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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할 수 없이 어수룩했고 사람 냄새 나서 저절로 웃음이 난다.
<길거리 구두병원에서 낭만에 젖다>
길거리에서 일어난 구두의 반란이 실로 난처하디. 멀정해 보이던 하이힐의 앞쪽 밑창이 벌어진 위급상황이다. 이런 일도 있다니. 119에 구조 요청을 할 수도 없는지라 어떻게든 구두병원을 찾아야 한다. 두 눈의 촉수를 한껏 높여 거리를 훑는다. 이쪽 아래위로 한참 동안의 탐색전에 눈이 시려갈 즈음, 차도 건너편 구두수선 집 하나가 레이더망에 포착된다. 구세주다. 가까스로 구두를 맡기고 방전된 몸을 간이의자에 앉히고 보니 하야! 뜻박에도 풍광이 기막히다. 줄지어 늘어선 가로수며 오가는 사람들과 씽씽 달려가는 자동차들이 모두 한 컷이 풍경으로 어우러졌다. 갈거리 자리치고 이만한 명당이 있으려나. 무릎 위에 펼쳤던 책을 도로 덮은 채, 구두수선을 하러 왔다는 생각도 잠시, 막 물들기 시작한 가로수의 가을빛ㅇ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아저씨, 이만큼 분위기 있는 구수수선 집은 없겠어요. 나무그늘이 넓어 여름에도 시원할 테죠”
”남향이라 겨울에도 춥지 않는걸요.“
구두 정형외과 전문의는 이야기를 하며ᅟᅥᆫ서도 수술에 여념이 없으시다. 수술대 위에 놓인 구두에서 퀴퀴하게 풍기는 냄새를 무슨 과일 향인 양 먹고 사는 구두 병원 의사, 그의 거룩한 손이 능수능란하다. 수술이 끝나면 내 구두는 전보다 더 튼실한 희망에 차로르겠다. 우울하게 뭉개졌던 발도 다시 충전되겠지. 지금 수술이 한창인 지하철 역 출구 커다란 가로수 아래의 구두병원은 오늘 내게 감동적인 선물이다. 마음도 쉬고 풍경도 담아보는 낭만가지 안겨줄 줄이야.
3단 구성은 하나의 절정리된 생각을 완결하는 기본 구성이다.
4단 사고는 사고 체계의 발전과 구성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구성의 최소 문단수는 4개이나 보다 안정을 꾀하려면 6개 이상의 문단수를 갖춰야 한다, 1-2-2-1이나 1-3-1-1(단계별 문단 수)의 배치가 좋다. 제재의 성격과 주제에 따라 이를 기본으로 얼마든지 응용 변화시킬 수 있다.
5단 가고는 대략적으로 사고 체계가 서양은 3단, 동양은 4단인데, 동서양을 어우르는 인도는 5단이다. 이느 체험한 특수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의 굴곡과 갈등을 내포한 서사 수필과 잘 어울린다. 글의 안정성을 위해 5단 구성으로그릉ㄹ 슨다 해도 문단은 최소 6개 이상이 좋다.
서두와 결미가 본문보다 분량이 적어야 한다. 코스요리에서 전체와 디저트가 양이 적고 중심요리가 많은 것과 비견할 만하다. 타원형 계란과 유선형 물고기처럼 내용(사고와 감정)과 형태(문단)를 구성해야 자연스럽다. 자연 세계이 여타의 일상과 그 근본 원리는 상통한다.
<꿈속의 정원>-함순자
작은 이 밭이 나의 목마름을 적시는 한 모금의 물이 되어준다. 흙을 만지고 꽃을 가꾸는 재미 하나로 위로를 삼는다. 내가 무슨 수로 넓은 땅을 차지하겠는가. 꽃처럼 발게 살다 가면 된다.출입구에 들어서면 안쪽 끄트머리에 자그마한 단층집을 짓는다. 집은 크지 않아도 되고 아담할수록 좋다. 방 하나에 건강을 생각해서 황토벽을 쌓고 한지로 도배를 하리가. 마루 한펴넹는 패치카를 만들어 겨울이면 하얀 연기가 지붕 위로 피어오르게 하고, 난로 안에서는 고구마가 익어가고 난로 위에는 구수한 보리차가 끓고 있다. 여름이면 테라스 그늘 밑에 평상을 깔고 대문에는 무지개 아치를 세워 하얀 장미를 올릴 것이다. 마당 한 귀퉁이에는 닭장도 만들고 홰를 치며 새벽을 알리는 장닭의 울음소리를 들으리라. 꿈은 혼자만 누리는 자유였고 덧없이 흐르는 바람이었다. 들꽃 풀꽃 자연에서 엉더온 것들을 앞자리에 앉히고 산내음 들내ㅔ음을 맡으며 봄이면 목련 철쭉이 피고 여름이면 탐스러운 수국과 찔레꽃, 보랏빛 매발톱 꽃이 얼마나 예쁠까. 종숭아 채송화 접시꽃이 벌을 불러온다.
감이 익으면 항아리에 쟁여두고 찬 겨울에 손님이 오면 대접하리라. 채소가 자라는 대로 이웃과 나누며 어머니가 하던 대로 호박오가리 무말랭이도 볕이 좋은 날 채반에 담아 말리면서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에게 고맙다는 말도 전하리가. 그 정원의 꿈은 끝없이 이어졌다.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프다고 하더니 진실로 그렇다.
그러나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꿈속 정원에는 크고 작은 꽃들이 피고 지는가 하면 과일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에세이 문학 2016. 가을>
·계절은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아도 스스로 눈치 채고 나뭇잎을 물들이거나 사람이 먹기 좋게 열매에 달콤한 맛을 집어넣는다. 디지털 시대의 대화법은 침묵 속에서 침묵의 틈새를 비집느라 사통팔달 손가락이 바쁘다.
·매미소리가 잦아들자 시끄럽게 우짖던 꾀꼬리는 늘어난 식구들을 데리고 남족으로 떠났다. 숲은 조용해졌고 가끔 박새가 눈치 없는 소리를 만들 뿐이었다.
할머니께서는 목수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을 마중 보냈다. 하지만 지게를 지고 온 것은 아버지가 아니고 할아버지셨다.
참나두 은행나무도 모두 알몸이 되었다. 숲은 회갈색 얼굴을 한 채 차갑게 굳어있었다. 윗마을 저수지는 정하고 얼음 터지는 소리를 토애냈다. 잠을 잘 때면 웅크린 몸이 더 오그라들었다. 겨울이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그래 겨울은 눈이 잦았다.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할아버지의 겨울은 남은 가족에게 그리움을 남겼다. 남자는 일로 가족을 사랑한다. 할아버지는 진정 힘 있는 가장이셨다.
마지막 문장‘마냥 그립다.’가 빠지고 그 앞에서 ‘할아버지는 진정 힘 있는 가장이셨다.’에서 글을 맺었다면 이는 소설로 볼 수 있다. 일 인칭 화자 시점의 한 인물의 일대기와 그것의 의미 탐색인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작가의 개인적 소회(마음에 품고 있는 회포)를 담아 감정을 표출함으로 수필로 전환한다.
1000자 수필은 대학 입시논술의 일반적 분량인데 4개에서 최대 6개 정도가 적당한 문단 수다.
2000자 수필은 신문 칼럼의 보편적 분량으로 8개에서 최대 10개가 적정하다. 일반 문학잡지 수필은 2500자에서 3000자 분량을 요구하는데 10개에서 12개의 문단이 맞춤하다. 분량이 주어진 글에서 문단의 수효와 함께 고려할 게 있다. 그것은 문단별 호응하는 짝을 맞추어 작수 문단으로 구성하는 일이다. 구성 단계는 3-5단이고 이 단계별 문단을 짝수로 이루어야 글의 안정된 구조를 갖는다고 2단 사고에서 말했다. 일정 토지에 집을 짓는다 가정해보면 방을 몇 개로 할 것인가를 사전에 계획하듯 문단의 수효를 정해야 한다. 글은 인간의 인위적 생산물이다. 사고와 감정을 담는 용기와 비슷하지만 그릇과 담길 유기적인 관계라는 점이 그릇과 다르다.
누구든 정상적 사고를 진행하면, 서로 짝을 맞추어 생각하는 대응사고를 하게 마련이다.
문단 구분을 표시하는 것이 필자로서 독자에 대한 성의요 책무다.
· 개요도에 포함 할 것은 주제문, 구성 단계, 구성 단계별 해당 문단, 문장 수. 개요, 핵심어 등이다.
이 중에서 구성 단께는 주제르 구현하기 위해 어떤 구성으로 진행할 것인가를 계획
이를 몇 개의 개별 내용으로 구별하여 제시하려는가를 해당 문단으로 표시하며 더 구체적으로는 문장수를 예상하여 적는다. 이것은 일정 분량의 글에 맞추기 위해서 또는 문단 간의 적절한 분량 균형을 위해서 필요하다. 개요는 문단 소주제나 핵심 내용을 밝히는 것으로 문단 주제문이다. 핵심어는 책의 색인처럼 문단의 요점을 한 단어로 제시하여 글 전체의 내용 파악에 효과적이다. 이들 요소는 반드시 필수적인 것은 아니며, 일부는 생략하거나 실제와 다른 경우 집필 중에 수정할 수 있다.
주제와 관련한 어떤 분명한 것을 서두에서 미리 말해서는 곤란핟. 본문에서 해야 할 일이므로 약간의 의문과 궁금증을 남겨두고 멈춰야 한다. 암시하거나 변죽을 울리느 정도에서 그치는 게 좋다.
유추로 시작하여 주제를 끌어내다 언급할 주제와 유사한 것을 먼저 제시하고 비교하며 자연스럽게 주제의 진술로 좁힐 수 있다.
<의족의 삼바>-김광일
·4년 전 페럴림픽 때는 물리학가 스티븐 호킹이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올랐다. 함성을 지르던 관중이 숨을 삼켰다. 50년 루게릭병을 앓고 기관지까지 잘라내 목소리를 잃은 그가 음성 합성 장치로 말문을 열었다. “표준적인 인간이란 없습니다 .발을 내려다보지 말고 별을 올려다보세요”리우 페럴림픽에서는 다리 없는 애이미가 춤을 추고 팔 없는 선수가 활을 쏜다. 그들 머리 위에 별이 반짝이는 한 말릴 수가 없다.
·예증하기
예증은 설명문에서 중요하며 수필에서 핵심적 요소다. 바른 판정을 하게 돕는다. 발전의 수단이 되고 결속시켜 요점을 보다 적확하게 한다.
<화살촉>-강정주
TV를 켜면 종편방송에 매일 나오는 똑같은 얼굴들, 얼굴을 내세워 입으로 먹고사는 사람들, 정글에서 먹이를 찾아 헤매는 수많은 하이에나들이 떠오른다. 현대의 생활이 원시시대에 생존을 위해 목숨 걸고 사냥하던 때와 무엇이 다를까.
옛날엔 간다하 도구나 화살촉을 이용해 힘과 꾀로 사냥을 했다. 그러나 이제 먹이를 구하는 일이 그리 간단하지 않게 되었다.
· 정의하기
<조개이야기>-방민
저의는 주제에서 제기하느 마땅한 것에 요점을 보완하고 그걸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대체로 예증과 합치하지만, 실제는 사전적 정의와 동일하다. 필자만의 명명하기, 어떤 서술 대상에서 작가 나름의 독자적 의미를 해석하거나 발견한 뒤에 이 정의를 사용한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이는 말이다.”처럼
“조개는 둥글다. 둥글기에 포용적 원만성, 완전한 형태인 원을 지향한다. 모성이 자라는 소이다. 그중에 기다란 말 조개는 일종의 변이형이다. 이게 조개의 원형이 아니듯 간혹 남성적인 여자가 있기 마련이라 보면, 여성의 본질은 원형이 분명하다. 가슴이 둥그스름하고 엉덩이가 둥글지 않은가. 이 둥근 형태 안에는 사랑이 담겨 있고 마음을 담아낼 포용과 관용이 자리한다. 여신이 탄생할 수 있는 까닭이다. 평화를 사랑하고 이를 지키려는 게 모성의 본성이고 여성상의 정체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 비교와 대조
유추는 외면상으로는 다르지만 내몀 의미는 유사한 것에서 제 3의 위미를 추출하여 주제를 이끌어 나가는 점에서 다르다
· 결미쓰기
결미는 서두처럼 심리적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 이것은 완결감 혹은 종결감이라 부른다. 글이 완전히 끝났다는 감각을 독자에게 준다. 마무리를 쓸 때는 서두에서 몇 단어를 골라 사용하는 것도 한 요령이다.
·제목 정하기
-고추이야기, 길에서 묻다, 미녀 사랑법,처럼 수필의 화제에 의문을 품게 하여 독자가 수필 주제 진술에서 답을 끌어내도록 한다.
-샛길이 좋다처럼 글의 핵심, 주제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사용할 수도 있다.
-여자여 바지를, 모기 조의(弔意), 마누라는 없다처럼 반어적 제목
-평생 최고의 점심:점심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이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해 비싼 치료비를 물게 한 이야기다. 반어적이고 비유적이다.
-주제 진술은 제목으로 단다. 서두를 건너뛰어 글의중심인 본문으로 바로 진입한다. 주제를 제목으로 다는 것은 확실한 경우에만 유용하고, 서두 쓰기의 문제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능란한 작가만이 가능한 이것은 제목에 주제를 노출하는 것에 통달해야 하는데, 이것은 서두를 통달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미녀는 하이힐을 신는다’
X 그해 겨울, 세상사는 이야기, 기다림, 내면의 향기-보다
○ 노래하는 벽, 그녀가 선유도에 와 있다., 아프리카의 귀신들-구체적이고 이미지가 강해서 훨씬 구미가 당기는 제목이다. 횟집 간판에 ‘사랑이 사랑을 버리다-사랑이는 단어의 반복에서 오는 말맛과 잛은 글 속에서의 반전이 묘미를 줄 것이다.‘돌돌돌’-소리글자의 반복으로 구르고 감겨드는 말맛이 기억소지로 남게 된다. ‘하얀 숲’은 푸른 바다의 대조를 이루어 격조 있는 횟집 이미지로 연인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문장과 좋은 커피는 분명 다르다. 좋은 커피는 필요한 그릇에 가장 적절히 담긴 글이고 아름다운 문장은 그릇에 차고 넘치는 글이다. 아름다운 문장을 선호하지만 광고카피나 간판 제목은 목적이 있는 글의 정답은 보이지 않는 뒷면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 작가는 수필마다 다른 선택을 한다.엄정한 목소리. 나긋낙긋한 섬세한 목소리. 심술궂은 개구쟁이 목소리, 지루하고 짜증나는 목소리를 선택하여 단어와 그 문장 배열을 한다.
<기생 능소화가 죽어 이 꽃이 되었다 한다. 차가운 기운이 서린 꽃이란 뜻으로 얼음 릉자 하늘기운 소자를 써서 차가운 하늘 기운-능소화라 이름지었다. 꽃 율담, 꽃 전설은 한국인의 환생에 관한 의식을 바탕으로 꾸며졌다.>이 글은 필자보다는 독자를 하위 수준으로 설정하고 풀이하고 해설하며 전달에 더욱 치중한 글이다.
<초록 예찬>-정순진
초록은 참 다양하다. 지금 가장 연한 초록은 엊그제 모내기한 벼다. 품앗이 온 사람들로 북적이며 모내기하던 예전과 달리 이젠 다 이양기가 한다. 기계 모는 사람이 심던 모보다 훨씬 어리다. 그래도 따에 심어만 놓으면 하루가 다르게 초록이 전해진다. 논이 물을 담자 마을에 호수가 여럿이다. 달 뜨면 논마다 달을 품어 달 부자가 된다 .그 논에서 개구리와 두거비가 목청껏 노래한다. 주어진 삶의 조건을 다 받아들이면서 순연하게 달빛과 별빛을 노래하는 그 소리는 뭐 해 달라 뭐 해 달라 조르지 않고 그저 하늘에 바치는 기도이다.
상ㅊ추 잎도 연초록이다. 우리 집 상추는 크게 자라면 군데군데 검은 점이 찍히는 점백이다.자라면서 얼굴에 주근깨가 생기는 어린이들처럼, 펄 밭뙈기마냥 거름기 하나 없는 생흙이라 도무지 싹을 낼 것 같이 않았는데도 흙은 정직하다. 상추씨에서는 상추가 쑥갓 씨에서는 쑥갓이, 근대 씨에선ㄴ 근대가 커 나온다. 사실 채소씨를 뿌리고 거기서 채소가 나오는 걸 보는 건 난생 처음이다.
우리 집에서 제일 무성한 초록은 남천이다. 지난 가을 매혹적인 빨간 열매와 황홀한 단풍을 보여주었던 남천은 봄이 되자 시나브로 잎이 져 죽은 건 아닌가 걱정스러웠다. 집 뒤편인 북쪽 데크 끝에 벽을 세우고 그 벽 앞에 화단을 만든 거라 너무 춥거나 너무 메마르지 싶었다. 하지만 날이 풀리고 해가 서쪽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자 그간 걱정시킨 걸 벌충이라도 하듯 남천은 무성하게 잎을 피웠다. 이파리 모양새조차 얼마나 아름다운지. 요즘 자잘한 흰 꽃망울을 소담하게 매달고 있다. 중정에 앉아 남천을 바라보며 마시는 연녹색 처 헌 전운 보약이다. (풀이: 이 글은 관조적. 사색적 정감, 애정 담긴 자연의 변화에 대한 찬탄과 신비를 은근한 어조에 담긴 생기 넘치는 목소리로
<바람은 자유혼인가>-손민자
성깔 사나운 제주 바다라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사나운 건 기실 바다가 아니다. 바람이다. 술이 물로 된 불이라면 바다는 물로 된 바람이다. 멈추어 있는 것들을 충동질하는 바람, 세상 모든 움직임 뒤에 바람이 있다. 바람은 신이다. 폭군이다 변덕쟁이다, 근원을 흩트리는 음험한 동인動因이다. 어디를 가도 따라오는 바람, 바람이 살지 않는 대지는 없다. 기껏 비바람을 피해 건물을 지은 사람들도 그 안에 강제로 환기구나 송풍장치를 밀어 넣는다. 나를 예까지 불러들인 것도, 낯선 바람 속에 세워두는 것도 다 바람의 계략이다. 모슬포에서, 용눈이 오름에서, 나는 겸허히 그를 영접한다. 내 안에 사는 천 개의 바람이 만장처럼 펄럭이는 바람의 섬에 안겨, 나는 가끔 접신의 기쁨을 맛본다.
전생이 아니면 내생에서라도 바람이 되고 싶었다. 어떤 포충망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 자유의 다른 이름이 바람일 것 이다. 꽁꽁 언 흙을 버성기게(틈이 나게)하여 여린 싹을 밀어올리고, 발 묶인 꽃씨들의 꿈을 실어 나르고 싶었다. 인사동과 한강, 북촌언저리를 서성거리며 낯익은 건물, 그리운 얼굴들을 쓰다듬고 싶었다. 철조망을 뚫고 다리를 건너 구석구석 마음대로 떠돌고 나면 타클라미칸 사막 한가운데서 회리바람으로 소멸한다 해도 더는 미련이 엇을 것 같았다.
그러나, 내려앉고 싶은 데에 내려앉지 못하고 그저 어깨나 스쳐야 한다면, 애달프기는 마찬가지. 늙은 어부의 거룻배(돛이 없는 작은 배)를 뒤엎고, 죄 없는 동백의 모가지를 분지르고, 목장 울타리를 넘어뜨리는 일도 내 의지는 아닐 것이다. 머물고 싶은 데 머물지 못하고 닿고 싶은 데 닿지 못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수밖에 없다면 바람 또한 자유의 포상이 아니다.
<돼지고기 반근>-정성화
· 희망이라는 것들은 죄다 하늘로 올라가서 이제는 따오지도 못할 별이 되고 말았다.
내 몸이 오롯이 소금 한 줌으로 남는다 해도 나 혼자 감당하고 싶었으니까. 내복 바람의 어머니도 부스스한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훑어 내리며 마루로 나오셨다.
-시험에 떨어진 딸에게 아버지가 퇴근해 오면서 “돼지고기 반근아다.”하며 아버지는 내 어깨를 한 번 짚으셨다. 그 순간 내 속이 다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너거 아버지는 돈이 없어서 너거들 소고기도 못 사 먹인다.”는 혼잣말을 하며 힘겹게 마루를 오르셨다.
·수필에서도 생생하고 완전한 인물의 초상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수필을 읽을 때 묘사에 주의하며 읽기 좋아한다.
