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내 거울이다
박희자 작가
글 : 이문자 (전시가이드 편집장)
현시대 불안한 상황에서도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삶의 현실에 적응하면서
우연과 필연이 뒤섞인 미지의 미래를 향하여 꿈을 꾸고 있는 존재들,
수많은 초생달 거쳐온 2019 대보름 달,
그 달빛을 행해 소원을 마음에 다짐하는 존재들,
그 모든 존재들이 아름다운 삶 아닌지... - 작가노트-
.니가 내 거울이다201606 72.9x100cm
2005년 이후 박희자 작가의 작품의 모티브는 오랫동안 치매를 앓다가 고인이 되신 어머니로부터 시작된다.
어느날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함께 공원을 산책하던 중 눈꼽이 낀 어머니에게 거울을 보여주려 하자 어머니 하신 말씀이 “니가 내 거울이다”라고 말씀하시는 순간 상대방을 통해 보여진 나를 잊고 살게 된 것을 깨달으면서 그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고 한다.
니가 내 거울이다2019삼일독립운동100주년117x91 cm
14년동안 혈관성 치매를 앓아온 어머니는 가끔 정신이 돌아올 때면 삶에 대한 것들을 깨닫게 해주었다. 지금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감돌고 있어서 “니가 내 거울이다”를 작품의 명제로 쓰고 있다. 2005년 첫 전시회에 선보인 작품은 무명천에 부모님의 얼굴을 그려넣고 센서를 설치해 관람객이 가까이 가면 부모님의 웃는 얼굴에 불이 들어오고 지나가면 꺼지는 설치작품을 선보이게 되었다.
니가 내 거울이다 201909대보름117X91cm
박희자 작가가 화가의 길을 가기까지 중학교 때 故김종휘 선생님의 가르침이 컸으며, 대학교 때는 故 유경채 교수님, 故 정창섭 교수님의 영향을 받고 특히 대학교 4학교 때 故 전성우 교수님의 영향을 받아 현대미술의 새로운 발상을 하게 된 동기로 설치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대학교를 졸업 후 하동철, 곽훈, 김구림, 김차섭 이자경 선배작가 등과 함께 첫 그룹전으로 ‘68회화전’에 참여하고, 1973년부터 신체제 그룹전에 참여 하였다.
작가는 작품의 완성도보다는 의미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그의 작품은 보는 이의 해석에 따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 “삼일독립운동 100주년”은 수많은 사람들이 독립을 기념하여 만세를 위해 모여든 군중을 나타내고 있으며, 중간중간 동그란 미러아크릴을 추가시킴으로 삶의 현실을 적응하며 우리의 꿈꾸는 미래를 나타내고 있다. 먹과 채색이 어우러지면서 터치 하나하나에도 조국의 통일을 위한 염원을 담은 선조들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니가 내 거울이다20170825(101x73cm
“어머니의 노래-니가 내 거울이다2014” 작품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작으로 부모들의 눈물과 어머니의 애절한 절규의 모습을 보며 진행한 작품으로, 존엄한 생명의 존재로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학생들의 모습을 먹과 색의 터치로 표현하였으며, 원형 구멍으로 뚫린 미러아크릴의 볼록한 부분과 오목한 부분에 비쳐진 현실의 형상들이 움직임, 위치에 따라 크게 또는작게 변화하는 모습이 빛과 그림자와 함께 보이도록 하였으며, 캔버스 틀과 천을 연결하며 지탱해 주는 신주 못과 투명 압정, 낚시줄 등 전혀 다른 재료들이 어우러져 소통되는 작업을 시도하였다.
또한 광복 70주년 작품에서는 전통적인 재료인 무명천과 틀, 물감에다 현대의 재료인 미러아크릴, 낚시줄 접착제 등으로 빛과 그림자를 만들어내며, 작가가 어머니로부터 생명을 가지게 된 70년을 생각하며 광복70주년과 함께 벅찬 마음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1.4후퇴 후 피난생활 속 어머니의 역경을 어두운 먹색과 얼룩 등으로 표현하였다.
니가 내 거울이다201906 116.x91 cm
먹과 수채물감, 미러아크릴 등 혼합재료들을 사용하여 무명천의 속성을 이용해 물과 물감과 먹의 스며듬과 흐름, 배어나오는 색에 매료되어 붓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따라 현대적이면서 어머니의 품처럼, 어머니의 말씀처럼, 존재에 대한 물음을 이끌어 내는 한국적 정이 스며든 작품으로 천의 속성을 살려낸 구불 구불한 입체표현은 삶의 굴곡을 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비슷한 듯 하지만 작품마다 다르고, 부여되는 의미도 다르다. 세월의 흐름을 켜켜이 쌓여 올라가는 모습으로, 색에 따라 희노애락을 접목시키면서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캔버스에 비해 무명천에 하는 작업은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으며, 은은하게 발색 되어지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니가 내 거울이다20180724 116.8x91 cm
지금까지 작품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 분은 남편이라고..., 활동을 하다보면 시간에 쫓기게 될 때가 많지만 아내의 역할에도 애쓰는 작가는 인천여성작가회와 한울회에서 임원으로 활동하였다. 자신이 어머니로 자녀들을 바라보면서, 고인이 된 어머니에 대한 그리운 마음이 절절이 느껴진다는 작가는 이 시대의 진정한 어머니요, 아내이며, 여성 원로작가로 열심히 살고있는 박희자 작가에게 힘찬 박수와 함께 응원을 보낸다.
.어머니의 노래 2013 100x80.3cm
어머니의 노래-니가 내 거울이다2014 94x91cm
언제나 나 자신을 들여다 보고 또한 보이지 않고 알 수 없는 나 자신과 뜻밖의 상황에 대한 소통 등을 표현해 보자. 소통은 어쩔 수 없이 나와 대상(상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그 대상(상대)를 통해 나를 다시 들여다 보고 느끼고 소통한다.
각각의 상호 관계를 포용하고 존중하여 어울림으로 이루어지게 작업해 보자. 규율과 자유 사이의 어울리 그 속에서 필연과 우연이 만나 형성되는 것이 자연의 순리가 아니던가. 범 자연과 인간 관계처럼 전혀 다른 각 개체의 고유성을 극대화 하면서 전체적 어울림이 이루어질 수 있는가. 현대적이면서 깊은 한국적 정이 스며 든 작업을 통해 심미적 자유를 누릴 수 있으면 한다.
박희자 Park, Hee ja
1968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서양화 전공 졸업
1964 경기여고 졸업
경력
2018-2019 한울회 회장 역임
2013-2015 인천여성작가연합회 이사장
2011 인천여성비엔날레 부조직위원장
2009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 본전시운영위원장
수상
1974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상
1974 한국미협회원전 이사장상
현재
한국미협인천지회, 인천초대작가회, 인천원로작가회, 한울회 회원
인천여성작가연합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