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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일, 창세 이후 6961년(서력 1453년)
먼 곳에서 대포가 지옥의 야수마냥 으르렁거렸다. 가까운 곳에선 사방에 검과 창 부딪히는 소리, 그리스어, 이탈리어어, 터키어로 된 신음과 비명소리, 그리고 연기와 절망의 악취가 가득했다. 오스만 인들이 콘스탄티노플에 들어와 있었다. 만 도시의 여왕, 새로운 로마, 제국의 천년 수도가 함락되고 있었다.
투구를 쓰지 않은 나이 든 남자가 하기아 소피아 대성당으로 달려갔다. 사제들은 여전히 그 곳에 모여 오지 않을 구원을 기도하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방금 온 사람에게 고개를 숙였다. "폐하, 승산이...?" 그는 말을 시작하다가 이내 멈췄다. 질문을 말로 꺼내기도 두렵다는 듯이.
나이 든 남자가 대신 말했다. "승산이 있느냐? 없네." 로마인들의 황제이자 아우토크라토르인 콘스탄티노스 11세 팔라이올로고스가 말했다. "다 끝났어. 짐은 왕관을 지킬 수 없기에 왕관을 던져 버렸네, 그리고 투르크가 지배하는 콘스탄티노플에서 시체로 엎어져 있을 것만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싸움에 뛰어들었을 것세."
"그러면, 폐하, 피신하실 것입니까?" 사제가 몸을 떨었다. "저 불신자들이 만든 포위망을 빠져나갈 방법을 알고 계십니까?" 사제는 자기 목소리에 묻어나오는 두려움 속의 희망을 증오했다.
하지만 황제는 이렇게 말했다. "도망은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는 기도하러 왔거나 죽으러 온 부상자들의 피로 얼룩진 대리석 바닥에 침을 뱉었다. "하느님과 성자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성자를 담은 순결한 성모와 성자들의 이름으로 나는 도망치느니 기쁘게 죽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폐하?"
콘스탄티노스 11세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나도 잘 모르겠네. 나는 주께서 이 도시가 다시 기독교인들의 손에 들어가개 해 줄 기적을 바라려고 이 곳까지 왔네. 하지만 이 제국, 이 도시, 그리고 나에게 그런 기적이 남아 있기는 한 것인가?"
진줏빛 화염의 외투가 황제를 갑자기 둘러쌌다. 사제들은 비명을 질렀다. 검을 여전히 손에 든 콘스탄티노스 11세는 바닥으로 조용히 쓰러졌다. 그리고, 사제들은 그가 대리석 판재 너머로 빛을 발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그는, 사라졌다.
사제들은 무릎을 꿇었다. "키리에 엘레이손! 키리에 엘레이손!"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 쉬지않고 말했다.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이시여, 자비를 베푸소서!"
콘스탄티노플은 함락됐다. 황제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2003년 6월 7일 (창세 이후 7511년)
무너진 테오도시우스 벽의 폐허 위에서 기관총이 쉬지 않고 불을 뿜었다. 총알이 그리스 MICV에 맞고 튕겨 나갔다. 덤불 사이와 흙구덩이 사이로 총알 몇 발이 야니스 파파스의 얼굴에서 채 1미터도 되지 않는 곳을 지나갔다. 병장은 애인을 껴안듯 땅에 달라붙었다.
MICV의 기관포가 한 번, 두 번, 세 번 소리냈다. 오래된 석재와 터키인들의 파편이 공중으로 튕겨나갔다. 파파스는 원초적인 기쁨에 비명질렀다. 그는 자동 소총을 들고 재빨리 일어섰다. 그와 그의 분대는 MICV를 따라 또 다른 시대의 진지를 넘어 도시로 들어갔다.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표지판이 취객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그 표지판은 터키어였고, 문자마저 파파스에게는 낯설었다. 하지만 한 단어는 알아 볼 수 있었다. 이스탄불.
그는 표지판에 엄지를 내밀어서 음란한 손짓을 했다. "이제 다시 콘스탄티노플이고 우리가 간다 개새끼들아!" 그가 외쳤다. 그와 같이 있던 병사들도 쉰 목소리로 소리질렀다.
조르조스 니콜라이디스라는 이름의 이병은 성호를 그었고, 그의 볼에는 눈물이 흘러 먼지 사이에 뚜렷한 선을 그렸다.
파파스는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기 눈 앞도 흐려왔다. 만 도시의 여왕, 그 도시가 550년이 넘어서 다시 그리스인들의 손에 들어오다니! 그가 어릴 때부터도 믿지 않던 신의 뜻이라도 눈물흘릴 만한 것이었다.
터키군의 크고 붉은 사각형이 그려진 F-16 한대가 굉음을 내며 나무 높이 바로 위로 지나갔다. 그리스인들은 다시 바닥에 엎드렸다. 흙먼지가 그리스인들 아래로 튀어 올랐고, 너무 가까이서 터진 폭탄이 그들의 귀를 소음으로 막았다. 파편에 맞은 병사가 신음했다.