<견격과 인격>-서성남
주인을 반길 줄 모른 배장 좋은 개가 있아. 우리 집 개다. 인기척이 나면 현관까지 달려왔다가도 나를 확인하고는 어슬렁 되돌아간다. 다른 식구들이 들어올 때 반가워 껑충껑충 뛰어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나는 인정받지 못하는 주인이다
어느 날, 주말을 맞아 지방에서 올라오니 강아지 한 마리가 집에 있었다. (중략)
체벌했다. 호된 교육 덕택인지 짖지 않았다. 대신 눈이 싸늘해졌다.
“쳇! 나를 때리고 차! 당신이 주인이라고> 우리가 자기네 상전이 된 지 이미 오래인데 뭘 몰라도 한참 모르네. 보이는 것도 없나? 그러니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소리를 듣지.”
그런 비아냥거림이 눈에 서려 있는 것 같았다.
(풀이: 작중 화자와 개가 둘 다 묘사 대상인 인물이다. 주인이라고 위세나 부리면서 개의 마음조차 읽지 못하는 사람과 대조적으로 상황 판단과 대처 능력이 뛰어나 주인에게 조언까지 하는 개, 정황 묘사가 눈에 선하다. 실재성과 생생함이 현실로 다가오는 인물 묘사의 힘이다.
<행복한 광대>-서영희 2016
그녀가 웃습니다. 배꽃처럼 배시시 웃습니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에서 퍼져 나온 웃음이 한 줄기 햇살 같습니다. 병실에 드리워져 있던 우울의 그림자를 걷어냅니다. 옆 침대의 환자가 웃고, 병문안 온 친구들이 웃고, 마지막으로 제가 웃습니다. 진짜 광대는 관객이 웃어도 웃지 않겠지만 저는 어설픈 초보 광대이니까요.
이곳은 부간 근교 한 종합병원의 입원실입니다. 저는 제법 긴 병력을 갖고 있는 파킨슨 환자입니다. 들숨날숨 마저 자유롭지 못해서 삽입된 관으로 가래를 뽑아내는 소리는 제 폐부를 질렀습니다. 새벽이 되면 내내 숨죽여 흐느끼는 울음소리고 들렸습니다. 그 소리 또한 너무 슬픕니다. 덕택에 3일간 수면제로 세 시간 남짓밖에 잘 수 없었습니다.
<이사1-오래 살던 집>- 박헬래나
부동산이 확실한 재산증식의 수단이었던 과거 우리 사회의 흐름으로 보아 나의 이 집애 대한 사랑은 참으로 아둔(슬기롭지 못하고 머리가 둔하다)한 것이었다. 눈 밝은 사람들이 새 아파트로 옮겨가며 재산을 불릴 동안 나는 잠을 잤다. 주위에 아랑곳없이 뿌리박힌 나무처럼 한자리를 지켰다. 마당에 내려서니 흙냄새가 훅 끼친다. 햇살 춤추는 마당가에 붓꽃이 한창이다.
(풀이:자신을 부정하다가 긍정으로 변화하는 심미 변화 서술로 자연과 대비하여 펼쳐냄
<고양이를 부탁해>-송연희
뒷집 1층 노처녀가 살았다. 가끔 아버지나 남동생이 다녀가는 눈치였지만 거의 혼자 지내는 듯했다. 그녀의 감색 물방개차 뒷좌석에는 늘 피아노 교본이나 개의 사료 같은 것이 실려 있곤 했다. 그녀는 개를 길렀다. 한 마리도 아니고 서너 마리를 키웠는데 회색털에 꼬리가 뭉턱한, 그리 흔하지 않은 품종이었다.
쥣집 개들은 그녀가 외출하고 나면 현관에 붙어 서서 바깥 동정에만 시경을 쓰느 듯했다. 내가 밖에서 돌아와 이층계단을 오르면 유리문을 박박 긁으며 합창으로 짖어대였다. 개는 영특한 동물이라 주인으 발자굿 소리쯤은 구별한다는데 뒷집 개들은 그렇지도 않은 듯했다. 한잦의 고요함을 깨고 택배 기사라도 올라치면 개들은 ‘여기요, 이 집이요’하듯 와르르 짖어댔다. 이웃 사람들의 불평이 수시로 터져 나왔고, 그 화살은 고스란히 주인집 할머니한테로 돌아갔다.
그녀는 피아노 레슨을 한다고 했다. 이웃에 그녀와 이야길ㄹ 하고 지내는 사람은 거의 업는 듯했다. 그녀와 나는 가끔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얘기를 나눴다. 날씨가 좋아 빨래가 잘 마른다든가. 비가 올 것 같다든가. 요즘 어떤 영화가 재미있다든가 하는 아주 일상적인 대화였다. 집 밖에서도 종종 덩치 큰 개를 안고 다니는 그녀와 마주치곤 하였다.
어느 날, 발래를 걷고 있는데 고양이 소리가 들렸다. 고야이는 아가씨가 살고 있는 현관을 쳐다보며 울었다. 잠시 후 그녀가 먹을 것을 들고 나왔다.
“왔니. 잘 지냈어?”
“냐옹~”
그녀는 접시를 고양이 앞에 놓았다. 고양이는 핼끔거리며 접시에 담긴 것을 다 먹었다. 그들의 행동으로 봐서 어제 오늘 일이 아닌 듯했다. 윤기 흐르는 갈색 털에 다갈색의 구슬 같은 눈, 어쩌다 마주치면 동그란 눈으로 슬쩍 곁눈질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던 놈이 아가씨랑은 친배보였다. 간혹 뒷집 담장 위에서 무료하게 햇볕을 쬐거나, 화단 귀퉁이애서 선하품(흥미없는 일을 할 때 나오는 하품)을 하며 졸고 있던 게 다 이유가 있었구나 싶었다.
(풀이“이웃집 노처녀를 관찰자 시점으로 묘사했다. 낯설고 기이한 그녀가 보이는 행동에서 화자는 친근감을 느끼고 작품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과정은 꼼꼼하고 치밀한 인물 묘사에 비롯된다. 분석적이고 이해심을 은근하게 드러냈다.
<리비라오 캠핑을 떠나다> 박순
그때 조금은 알았어야 했다 우리가 가는 곳이 기타를 메고 갬핑 가는 셈치고 갈 수 있는 그런 나나라가 아니라고. 그러나 철부지 아내와 그런 엄마를 하늘같이 믿고 따라 나선 두 딸은 비행기 안에서만큼은 완전 행복했다. 그리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남편은, 아빠는 무엇이든 해결해 줄 수 있는 슈퍼맨이었다.
트리폴리 공항에서 새까맣게 그을린 남편이 허연 이가 다 보이도록 얼굴 가득 웃음을 띠고 우리를 반겨 주었다 훅 더운 열기가 순식간에 온몸으로 느껴졌다. 솥뚜껑을 열었을 때 올라오는 열기 같았다. 순식간에 땀이 비 오듯이 흘렀다.
틈새없이 꽉 닫혀야 할 출입문은 아귀가 벌어졌는데도 대수롭지 않은 듯 이률 했다.
“괜찮타. 국내 비행기라 낡은 게 쫌 많은데 사고는 안 나더라.”
남편은 태연했는데 나느는 작은 틈새로 두 딸이 빠져 나갈 것만 같아 치맛자락을 꼭 붙잡았다.
“저 밑으로 보이는 파란색이 지중해 아이가. 색깔이 어떤 때는 초록색도 되고 어떤 때는 시퍼렇게도 된다. 허옇게 보이는 것은 사막이고 해안 길 따라 사람들이 모여 산다. 땅 넓제?”
남편ㅇㄴ 그리워하던 가족들을 자기 영역으로 데리고 온 것이 무척 기쁜 듯 우쭐대기까지 하며 설명을 하는데, 나는 고물 비행기 안에서 아이들을 붙잡고 있느라 손에 쥐가 났다.
(풀이: 이 글엔ㄴ 한 가족이 모두 등장한가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어떤 행동하고 말하는지 간략한 묘사지만 특징이 뚜렷하다.자신감이 넘치는 남선하품ᅟᅧᆫ과 낯선 타국에 대한 두려움가 어설픔이 묻어나는 철부지 아내와 철모르는 두 달의 태평은 대조적으로 확연하다. 진술과 대화로 인물의 특성을 묘사하여 직접성과 구체성을 담아낸다 독자의 상상을 자극하고 이해시켜 공감으로 이끌어간다.)
배경의 중요성
작품에 서술된 측정한 시간과 공간은 흔히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작용하지만 어쨌든 일부 수필에서 배경은 의미 형성에 필수적이다. 이런 유형의 수필에서 배경은 대체로 어떤 상황을 상징하게 마련이다. 언제나 습관적으로 배경으 세부 묘사르 찾아보고 유념하는 게 필요하다.
<어진 임금이고 싶다>-강철수
요즘 같은 각박한 세상에서 어디 가서 그런 뿌듯함을 구하라. 그것은 백성을 위하는 임금에게만 주어지는 하늘의 선물일 터, 그들을 윟 더욱 바삐 움직여야 한다. 어느 때는 키 작은 매화나무가 볕을 잘 받게 하기 위해 키 큰 모과나무 가지를 한쪽으로 붙들어 매야 하고, 같은 터전에 사는 장미와 철쭉은 꽃 피는 시기에 맞춰 품앗이로 볕을 양보하게 해야 한다. 뒤꼍의 잣나무들은 아래쪽 화초들의 볕 바라기를 위해 몇 년에 한 번씩 밑쪽의 가지를 잘라주어야 한다. 옆으로 뻗지 목하고 껑충하게 위로만 뻗어 올라가는 나무가 안쓰럽지만, 신민들을 고루 잘살게 하는 일이니 어쩌겠는가.
바른 정치를 하려면 국민들의 사정을 알아야 하듯, 정원왕국을 다스림에 있ㅇ서도 신민들 각자의 특징과 성질을 알아야 한다. 무턱대고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밀어 붙였다가는 뜻하지 않게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농원에서 열매가 잘 여는 것을 확인하고 감나무를 사다 심었는데, 몇 년이 지나도 감이 달리지를 않았다. 알고 봤더니 가지를 치면 결실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옆의 나무와 높이를 맞추기 위해 해마다 가위질을 해댔으니 어쩌면 감나무는 빨간 삿대질을 하고 싶지 않았을까.
정원의 기품을 높여 주는 소나무들의 성질도 알아 두어야 한다. 저들은 홀대 받았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싱싱함을 거두어들이며, 다닥다닥 솔방울을 매다는 것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별을 욕심내지 ㄹ않고 거름도 사양하며 물도 어쩌다가 마시는, 고매한 선비 같은 나무라 그에 맞게 대접해 주어야 한다. 봄마다 조경사를 불러다 풍채를 다듬어 주고, 발아래 맷방석만큼의 넓이에는 아무 것도 삼지 말아야 한다. 가끔씩 밑동을 쓰다듬고 안부를 물으면 가지를 설렁설렁 흔들어 흔쾌한 기분임을 일러준다.
이렇듯 알뜰하게 보살펴 주면 그들도 보담을 한다. 자기들 각자의 재능과 아름다움을 한데 모아 ‘정원 옹국’의 멋스러움으로 조하를 일구어 임금인 나를 즐겁게 한다. 그 멋스러움이 가장 돋보일 때는 왕국의 축제 기간인 사웧 사순부터 오월 중순까지가 된다. 먼저 잔디들이 연초록 융단을 깔아 잦치 준비르 ㄹ시작하면, 야생하 싹들이 연ㅂ라 물감을 칠한 붓끝 모습으로 고갤ㄹ 내밀고, 겨우네 알몸이던 나무들이 가지마다 풋대추만한 잎눈으로 치장을 한다. 일찍 핀 개나리나 앵두꽃이 아직지지 않고 있는데, 목련가 모란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듯 꽃잎을 연다 그러면 금새 나도 있다는 듯 홍자색 박태기 꽃이 촘촘히 때를 지어 피어난다.
(풀이: 배경에서 시간은 드러나지 않고 공간만 있ㄷ. 작가의 집 정원이 공간 배경이다. 배경이면서 제재이다 정원에 심고 기른 화초, 초목 이야다. 사건 진행 스토리가 있는 것은 아니나 나무별로 해당하는 그만의 스토리가 있다. 주로 정원수를 관리하는 애환인데 이것을 정원이란 한정된 공간 배경에서 펼핀다. 이를 구체 상세하게 세부 묘사하여 화가라면 이 글만으로도 그림을 그릴 수 있을 정도다.
<도깨비 시장>-이호철
서울 황학동 벼룩시장은 청계천 8가에 있다. 중앙시장이라곤 하지만 도깨비시장이란 재미난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름이 세가지나 되는 것처럼 이 시장의 모습도 그만큼 다양하다. 나는 자주 이곳에 들러 보물찾기를 한다. 이 어수룩하게 보이는 곳에는, 그러나 귀중한 우리네 문화재가 숨겨져 있다. 구뿐만 아니라 그곳에서는 그런 골동품 못지않게 소중한 사람들도 만단다.
좁은 골목에서 설로 지나다 부딪쳐도 다투는 법이 없다. 골동품 같은 생각으로 거리에 나선 느긋한 여유 때문이리라, 그래서 사람들은 고물시장이라 하지만 나 같은 애호가들에겐 보물시장이다.
나이가 50이 넘은 ‘제니스’ 라디오는 인기품목 단연 1위다. 눈에 띄자마자 팔려 나간다. 카페나 교와 찻집에서 실내 장식용으로 눈독들이기 때문이다.
(풀이: 벼룩시장 제재가 역시 배경이다. 골동품을 사고 파는 사람의 형태와 풍경이 자뭇 진지하다. 배경과 제재가 동일체이듯 연관이 깊다. 작가의 배경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게 한다.)
<꽃다지>-이태선
·숲속 여행을 떠난다기에 동참하게 됐다. 안으로 들어서자 식물도감을 펼쳐 놓은 것 같았다.도심에 이런 식물들이 살고 있다니.
강감찬 장군의 동상을 지나 숲으로 들어서자 땀으로 찐득거리던 살갗이 벌써 서늘한 기운을 느끼도록 보송보송해졌다.
(풀이: 제재와 배경이 수원사 팔달산이다. 탐방경험가 개인 감상 서술로 제재가 무한한 듯 배경 공간 역시 무한정하다. 인간 삶이 어느 한 공간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배경이 수필의 필수 요소이다.)
<사막의 밤>-이춘희
사막의 밤은 냉기가 예리한 칼로 피부를 후비듯 파고들어와 뼛속으로 안개처럼 눅눅히 스며들어 추위가 공포로 변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체험하게 하였다. 떠나기도 전에 내 마음은 낙타를 타고 사막을 떠돌고 있었다.
(풀이:사막이란 특수 배경이다. )
수필에서 구체성
구체성 중에 대표적인 것이 이야기이고 인물 묘사이며 목소리와 산문의 리듬을 포함한다. 실재하는 작중 화자인 작가가 바로 구체성을 대표한다. 어떤 수필을 쓰더라도 구체성을 확보해야 한다.
· 체크 무늬 스커트 알 졸가리 같은 다리, 짊어진 책가방은 한 짐이나 되고.
허기가 졌을 텐데 크지도 않은 바나나 한 개를 어린 딸은 아주 조금씩 먹고 있었다. 입술에 달라붙는 맛이 아깝기라도 한 것처럼-윤연희 <바나나 한 개>
· 라르고의 음조로 걸으며 황단의 대열을 바라본다. 녹색 삼각형이 한 개 남았다. 그런데 그때 할먼 한 분이 횡당보도를 건너기 시작한다. 허리는 반쯤 구부리고 지팡이를 짚었다. 왕복 8차선 도로다. 금방 빨간불로 바뀐다. 벌써 오토바이 몇 데는 쏜살같이 달리고 멀리 떨어진 정시선에서 슬슬 움직이려던 자도차 운전자들은 일제히 할머니의 행보에 시선을 꽂으며 기다린다.
숨죽이는 정적, 그 길 가운데를 할머니는 모노드라마의 주인공처럼 홓ㄴ자 느릿느릿 걷는다. 휴우, 할머니가 겨우 양쪽 차서을 가르는 노란 선 안에 섰다. 이쪽에서 할머니를 주시하던 차량들이 달리기 시작한다. 자동차들이 앞뒤로 쌩쌩 달리느 경계선에 서 있는 할머니를 보기가 아슬아슬하다. 민명자- 황단보도를 건너다.
·여행기에서는 시간과 공간 배경(지역명)을 구체적으로 자세히 써야 한다.
·갑자기 내 손을 벗어나 ‘푸드득’ 목욕탕 바닥으로 떨어져 물똥을 찍 싼다. 막혔던 물길이 뚫렸나보다 정신을 차린 새는 본능적으로 날려고 한다. 날개를 몇 번 퍼덕거리며 서너 걸음 불안하게 내딛다가 기어이 바닥에 머리를 박는다. 축축한 털이 보스스 살아나고, 몸도 따듯해졌다. 이제 안정을 취해야 한다. 방바닥에 수건을 깔고 작은 몸을 살며시 내련호고 나온다. 문을 빼꼼히 열어보니 그새 회복된 새가 활개를 치며 온 방안을 누비고 다닌다.-고마워 곤줄박이야. 송혜영.
<비유에 대하여>
수필의 구체성은 비유와 직결된다. 구체화는 무형적인 것, 사유와 감정을 감각의 경험으로 형태를 부여하여 제시하는 것이다. 이 감각의 경험은 시각, 후각, 청각, 미각, 촉각, 근육 감각을 망라한다. 대표적인 것이 의인화 수법이다.
라일락 향기가 그윽한 4월이다 아침마다 어린이대공원에서 운동을 하고 나면 공원을 한 바퀴 돌곤 한다. 붉은 아스팔트 길 위에 하얀 벚꽃이 눈처럼 날리고, 하늘을 덮고 있는 벚꽃들 사이로 햇살이 내려앉는다. 그 길을 걷고 있노라면 마치 그림 속으로 걸어가는 듯한 착각을 할 정도다. 빨강, 노랑 튤립 꽃에 단조롭게 뻗은 초록색 줄기와 잎, 마치 방금 색칠을 해놓은 듯 선명하다. 며칠 뒤 곷들이 시들었겠다 싶으면 요술을 부린 것처럼 황금색 금송이 꽃으로 바귀어 있다. 몇 걸음 걷다 보면 탐스러운 장미가 눈길을 끌었다. 돌돌 말아놓은 것 같은 꽃잎, 연분홍에 주홍색이 섞인 색은 볼수록 신비로웠다.게다가 흰 색과 노란 장미의 향기는 누구에겐가 전해주고 싶은 새각이 들곤 한다.이 근방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이곳이 낙원이다.-박종금-무허가 까치집-
· 세상이 자꾸만 물질 만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머리들이 크니 적은 돈은 성에 안 찰 것이고 흠족하게 넣어주자니 주머니 사정이 얿다. 변해버린 세태가 나를 힘들게 한다. 은행 창구에서도 새 돈을 바꾸려면 당연히 만 원권이려니 한다.
우리 어렸을 때는 사탕 몇 알이나 공책 두어 권 살 돈이면 입이 벌어졌는데 요즘은 원하는 물건의 단위가 ㄴ포다. 아이패드 스마트폰, 노트북, 게임기 등, 가난한 할미로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많이 가졌다고 펑펑 쓰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니겠지만 나도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좀 사치스러우면 어떠랴. 손자들이 원하는 것, 제 부모들이 분수에 맞지 않는다고 해주지 않는 것들을 선물하고 싶다. 흐뭇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고. 그래서 ‘인기짱’인 할머니가 되고 싶다. 할-미의 흔적 남기기-홍경희
·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봄을 그리 반기는 편이 아니었다. 시름 시름 앓게 만드는 나른함도 싫었지만, 새털처럼 가볍고 해퍼지려는 마음도 마땅치 않다.
(풀이: 할까. 리라.처럼, 지려는 따위의 유성을 가세하여 효과를 배가한다. 봄날의 나른한 정서를 그려내는 데 적합안 리듬의 조성이다.)
