에 살아야 하는 이유로 병원 가깝고 백화점 가깝고 친구만나기 쉽고 문화생활도 해야 하고 자식들과도 가까운데 있어야 한다는 것을 듭니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시골도 깊은 산속에 은둔할 것이 아니라면 농촌지역도 119부르면 10분내에 오고 차 타고 15분이면 대형할인매장이 있습니다. 스카이·채널에 인터넷도 문제 없고 서울 나들이도 1시간 남짓인데다 터 잡으면 됩니다.
자식이 의무적으로 일주일마다 오는 것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한 달에 한번 찾아오는 것이 더 정겨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골에 가면 농지원부도 만들고 농민이 되면 농협조합원으로 가입하십시요. 각종 농기자재를 마련할 때 상당부분이 지원이 있고 출자금에 대해서는 1년에 두 자리수의 배당도 줍니다. 5천만원 출자하면 5백만원 이상 배당입니다. 단 탈퇴하기 전에는 찾을 수 없고 5천만원 이상 출자는 사절입니다. 시골생활에 1년 5백만원 배당받으면 국민연금보다 낫습니다.
▣ 마지막으로 사업구상 한가지 얘기 해 보겠습니다.
지난주 삼성동 코엑스에서 농림부가 주관한 ‘전원마을 페스티발’이 있었습니다. 이 행사에는 전국 22개 지자체가 추진하는 전원마을 단지의 3천 가구 가까운 물량이 선 보였는데 주최측의 우려와는 달리 나흘 동안 4만 5천명이 다녀가고 9,600여명이 신청서를 접수하는 대 성황을 이뤘습니다. 그리고 상당수의 내방객이 4-50대였다는 겁니다. 그만큼 은퇴생활, 노후생활, 전원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반증이라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저는 복숭아농사를 지으면서 두 달 전쯤, 오늘 말씀 드린 내용을 기초로 한 ‘농촌주택단지’개발계획을 만들어서 건설업을 하는 우리 동기에게 제안해 봤습니다.
그 기본 컨셉은 서울에서 1시간 남짓 거리에 만평 정도의 땅을 확보해서 12세대내지 20세대 정도의 주거와 영농공간을 합친 복합생활단지로서 농가주택단지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지자체 등으로부터는 도로, 상하수와 전기시설 등의 지원과 세제혜택을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기존의 전원주택과 다른 점은 세대마다 100평 남짓의 집터와 텃밭, 그리고 3-400평의 실제 영농을 위한 밭을 소유하면서 공동단지를 만들고 그 지역의 전문영농인을 관리인으로 위촉하면 지역 특성에 맞는 영농프로그램과, 농기계 공동구매관리, 공동작업매뉴얼을 만들어 보다 쉽고 재미있는 영농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등산, 낚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지역을 고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입주민의 사정에 따라 관리영농인의 대리경작도 가능하고 공동의 여가공간도 조성할 수 있습니다. 이런 단지를 조성하면 서울에 계속 근거지를 가진 사람도 진정한 의미의 주말주택과 농장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제가 오늘 전제를 달았던 일모작인생의 친구들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행복한 꿈을 그려보시기 바랍니다.
자꾸 그리다 보면 언젠가는 그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준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