이번에는 또 다른 폭음이 머리 위에서 났다. 지대공 미사일이 전폭기를 하늘에서 박살낸 것이다. 파파스는 일어났다. 그는 병장였고, 모범을 보이는 것이 그의 의무였다. 그것이 헬멧 테두리를 지나 위를 계속 힐끗 처다보는 것을 막지는 못했지만.
아나스타시오스 키아포스는 그 눈빛을 완전히 이해한 듯 했다. "놈들이 우리에게 보낼 비행기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겁니다." 상병이 말을 이었다. "이제 또 하나 줄었고 말이죠."
"놈들은 비행기 말고 다른 것들도 충분하지는 않을 거야. 타소" 파파스가 말했다. "러시아인들이 아르메니아에서 터키 놈들을 밀어내려고 하는 한은 말이지."
"거기서도 오래 못 버틸 겁니다." 키아포스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이 예상에 은근히 만족하는 것 같았다. 다른 누군가가 터키인들을 뭉개는 것보다 나은 건 직접 뭉개는 것 밖에 없으리라.
"러시아인들은 내일이라도 마르마라 해를 통해 우리에게 손흔들어 줄 수 있을 거고, 나도 기꺼히 답례를 해 줄 수 있어." 파파스가 말했다. "하지만 콘스탄티노플은 우리가 가지는 거지." 콘스탄티노플은 그리스가 한때의 나토 동맹국을 배신하는 대가로 제시한 것 중 하나였고, 러시아인들은 값을 치렀다.
더 많은 비행기들이 서쪽에서 날아왔다. 그리스 전폭기들이었다. 전폭기들은 금각만과 그 너머의 보스포러스로 향하는 것 같다. 다리들이 무너지면 터키인들은 도시에 지원군을 보낼 수 없을 것이다. 보낼 지원군이 남아 있다면 말이지.
"그러니까, 내일 말씀이십니까?" 3일 후 키아포스가 작게 말했다. 키아포스가 3일 전에는 지저분했다면 이제는 견딜 수 없이 더러웠다. 야니스 파파스도 마찬가지였다. 끝없는 시가전을 거친 후에도 숨이 붙어 있고 멀쩡한 다른 분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MICV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유선 유도 로켓이 무라트 파샤 모스크 옆의 공원에서 그걸 불덩이로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콘스탄티노플의 대부분은 그리스인들의 손에 들어왔다. 파파스의 분대와 바다는 불과 수백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크세노폰을 따라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 앞에는 하기아 소피아가 서 있었다. 유스티니아노스의 대성당에 터키인들이 덧붙여 둔 추한 미나렛 중 하나는 반쪽이 나 있었다. 무엣진들이 신실한 무슬림들에게 기도를 하라고 소리치던 탑 중 하나에는 저격수가 올라가 있었다.
파파스는 말하자면 정교회보다는 마르크스주의를 더 믿었다. 하지만 분대원들을 이끌고 하기아 소피아를 해방시킨 사람이 된다는 것은....그는 미소를 지었다. 전 그리스가 그런 위업을 달성한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어할 것이다. 만약 TV 기자들이 제때 나타나 준다면 소위가 될 지도 모른다.
그는 넓은 석재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조심하십쇼" 키아포스가 뒤에서 말했다. 두 사람은 소총을 쏠 채비를 갖추었다. 미나렛의 꼭대기가 무너진 이후로 성당에서는 어떤 총격도 없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거 없다. 하기아 소피아는 한개 대대가 들어앉아 있을 정도로 충분히 컸다.
현관 배랑으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 파파스의 군화가 매끈한 돌바닥 위를 밟았고, 그 메아리가 파파스에게 되돌아왔다. 바깥은 여전히 혼란이 들끓었지만 어째서인지 여기까지는 손을 뻗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 터진 MICV가 덜컹거리며 터키 국경을 지난 이후로, 처음으로 병장은 평화라는 것을 느꼈다.
하나씩 그의 부하들이 그를 따랐다. "놈들은 아무도 없다." 파파스가 말했다. 자기 자신도 그에 놀랐다. "놈들이 안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는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키아포스가 말했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볼을 문질렀다. 수염이 손가락 아래를 긁었다.
하지만 파파스는 그리스식으로 고개를 쳐들어 아니라는 뜻을 보였다. "그러기에는 너무 조용하군. 게다가 놈들이 있다면 이미 우리가 느꼈을 거다." 남은 분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중에 전투 경험이 10일을 넘긴 사람은 없었지만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다들 이해했다.
병장은 배랑 안쪽 문으로 걸어가 하나를 밀어서 열었다. 그와 동시에 그는 뒤로 물러나 구석에서 소총을 꺼냈다. 그는 교회가 비어 있다는 것을 확신했지만 운을 믿지는 않았다.