· 나는 그가 놓고 간 펜케니이크에 버터를 넉넉하게 발랐다. 그 다음엔 메이플 시럽을 올려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먹었다. 행여 식을까 열심히 자전거 패달을 밟았을 그의 낡은 샌들과 젖은 등을 생각하면서. 그리고 그가 사라진 골목 어디쯤에 있을 그의 집을 상상하면서
구멍들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난다. 꼭 나같다. 난 구멍투성이인 사람이다. 멀쩡해 보여도 생각보다 무르고 실수도 많다. 게다가 소심하기까지 하다. 살수로 낸 구멍만 있는 게 아니라 상처로 뚫린 구멍도 많다. 망약 가슴이 헝겊이라면 아버지가 입던 난닝구 등판처럼 되어 있으리라. 그러고 보면 산다는 것은 구멍 난 속옷 위에 멀쩡한 겉옷을 걸치는 게 아닐까 아무렇지도 않게 슬픔을 삭이고 아무도 모르게 아픈 구멍을 가리는 것처럼 말이다.-최지안. 행복해지고 싶은 날 펜 케이크를 굽는다.
(풀이: 리듬이 화자의 복잡한 심사를 드러내는 데 기여한다. 때까지 하ᅟᅧᆫ서가 과거를 상상하며 흔들리던 첫 문단을 다소 안정감을 회복하니 셋째 문단에선 종결 어미가 확실하다. 끝 문단에선 다시 ~리라~닐까 등으로 추정과 미정의 종결을 혼용한다. 앞 세 문단의 통사는 길제 짜였으나, 마지막 문단으 통사는 대체로 짦은 문장이 많다. 이처럼 내용의 변화에 따라 리듬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 수다를 뒤집어 읽으니 다수가 된다 .다수가 모여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수다 뒤엔ㄴ 하다 동사가 아닌 떨다 동사가 붙는다. 이 동사는 하다의 서술어보다 훨씬 고조된 감정을 실어 준다.
현재의 자신과 과거의 학창시절, 살아논 결혼 생활과 그런저런 이야기들이 뒤섞이면서 나라는 정체성과 맞닥뜨린다.
<달>-김윤선
초승달은 갓 태어난 아기 모습읻. 아직 젖내조차 가지시 않은 신생아 말이다. 눈도 뜨지 못해 고물거리지만 한 해 동안 자라는 성장이 얼마나 경이로운가 초승달은 그런 모습이다. 초승달을 바라보 이/ㅅ으면 눈이 시리다. 밤하늘이 너무 광홀하다 그러나 진작 홀로 서기를 /개달은 것일까. 이미 제 빛을 낼줄 아는 것을 보면 튼실해져 가느 ㄴ종아리에서 삶을 살아가는 용기와 지혜를 본다.
상현달은 어른이 되고 싶은 사춘기 아이 모습이다. ㄱㅇ기 침체니 대학 입시니 해서 꿈과 갈등을 함께 겪고 있지만 그래도 빨리빨리 자라고 싶은 아이들의 모습이다. 여백 솔에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이 있다.
보름달은 인생의 절저을 지나는 청, 장년기이모습이다. 꿈과 실천이 함께 어우러져 전설을 만들기도 한다. 보름달이 밤하늘이 유옥 아늑하고 풍요롭게 느껴지는 건 채움의 미학이다. 보름달은 열정이다. 그러나 달의 형상이 햇빛의 반사로 생기는 것이라면 일찌감치 스스로를 비울 줄도 알아야 한다. 비우고야 채워지는 비움의 원리, 우리가 하필이면 가장 둥ㄷㄱ 달인 대보름날에 소원을 비는 것도 달의 마음 비윅 자업을 배우려는 것이 아닐가
하현달은 훌쩍 중년이 길목에 들어선 내 모습이다. 안생의 한획을 긋기는 했으나 할 일은 여전하가. 장신은 풍부하고 맑아야 하는데 여의찮다. 담 흘려 ㅇ일한 보람은 함께 나누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듯 몫을 줄여 나갈 때다. 살메 대한 절망이 아니라 ㄴ그러움을 배울 때다. 고통을 나누는 것에도, 받아들이는 것에도 겸허해할 줄 알고, 삶을 사랑하는 여유와 세월 속에 담긴 또 다른 의미를 깨달을 줄도 안다. 눈가의 주름과 희끗희끗한 흰머리가 결코 헛된 세월이 아니었음을 느끼고 싶어 한다. 이때쯤은 체념도 뱅워야 할 때인 듯 싶다.
그믐달은 칼날 같은 빛으로 누군가는 미인의 이마라고도 노래했고 과수의 한이라고도 노래하지 않았던가. 삶을 정리하는 노년의 정기가 때론 저렇게 정갈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풀이: 이글 리듬은 정제되어 단정하다. 달의 이미지를 들뜨지 않고 차분한 상태를 유지하며 안정된 평탄조 리듬으롤 드러낸다. 수필로 치유력을 얻을 수 있는 리름이다.
<첫 사랑>-노혜숙
주위를 살폈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손에 들고 있던 도시락을 덤불숲에 던졌다. 딸그락 빈 도시락에서 수저가 날카로운 쇳소리른 냈다. 가슴이 콩닥거렸다. 머리 위에선 큰 매가 원을 그리먀 날았다. 집으로 가는 길은 멀었고. 나는 가파른 잿길을 어질어질 현기증을 일으키며 겨우 걸었다.
이듣날 담임선생에게 불려나갔다. 도시락의 행방을 물었다. 고갤ㄹ 숙인 채 우물거렸다. 대답이 미처 긑나기도 전에 손바닥에 회초리가 떨어졌다. 아이들이 키득거렸다. 선생은 도시락을 덤불숲에 버려두고 간 이유를 물었다. 나는 끝내 대답하지 못했다.
젖가슴이 부풀어 오늘 나이였다. 조숙한 아이들은 총각 선생이었던 담임에게 연정을 품었다. 하숙을 하던 선생은 종종 빈 도시락을 집에 가져가는 심부름을 시켰다. 여자 아이들은 서로 그 일을 하기 위해 다툼을 벌였다. 숫기가 없던 나는 안타깝게 차례가 돌아오기만 기다렸다.
마침내 선생이 나를 불렀다. 나는 선생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선생은 등을 토닥이며 도시락을 건넸다. 닳아서 반질반질해진 나일론잠바가 그날처럼 창피해본 적은 없었다. 교문을 나서는 데 눈치 빠른 친구들이 등 뒤에서 놀려댔다. “좋아한대요. 좋아한대요! 엘레리꼴레리!”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는 도시락을 움켜쥔 채 뛰었다.
분한 것도 같고 부끄러운 것도 같았다. 아니라고 소리라도 버럭 질러줄 걸. 얼굴이 벌개져서 그냥 도망쳐 온 것이 더 속상했다.
등줄기에선 식은땀이 흘렀고, 김치 국물이 배인 도시락 보자기에 선 신 김치 냄새가 났다. 귓가에는 친구들의 외침이 맴맴 돌았다. 와락 눈물이 쏟아졌다. 나는 움켜쥐고 있던 도시락을 덤불숲에 던졌다.
기 이후 선생은 아디슨 아이들에게 도시락 심부름을 시키지 않았다. 나는 잿길을 지날 때마다 도시락을 버렸던 길섶을 기웃거렸다. 도시락은 간데 없고 덤불숲에선 마른 잎들만 버석거렸다. 옆구리를 스치던 아릿한 허기, 그땐 그것이 무언지 몰랐다. 그래 겨울은 모질게 추었고, 나의 첫사랑도 싱겁게 끝니 났다.
(풀이: 작가는 첫살ㅇ의 과거 스토리를 플롯화하여 풀어냈다. 리듬과 관련시켜 본다면 종결감을 주는 단어 그 이후, 다시는, 몰랐다. 그해, 끝이 났다. 로 뚜렷하다. 음악의 스타카토처럼 짧게 끊어지는 단문이 주조음으로 이어져 비극적 결말을 예고하며 긴박한 리듬을 조성하더니 마지막 문단에서 호흡이 늦춰진다. 5개 문장 모두 길가. 기쁜 호흡으로 치닫던 리듬이 여기서 숨을 고르며 조정기를 거쳐 뒤에 마지막 끈ㅌ의 두 문장의 중간 호흡, 쉼표를 두어 리듬의 숨을 돌린 뒤에 치달려오던 리듬을 마무리 짓는다. 즉 리듬상의 종결감을 산뜻하게 획득한다.
시와 수필의 서정성 대조
시: 대개 단편적이고 단이한 서정이 많다. 제시적이고 이미지적이다. 집약적 서정이다. 율동적이다. 입체적이다.
수필: 모든 서정은 기-서-결을 갖춘 서정이다. 수간적. 장기적 서정이다. 설명적이다. 서술된 서정이다. 평면적이다.
<아주 오래된 사원>-임문혁
고향집 뒤란, 작은 단지 큰 항아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대-풍경으로서의 서정
고추장 단지, 새우젓 독, 된장항아리, 납작한 단지, 걸쭉한 독, 펑퍼짐한 항아리, 입술이 도톰한 다닞, 코가 비뜰어진 독, 귀가 찌그러진 항아리, 이마가 반짝이는, 목덜미가 붉은, 허리가 굵은 독, 항아리들이 간장 고추장 된장을 가슴에 담고 가부좌르 튼 채 참선에 들었습니다.-항아리 개별 형태적 서정
비오고 바람 불고 서리 오고 눈 내려도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뻐꾸기 독경소리, 닥따구리 목탁소리, 매미들의 범패, 달님도 별님도 지켜봅니다 바람도 숨을 죽입니다. -자연 풍경 서정
저 보살들 다 성불하면 참 맛난 세상이 되겠지요?-집약된 서정
(풀이: 이 시는 고향집 장독대를 제재로 한 서정시다.
<장독대>-김덕일
숨 막히는 통에서 빠져나온 장무새는 사람의 옷이 날개이듯이 매초롬한 단지에 담기는 순간부터 대깔이 달라졌다. 뒤대토 앞태도 그만이다. 볼수록 옹골지다. 마른 수건으로 자꾸 닦는다. 그리고 다섯 개 단지에 이름표를 붙이다. 우리 집 맛깦의 대표 주자인 간장 단지에는 ‘맛순이’ 오래된 친구 같은 묵은 된장 단지에는 ‘죽마고우’ 풋풋한 새색시 같은 햇된장 단지에는 ‘새댁’ 품격 높은 고추장 단지에는 ‘홍장미’ 봄의 향기를 사철 담아내는 매설 효소액 단지에는 ‘매향’이라고 단지들은 이름을 지어주니 싱싱한 생기가 돌아 살갑게 다가온다.
(풀이: 기- 서-결의 스토리로 연속시켜 긴 시간의 서정을 보인다. 수필 서정이라 설득적이며 직접적이구 구상적이다. 서술적이고 평면적이다. 시는 정의적이고 관찰적 서정인데 수필은 체험적 현실적 서정이다. 수필에 등장하는 인물의 본 바탕은 실재성이다. 사건도 실재 서사로 재구성한 것이다. 시공간성은 허구적 시공간이 아닌 나날의 일상에서 대면하는 소소한 일상의 시공간이다. 수필은 일상성의 문학이다. 작가와 작가 주변이 국한되는 작은 세계의 사소함과 다분함. 지겨움과 반복성, 되풀이되는 나날의 삶 속에서 작은 의미를 찾아내고 끊임없이 가치화를 시도하는 서민 문학이다. 영웅이 등장하여 세상 문제를 들춰내고 해결을 시도하는 소설과 드라마와 달리 주변에서 쉽게 보는 인물과 사건, 실제 시공간에서 탐색한 인간의 작은 의미를 찾고 허무한 인생살이에서 작을지라도 가치 있는 세계로 이끌려는 인간의 의미 부여다.
·버스의 덜커덩거림이 좀 덜해졌다. 버스가 덜커덩거림이 더하고 덜하는 것을 나는 턱으로 느끼고 있었다. 몸에서 힘을 빼고 있으므로 버스가 자갈이 깔린 시골길을 달려오고 있는 동안 내 턱은 버스가 깡충거리는 데 따라서 함께 덜그럭거리고 . 턱이 덜그럭거릴 정도로 몸에서 힘을 빼고 버스를 타고 있으면 긴장해서 버스를 타고 있을 때보다 피로가 더 심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러나 열려진 차창으로 들어와서 나의 밖으로 드러난 살갗을 사정없이 간질이고 불어가는 유월의 바람이 나를 반수면 상태로 끌어넣었기 때문에 나는 힘을 주고 있을 수가 없었다. 바람은 무수히 작은 입자로 되어 었고 그 입자들은 할 수 있는 한, 욕심껏 수면제를 품고 있는 것처럼 내게는 생각되었다. 그 바람 속에는 신선한 햇볕과 아직 사람들의 땀에 밴 살갗을 스쳐보지 않았다는 천진스러운 저온, 그리고 지금 버스가 달리고 있느 길을 여워싸며 버스르 향햐 달려오고 있는 산줄기의저편에 바다가 았다는 것을 알리는 소금끼, 그런 것들이 이상ㅇ스레 한데 어울리면서 녹아 있었다. 햇볕의 신선한 밝음ㅇ과 살갗에 탄력을주는 정도의 공기의 저온 그리고 해풍에 섞여 있는 정도의 소금끼, 이 세 가지만 함성해서 수면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이 지상에 있는 모든 약방의 진졀장 안에 있는 어떠한 약보다도 가장 상쾌한 약이 될 것이다.-김승옥의 ‘무진기행’
숙소에 든다. 창을 열러 공기를 바꾼다. 파도만 모래톱을 적시고 있다.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푸른 시간이다. 살마들에게는 일생 중에 한 때가 있다. 우리 부부의 한 때는 언제일까.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느 목적을 가진 산뭄과 달리 수필은 지식과 정보 그 자체에 있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는 이면적 가치에 관심을 둔다.- 심미성이다.
책명-수필, 제대로 쓰려면-방민
저- 방민.네이버 블로그- (방교수의 수필작법)운영
출- 태학사(2018.8.18. 314쪽)
독정-2019. 9. 18
< 수필 쓸거리 >
① 제재 고르기
글감: 세상 모든 것이 대상이고 내용(보이지도 않고 만질수 없는 것도)
제재: 글감(소재) 중 특별히 잡은 주제에 맞게 선택한 재료
-삶의 체험이 주요 글감일 때 제재를 먼저 발견하고 뒤이어 주제를 잡는다.
★ 제재 고르는 방법
-체험(직접 경험한 것)
-관찰(시청각, 후각, 촉각, 미각으로 의도적으로 계획적 체험으로 관찰 대상의 전체 구조와 고유 특징이 잘 드러나고 시간 변화 주변 사물과 관계 참구도 함께
-조사(인터뷰, 현장 답사, 문헌 자료)
-독서: 간접 경험
★ 제재 고르는 요령
-주제를 뒷받침할 제재
-풍부하고 다양ㅇ한 자료 수집
-객관적이고 구체적이며 출처 분명한 자료
-흥미와 관심 끌 수 있는 참신한
★ 제재 분류
-서로 관련되는 내옹용과 관점이 동일한 것끼리 무끽
-핵심적니 것과 종속적인 것 구별하여 주요 사항 앞세우기
-제재가 편파적이거나 편견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
꽃자리-오세윤(독특하고 인상적인 체험)
“원장님, 편지요오~”
두툼한 편지를 전하느 간화사의 말투가 야살(보기에 얄망궂고 되바라진 데가 있다)하다. 보일 듯 말 듯 돌아서며 흘리는 웃음이 시쿰하다.(깊은 맛이 있게 조금 신 맛이 있다.). 참, 하루도 건너지 ㅇ낳는군. 모르는 척 나는 편지를 그냥 서랍 속에 넣는다. 가운을 걸치고 환자부터 진료한다. 발신인 불명의 편지를 받기 시작한 지 두 달째, 한 주에 두 통씩 온다. (중략)
편지의 내용은 한결 같았다. 그립다고 했다. 오매불망 그립다고 했다. 목련꽃 더불어 피어난 그리움이 모란이 져도 가실 줄 모른다고 했다. 음악 들으면 그리움이 사무쳐 요즘은 오디오도 멀리 하고 지낸다며 시조차도 읽지 못한다고 했다.
처음엔 잘못 배달된 편지인 줄 알았다. 조소를 착각하고 써서 부친 줄 았았다. 하지만 내 이름 글자 하난 틀린 곳 없이 정확했다. 진료하는 내 모습도 정확하게 표현했고 진료실 내부 정경도 생생하게 묘사했다. 병원 내에 흐르던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너무 좋아 대시길에 한참이나 앉아 듣다 왔다는 아이기라든가 책상 위에 읽다 놓아둔 크로닌의 <천국의 열쇠>가 궁금해 자기고 영품문고에 나가 구했다는 이야기 등 엊구제 장미 꽃ㅉ꽂이를 배우는 게 유행이어서 개중에는 자기가 만든 작품을 병원에 들고 와 장식하거나 쓰고 남은 꽃을 화병에 꽂아 놓기도 해 진료실엔 늘 꽃이 있었다. 하여 나는 그런 엄마 중 한 사람이 편지를 보내는가 싶어 내밀히 살피기도 했지만 누구 한 살마 의심이 갈 만큼 어색하거나 부자연스럽게 행동한ㄴ 살마은 발견할 수 없었다. 누굴까.
누군가가가 날 놀려주려 그러는 건가도 생각해보았다. 세상엔 별의별 살마이 다 있는 법, 할 일이 하도 없어 낚시질하는 사람마 뒤에 죽치고 앉아 하루해를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스톱 판에서 갖가지 심부름을 하며 밤을 세우는 사람도 있으니 불면증에 시달리며 잠 못 드는 그 긴긴밤에 사랑을 상상하며 글을 쓰는 사람이 왜 없겠는가. 그런 글은 상대를 설정해 놓아야 그럴듯하게 엮어지는 터라 모르는 새 내가 눈에 띄어 그 대상이 왼 게 아닌가 싶었다.
편지는 반년 나마 이어졌다.
가을 들어 드디어 선친이 기왕에 마련했던 인천 병원 부지에 건물이 완성됐다. (중략)
이사하는 날, 짐을 다 내보내고 쉬는 중에 한 단골 아기 엄마가 층계를 올라오더니 그동안 고마웠다며 포장된 선물 하나를 내밀고는 황급히 돌아서 내려갔다. 평소 말수가 적고 조신해 대하기가 스스럽던 새내기 엄마였다.
창틀에 기대어 포장을 뜯었다. 곱게 수놓은 손수건 두 장과 하이네의 시집 <노래의 책> 시집 갈피에 편지 한 장이 기어있었다. 낮익은 글씨였다. 갱각지도 못한, 발신인은 전혀 엉뚱한 엄마였다. 마지막 편지였다.
피는 듯 꽃은 그렇게 졌다. 30년이 지나 나는 우연하게도 지인의 막내아들 혼례식장에서 그녀를 만났다. 예식장에 들어서 하객을 맞고 있는 신랑 부모에게 걸어가는 나를 누군가가 놀란 목소리로 불러 세웠다.
“어머나! 선생님.”
돌아보는 나를 향해 환하게 웃는 신부 어머니. 금세 알아볼 만큼 모습이 여전한 먼 전날의 아기 엄마. 곁에 선 남편에게 나를 소개하며 발갛게 볼을 붉힌다. 연분홍 치마 모란꽃 수가 하느작 흔들렸다.
마음 다스림이 온전하지 못했던 젊은 날, 여인이 당긴 시위를 무모하게 놓고, 내가 잘못 날아온 화살을 맞았더라면 서로의 오늘이 어찌 되었을까. 오늘의 이 기쁨이 가능했을까. 서른 이쪽저쪽이었을 새내기 아기 엄마, 어느 사이 이순을 바라보는 앳된 장모의 자태가 곱다. 뒤안길이 따뜻하다. <에세이 문학>2016.가을:독특하고 인상적인 체험
<초록 손가락>김경희: 관찰한 것
한 지붕에 다섯 식구가 사니 복작거린다. 물을 한꺼번에 쓰는 아침에는 세면대나 싱크대에서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는 건 예삿일이다. 고만고만한 형편들이라 위세 부리는 이가 없으니 어우러져 사느 맛이 괜찮다. 옥상에서 가꿈 푸성귀를 나누고 김치를 담그면 보시기를 들고 위층 아래층 오르내린다. 다가구주택 대문을 함빡 뒤덮은 담쟁이가 소박하게 사는 이들을 응원하듯 초록빛으로 넘실댄다. 골목에서 여는 집과 다른 것은 담벼락에 낡은 손수레가 전복처럼 엎어져 있는 풍경이다.
몇 해 전 초여름에 60대 후반 부부가 반 지하 방에 이사 드는 날이었다. 조붓한 골목으로 꽃수레가 들어옸다. 희한한 일이었다. 2층 창문에서 내다보다가 궁금증을 못 참아 내려가 보았다 . 수레에는 올망졸망한 화분들이 가득했다. 수레 손잡이 앙쪽 귀퉁이에소 줄기가 늘어진 아이비, 트리안 화분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꽃집을 하다가 정리하고 남은 것들인가 했다. 뚱뚱한 아주머니는 다리 한쪽을 절고 비쩍 마른 아저씨는 말이 어눌했다. 두 분은 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약간의 보조금을 받지만 여의치 않아 아주머니느 동사무소에서 청소하고, 아저씨느 폐품을 주워 판다고 했다. 화초를 싣고 온 수레가 바로 그 도구였다. 간소한 세간를 실은 이삿짐 트럭은 나우에야 들엉왔다.
어둑새벽이면 대문 열리는 소리가 나고 최씨 아저씨가 수레를 끌고 골목을 빠져나간다. 주워 온 물건들은 저물녘 대문 앞에 너지분히 부려놓는다. 종이, 전선, 옷걸이, 캔, 기름때 붙은 프라이펜, 고개 숙인 선풍기... 없는 것 빼고 별의 별 것이 다 있다. 먼지가 날리고 어질러진 대문 앞이 벼룩시장 같지만 부부가 두런거리며 팔만한 것들을 추려내느라 구부린 등은 볼수록 정겹다. 목장갑을 끼지 않나 손끝이 벗겨지고 굳은살이 박인 걸 보면 애처롭기도 하다.
폐품을 종일 모아 팔아도 고작 몇 천원 남짓이라 들었다. 폐품 더미를 싣고 고물가게로 가는 날은 축 처진 근육에 깡마른 몸이 번쩍 들린 손잡이에 다랑귀(두 손으로 붙잡고 매달리는 짓) 뛰듯 한다. 무게를 당해내느라 부들부들 떠는 팔뚝이 너무나 안쓰럽다. 최씨 아저씨는 별난 분이다. 그렇게 애쓰시고 얼마를 받으면 화초를 사느라 몽땅 털어버리니 아주머니는 고시랑거린다. 화초에 치여 궁둥짝 내려놓을 자리도 없으니 작작 사들이라고, 속사포의 지청구(까닭없이 남을 꾸짓고 원망하는 꾸지람)에도 아저씨는 들은 척도 않는다. 흙살을 뒤적여 숨구멍을 열어주느라 모종삽을 재바르게 움직일 뿐이다. 간단한 셈도 못하고 공과금 고지서도 읽지 못하면서 곷 이름은 외래종까지 줄줄 꿰는 아저씨를 동네 사람들은 덜떨어졌다고 수군댄다.
하누는 대문을 막 나가려는데 아저씨가 어눌한 발음으로 손짓하며 불렀다. 시계 꽃 알라타가 피었다고. 따라 들어갔더니 열댓평쯤 되는 두 칸짜리 방은 미미 식물원이었다. 아침나절에나 공책 크기만 하게 햇빛이 잠깐 들까 싶은 어둠침침한 방에 보살핌이 얼마나 지극했으면 화초들이 싱싱하지 신기했다. 햇빛을 가득 받길 좋아하는 시계 꽃이 핀 것이 놀라웟다. 창 쪽으로 고갤ㄹ 트는 마삭줄, 인시그네는 가난하지만 눈가에 웃음꽃이지지 않는 아주머니 아저씨를 똑 닮았다.
푸새를 좋아하는 나는 달개비, 괭이밥, 풍선초 풀들을 집안에 들인다. 꽃집을 지나다가 요것조것 화초를 사 오지만 야무지게 키워내지는 못 한다. 서서히 말라 비틀어지는 제라늄을 봄 한숨을 내쉬다가 화분을 안고 최씨 아저씨 댁으로 내려가 맡긴다. 입원시키는 셈이다. 아저씨 손이 닿기만 하면 죽어가던 화초가 며칠 만에 생기를 되찾으니 그 비결이 뭘까 싶다.
최씨 아저씨가 이산 온 후 집 곳곳이 싱그럽다. 죽은 줄 알고 사람들이 대문 밖에 내다 버린 화조도 안아와 초록으로 살려 계단 모퉁이마다 놓아주시는 마멉의 손, 장미만 두 그루 있던 대문 안 자그만 화단을 아기자기해졌다. 평상시는 사는 데 급급해 바빠 지나치가가도 앙증맞은 꽃들이 피어나면 사람드이 한데 모여흔다. 곷을 반기는 ㄴ웃음판이 벌어진다. 반 지하 방 아주머니도 슬리퍼를 짝짝이로 신고 나와 곱다고 손뼉 치며 틀니 걸소가 보이도록 환히 웃는다.
“꽃 지랄이여, 꽃 지랄!”
1층에 사는 욕쟁이 김씨 할머니가 통박(몹시 날카롭고 매섭게 따지고 공격함)을 놓는다. 꽃이야 어여쁘지만 빠듯한 살림에 여차하면 꽃을 사들고 오니 걱정되어 하시는 말이다. “별안간 꽃이 사고 싶다.‘는 어느 시 구절처럼 어쩌면 최씨 아저씨는 헛헛함에 화초를 사는 건지도 모르겠다. 별안간 꽃이 사고 싶은데 어쩌겠는가.
최씨 아저씨 부부는 자식이 없다. 손가락이 두어 개 모자라도 괜찮으니 아기를 간절이 바랐지만 얻지 못했다고, 아저씨한테는 화초가 자식이란다. 그래서일까? 엎드려 앉아 한 손을 꽃대에, 또 한 손은 동그랗게 모아서 귀에 대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본다. 청진기를 대고 진찰하는 의사가 따로 없다. 식물 자식들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어디가 아프지는 않은지 찬찬히 귀 기울이는 것이리라. 아비의 마음으로.
화초를 얼뚱아기(둥둥 얼러 주고 싶은 재롱스러운 아기) 돌보듯 하는 아저씨를 보고 있으면 이야기 속의 한 인물이 생각난다. 엄지손가락을 갇다 대면 꽃이 피어나고 나무가 자라는 그 아이, 그래서 생겨난 말인지 모르지만 죽어가는 식물도 살려낼 만큼 화초를 잘 가꾸는 살마을 ‘초록 손가락’이라 부른다. 신은 아마도 최씨 아저씨께 아기 대신 신비의 초록 손가락을 주신 것 같다. 그 초록 손가락 덕에 한 지붕 사람들은 고단해도 웃음을 짓는다.(<수사자의 꼬리>에세이문학출판부에서
<기생충에 조정 당하는 숙주들>-김애자: 조사한 것
곤충학자들은 기생충을 죽이는 약물을 개발하면 기생충들도 더 빠른 속도로 진화한다고 한다. ‘감히 기생충을 대적하려는 신은 없다.’ -프왈드 메머슨
<전 삼일, 후 삼일>-류창희:독서 한 것
제사에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나는 맏며느리가 아니다. 내가 혼자 제상에 올릴 음식 한 가지 번듯하게 다하는 적은 ㅇ벗다. 제사 사흘 전 방보기, 다듬기, 탕국거리 방정하게 썰기, 동그랗게 문어 데치지 등 재료를 준비한다. 그중 주 업무는 제사 당일, 전이 몇 가지가 되든 프라이팬에 구어내고, 도미 조기 민어 가자미 등의 생선을 익힌다. 말하자면 지지고 볶는 역할이다. 음식만 지지고 볶겠는가. 나는 30년 넘게 조율이시, 홍동백서, 아동육서, 좌포우혜로 격을 갖춰 제상을 차려내기 위한 소품 담당이다
제사 때는 조상이 앞에 계시는 듯 정중하고, 산천의 신을 모실 때는 신이 앞에 있는 듯 경건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체사에 참석하지 않았으면 제사를 지내지 않음과 같다.” 제로가 귀신을 섬기는 일에 대해 묻자 공자께서 “사람도 제대로 섬기지 못하는데 어찌 귀신을 섬길 수가 있겠느냐?” 다시 묻기를 “감히 죽음에 대해 묻고자 합니다.”하자 공자께서 “삶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데 어찌 죽음에 대해 알겠느냐?”라고 답하신다. 이처럼 공자의 철학은 ‘살아있는 사람’을 바탕으로 한다.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와 바른 행실에 중점ㅇ르 둔다. 공자의 사상은 지극히 현실적, 실천적, 지성적이다.(후략)<에세이 문학, 2016. 가을
<잃지 않은 편지>-장현심
영화를 보며 전사한 상사가 유서로 남긴 편지를 읽지 않는 중위. 그 장면에서 목구멍이 빽빽해지고 눈물이 차올랐다.
“우린 화해도 못했어요. 떠날 때 나쁜 말만 했단 말에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가 대신했다. 남편이 시작한 사업은 손봐야 할 곳이 많은 자돛차 같았다. 매연과 소음이 심했고 제동 거리도 길었다. 정비를 하자고 여러 번 권했지만 번번이 내 의견을 무시하더니 결국 차는 멈춰 버리고 말았다.
내 인생이 진창길에 처박힌 고장 난 차 같았다. 살던 집은 경매로 넘어갔고 이가 간 셋집은 풍뎅이 등딱지만 해서 풀지 못한 짐 더미 사이에 이부자리를 펴야 했다. 자연스레 별거를 했다. 정만 있으면 삿갓 밑에서도 산다는데 방이 좁아서가 아니라 마음이 멀어서 였을 것이다. 불행의 원인이 모두 그에게만 있는 것 같았다. 내 주변을 맴도는 걸 알았지만 애써 외면했고 어쩌다 마주치면 베어버릴 눈초리에 날을 세웠다. 이번 기회에 다시는 자기 멋대로 집안일을 처리하지 못하게 단단히 버릇을 들이겠다는 각오뿐이었다.
말뚝도 무른 당에 박힌다는데 땅벌처럼 독이 올라 있던 내개 말인들 붙일 수 있었을까.( 써보낸 편지를 돌려보냈는데 남편이 죽었다.)
사과도 용서도 유효기간이 있다는, 대가 지나면 소용없다는 것을 몰랐다. 마음이 오가기를 바라서 다리를 놓는 심정으로 편지들을 썼을 텐데 나는 그 다리를 없애버리고 말았다. 힘들어할 때 “안아줄까?” 늦게 들어온 날 밤에는 조용히 내 무릎을 내 주어도 좋았을 것인데 처지 ㄴ어깨 쓸어주며 ‘너무 걱정 말아요’ 꽁냥꽁냥 했더라면 이렇듯 가슴 무너지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리움 없는 고요한 마음이 평화라면 난 가끔 평화를 잃는다. 그 편지가 읽고 싶다.<에세이 문학. 2016년 겨울>
<알람브라는 나를 꿈꾸게 한다>-정해경
흐름이 그랬다. 연달아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로 음높이를 정하는 것 같은 트레몰로 기법의 빠른 음 하나와 머뭇머뭇 걸음을 데듯 느리고 굵직한 음 하나, 마치 두 살마이 하는 합주처럼 드리지만 한 사람의 독주라는 것도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렇다면 빠른 음은 마음이고 느린 음은 걸음일까. 빠른 음이 현란하게 변하는 대목은 더듬을 때 느끼는 급한 손길이고 느리고 굵은 음은 주저하는 더딘 발길을 뜻할까 장님이 더듬으며 가는 것이 연상되었다.
<쓸거리의 범위는 좁혀서 써라>
어버이 사랑에 감사한다는 막연하다. 아버지 눈물에 뭉클하다. 어머니 손길은 언제나 따스하혔다로 좁혀야 수월하다. 육안으로 안 보여 현미경으로 보듯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 것을 돋보기로 보아서 건져 올리듯 좁혀야 한다.
<문> 최장순
강이 광꽝 얼러 있다. 누군가 던져놓은 돌을 껴안은 채 살금도 미동도 없는 저 강은 지금, 두 손을 깍지 낀 단호함이다. 제아무리 문고리를 잡아 흔들어도 기척이 없는 닫힌 문이다.
문은 소통이다. 걸음이 들고 나는 속에서 정이 오가고 말이 통한다. 살짝 열린 문으로 들여다보는 안과 내다보는 바깥은 은밀하게 통한다. 문이 없다면 벽을 허물거나 월담을 해야 한다. 월담은 불미스런 소문이 담을 넘의 불법, 문은 정정당당한 통과의례가 아닌가
문은 신분이다. 걸음이 들고 나는 속에서 정이 오가고 말이 통한다. 대문은 집 안팎을 구분하지만 방 안팎을 경계 짓는 방문이 있다. 세상과 속세를 구분하는 일주문이 있고 도성의 망루를 겸한 성문이 있다. 나제통문처럼 암벽을 뚫은 동굴도 거적을 달면 문이 된다.
보이는 것만이 문은 아니다. 의식의 문, 통과의례의 문이 그렇다. 입신출세를 위해서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등용문이 그것이다. 이때의 문은 목표 지향성이어서 기꺼이 그곳을 통화하려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다. 이 문의 통과 여부에 따라 성공과 실패로 갈리고 기쁨과 슬픔이 일거나 소렴한다. 문은 절대 호락호락 저를 열어주지 않는다. 영원히 닫혀 있지도 않는다. 아무리 어려운 문이라도 당당히 열 수 있는 자격을 쥔 자에게는 공손해진다.
문이라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허공을 날고 싶은 인간은 새를 키워 하늘을 얻는다. 든든히 먹이를 주어 날려 보내고, 다시 그들이 수집해온 먼 곳의 소식을 듣지만, 갈증은 해소되지 않아 다르 ㄴ곳으로 몸소 날아가곳 ᅟᅵᇁ어 한다. . 그 욕구를 조금이나마 충족시켜 주는 것이 비행수단이다. 공한은 공중과 땅을 연결하는 문이다. 지상에서 발을 뗀 비행기가 최대한 오를 수 이쓴ㄴ 허골까지를 하늘이라 한다면, 공한은 하늘로 오르거나 지상에 내려오기 위한 관문이다. 시공을 초월한 구원의 세계에삳 마음의 문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의 영역이 아무리 두렵고 단단해도 믿음으로 부단히 두드리고 갈구하지 않느가.
씨앗은 겨우네 얼어있던 딴딴한 흙을 열고 나온다. 땅가죽을 열고 나온 새순이 자라고 수많은 가지가 잎을 틔우고 꽃을 피워낸다. 꽃이 지면 열매를 맺고 겨울이면 다시 땅속으로 들어간다. 이렇듯 땅에는 계절을 관장하는 문이 있기에 봄은 문을 ㅇ려고 겨울은 문을 닫는다. 이간은 땅속으로 들어가면 죽음이다. 죽음은 단힌 문이다. 그러나 영적 세계가 있다고 믿는 인간은 사후의 또 다른 문을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항구와 포구는 바다와 물을 연결하는 무이다. 항해에 지친 배들의 휴식처인 동시에 큰 바다로 나갈 준비를 하는 곳이다. 물을 밀어낸 배가 먼 바다로 나갈 수 있는 것은 밤새 거친 파도아 싸운 배들을 품는 항구가 있기 때문이다. 포구는 비릿한 생계를 낡은 아딜의 귀노하능ㄹ 반기는 분, 고단한 하루를 씻어내는 왁자한 웃음을 문고리로 달고 있다.
이성과 감성이 한 몸이 될 때에야 열린 것이 마음의 문이다. 이 문을 열어야 세상이 보인다. 마음이 따라주지 않으면 몸도 말을 듣지 않는다. 고집이 불통을 낳고 대화단절이 고립을 부른다. 열기보다느 닫기가 더 쉬운 문이다. 쉬운 것이 언제나 문제를 일으킨다. 믿음이 깨어진 자리, 아픈 상처는 커다란 자물쇠를 채운다. 이 문을 여는 첫 열쇠는 입은 닫고 귀를 먼저 여는 것. 입은 하나지만 귀가 두 개인 것은 말에 앞서 ㅁ너저 경청하라는 까닭이다.
오래전 어느 영화 포스터의 “통하였느냐”라는 문구가 유독 와 닿았다. 통한다느 것은 상대의 마음과 내 마음이 서로 닿았다는 것, 닫힌 문을 열어젖혔다는 것. 냉기가 온기로 바뀌고 위와 아래, 부와 빈, 좌와 우가 모두 한통속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아 불통은 페쇄된 문이나 다름엇아. 그건 분명 죽은 문이다. 죽은 문은 벽이나 다름없다.
빗장을 풀지 않는 강, 그 닫힌 문을 여는 열쇠는 무엇일까. 그것은 제풀에 지쳐 스스로 깍지를 풀거나 저 안쪽 얼어붙은 마음이 스르르 풀려야만 하는 것, 그 문이 스스로 열리기까지 저 안에 봄이 스며들어야만 한다.
닫힘의 끌은 열림이다. 저 강처럼 나ᅟᅳᆫㄴ 얼마나 나르 단단히 껴안고 있는다. 얼마나 뻑뻑한 마음의 깍지를 끼고 있는가. 견고한 내 안쪽을 슬쩍 들여다본다. 수필 문학에서 2016.
풀이: 주제의 폭이 넓은 글이다. 폭을 넓히려면 여행. 책, 전문가 찾기. 좋은 사람 만날 수롤 좋은 주제 얻는다.
<주제문 쓰기>
잛고 간명하게 써야 좋다. 의문문이나 비유적 문장, 부정문 따위는 삼가. 주어아 서숭러가 갖ㅊ우어진 평서문으로 분명하게 써야 좋다. ‘친구는 잘 지내느가?’의문문은 제목으로는 적당하지만 주제문으로는 부적당. ‘아버지의 사랑은 위대하다’처럼 명확하지 않은 문장도 메시지를 약화시키므로 삼가. 주제는 암시적이어도 주제문은 구체성을 띠어야 집필하는 데 중심 잡고 통합성을 갖는다. 간명한 평서문으로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
× ① 나는 철수가 껄껄대며 웃는 것이 좋다-구체적 이유
× ② 나는 철수가 웃는 것이 좋다-이유를 밝혀 쓴 것
× ③ 나는 철수가 좋다-개략적 사실만 쓴 것
○ ④ 나는 껄껄대며 웃는 철수를 보면 즐거워져 좋다-구체적 이유와 정서 방응싸기 분명하게 쓴 것
<수필 문장 쓰기>
① 단어를 둘로 나누지 않는다(을/가/이/를을 생략할 것)
나는 말을 했다.에서 ‘을’ 빼고 나는 말했다로 써야 간결하다.
② 하나의 생각은 주어와 서술어가 하나씩인 단문, 한 문장으로
③ 문장 줄기는 명사화 동사이아. 수식어는 부수적이다. 줄기는 굵고 곁가지는 작아야 좋다.
수식어인 광형사와 관형사형 쓰지 말고 부사로 바꿔 씀이 좋다.
문장은 주어보다 서술어. 명사보다 동사가 의미 중심이기 때문이다. 주어와 명사를 수식하는 관형사보다. 서술어와 동사를 수식하는 부사를 쓰는 것이 더 정확하고 간결하다.
× 많은 사람이 왔다.
○ 사람이 많이 왔다.
× 그녀는 예쁘게 웃었다.
○그녀는 웃음이 예뻤다.(예쁘다를 더 강조한다.
④ 불필요한 주어나 군더더기 말은 생략한다. “나”를 안 써도 말이 통하고 더 간결하고 부드럽다. 한 문장은 20자 내외에서 최대 50자를 넘지 않게 잛게 쓴다.
⑤ 중복 표현을 피한다.
⑥ 목저어가 길 경우 목적어+주어+서술어 순으로
× 대부분 학생
○ 학생 대부분
× 자동 커피 판매기
○ 커피 자동 판매기
문장에서 두 개 이상의 의미를 가진 문장을 모호하다. 이르 피하려면 조사나 어미를 바르게 다듬거나 쉼표를 사용하여 해결한다.
⑦ 한 문단 안에 같은 구조의 문장이 반복되면 단순하고 구조가 다른 문장이 섞이면 느낌이 다양하다. 풍부한 어휘와 다양한 구조의 조합으로 문단을 다양하게. 즉 짧고 단순한 문장과 길고 느슨한 문장이 섞이고
단문과 중문, 또는 복문과 혼뭄을 두루 섞어 쓴다.
연결어미와 종결어미의 적절한 사용으로 리듬감을 느낄 수 있는 문체로
⑧ 주제 문장을 간명하게. 보충문장은 속성에 따라 또는 복잡하게 서술할 수 있다. 길고 짧ㅇ른 문장을 섞어 의미의 강약심천을 담도록
독자는 필자와 동일 수준이나 약간 기준은 낮추거나 높게 잡고 쓰는 것이 무난하다.
문장은 필자의 집에 초대하여 여러 모습을 직접 보여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손님을 함부로 상대해오 안 되고 적합한 품위를 갖추어 대접해야 한다. 필자를 회화하거나 비하할 수도 있지만 결코 품위를 잃어선 안 된다. 품위는 바로 문장에서 쓰이는 단어에서 결정적으로 드러난다.
⑨일기나 편지와 다르므로 대우법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 독자에겐 객관적 이야기이 등장인물이므로 읿ㄴ 서술에는 평어체로 쓰고 신문기사에선 결코 경어체로 쓰지 않는다. 공적 글이고 일반 대중이 독자라서 이를 따른다.
본래 한국어는 조사를 잘 쓰지 않는다. ‘의’는 쓰지 않는 게 좋다. ‘에 있어서’는 ‘에서’로
‘었’을 ‘았었’으로 사용한다든지 ‘겠’을 중복 사용하면 안 된다. 피동 문장 삼가 능동 문장으로 서술할 것
<문단 조직>
① 들여쓰기로 형식 표지를 삼믄다. 같은 내용이면 이어 써야 하고 다른 내용이면 주을 바꾸어 써야 한다. 문단은 앞뒤 여백을 둠으로써 드를 문단과의 차별성을 지면에서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② 문장이 소주제를 뒷받침할 보충 문장이 필요하며 최소 문장 수는 셋이다. 문장이 셋이란 것은 서로 다른 독립된 의미 셋이라는 말이다.
즉, 머리-몸통- 꼬리/초가삼간/ 삼세번/ 삼위일체/ 천지인/ 삼재/ 3박가, 아침, 점심, 저녁 삼시새끼 등
시작-중간- 끝의 3분 서사 구조는 우리 시조 3장 구조. 시 소설 드라마의 3대 장르 등으로 확산 전이하였다. 서론- 본론-결론
탄생- 생활- 사망 도 3단계다.
항상 서두-중심- 결미를 갖춰 생명이 있는 유기체로 형상화해야 한다.
문단은 문장보다 품이 큰 단계이므로 복수 문장이 문단의 중심 생각인 소주제를 뒷밭침해야 한다.
문단나누기:
소주제문을 어디에 배치하는가에 따라 넷으로 나눈다.
두괄식
미괄식“이런 곳을 약수터라 부른다. 즉 세부 내용을 보충하여 구체화하는 연역적 방식
양괄식:두괄식의 변형으로 두괄식처럼 소주제문을 앞에 내혼다. 긑에 그것을 반복하여 다시 강조한느 방식이다.
중괄식
논설문은 두괄식고 양괄식을 주로 사용 생각을 은유하게 감정을 은근하게 드러내는 수필은 미괄식이나 중괄식이 잘 어울린다.
<소주제문이 문단에 없는 경우>
소주제는 있지만 문장으로 표현하지 않는 암시적 소주제(추상적 문단 쓰기)-필자의 감정 상태를 단정하거나 집약하지 않고 여러 문장으로 표현하여 종합적으로 제시할 때 유용하다.
<서울의 봄> 노천명
소주제문을 중심으로 문단을 재구성하고 소주제문에 밑줄을 쳤다.
한 문단은 세 개 이상 문장으로 구성해야 한다.
두괄식과 미괄식을 함께 사용하였다. 두괄식은 연연 서술에 어울리고 미괄식은 귀납 서술에 적합하니 이 세 문단의 구성 방식을 다양하게 변화를 주면서 혼용하려 리듬감을 살렸다.
① 서울의 봄은 눈속에 온다. 남산의 푸르던 소나무는 가지가 휘도록 칠 겨운 눈송이를 안고 함박꽃이 피었다. 달아나는 자동차와 전차들도 새로운 흰 지붕을 이어?ㅆ다. 아스팔트 다진 길바닥. 펑퍼짐한 빌딩 꼭대기에 백포가 널렷다 가라앉는 초가집은 무거운 떡가루 짐을 잔 채,그대로 찌그려질 듯하다. 푹 꺼진 기와골엔, 흰 반석이 디디고 누른다. 비죽한 전산주도 그 멋갈없이 큰 키게 잘 먹지도 않는 분을 발랐다.
②이 별안간에 지은 세상을 노래하는 듯이 바람이 인다. 은가루 옥가루를 휘날리며 어지러운 흰 소매는 무리무리 덩치덩치 흥에 겨운 갖은 춤을 추어 제낀다. 갈이길이 제 세상을 누릴 듯이.
③그러나 보라! 이 사품(어떤 동작이나 일이 진행되는 바람이나 겨를)에도 봄 입김이 도는 것을. 한결같이 흰 자락에 실금이 간다. 송송 구멍이 뚫린다. 돈 짝만 해지고, 쟁반만 해지고. 댓님만 해지고 댕기만 해지고, 그 언저리는 번진다. 자배기만큼 검은 얼굴을 내놓은 땅바닥엔 김이 무럭무럭 떠오른다. 겨울을 태우는 봄의 연기다. 두께두께 언 청계천에서도 그윽한 소리 들려온다. 가만가만 자취 없이 가는 듯한 그 소리, 사르르사르르 이따금 그 소리는 숨이 막힌다. 험한 고개를 휘어 넘는 듯이 헐떡인다. 그럴 때면 얼음도 운다. ‘쩡‘하며 부서지는 제 몸의 비명을 친다. 언 얼음이 턱 갈라진 사이로 파란 물결은 햇빛에 번쩍이며 제법 졸졸 소리를 지른다.
④ 촉촉한 담 밑에는 눈을 떠 이은 푸른 풀이 닷분이(한 치의 반)나 자랐다.
끝장까지 보는 북악에 쌓인 눈도 그 사이 흰 빛을 잃었다. 석고 색으로 우중충하게 .흐렸다.
그 위를 싸고 도는 푸른 하늘에는, 벌써 하늘하늘 아지랑이가 걸렸다. 봄이 왔다 눈길, 얼음 고개를 넘어, 서울에 순식간에 오고만 것이다.<한국대표현대수필선>
<문단 조직의 삼형제>-응집성, 연결성, 통합성
문단은 응집성, 연결성, 통합성이 서로 도와 주직해야 한다.
① 응집성: 문단을 구성하는 모든 문장이 소주제로 초점이 모아져 하나로 뭉치는 것
② 연결성: 모든 문단이 글 구성 단계에 맞게 전후 문단과 매끄럽게 연결되는 것
③ 통합성: 문단의 모든 문장과 소주제가 그 글의 주제로 통합해야 하는 것
① 응집성-
각 문단이 조주제를 중심으로 긴밀하게 뭉친 것인데 한 문단이 모든 문장은 의마 상통하여 소주제로 귀일해야 한다.
-소주제문의 의미가 명확해야 한다
-소주문의 구조가 간명해야 한다
-소주제문과 보충문장이 내용상 일치햐야 한다.
-보충문장은 소주제문에 종속되어야 한다.
작품 보기
말하기조차 어리석은 일이나 도회인으로서 비를 싫어한 사람은 많을지 몰라도, 눈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눈을 즐겨하는 것은 비단 개와 어린이들뿐만이 아닐 것이요. 겨울에 눈이 내리면 오 세상이 일제히 고요한 환호성을 소리 높이 지르는 듯한 느낌이 난다.
김진섭 백설부에서
(풀이) 백설부에서 보면 두 문장으로 조직해서 원칙에 어긋난다.
이어진 문장은 소주제와 상관성이 약하다. 앞에선 사람은 거의 눈을 좋아할 것이라고 하고 뒤에선 개와 어린이가 눈을 즐겨한다고 하더니 눈이 온 뒤의 느낌을 적었다. 응집성을 살리려면 사람이 왜 눈을 싫어하지 않는지, 또 얼만 좋아하는지 등으로 연결해야 한다. 고요한 환호성의 느낌을 좋아하는 이유로 들었지만 필자 자신의 느낌일 따름이다. 앞에서 일반인을 말하고 뒤에선 자기 감정만 드러내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그 사람에 대한 것을 먼저 말하고 자신의 것도 함께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② 연결성: 각 문단은 앞뒤 문ㄴ단과 의미상 연결이 논리적이고 자연스러워햐 한다. 개별 문단이 전후 문단과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주제로 통합하는 제 기능을 발휘한다. 각 소주제는 앞뒤 문맥과 연결하여 문단을 조직하고 주제를 뒷받침해야 한다 .문단이 연결성을 갖춰야 하는 까닭이다. 영연결성은 이중적 의미다 먼저 한 요점에서 다음 요점으로 진행하느 것이고 다음은 문장(문단)에서 다음 문장(문단)으로 구성 요소를 기밀하게 맺는 것이다. 독자가 글을 읽으면서 문장과 문단 간의 전후 관계를 분명히 알게 한다. 이 연결성은 그 사이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 확보해야 한다. 접속어와 지시어를 자주 사용하느 것은 최소화해야 문장이 산만해지지 않고 글의 리듬을 방해받지 않는다.
<까치소리>-윤오영
1. 까치 소리는 반갑다. 아름답게 굴린다거나 구슬프게 노래한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고 기교 없이 가볍고 솔직하게 짖는 단 두 음절 “깍깍‘ 첫 ’깍‘은 높고 둘째 ’각‘은 앝게 계속되는 단순하고 간단한 그 음정이 그저 반갑다. 나는 어려서부터 까치 소리를 좋아했다. 지금도 아침에 문을 나설 때 까치소리를 들으면 그 날은 기분이 좋다.
2. 반포지효를 안다고 해서 효조라 일러 왔지만 나는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좋다. 사랑 앞마당 밤나무 위에 까치가 와서 집을 짓더니 그것이 고비라서 그 해에 안변부사로 영전 되었다던가, 서제 남창 앞 높은 나무 가지에 까치가 아서 집을 짓더니 글 재주가 크게 늘어서 문명을 날렸다다던가 하는 옛 이야기도 있지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까치 소리는 반갑고 기쁘다.
3. 아침까지 짖으면 반가운 편지가 온다고 한다. 이 말이 가장 그러싸하게 느껴진다. 오애냐하면 그 소리가 어딘가 모르게 반가운 소식의 예고간이 희망적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4. 나는 가치뿐이 아니라 까치집을 또 좋아한다. 높은 나무 위에 마른 나무 가지를 모아다가 엉성하게 얽어 논 것이 나무에 그대로 어울려서 덧붙여 논 것 같지가 않고 나무 삭정이가 그대로 떨어져서 쌓인 것 같다. 그러면서도 소쇄한 맛이 난다. 엉성하게 읽어 논 그 어리가 용하게도 비가 아니 샌다. 오직 달빛과 바람을 받을 뿐이다.
5. 나는 항상 이담에 내 사랑채를 짓는다면 꼭 저 까치집같이 소쇄한 맛이 나도록 짓고 싶다. 내가 완지창이나 아자창을 취하지 않고 간소한 용자창을 좋아하는 이이유도 그런 정서에서다, 제비집같이 아늑한 집이 아니면 까치집같이 소쇄한 집이라야 한다.
제비집은 얌전하고 단아한 가정부인이 매만져 나가는 살림집이요. 까치집은 쇄락(기분이나 몸이 상쾌하고 깨끗함)하고 풍요로운 시인이 거처하는 집이다.
(풀이: 예문은 응집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서 연결성까지 문제가 생긴다.
1문단은 소주제가 둘이다. ‘가치 소리는 반갑다’와 ‘나는 어려서부터 까치 소리를 좋아했다’이다
2문단의 소주제는 ‘나는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좋다’와 ‘까치 소리는 반갑고 기쁘다’의 양괄식으로 둘이다.
여기까지 1 문단의 소주제가 두 개라 응집성의 문제는 있어도 이 둘은 2문단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3문단에서 다시 ‘반가운 편지가 온다’고 고 하면서 2문단의 반가운 것만 연결하고 4문단에서 ‘까치집을 또 좋아한다.’로 까치에서 까치집으로 이동하며 연결한다. 작가느 까치소리와 그에서 연유한 까치집가지 좋아서 가치집 같은 사랑채를 짓고 싶어한다. 그런데 좋아하느 것과 반가운 것을 혼동하여 뒤섞은 것이 문제다. 둘은 다른 것이므로 분단해서 조직해야 옿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아래와 같이 수정한다.
5개 문단을 4개 분단으로 축소했고 ‘반가운 편지’의 3문단을 1문단의 소주제인 ‘까치소리는 반갑다’에 종속시켜 한 문단으로 묵었다. 1문단의 두 번째 소주제인 ‘까치 소리가 좋다’를 2문단으로 보내어 양괄식의 ‘반갑고 기쁘다’로 1문닥과 여결시켰다. 그리고 까치집에 관한 것과 사랑채에 관한 것은 그대로다. 위아 아래를 비교하여 다시 읽어 보라. 응집성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연결성도 확보할 수 있다.
다듬은 글:
1. 까치 소리는 반갑다. 아름답게 굴린다거나 구슬프게 노래한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고 기교 없이 가볍고 솔직하게 짖는 단 두 음절 “깍깍‘ 첫 ’깍‘은 높고 둘째 ’각‘은 앝게 계속되는 단순하고 간단한 그 음정이 그저 반갑다. 아침까지 짖으면 반가운 편지가 온다고 한다. 이 말이 가장 그러싸하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그 소리가 어딘가 모르게 반가운 소식의 예고같이 희망적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2. 나는 어려서부터 까치 소리를 좋아했다. 지금도 아침에 문을 나설 때 까치소리를 들으면 그 날은 기분이 좋다. 반포지효를 안다고 해서 효조라 일러 왔지만 나는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좋다. 사랑 앞마당 밤나무 위에 까치가 와서 집을 짓더니 그것이 고비라서 그 해에 안변부사로 영전 되었다던가, 서제 남창 앞 높은 나무 가지에 까치가 아서 집을 짓더니 글 재주가 크게 늘어서 문명을 날렸다다던가 하는 옛 이야기도 있지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까치 소리는 반갑고 기쁘다.
3. 나는 가치뿐이 아니라 까치집을 또 좋아한다. 높은 나무 위에 마른 나무 가지를 모아다가 엉성하게 얽어 논 것이 나무에 그대로 어울려서 덧붙여 논 것 같지가 않고 나무 삭정이가 그대로 떨어져서 쌓인 것 같다. 그러면서도 소쇄한 맛이 난다. 엉성하게 읽어 논 그 어리가 용하게도 비가 아니 샌다. 오직 달빛과 바람을 받을 뿐이다.
4. 나는 항상 이담에 내 사랑채를 짓는다면 꼭 저 까치집같이 소쇄한 맛이 나도록 짓고 싶다. 내가 완지창이나 아자창을 취하지 않고 간소한 용자창을 좋아하는 이이유도 그런 정서에서다, 제비집같이 아늑한 집이 아니면 까치집같이 소쇄한 집이라야 한다.
제비집은 얌전하고 단아한 가정부인이 매만져 나가는 살림집이요. 까치집은 쇄락(기분이나 몸이 상쾌하고 깨끗함)하고 풍요로운 시인이 거처하는 집이다.
통합성-수필 내적 모든 요소가 동등하게 주제로 구기결하여 모든 문장과 단어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주제로 모여야 한다. 즉 글에서 주제와 상관없는 것은 하나도 없어야 한다. 연결성은 문단 간의 무관계를 더 강조하고 통합성은 주제와 수필 전체의 모든 요소와 연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통합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글 내부의 모든 것이 주제와 관계를 맺는다. 일반적 화제가 아니라 주제와 관련된 것을 진술해야 한다.
-응집성처럼 종속화를 꾀한다. 주제의 하위 개념 여부를 판단하여 이를 조정해야 한다.
-응집성을 갖추도록 연결 고리를 확보해야 한다. 이 응집성은 통합성 확보에 유용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구름도 한몫>-방민
구름이 한가롭게 서쪽 하늘에 떠 있다. 조금 전에도 안 보이더니 순식간에 나타나 시야에 들어온다. 어느 새 하늘 화면 틈새로 잠입해 여러 형상으로 재주ᅟᅳᆯ 피운다. 스페인 카미노의 봄철 하늘은 늘 변화가 무쌍하다. 구경거리 하나 더 늘어나 좋지만 비라도 뿌리면 차림새를 바구는 번거로움을 지불해야만 한다.
①푸르기만 한 하늘은 밋밋하여 아름다운 풍경이 되지 못한다.
②마음이 툭 터져서 시원하지만 담아두고 가끔씩 꺼내어 즐길 간식거리는 아니다.
③ 사진으로 남길 장면으론 좀 부족하다.
④ 빈 하늘보단 무언가 있어야 제격이다.
⑤ 구름도 없이 푸르기만 하다면 눈만 시리다
⑥ 오래 바라볼 것도 아니지만 그 이상 눈의 흥미를 끌어내기 어렵다.
응집성 검토:
소주제 문장은 ①이고, 명확한 개념의 소주제를 드러낸다. ‘푸르기만 한 하늘은 밋밋하여 아름다운 풍경이 되지 못한다.’는 주어(하늘)+서술어(밋밋하여)+보어(풍경)+서술어(되지 못한다)의 기본 문형으로 구조가 간명하다. 그 뒤의 다섯 문장은 모두 ①에 종속되는 보충 문장이다.
②와 ③은 간식거리가 아닌 것과 사진으로는 부족한 장면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되지 못한 ①과 내용상으로 일치한다. 이 내용을 변화 발전시켜서 ④의 무성이 더 있어야 함으로 부족함을 서술하고 ⑤의 눈만 시림의 폐해를 덧붙인 뒤 ⑥에서 마지막으로 ① 소주제 문장의 의미를 한 번 더 강조하며 마무리 지어 응집시킨다.
3. 정지된 화면처럼 맑기만 한 하늘은, 눈에 띄니 쳐다보고 오늘 한씨 좋네하고 한 마디 뱉으면 끝이다. 달라질 것 없는데 계속 마주할 인내심은 인간에겐 애초에 유전되지 않았다. 달리 동물로 분류가 되었겠는가. 참선 수행에 나선 소수만이 태생적 본질을 벗어나려고 고행의 시간 여행에 나선 걸 가끔 본다. 속세의 범인은 변화를 좋아하고 그 속에 있어야 편한 게 속성의 하나가 아닐까
4. 구름이 몇 덩이뿐이더니 얼마 안 걸었는데 밀려와 검게 저편 하늘을 변색시킨다. 시커먼 낯빛이니 그 쪽에는 이미 비가 내리나보다. 흐르는 방향으로 보아 머잖이 여기도 빗발이 방문할 기세다. 반갑잖은 손님이나 온다니 대비해야겠다. 배낭세어 우비를 꺼내어 어깨걸이 끈에 질러 넣고 커버를 씌운다. 바람까지 불며 모자챙을 흔들기 시작한다.구름 조각이 멋지다고 몇 컷 짝은 게 언젠데 벌써 천면 시프트인가. 하늘을 원만한들 무엇 하나. 이럴 땐 순조의 미덕을 만에 새기는 게 더울 현명한 일앋.
5. 우비를 쓰면서 문득 아, 인생도 이런 게 아닐까 번개처럼 번쩍 다가온다. 구름 없는 하늘처럼 밋밋하기만 한 인생은 어떨까. 사는 재미도 없고 시시하기만 하지 않을까. 앞길이 보지이 낳는 밀림에 갇히기도 하고, 지끈대는 고뇌의 밤을 맞기도 하고, 이대로 삶이 끝나버리는가 심신아 함께 물먹은 휴지가 되어 갈 때도 있다. 그만 사느냐 죽느냐를 선택하는 공을 밤세워 허공에 던지며 맘을 조며 보는데, 어느새 아침 햇살이 맑게 쏟아지느 순간이 찾아오는 게 인생살이의 참맛이 아닐까
6. 이른바 복지국가의 젊은이들이 쉽게 자살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이상적 삶이 우리에겐 백일몽으로만 존재하던 그들 미래의 삶이 어쩌면 지루한 푸른 하늘만 같다고 예단한 성급한 결정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광막한 하늘에서 구름 한 조각도 제 몫이 있듯, 인생사에도 역경이 끼어들어야 도전하며 사는 맛이 나지 않겠는가. 그걸 걷어낸 뒤에 다가오는 황홀한 행복감, 인생사진첩에 멋진 풍경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연결성 검토)
1문단은 ‘하늘에 구름이 떠있다’는 것으로 글을 시작. 이것을 년결하여 2문단을 ‘구름이 없는 하늘은 밋밋하다’라고 하늘과 구름의 상관성을 해석. 3문단은 2문단의 해석에 대한 원인을 인간 속성(뱐화 욕구)로 논리화. 4문단은 3문단의 ‘;하늘과 구름의 변화’를 제시하여 3문단을 연결시켜 강화 발전시킨다. 5문단은 전환의 문단으로 하늘과 구름의 변환을 인생에 비유, 6문단은 결미 문단. 5문단에서 전환된 하늘과 구름 관계‘를 인생사에 연결하여 글의 주제를 제시하며 마무리한다.
통합성 검토- 예문의 문단별 소주제는
1문단은 구름이 하늘에 떠 있다.
2문단은 구름이 없는 하늘은 밋밋하여 아름답지 않다
3문단은 말근 하늘을 계속 보는 살마은 없다
4문단은 구름이 밀려와 비가 올 것 같다.
5문단은 구름 끼고 비 오듯 인생도 변화가 있어야 참 낫이 난다
6문단은 인생사도 역경이 있어야 도전하며 사는 맛이 난다
이글의 주제는 하늘에 구름이 기듯 인생도 역경을 맛고 극복해야 행복하고 멋진 인생이다. 위 여석 개의 문단은 모두 이 주제의 핵심어인 하늘, 구름, 인생, 역결의 의미를 연결하여 조직 통합성을 갖는다.
<문단의 표지와 형식>
문단의 외형상 표지는 한 글자 들여쓰기다
문단의 내용이 바뀌지 않으면 계속 이어 써야 하고
새로운 문단을 시작하면 줄을 바꾸어 한 글자 들여 쓴다.
특히, 큰따옴표로 인용하는 대화도 한 문단처럼 들여 써야 한다. 그러나 대화 다음 문장이 관련된 내용이렴 당연히 앞 문단과 이어야하므로 들여쓰기를 하면 안 된다.
문단의 형식 표지과 관련된 오류는 문단 인식의 부족에서 빚어진다. 한두 문장을 쓰고 분명한 이유엇이 줄 바꾸거나 한 문단에 너무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 경우다.
·가끔 문상을 간다. 하얀 국화꽃에 싸인 고인의 얼굴에 마지막 인사를 고하고 나면 사람들은 곧장 식당으로 향한다. 식당은 왁자지껄 소란스럽다. 방금 다녀온 빈소의 짓눌린 정적과 향냄새에 섞여 떠도는 슬픔의 기운은 그릇 부딧는 소리와 음식 냄새로 그만 희석되어버린다.
3월는 내게 봄이 아니다. 피어나는 꽃을 두고 한 생이 져버린 그 3월은 봄이 아닌 것이다.
·화장장에서 진액처럼 쏟아내던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그처럼 게걸스럽게 밥을 먹어대다니. 민망하다 못해 내 존재 자체가 아물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오빠가 어떻게 생각했을까 싶은 걱정은 오히려 뒷전이었다. 순간 너무도 다른 내 모습이 어찌나 낯설던지 혐오감이 울컥 올라왔다.
<연을 쫓는 여자>-지영선
긴 실을 감았다 풀었다 다시 되감기를 하던 그가 급히 손을 뻗어 허우적거리듯 연줄을 휙휙 잡아당긴다.
튕기면 맑은 소리가 날 석 같은 초겨울 하늘가. 남자의 시선이 닿아 있는 곳을 따라가 본다. 머리를 거꾸로 박고 떨어지던 연이 한 바퀴 재빠르게 공중제비를 돌과 난 후, 언제 그랬냐는 듯 꼬리치며 요리조리 몸을 흔들고 있다. 그 자채가 천상을 거니는 여인처럼 요염하다. 지상에서 얼레를 잡고 있는 남자의 분주한 손길이나 팽팽한 긴장감은 아랑곳없이 연은 허공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얼레에서 풀려나간 한 올 실오라기 끝에 매달려 유유자적 날고 있는 연, 연줄을 밀고 당기며 연을 바라보는 남자의 환한 얼굴, 트랙을 걷다 연과 연을 날리는 사람을 훔쳐보다 몇 걸음 간격을 두고 멈추어 서서 연을 쫓는다. 아니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연이 되어 춤을 춘다. 원색 의상을 걸치고 이승과 저승을 춤추듯 넘나드는 신들린 무당처럼.
하늘은 왜 파란빛일까. 너무 멀어서일까. 그 파란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고 싶은 욕망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거미줄보다 끈근하고 촘촘하게 얽히고 설킨 삶의 궤적 같은 인연의 끈, 쉼 없이 내 존재를 확인시키고 지탱해주는 그 끈이 가끔 거추장스럽다.
아버지와 오바가 공들여ㅕ 연 만들던 기억이 떠오른다. 태극무늬 선명한 방패연이었다. 내가 어리기도 했지만 아마도 계집아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아버지는 방패연에 쓰고 남은 자투라 한지로 작은 가오리연을 만들어주셨다. 그것을 들고 좋아라. 넓은 들켝을 뛰어다니곤 했다. 연에 매달린 실을 잡고 힘껏 내달려도 연은 내 머리 뒤꼭지 언저리에서만 팔랑거릴 뿐, 더 높이 날지 않았다. 오빠의 방패연은 매번 아득한 곳에 떠 있는데. 높고 먼 곳에 대한 나의 갈망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붉은빛으로 가득했던 서쪽 하늘을 서서히 검보랏빛이 덮는다. 남자가 실을 감아 연을 거두어들인다. 나의 연은 별이 된다. 연은 어쩌면 비상을 꿈꾸는 날개 없는 뭇 생명들의 간절한 염원의 표상이 아닐는지. 돌아온 탕자의 아버지처럼 내가 떠나온 그 자리에서 별이 된 내 연줄을 붙잡고 있어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네게로 돌아올 누군가를 미련스럽게 기다리며 끈을 놓지 않는 나를 상상하는 것도 즐겁다. 불현 듯, 나와 함께 어우러져 울고 웃으며 오늘을 살아가는 얼굴들과 나를 스쳐간 수많은 사람들이 그립다.
연은 줄에 묶여 있을 때 비로소 허공을 치고 날아올라 자신으 존재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연에게 줄은 구속이 아니다. 나뭇가지에 마른 풀숲에 처박힌 연을 본 적이 있다. 그것은 한낱 종잇장에 불과하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이나 그의 분신과 같은 소중한 것을 잃고 혼자가 되었을 때 끈 떨어진 갓 신세라고 한다. 줄 끊어져 더 이상 날지 못하는 연이나 끈 덜어진 끈 떨어져 제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린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넓은 잔디구장에 저녁 어스름이 내려앉는다. 연줄을 감던 남자가 고개를 쳐들고 저문 하늘을 올려다보는 나를 흘끗거리며 지나쳐간다. ‘저 여자 뭐야?’하는 표정이다.
‘아저씨, 그런 눈느로 보지 마세요. 나도 연을 날리고 있다구요. 연날리기 솜씨로 치면 아무래도 아저씨보다 내ㅔ가 한 수 위 아닌가요? 비록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중얼거리며 트랙을 향해 걸였ㄷ. 세상천지 어디에서 연이 되어 하늘을 나는 여자를 본 적 있나요.
<에세이 문학. 2015. 겨울>
윗글의 각 문단은 공간을 뜻하는 단어가 들어있다. 이 단어들이 글의중추를 이루므로 빠지거나 없다면 글은 성립할 수 없다. 이 공간을 중심으로 작가의 트랙 위의 현재와 과거, 연에 관련한 회상을 펼친다. 즉 이 작품에서 작가가 사용한 방식은 공간 구성이다.
·더할 수 없이 어수룩했고 사람 냄새 나서 저절로 웃음이 난다.
<길거리 구두병원에서 낭만에 젖다>
길거리에서 일어난 구두의 반란이 실로 난처하디. 멀정해 보이던 하이힐의 앞쪽 밑창이 벌어진 위급상황이다. 이런 일도 있다니. 119에 구조 요청을 할 수도 없는지라 어떻게든 구두병원을 찾아야 한다. 두 눈의 촉수를 한껏 높여 거리를 훑는다. 이쪽 아래위로 한참 동안의 탐색전에 눈이 시려갈 즈음, 차도 건너편 구두수선 집 하나가 레이더망에 포착된다. 구세주다. 가까스로 구두를 맡기고 방전된 몸을 간이의자에 앉히고 보니 하야! 뜻박에도 풍광이 기막히다. 줄지어 늘어선 가로수며 오가는 사람들과 씽씽 달려가는 자동차들이 모두 한 컷이 풍경으로 어우러졌다. 갈거리 자리치고 이만한 명당이 있으려나. 무릎 위에 펼쳤던 책을 도로 덮은 채, 구두수선을 하러 왔다는 생각도 잠시, 막 물들기 시작한 가로수의 가을빛ㅇ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아저씨, 이만큼 분위기 있는 구수수선 집은 없겠어요. 나무그늘이 넓어 여름에도 시원할 테죠”
”남향이라 겨울에도 춥지 않는걸요.“
구두 정형외과 전문의는 이야기를 하며ᅟᅥᆫ서도 수술에 여념이 없으시다. 수술대 위에 놓인 구두에서 퀴퀴하게 풍기는 냄새를 무슨 과일 향인 양 먹고 사는 구두 병원 의사, 그의 거룩한 손이 능수능란하다. 수술이 끝나면 내 구두는 전보다 더 튼실한 희망에 차로르겠다. 우울하게 뭉개졌던 발도 다시 충전되겠지. 지금 수술이 한창인 지하철 역 출구 커다란 가로수 아래의 구두병원은 오늘 내게 감동적인 선물이다. 마음도 쉬고 풍경도 담아보는 낭만가지 안겨줄 줄이야.
3단 구성은 하나의 절정리된 생각을 완결하는 기본 구성이다.
4단 사고는 사고 체계의 발전과 구성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구성의 최소 문단수는 4개이나 보다 안정을 꾀하려면 6개 이상의 문단수를 갖춰야 한다, 1-2-2-1이나 1-3-1-1(단계별 문단 수)의 배치가 좋다. 제재의 성격과 주제에 따라 이를 기본으로 얼마든지 응용 변화시킬 수 있다.
5단 가고는 대략적으로 사고 체계가 서양은 3단, 동양은 4단인데, 동서양을 어우르는 인도는 5단이다. 이느 체험한 특수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의 굴곡과 갈등을 내포한 서사 수필과 잘 어울린다. 글의 안정성을 위해 5단 구성으로그릉ㄹ 슨다 해도 문단은 최소 6개 이상이 좋다.
서두와 결미가 본문보다 분량이 적어야 한다. 코스요리에서 전체와 디저트가 양이 적고 중심요리가 많은 것과 비견할 만하다. 타원형 계란과 유선형 물고기처럼 내용(사고와 감정)과 형태(문단)를 구성해야 자연스럽다. 자연 세계이 여타의 일상과 그 근본 원리는 상통한다.
<꿈속의 정원>-함순자
작은 이 밭이 나의 목마름을 적시는 한 모금의 물이 되어준다. 흙을 만지고 꽃을 가꾸는 재미 하나로 위로를 삼는다. 내가 무슨 수로 넓은 땅을 차지하겠는가. 꽃처럼 발게 살다 가면 된다.출입구에 들어서면 안쪽 끄트머리에 자그마한 단층집을 짓는다. 집은 크지 않아도 되고 아담할수록 좋다. 방 하나에 건강을 생각해서 황토벽을 쌓고 한지로 도배를 하리가. 마루 한펴넹는 패치카를 만들어 겨울이면 하얀 연기가 지붕 위로 피어오르게 하고, 난로 안에서는 고구마가 익어가고 난로 위에는 구수한 보리차가 끓고 있다. 여름이면 테라스 그늘 밑에 평상을 깔고 대문에는 무지개 아치를 세워 하얀 장미를 올릴 것이다. 마당 한 귀퉁이에는 닭장도 만들고 홰를 치며 새벽을 알리는 장닭의 울음소리를 들으리라. 꿈은 혼자만 누리는 자유였고 덧없이 흐르는 바람이었다. 들꽃 풀꽃 자연에서 엉더온 것들을 앞자리에 앉히고 산내음 들내ㅔ음을 맡으며 봄이면 목련 철쭉이 피고 여름이면 탐스러운 수국과 찔레꽃, 보랏빛 매발톱 꽃이 얼마나 예쁠까. 종숭아 채송화 접시꽃이 벌을 불러온다.
감이 익으면 항아리에 쟁여두고 찬 겨울에 손님이 오면 대접하리라. 채소가 자라는 대로 이웃과 나누며 어머니가 하던 대로 호박오가리 무말랭이도 볕이 좋은 날 채반에 담아 말리면서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에게 고맙다는 말도 전하리가. 그 정원의 꿈은 끝없이 이어졌다.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프다고 하더니 진실로 그렇다.
그러나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꿈속 정원에는 크고 작은 꽃들이 피고 지는가 하면 과일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에세이 문학 2016. 가을>
·계절은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아도 스스로 눈치 채고 나뭇잎을 물들이거나 사람이 먹기 좋게 열매에 달콤한 맛을 집어넣는다. 디지털 시대의 대화법은 침묵 속에서 침묵의 틈새를 비집느라 사통팔달 손가락이 바쁘다.
·매미소리가 잦아들자 시끄럽게 우짖던 꾀꼬리는 늘어난 식구들을 데리고 남족으로 떠났다. 숲은 조용해졌고 가끔 박새가 눈치 없는 소리를 만들 뿐이었다.
할머니께서는 목수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을 마중 보냈다. 하지만 지게를 지고 온 것은 아버지가 아니고 할아버지셨다.
참나두 은행나무도 모두 알몸이 되었다. 숲은 회갈색 얼굴을 한 채 차갑게 굳어있었다. 윗마을 저수지는 정하고 얼음 터지는 소리를 토애냈다. 잠을 잘 때면 웅크린 몸이 더 오그라들었다. 겨울이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그래 겨울은 눈이 잦았다.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할아버지의 겨울은 남은 가족에게 그리움을 남겼다. 남자는 일로 가족을 사랑한다. 할아버지는 진정 힘 있는 가장이셨다.
마지막 문장‘마냥 그립다.’가 빠지고 그 앞에서 ‘할아버지는 진정 힘 있는 가장이셨다.’에서 글을 맺었다면 이는 소설로 볼 수 있다. 일 인칭 화자 시점의 한 인물의 일대기와 그것의 의미 탐색인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작가의 개인적 소회(마음에 품고 있는 회포)를 담아 감정을 표출함으로 수필로 전환한다.
1000자 수필은 대학 입시논술의 일반적 분량인데 4개에서 최대 6개 정도가 적당한 문단 수다.
2000자 수필은 신문 칼럼의 보편적 분량으로 8개에서 최대 10개가 적정하다. 일반 문학잡지 수필은 2500자에서 3000자 분량을 요구하는데 10개에서 12개의 문단이 맞춤하다. 분량이 주어진 글에서 문단의 수효와 함께 고려할 게 있다. 그것은 문단별 호응하는 짝을 맞추어 작수 문단으로 구성하는 일이다. 구성 단계는 3-5단이고 이 단계별 문단을 짝수로 이루어야 글의 안정된 구조를 갖는다고 2단 사고에서 말했다. 일정 토지에 집을 짓는다 가정해보면 방을 몇 개로 할 것인가를 사전에 계획하듯 문단의 수효를 정해야 한다. 글은 인간의 인위적 생산물이다. 사고와 감정을 담는 용기와 비슷하지만 그릇과 담길 유기적인 관계라는 점이 그릇과 다르다.
누구든 정상적 사고를 진행하면, 서로 짝을 맞추어 생각하는 대응사고를 하게 마련이다.
문단 구분을 표시하는 것이 필자로서 독자에 대한 성의요 책무다.
· 개요도에 포함 할 것은 주제문, 구성 단계, 구성 단계별 해당 문단, 문장 수. 개요, 핵심어 등이다.
이 중에서 구성 단께는 주제르 구현하기 위해 어떤 구성으로 진행할 것인가를 계획
이를 몇 개의 개별 내용으로 구별하여 제시하려는가를 해당 문단으로 표시하며 더 구체적으로는 문장수를 예상하여 적는다. 이것은 일정 분량의 글에 맞추기 위해서 또는 문단 간의 적절한 분량 균형을 위해서 필요하다. 개요는 문단 소주제나 핵심 내용을 밝히는 것으로 문단 주제문이다. 핵심어는 책의 색인처럼 문단의 요점을 한 단어로 제시하여 글 전체의 내용 파악에 효과적이다. 이들 요소는 반드시 필수적인 것은 아니며, 일부는 생략하거나 실제와 다른 경우 집필 중에 수정할 수 있다.
주제와 관련한 어떤 분명한 것을 서두에서 미리 말해서는 곤란핟. 본문에서 해야 할 일이므로 약간의 의문과 궁금증을 남겨두고 멈춰야 한다. 암시하거나 변죽을 울리느 정도에서 그치는 게 좋다.
유추로 시작하여 주제를 끌어내다 언급할 주제와 유사한 것을 먼저 제시하고 비교하며 자연스럽게 주제의 진술로 좁힐 수 있다.
<의족의 삼바>-김광일
·4년 전 페럴림픽 때는 물리학가 스티븐 호킹이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올랐다. 함성을 지르던 관중이 숨을 삼켰다. 50년 루게릭병을 앓고 기관지까지 잘라내 목소리를 잃은 그가 음성 합성 장치로 말문을 열었다. “표준적인 인간이란 없습니다 .발을 내려다보지 말고 별을 올려다보세요”리우 페럴림픽에서는 다리 없는 애이미가 춤을 추고 팔 없는 선수가 활을 쏜다. 그들 머리 위에 별이 반짝이는 한 말릴 수가 없다.
·예증하기
예증은 설명문에서 중요하며 수필에서 핵심적 요소다. 바른 판정을 하게 돕는다. 발전의 수단이 되고 결속시켜 요점을 보다 적확하게 한다.
<화살촉>-강정주
TV를 켜면 종편방송에 매일 나오는 똑같은 얼굴들, 얼굴을 내세워 입으로 먹고사는 사람들, 정글에서 먹이를 찾아 헤매는 수많은 하이에나들이 떠오른다. 현대의 생활이 원시시대에 생존을 위해 목숨 걸고 사냥하던 때와 무엇이 다를까.
옛날엔 간다하 도구나 화살촉을 이용해 힘과 꾀로 사냥을 했다. 그러나 이제 먹이를 구하는 일이 그리 간단하지 않게 되었다.
· 정의하기
<조개이야기>-방민
저의는 주제에서 제기하느 마땅한 것에 요점을 보완하고 그걸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대체로 예증과 합치하지만, 실제는 사전적 정의와 동일하다. 필자만의 명명하기, 어떤 서술 대상에서 작가 나름의 독자적 의미를 해석하거나 발견한 뒤에 이 정의를 사용한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이는 말이다.”처럼
“조개는 둥글다. 둥글기에 포용적 원만성, 완전한 형태인 원을 지향한다. 모성이 자라는 소이다. 그중에 기다란 말 조개는 일종의 변이형이다. 이게 조개의 원형이 아니듯 간혹 남성적인 여자가 있기 마련이라 보면, 여성의 본질은 원형이 분명하다. 가슴이 둥그스름하고 엉덩이가 둥글지 않은가. 이 둥근 형태 안에는 사랑이 담겨 있고 마음을 담아낼 포용과 관용이 자리한다. 여신이 탄생할 수 있는 까닭이다. 평화를 사랑하고 이를 지키려는 게 모성의 본성이고 여성상의 정체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 비교와 대조
유추는 외면상으로는 다르지만 내몀 의미는 유사한 것에서 제 3의 위미를 추출하여 주제를 이끌어 나가는 점에서 다르다
· 결미쓰기
결미는 서두처럼 심리적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 이것은 완결감 혹은 종결감이라 부른다. 글이 완전히 끝났다는 감각을 독자에게 준다. 마무리를 쓸 때는 서두에서 몇 단어를 골라 사용하는 것도 한 요령이다.
·제목 정하기
-고추이야기, 길에서 묻다, 미녀 사랑법,처럼 수필의 화제에 의문을 품게 하여 독자가 수필 주제 진술에서 답을 끌어내도록 한다.
-샛길이 좋다처럼 글의 핵심, 주제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사용할 수도 있다.
-여자여 바지를, 모기 조의(弔意), 마누라는 없다처럼 반어적 제목
-평생 최고의 점심:점심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이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해 비싼 치료비를 물게 한 이야기다. 반어적이고 비유적이다.
-주제 진술은 제목으로 단다. 서두를 건너뛰어 글의중심인 본문으로 바로 진입한다. 주제를 제목으로 다는 것은 확실한 경우에만 유용하고, 서두 쓰기의 문제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능란한 작가만이 가능한 이것은 제목에 주제를 노출하는 것에 통달해야 하는데, 이것은 서두를 통달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미녀는 하이힐을 신는다’
X 그해 겨울, 세상사는 이야기, 기다림, 내면의 향기-보다
○ 노래하는 벽, 그녀가 선유도에 와 있다., 아프리카의 귀신들-구체적이고 이미지가 강해서 훨씬 구미가 당기는 제목이다. 횟집 간판에 ‘사랑이 사랑을 버리다-사랑이는 단어의 반복에서 오는 말맛과 잛은 글 속에서의 반전이 묘미를 줄 것이다.‘돌돌돌’-소리글자의 반복으로 구르고 감겨드는 말맛이 기억소지로 남게 된다. ‘하얀 숲’은 푸른 바다의 대조를 이루어 격조 있는 횟집 이미지로 연인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문장과 좋은 커피는 분명 다르다. 좋은 커피는 필요한 그릇에 가장 적절히 담긴 글이고 아름다운 문장은 그릇에 차고 넘치는 글이다. 아름다운 문장을 선호하지만 광고카피나 간판 제목은 목적이 있는 글의 정답은 보이지 않는 뒷면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 작가는 수필마다 다른 선택을 한다.엄정한 목소리. 나긋낙긋한 섬세한 목소리. 심술궂은 개구쟁이 목소리, 지루하고 짜증나는 목소리를 선택하여 단어와 그 문장 배열을 한다.
<기생 능소화가 죽어 이 꽃이 되었다 한다. 차가운 기운이 서린 꽃이란 뜻으로 얼음 릉자 하늘기운 소자를 써서 차가운 하늘 기운-능소화라 이름지었다. 꽃 율담, 꽃 전설은 한국인의 환생에 관한 의식을 바탕으로 꾸며졌다.>이 글은 필자보다는 독자를 하위 수준으로 설정하고 풀이하고 해설하며 전달에 더욱 치중한 글이다.
<초록 예찬>-정순진
초록은 참 다양하다. 지금 가장 연한 초록은 엊그제 모내기한 벼다. 품앗이 온 사람들로 북적이며 모내기하던 예전과 달리 이젠 다 이양기가 한다. 기계 모는 사람이 심던 모보다 훨씬 어리다. 그래도 따에 심어만 놓으면 하루가 다르게 초록이 전해진다. 논이 물을 담자 마을에 호수가 여럿이다. 달 뜨면 논마다 달을 품어 달 부자가 된다 .그 논에서 개구리와 두거비가 목청껏 노래한다. 주어진 삶의 조건을 다 받아들이면서 순연하게 달빛과 별빛을 노래하는 그 소리는 뭐 해 달라 뭐 해 달라 조르지 않고 그저 하늘에 바치는 기도이다.
상ㅊ추 잎도 연초록이다. 우리 집 상추는 크게 자라면 군데군데 검은 점이 찍히는 점백이다.자라면서 얼굴에 주근깨가 생기는 어린이들처럼, 펄 밭뙈기마냥 거름기 하나 없는 생흙이라 도무지 싹을 낼 것 같이 않았는데도 흙은 정직하다. 상추씨에서는 상추가 쑥갓 씨에서는 쑥갓이, 근대 씨에선ㄴ 근대가 커 나온다. 사실 채소씨를 뿌리고 거기서 채소가 나오는 걸 보는 건 난생 처음이다.
우리 집에서 제일 무성한 초록은 남천이다. 지난 가을 매혹적인 빨간 열매와 황홀한 단풍을 보여주었던 남천은 봄이 되자 시나브로 잎이 져 죽은 건 아닌가 걱정스러웠다. 집 뒤편인 북쪽 데크 끝에 벽을 세우고 그 벽 앞에 화단을 만든 거라 너무 춥거나 너무 메마르지 싶었다. 하지만 날이 풀리고 해가 서쪽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자 그간 걱정시킨 걸 벌충이라도 하듯 남천은 무성하게 잎을 피웠다. 이파리 모양새조차 얼마나 아름다운지. 요즘 자잘한 흰 꽃망울을 소담하게 매달고 있다. 중정에 앉아 남천을 바라보며 마시는 연녹색 처 헌 전운 보약이다. (풀이: 이 글은 관조적. 사색적 정감, 애정 담긴 자연의 변화에 대한 찬탄과 신비를 은근한 어조에 담긴 생기 넘치는 목소리로
<바람은 자유혼인가>-손민자
성깔 사나운 제주 바다라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사나운 건 기실 바다가 아니다. 바람이다. 술이 물로 된 불이라면 바다는 물로 된 바람이다. 멈추어 있는 것들을 충동질하는 바람, 세상 모든 움직임 뒤에 바람이 있다. 바람은 신이다. 폭군이다 변덕쟁이다, 근원을 흩트리는 음험한 동인動因이다. 어디를 가도 따라오는 바람, 바람이 살지 않는 대지는 없다. 기껏 비바람을 피해 건물을 지은 사람들도 그 안에 강제로 환기구나 송풍장치를 밀어 넣는다. 나를 예까지 불러들인 것도, 낯선 바람 속에 세워두는 것도 다 바람의 계략이다. 모슬포에서, 용눈이 오름에서, 나는 겸허히 그를 영접한다. 내 안에 사는 천 개의 바람이 만장처럼 펄럭이는 바람의 섬에 안겨, 나는 가끔 접신의 기쁨을 맛본다.
전생이 아니면 내생에서라도 바람이 되고 싶었다. 어떤 포충망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 자유의 다른 이름이 바람일 것 이다. 꽁꽁 언 흙을 버성기게(틈이 나게)하여 여린 싹을 밀어올리고, 발 묶인 꽃씨들의 꿈을 실어 나르고 싶었다. 인사동과 한강, 북촌언저리를 서성거리며 낯익은 건물, 그리운 얼굴들을 쓰다듬고 싶었다. 철조망을 뚫고 다리를 건너 구석구석 마음대로 떠돌고 나면 타클라미칸 사막 한가운데서 회리바람으로 소멸한다 해도 더는 미련이 엇을 것 같았다.
그러나, 내려앉고 싶은 데에 내려앉지 못하고 그저 어깨나 스쳐야 한다면, 애달프기는 마찬가지. 늙은 어부의 거룻배(돛이 없는 작은 배)를 뒤엎고, 죄 없는 동백의 모가지를 분지르고, 목장 울타리를 넘어뜨리는 일도 내 의지는 아닐 것이다. 머물고 싶은 데 머물지 못하고 닿고 싶은 데 닿지 못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수밖에 없다면 바람 또한 자유의 포상이 아니다.
<돼지고기 반근>-정성화
· 희망이라는 것들은 죄다 하늘로 올라가서 이제는 따오지도 못할 별이 되고 말았다.
내 몸이 오롯이 소금 한 줌으로 남는다 해도 나 혼자 감당하고 싶었으니까. 내복 바람의 어머니도 부스스한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훑어 내리며 마루로 나오셨다.
-시험에 떨어진 딸에게 아버지가 퇴근해 오면서 “돼지고기 반근아다.”하며 아버지는 내 어깨를 한 번 짚으셨다. 그 순간 내 속이 다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너거 아버지는 돈이 없어서 너거들 소고기도 못 사 먹인다.”는 혼잣말을 하며 힘겹게 마루를 오르셨다.
·수필에서도 생생하고 완전한 인물의 초상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수필을 읽을 때 묘사에 주의하며 읽기 좋아한다.
<견격과 인격>-서성남
주인을 반길 줄 모른 배장 좋은 개가 있아. 우리 집 개다. 인기척이 나면 현관까지 달려왔다가도 나를 확인하고는 어슬렁 되돌아간다. 다른 식구들이 들어올 때 반가워 껑충껑충 뛰어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나는 인정받지 못하는 주인이다
어느 날, 주말을 맞아 지방에서 올라오니 강아지 한 마리가 집에 있었다. (중략)
체벌했다. 호된 교육 덕택인지 짖지 않았다. 대신 눈이 싸늘해졌다.
“쳇! 나를 때리고 차! 당신이 주인이라고> 우리가 자기네 상전이 된 지 이미 오래인데 뭘 몰라도 한참 모르네. 보이는 것도 없나? 그러니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소리를 듣지.”
그런 비아냥거림이 눈에 서려 있는 것 같았다.
(풀이: 작중 화자와 개가 둘 다 묘사 대상인 인물이다. 주인이라고 위세나 부리면서 개의 마음조차 읽지 못하는 사람과 대조적으로 상황 판단과 대처 능력이 뛰어나 주인에게 조언까지 하는 개, 정황 묘사가 눈에 선하다. 실재성과 생생함이 현실로 다가오는 인물 묘사의 힘이다.
<행복한 광대>-서영희 2016
그녀가 웃습니다. 배꽃처럼 배시시 웃습니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에서 퍼져 나온 웃음이 한 줄기 햇살 같습니다. 병실에 드리워져 있던 우울의 그림자를 걷어냅니다. 옆 침대의 환자가 웃고, 병문안 온 친구들이 웃고, 마지막으로 제가 웃습니다. 진짜 광대는 관객이 웃어도 웃지 않겠지만 저는 어설픈 초보 광대이니까요.
이곳은 부간 근교 한 종합병원의 입원실입니다. 저는 제법 긴 병력을 갖고 있는 파킨슨 환자입니다. 들숨날숨 마저 자유롭지 못해서 삽입된 관으로 가래를 뽑아내는 소리는 제 폐부를 질렀습니다. 새벽이 되면 내내 숨죽여 흐느끼는 울음소리고 들렸습니다. 그 소리 또한 너무 슬픕니다. 덕택에 3일간 수면제로 세 시간 남짓밖에 잘 수 없었습니다.
<이사1-오래 살던 집>- 박헬래나
부동산이 확실한 재산증식의 수단이었던 과거 우리 사회의 흐름으로 보아 나의 이 집애 대한 사랑은 참으로 아둔(슬기롭지 못하고 머리가 둔하다)한 것이었다. 눈 밝은 사람들이 새 아파트로 옮겨가며 재산을 불릴 동안 나는 잠을 잤다. 주위에 아랑곳없이 뿌리박힌 나무처럼 한자리를 지켰다. 마당에 내려서니 흙냄새가 훅 끼친다. 햇살 춤추는 마당가에 붓꽃이 한창이다.
(풀이:자신을 부정하다가 긍정으로 변화하는 심미 변화 서술로 자연과 대비하여 펼쳐냄
<고양이를 부탁해>-송연희
뒷집 1층 노처녀가 살았다. 가끔 아버지나 남동생이 다녀가는 눈치였지만 거의 혼자 지내는 듯했다. 그녀의 감색 물방개차 뒷좌석에는 늘 피아노 교본이나 개의 사료 같은 것이 실려 있곤 했다. 그녀는 개를 길렀다. 한 마리도 아니고 서너 마리를 키웠는데 회색털에 꼬리가 뭉턱한, 그리 흔하지 않은 품종이었다.
쥣집 개들은 그녀가 외출하고 나면 현관에 붙어 서서 바깥 동정에만 시경을 쓰느 듯했다. 내가 밖에서 돌아와 이층계단을 오르면 유리문을 박박 긁으며 합창으로 짖어대였다. 개는 영특한 동물이라 주인으 발자굿 소리쯤은 구별한다는데 뒷집 개들은 그렇지도 않은 듯했다. 한잦의 고요함을 깨고 택배 기사라도 올라치면 개들은 ‘여기요, 이 집이요’하듯 와르르 짖어댔다. 이웃 사람들의 불평이 수시로 터져 나왔고, 그 화살은 고스란히 주인집 할머니한테로 돌아갔다.
그녀는 피아노 레슨을 한다고 했다. 이웃에 그녀와 이야길ㄹ 하고 지내는 사람은 거의 업는 듯했다. 그녀와 나는 가끔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얘기를 나눴다. 날씨가 좋아 빨래가 잘 마른다든가. 비가 올 것 같다든가. 요즘 어떤 영화가 재미있다든가 하는 아주 일상적인 대화였다. 집 밖에서도 종종 덩치 큰 개를 안고 다니는 그녀와 마주치곤 하였다.
어느 날, 발래를 걷고 있는데 고양이 소리가 들렸다. 고야이는 아가씨가 살고 있는 현관을 쳐다보며 울었다. 잠시 후 그녀가 먹을 것을 들고 나왔다.
“왔니. 잘 지냈어?”
“냐옹~”
그녀는 접시를 고양이 앞에 놓았다. 고양이는 핼끔거리며 접시에 담긴 것을 다 먹었다. 그들의 행동으로 봐서 어제 오늘 일이 아닌 듯했다. 윤기 흐르는 갈색 털에 다갈색의 구슬 같은 눈, 어쩌다 마주치면 동그란 눈으로 슬쩍 곁눈질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던 놈이 아가씨랑은 친배보였다. 간혹 뒷집 담장 위에서 무료하게 햇볕을 쬐거나, 화단 귀퉁이애서 선하품(흥미없는 일을 할 때 나오는 하품)을 하며 졸고 있던 게 다 이유가 있었구나 싶었다.
(풀이“이웃집 노처녀를 관찰자 시점으로 묘사했다. 낯설고 기이한 그녀가 보이는 행동에서 화자는 친근감을 느끼고 작품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과정은 꼼꼼하고 치밀한 인물 묘사에 비롯된다. 분석적이고 이해심을 은근하게 드러냈다.
<리비라오 캠핑을 떠나다> 박순
그때 조금은 알았어야 했다 우리가 가는 곳이 기타를 메고 갬핑 가는 셈치고 갈 수 있는 그런 나나라가 아니라고. 그러나 철부지 아내와 그런 엄마를 하늘같이 믿고 따라 나선 두 딸은 비행기 안에서만큼은 완전 행복했다. 그리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남편은, 아빠는 무엇이든 해결해 줄 수 있는 슈퍼맨이었다.
트리폴리 공항에서 새까맣게 그을린 남편이 허연 이가 다 보이도록 얼굴 가득 웃음을 띠고 우리를 반겨 주었다 훅 더운 열기가 순식간에 온몸으로 느껴졌다. 솥뚜껑을 열었을 때 올라오는 열기 같았다. 순식간에 땀이 비 오듯이 흘렀다.
틈새없이 꽉 닫혀야 할 출입문은 아귀가 벌어졌는데도 대수롭지 않은 듯 이률 했다.
“괜찮타. 국내 비행기라 낡은 게 쫌 많은데 사고는 안 나더라.”
남편은 태연했는데 나느는 작은 틈새로 두 딸이 빠져 나갈 것만 같아 치맛자락을 꼭 붙잡았다.
“저 밑으로 보이는 파란색이 지중해 아이가. 색깔이 어떤 때는 초록색도 되고 어떤 때는 시퍼렇게도 된다. 허옇게 보이는 것은 사막이고 해안 길 따라 사람들이 모여 산다. 땅 넓제?”
남편ㅇㄴ 그리워하던 가족들을 자기 영역으로 데리고 온 것이 무척 기쁜 듯 우쭐대기까지 하며 설명을 하는데, 나는 고물 비행기 안에서 아이들을 붙잡고 있느라 손에 쥐가 났다.
(풀이: 이 글엔ㄴ 한 가족이 모두 등장한가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어떤 행동하고 말하는지 간략한 묘사지만 특징이 뚜렷하다.자신감이 넘치는 남선하품ᅟᅧᆫ과 낯선 타국에 대한 두려움가 어설픔이 묻어나는 철부지 아내와 철모르는 두 달의 태평은 대조적으로 확연하다. 진술과 대화로 인물의 특성을 묘사하여 직접성과 구체성을 담아낸다 독자의 상상을 자극하고 이해시켜 공감으로 이끌어간다.)
배경의 중요성
작품에 서술된 측정한 시간과 공간은 흔히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작용하지만 어쨌든 일부 수필에서 배경은 의미 형성에 필수적이다. 이런 유형의 수필에서 배경은 대체로 어떤 상황을 상징하게 마련이다. 언제나 습관적으로 배경으 세부 묘사르 찾아보고 유념하는 게 필요하다.
<어진 임금이고 싶다>-강철수
요즘 같은 각박한 세상에서 어디 가서 그런 뿌듯함을 구하라. 그것은 백성을 위하는 임금에게만 주어지는 하늘의 선물일 터, 그들을 윟 더욱 바삐 움직여야 한다. 어느 때는 키 작은 매화나무가 볕을 잘 받게 하기 위해 키 큰 모과나무 가지를 한쪽으로 붙들어 매야 하고, 같은 터전에 사는 장미와 철쭉은 꽃 피는 시기에 맞춰 품앗이로 볕을 양보하게 해야 한다. 뒤꼍의 잣나무들은 아래쪽 화초들의 볕 바라기를 위해 몇 년에 한 번씩 밑쪽의 가지를 잘라주어야 한다. 옆으로 뻗지 목하고 껑충하게 위로만 뻗어 올라가는 나무가 안쓰럽지만, 신민들을 고루 잘살게 하는 일이니 어쩌겠는가.
바른 정치를 하려면 국민들의 사정을 알아야 하듯, 정원왕국을 다스림에 있ㅇ서도 신민들 각자의 특징과 성질을 알아야 한다. 무턱대고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밀어 붙였다가는 뜻하지 않게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농원에서 열매가 잘 여는 것을 확인하고 감나무를 사다 심었는데, 몇 년이 지나도 감이 달리지를 않았다. 알고 봤더니 가지를 치면 결실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옆의 나무와 높이를 맞추기 위해 해마다 가위질을 해댔으니 어쩌면 감나무는 빨간 삿대질을 하고 싶지 않았을까.
정원의 기품을 높여 주는 소나무들의 성질도 알아 두어야 한다. 저들은 홀대 받았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싱싱함을 거두어들이며, 다닥다닥 솔방울을 매다는 것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별을 욕심내지 ㄹ않고 거름도 사양하며 물도 어쩌다가 마시는, 고매한 선비 같은 나무라 그에 맞게 대접해 주어야 한다. 봄마다 조경사를 불러다 풍채를 다듬어 주고, 발아래 맷방석만큼의 넓이에는 아무 것도 삼지 말아야 한다. 가끔씩 밑동을 쓰다듬고 안부를 물으면 가지를 설렁설렁 흔들어 흔쾌한 기분임을 일러준다.
이렇듯 알뜰하게 보살펴 주면 그들도 보담을 한다. 자기들 각자의 재능과 아름다움을 한데 모아 ‘정원 옹국’의 멋스러움으로 조하를 일구어 임금인 나를 즐겁게 한다. 그 멋스러움이 가장 돋보일 때는 왕국의 축제 기간인 사웧 사순부터 오월 중순까지가 된다. 먼저 잔디들이 연초록 융단을 깔아 잦치 준비르 ㄹ시작하면, 야생하 싹들이 연ㅂ라 물감을 칠한 붓끝 모습으로 고갤ㄹ 내밀고, 겨우네 알몸이던 나무들이 가지마다 풋대추만한 잎눈으로 치장을 한다. 일찍 핀 개나리나 앵두꽃이 아직지지 않고 있는데, 목련가 모란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듯 꽃잎을 연다 그러면 금새 나도 있다는 듯 홍자색 박태기 꽃이 촘촘히 때를 지어 피어난다.
(풀이: 배경에서 시간은 드러나지 않고 공간만 있ㄷ. 작가의 집 정원이 공간 배경이다. 배경이면서 제재이다 정원에 심고 기른 화초, 초목 이야다. 사건 진행 스토리가 있는 것은 아니나 나무별로 해당하는 그만의 스토리가 있다. 주로 정원수를 관리하는 애환인데 이것을 정원이란 한정된 공간 배경에서 펼핀다. 이를 구체 상세하게 세부 묘사하여 화가라면 이 글만으로도 그림을 그릴 수 있을 정도다.
<도깨비 시장>-이호철
서울 황학동 벼룩시장은 청계천 8가에 있다. 중앙시장이라곤 하지만 도깨비시장이란 재미난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름이 세가지나 되는 것처럼 이 시장의 모습도 그만큼 다양하다. 나는 자주 이곳에 들러 보물찾기를 한다. 이 어수룩하게 보이는 곳에는, 그러나 귀중한 우리네 문화재가 숨겨져 있다. 구뿐만 아니라 그곳에서는 그런 골동품 못지않게 소중한 사람들도 만단다.
좁은 골목에서 설로 지나다 부딪쳐도 다투는 법이 없다. 골동품 같은 생각으로 거리에 나선 느긋한 여유 때문이리라, 그래서 사람들은 고물시장이라 하지만 나 같은 애호가들에겐 보물시장이다.
나이가 50이 넘은 ‘제니스’ 라디오는 인기품목 단연 1위다. 눈에 띄자마자 팔려 나간다. 카페나 교와 찻집에서 실내 장식용으로 눈독들이기 때문이다.
(풀이: 벼룩시장 제재가 역시 배경이다. 골동품을 사고 파는 사람의 형태와 풍경이 자뭇 진지하다. 배경과 제재가 동일체이듯 연관이 깊다. 작가의 배경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게 한다.)
<꽃다지>-이태선
·숲속 여행을 떠난다기에 동참하게 됐다. 안으로 들어서자 식물도감을 펼쳐 놓은 것 같았다.도심에 이런 식물들이 살고 있다니.
강감찬 장군의 동상을 지나 숲으로 들어서자 땀으로 찐득거리던 살갗이 벌써 서늘한 기운을 느끼도록 보송보송해졌다.
(풀이: 제재와 배경이 수원사 팔달산이다. 탐방경험가 개인 감상 서술로 제재가 무한한 듯 배경 공간 역시 무한정하다. 인간 삶이 어느 한 공간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배경이 수필의 필수 요소이다.)
<사막의 밤>-이춘희
사막의 밤은 냉기가 예리한 칼로 피부를 후비듯 파고들어와 뼛속으로 안개처럼 눅눅히 스며들어 추위가 공포로 변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체험하게 하였다. 떠나기도 전에 내 마음은 낙타를 타고 사막을 떠돌고 있었다.
(풀이:사막이란 특수 배경이다. )
수필에서 구체성
구체성 중에 대표적인 것이 이야기이고 인물 묘사이며 목소리와 산문의 리듬을 포함한다. 실재하는 작중 화자인 작가가 바로 구체성을 대표한다. 어떤 수필을 쓰더라도 구체성을 확보해야 한다.
· 체크 무늬 스커트 알 졸가리 같은 다리, 짊어진 책가방은 한 짐이나 되고.
허기가 졌을 텐데 크지도 않은 바나나 한 개를 어린 딸은 아주 조금씩 먹고 있었다. 입술에 달라붙는 맛이 아깝기라도 한 것처럼-윤연희 <바나나 한 개>
· 라르고의 음조로 걸으며 황단의 대열을 바라본다. 녹색 삼각형이 한 개 남았다. 그런데 그때 할먼 한 분이 횡당보도를 건너기 시작한다. 허리는 반쯤 구부리고 지팡이를 짚었다. 왕복 8차선 도로다. 금방 빨간불로 바뀐다. 벌써 오토바이 몇 데는 쏜살같이 달리고 멀리 떨어진 정시선에서 슬슬 움직이려던 자도차 운전자들은 일제히 할머니의 행보에 시선을 꽂으며 기다린다.
숨죽이는 정적, 그 길 가운데를 할머니는 모노드라마의 주인공처럼 홓ㄴ자 느릿느릿 걷는다. 휴우, 할머니가 겨우 양쪽 차서을 가르는 노란 선 안에 섰다. 이쪽에서 할머니를 주시하던 차량들이 달리기 시작한다. 자동차들이 앞뒤로 쌩쌩 달리느 경계선에 서 있는 할머니를 보기가 아슬아슬하다. 민명자- 황단보도를 건너다.
·여행기에서는 시간과 공간 배경(지역명)을 구체적으로 자세히 써야 한다.
·갑자기 내 손을 벗어나 ‘푸드득’ 목욕탕 바닥으로 떨어져 물똥을 찍 싼다. 막혔던 물길이 뚫렸나보다 정신을 차린 새는 본능적으로 날려고 한다. 날개를 몇 번 퍼덕거리며 서너 걸음 불안하게 내딛다가 기어이 바닥에 머리를 박는다. 축축한 털이 보스스 살아나고, 몸도 따듯해졌다. 이제 안정을 취해야 한다. 방바닥에 수건을 깔고 작은 몸을 살며시 내련호고 나온다. 문을 빼꼼히 열어보니 그새 회복된 새가 활개를 치며 온 방안을 누비고 다닌다.-고마워 곤줄박이야. 송혜영.
<비유에 대하여>
수필의 구체성은 비유와 직결된다. 구체화는 무형적인 것, 사유와 감정을 감각의 경험으로 형태를 부여하여 제시하는 것이다. 이 감각의 경험은 시각, 후각, 청각, 미각, 촉각, 근육 감각을 망라한다. 대표적인 것이 의인화 수법이다.
라일락 향기가 그윽한 4월이다 아침마다 어린이대공원에서 운동을 하고 나면 공원을 한 바퀴 돌곤 한다. 붉은 아스팔트 길 위에 하얀 벚꽃이 눈처럼 날리고, 하늘을 덮고 있는 벚꽃들 사이로 햇살이 내려앉는다. 그 길을 걷고 있노라면 마치 그림 속으로 걸어가는 듯한 착각을 할 정도다. 빨강, 노랑 튤립 꽃에 단조롭게 뻗은 초록색 줄기와 잎, 마치 방금 색칠을 해놓은 듯 선명하다. 며칠 뒤 곷들이 시들었겠다 싶으면 요술을 부린 것처럼 황금색 금송이 꽃으로 바귀어 있다. 몇 걸음 걷다 보면 탐스러운 장미가 눈길을 끌었다. 돌돌 말아놓은 것 같은 꽃잎, 연분홍에 주홍색이 섞인 색은 볼수록 신비로웠다.게다가 흰 색과 노란 장미의 향기는 누구에겐가 전해주고 싶은 새각이 들곤 한다.이 근방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이곳이 낙원이다.-박종금-무허가 까치집-
· 세상이 자꾸만 물질 만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머리들이 크니 적은 돈은 성에 안 찰 것이고 흠족하게 넣어주자니 주머니 사정이 얿다. 변해버린 세태가 나를 힘들게 한다. 은행 창구에서도 새 돈을 바꾸려면 당연히 만 원권이려니 한다.
우리 어렸을 때는 사탕 몇 알이나 공책 두어 권 살 돈이면 입이 벌어졌는데 요즘은 원하는 물건의 단위가 ㄴ포다. 아이패드 스마트폰, 노트북, 게임기 등, 가난한 할미로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많이 가졌다고 펑펑 쓰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니겠지만 나도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좀 사치스러우면 어떠랴. 손자들이 원하는 것, 제 부모들이 분수에 맞지 않는다고 해주지 않는 것들을 선물하고 싶다. 흐뭇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고. 그래서 ‘인기짱’인 할머니가 되고 싶다. 할-미의 흔적 남기기-홍경희
·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봄을 그리 반기는 편이 아니었다. 시름 시름 앓게 만드는 나른함도 싫었지만, 새털처럼 가볍고 해퍼지려는 마음도 마땅치 않다.
(풀이: 할까. 리라.처럼, 지려는 따위의 유성을 가세하여 효과를 배가한다. 봄날의 나른한 정서를 그려내는 데 적합안 리듬의 조성이다.)
· 나는 그가 놓고 간 펜케니이크에 버터를 넉넉하게 발랐다. 그 다음엔 메이플 시럽을 올려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먹었다. 행여 식을까 열심히 자전거 패달을 밟았을 그의 낡은 샌들과 젖은 등을 생각하면서. 그리고 그가 사라진 골목 어디쯤에 있을 그의 집을 상상하면서
구멍들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난다. 꼭 나같다. 난 구멍투성이인 사람이다. 멀쩡해 보여도 생각보다 무르고 실수도 많다. 게다가 소심하기까지 하다. 살수로 낸 구멍만 있는 게 아니라 상처로 뚫린 구멍도 많다. 망약 가슴이 헝겊이라면 아버지가 입던 난닝구 등판처럼 되어 있으리라. 그러고 보면 산다는 것은 구멍 난 속옷 위에 멀쩡한 겉옷을 걸치는 게 아닐까 아무렇지도 않게 슬픔을 삭이고 아무도 모르게 아픈 구멍을 가리는 것처럼 말이다.-최지안. 행복해지고 싶은 날 펜 케이크를 굽는다.
(풀이: 리듬이 화자의 복잡한 심사를 드러내는 데 기여한다. 때까지 하ᅟᅧᆫ서가 과거를 상상하며 흔들리던 첫 문단을 다소 안정감을 회복하니 셋째 문단에선 종결 어미가 확실하다. 끝 문단에선 다시 ~리라~닐까 등으로 추정과 미정의 종결을 혼용한다. 앞 세 문단의 통사는 길제 짜였으나, 마지막 문단으 통사는 대체로 짦은 문장이 많다. 이처럼 내용의 변화에 따라 리듬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 수다를 뒤집어 읽으니 다수가 된다 .다수가 모여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수다 뒤엔ㄴ 하다 동사가 아닌 떨다 동사가 붙는다. 이 동사는 하다의 서술어보다 훨씬 고조된 감정을 실어 준다.
현재의 자신과 과거의 학창시절, 살아논 결혼 생활과 그런저런 이야기들이 뒤섞이면서 나라는 정체성과 맞닥뜨린다.
<달>-김윤선
초승달은 갓 태어난 아기 모습읻. 아직 젖내조차 가지시 않은 신생아 말이다. 눈도 뜨지 못해 고물거리지만 한 해 동안 자라는 성장이 얼마나 경이로운가 초승달은 그런 모습이다. 초승달을 바라보 이/ㅅ으면 눈이 시리다. 밤하늘이 너무 광홀하다 그러나 진작 홀로 서기를 /개달은 것일까. 이미 제 빛을 낼줄 아는 것을 보면 튼실해져 가느 ㄴ종아리에서 삶을 살아가는 용기와 지혜를 본다.
상현달은 어른이 되고 싶은 사춘기 아이 모습이다. ㄱㅇ기 침체니 대학 입시니 해서 꿈과 갈등을 함께 겪고 있지만 그래도 빨리빨리 자라고 싶은 아이들의 모습이다. 여백 솔에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이 있다.
보름달은 인생의 절저을 지나는 청, 장년기이모습이다. 꿈과 실천이 함께 어우러져 전설을 만들기도 한다. 보름달이 밤하늘이 유옥 아늑하고 풍요롭게 느껴지는 건 채움의 미학이다. 보름달은 열정이다. 그러나 달의 형상이 햇빛의 반사로 생기는 것이라면 일찌감치 스스로를 비울 줄도 알아야 한다. 비우고야 채워지는 비움의 원리, 우리가 하필이면 가장 둥ㄷㄱ 달인 대보름날에 소원을 비는 것도 달의 마음 비윅 자업을 배우려는 것이 아닐가
하현달은 훌쩍 중년이 길목에 들어선 내 모습이다. 안생의 한획을 긋기는 했으나 할 일은 여전하가. 장신은 풍부하고 맑아야 하는데 여의찮다. 담 흘려 ㅇ일한 보람은 함께 나누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듯 몫을 줄여 나갈 때다. 살메 대한 절망이 아니라 ㄴ그러움을 배울 때다. 고통을 나누는 것에도, 받아들이는 것에도 겸허해할 줄 알고, 삶을 사랑하는 여유와 세월 속에 담긴 또 다른 의미를 깨달을 줄도 안다. 눈가의 주름과 희끗희끗한 흰머리가 결코 헛된 세월이 아니었음을 느끼고 싶어 한다. 이때쯤은 체념도 뱅워야 할 때인 듯 싶다.
그믐달은 칼날 같은 빛으로 누군가는 미인의 이마라고도 노래했고 과수의 한이라고도 노래하지 않았던가. 삶을 정리하는 노년의 정기가 때론 저렇게 정갈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풀이: 이글 리듬은 정제되어 단정하다. 달의 이미지를 들뜨지 않고 차분한 상태를 유지하며 안정된 평탄조 리듬으롤 드러낸다. 수필로 치유력을 얻을 수 있는 리름이다.
<첫 사랑>-노혜숙
주위를 살폈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손에 들고 있던 도시락을 덤불숲에 던졌다. 딸그락 빈 도시락에서 수저가 날카로운 쇳소리른 냈다. 가슴이 콩닥거렸다. 머리 위에선 큰 매가 원을 그리먀 날았다. 집으로 가는 길은 멀었고. 나는 가파른 잿길을 어질어질 현기증을 일으키며 겨우 걸었다.
이듣날 담임선생에게 불려나갔다. 도시락의 행방을 물었다. 고갤ㄹ 숙인 채 우물거렸다. 대답이 미처 긑나기도 전에 손바닥에 회초리가 떨어졌다. 아이들이 키득거렸다. 선생은 도시락을 덤불숲에 버려두고 간 이유를 물었다. 나는 끝내 대답하지 못했다.
젖가슴이 부풀어 오늘 나이였다. 조숙한 아이들은 총각 선생이었던 담임에게 연정을 품었다. 하숙을 하던 선생은 종종 빈 도시락을 집에 가져가는 심부름을 시켰다. 여자 아이들은 서로 그 일을 하기 위해 다툼을 벌였다. 숫기가 없던 나는 안타깝게 차례가 돌아오기만 기다렸다.
마침내 선생이 나를 불렀다. 나는 선생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선생은 등을 토닥이며 도시락을 건넸다. 닳아서 반질반질해진 나일론잠바가 그날처럼 창피해본 적은 없었다. 교문을 나서는 데 눈치 빠른 친구들이 등 뒤에서 놀려댔다. “좋아한대요. 좋아한대요! 엘레리꼴레리!”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는 도시락을 움켜쥔 채 뛰었다.
분한 것도 같고 부끄러운 것도 같았다. 아니라고 소리라도 버럭 질러줄 걸. 얼굴이 벌개져서 그냥 도망쳐 온 것이 더 속상했다.
등줄기에선 식은땀이 흘렀고, 김치 국물이 배인 도시락 보자기에 선 신 김치 냄새가 났다. 귓가에는 친구들의 외침이 맴맴 돌았다. 와락 눈물이 쏟아졌다. 나는 움켜쥐고 있던 도시락을 덤불숲에 던졌다.
기 이후 선생은 아디슨 아이들에게 도시락 심부름을 시키지 않았다. 나는 잿길을 지날 때마다 도시락을 버렸던 길섶을 기웃거렸다. 도시락은 간데 없고 덤불숲에선 마른 잎들만 버석거렸다. 옆구리를 스치던 아릿한 허기, 그땐 그것이 무언지 몰랐다. 그래 겨울은 모질게 추었고, 나의 첫사랑도 싱겁게 끝니 났다.
(풀이: 작가는 첫살ㅇ의 과거 스토리를 플롯화하여 풀어냈다. 리듬과 관련시켜 본다면 종결감을 주는 단어 그 이후, 다시는, 몰랐다. 그해, 끝이 났다. 로 뚜렷하다. 음악의 스타카토처럼 짧게 끊어지는 단문이 주조음으로 이어져 비극적 결말을 예고하며 긴박한 리듬을 조성하더니 마지막 문단에서 호흡이 늦춰진다. 5개 문장 모두 길가. 기쁜 호흡으로 치닫던 리듬이 여기서 숨을 고르며 조정기를 거쳐 뒤에 마지막 끈ㅌ의 두 문장의 중간 호흡, 쉼표를 두어 리듬의 숨을 돌린 뒤에 치달려오던 리듬을 마무리 짓는다. 즉 리듬상의 종결감을 산뜻하게 획득한다.
시와 수필의 서정성 대조
시: 대개 단편적이고 단이한 서정이 많다. 제시적이고 이미지적이다. 집약적 서정이다. 율동적이다. 입체적이다.
수필: 모든 서정은 기-서-결을 갖춘 서정이다. 수간적. 장기적 서정이다. 설명적이다. 서술된 서정이다. 평면적이다.
<아주 오래된 사원>-임문혁
고향집 뒤란, 작은 단지 큰 항아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대-풍경으로서의 서정
고추장 단지, 새우젓 독, 된장항아리, 납작한 단지, 걸쭉한 독, 펑퍼짐한 항아리, 입술이 도톰한 다닞, 코가 비뜰어진 독, 귀가 찌그러진 항아리, 이마가 반짝이는, 목덜미가 붉은, 허리가 굵은 독, 항아리들이 간장 고추장 된장을 가슴에 담고 가부좌르 튼 채 참선에 들었습니다.-항아리 개별 형태적 서정
비오고 바람 불고 서리 오고 눈 내려도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뻐꾸기 독경소리, 닥따구리 목탁소리, 매미들의 범패, 달님도 별님도 지켜봅니다 바람도 숨을 죽입니다. -자연 풍경 서정
저 보살들 다 성불하면 참 맛난 세상이 되겠지요?-집약된 서정
(풀이: 이 시는 고향집 장독대를 제재로 한 서정시다.
<장독대>-김덕일
숨 막히는 통에서 빠져나온 장무새는 사람의 옷이 날개이듯이 매초롬한 단지에 담기는 순간부터 대깔이 달라졌다. 뒤대토 앞태도 그만이다. 볼수록 옹골지다. 마른 수건으로 자꾸 닦는다. 그리고 다섯 개 단지에 이름표를 붙이다. 우리 집 맛깦의 대표 주자인 간장 단지에는 ‘맛순이’ 오래된 친구 같은 묵은 된장 단지에는 ‘죽마고우’ 풋풋한 새색시 같은 햇된장 단지에는 ‘새댁’ 품격 높은 고추장 단지에는 ‘홍장미’ 봄의 향기를 사철 담아내는 매설 효소액 단지에는 ‘매향’이라고 단지들은 이름을 지어주니 싱싱한 생기가 돌아 살갑게 다가온다.
(풀이: 기- 서-결의 스토리로 연속시켜 긴 시간의 서정을 보인다. 수필 서정이라 설득적이며 직접적이구 구상적이다. 서술적이고 평면적이다. 시는 정의적이고 관찰적 서정인데 수필은 체험적 현실적 서정이다. 수필에 등장하는 인물의 본 바탕은 실재성이다. 사건도 실재 서사로 재구성한 것이다. 시공간성은 허구적 시공간이 아닌 나날의 일상에서 대면하는 소소한 일상의 시공간이다. 수필은 일상성의 문학이다. 작가와 작가 주변이 국한되는 작은 세계의 사소함과 다분함. 지겨움과 반복성, 되풀이되는 나날의 삶 속에서 작은 의미를 찾아내고 끊임없이 가치화를 시도하는 서민 문학이다. 영웅이 등장하여 세상 문제를 들춰내고 해결을 시도하는 소설과 드라마와 달리 주변에서 쉽게 보는 인물과 사건, 실제 시공간에서 탐색한 인간의 작은 의미를 찾고 허무한 인생살이에서 작을지라도 가치 있는 세계로 이끌려는 인간의 의미 부여다.
·버스의 덜커덩거림이 좀 덜해졌다. 버스가 덜커덩거림이 더하고 덜하는 것을 나는 턱으로 느끼고 있었다. 몸에서 힘을 빼고 있으므로 버스가 자갈이 깔린 시골길을 달려오고 있는 동안 내 턱은 버스가 깡충거리는 데 따라서 함께 덜그럭거리고 . 턱이 덜그럭거릴 정도로 몸에서 힘을 빼고 버스를 타고 있으면 긴장해서 버스를 타고 있을 때보다 피로가 더 심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러나 열려진 차창으로 들어와서 나의 밖으로 드러난 살갗을 사정없이 간질이고 불어가는 유월의 바람이 나를 반수면 상태로 끌어넣었기 때문에 나는 힘을 주고 있을 수가 없었다. 바람은 무수히 작은 입자로 되어 었고 그 입자들은 할 수 있는 한, 욕심껏 수면제를 품고 있는 것처럼 내게는 생각되었다. 그 바람 속에는 신선한 햇볕과 아직 사람들의 땀에 밴 살갗을 스쳐보지 않았다는 천진스러운 저온, 그리고 지금 버스가 달리고 있느 길을 여워싸며 버스르 향햐 달려오고 있는 산줄기의저편에 바다가 았다는 것을 알리는 소금끼, 그런 것들이 이상ㅇ스레 한데 어울리면서 녹아 있었다. 햇볕의 신선한 밝음ㅇ과 살갗에 탄력을주는 정도의 공기의 저온 그리고 해풍에 섞여 있는 정도의 소금끼, 이 세 가지만 함성해서 수면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이 지상에 있는 모든 약방의 진졀장 안에 있는 어떠한 약보다도 가장 상쾌한 약이 될 것이다.-김승옥의 ‘무진기행’
숙소에 든다. 창을 열러 공기를 바꾼다. 파도만 모래톱을 적시고 있다.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푸른 시간이다. 살마들에게는 일생 중에 한 때가 있다. 우리 부부의 한 때는 언제일까.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느 목적을 가진 산뭄과 달리 수필은 지식과 정보 그 자체에 있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는 이면적 가치에 관심을 둔다.- 심미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