문이 뒤로 밀려가 벽에 부딪히는 굉음을 제외하면 아무 일도 없었다. 그래도 파파스는 여전히 경계하면서 걸어갔고, 부하들이 가까이서 따랐다.
파파스가 마지막으로 교회에 갔을 때는 수염도 채 나지 않을 때였다. 박물관으로 복원되었을지라도 하기아 소피아는 비잔티움 시절의 영화와 비교하면 창백한 그림자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남아있는 아름다움과 장엄함만으로도 그의 숨을 가쁘게 하기엔 충분했다.
그는 거대한 돔의 중심에 있는 십자가를 향해 위쪽으로 쉬지 않고 계속 쳐다봤다. 돔 기반부의 창문을 뚫고 들어온 햇빛은 돔이 교회 건물에도 동떨어져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는 크리포스가 성호를 그리는 것을 봤다. 그도 알다시피 상병은 그 자신만큼 신자가 아니었다. 그들 뒤에서 니콜라이디스가 삼위일체 송가인 트리사기온의 구절들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거룩하신 하느님이여, 거룩하고 전능하신이여, 거룩하고 영원하신이여, 불쌍히 여기소서..."
이병의 목소리가 끊겼다. 그는 무릎을 꿇고 연거푸 성호를 긋기 시작했다. 자신의 냉철한 합리성을 자랑스러워하는 파파스는 정교회 신자에게 있어 새로이 해방된 하기아 소피아에서 기도하는 것보다 더 감동적인 일은 없으리라는 것을 알 만큼은 합리적이었다.
그는 니콜라이디스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언젠가 여기에 다시 사제들이 자리잡을 거야." 그가 말했다. 평소의 그라면 "사제를 원할만큼 멍청한 작자들을 위해서"를 덧붙였겠지만 이 교회는 숭배는 아니라도 최소한 그에게 존중을 느끼게 할 만큼 위대했다.
:사제는 없어도 됩니다." 환희에 가까운 무언가에 사로잡힌 니콜라이디스는 계속 앞뒤로 반복했다. "키리에 엘레이손 크리스테 엘레이손, 키리에..."
그리고 훌륭한 마르크스주의자라고 자부하는 야니스 파파스 자신조차도 성호를 그리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빛이 마룻바닥과 그 위 모든 곳에 흘렀다. 그 빛은 형광등 불빛과 그의 양심이 거부한 창조 이전 신의 에너지 모두를 연상시켰다.
기적 한가운데에서조차 그는 자신이 제정신이라는 것을 의심할 만큼 이성적이었다. 그는 자신의 자동 소총을 들었다. 소총은 그를 자신이 알던 세상에 고정시켜 주었다.
그리고 빛이 천천히 사라졌다. 한 남자가 비틀거리며 걸어 나왔다. 칼을 든 남자였다.
잠시동안 콘스탄티노스 11세 팔라이올로고스는 무언가 변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어쩌면 그의 귀가 눈보다 먼저 상황을 파악한 것인지도 몰랐다. 그는 다친 사람에게서 나오는 비명소리만으로도 싸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투르크인들이 어디서 이렇게 많은 총을 순식간에 가져온 가져온 것이지? 콘스탄티노스는 의문을 가졌다. 그는 저 자들이 자신의 부하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부하들...그의 부하들은 다 어디 있지? 그와 이야기하고 있던 그 겁쟁이 사제는 어디로 간 것이지? 그리고 그를 쳐다보면서 놀란 말들처럼 눈길을 어디로 둬야 할지 몰라하는 네 이방인들은 누구란 말인가?
그는 그들을 보자마자 여태껏 봤던 어떤 병사들과도 다름에도 그들이 병사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것은 그들이 머리에 쓴 투구가 말하는 것도 아니오, 그들이 입은 진흙과 흙먼지, 풀 빛의 튜닉과 바지가 병사의 것과 비슷하기 때문도 아니오, 그들 중 셋이 들고 있는 낯선 무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런 무기 중 하나가 무릎을 꿇고 있는 네 번째 병사 옆에 놓여 있었다.) 그들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도망치지 않고 뭘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을때까지 기다리고 있었고, 그게 그들이 군인이라는 중거였다.
"그대들은 누구의 병사인가?" 황제가 물었다. "그대들은 투르크인인가 로마인인가?" 병사들은 몸을 움직여 서로를 쳐다봤다. 무릎을 꿇고 있는 자는 성호를 긋고 있었다. "로마인들이군!" 콘스탄티노스가 기쁘게 말했다.
"야니스 파파스, 헬라스 군 병장입니다." 특이한 전사들 중 하나가 더 특이한 억양으로 말했다. 끊기고 빠르고 불분명했지만 그리스 말이었다! "당신은 대체 -" 콘스탄티노스가 들어보지 못한 말이었다. 하지만 투르크 욕설처럼 들렸다. "-누구고 어디 사람입니까?"
콘스탄티노스는 자랑스럽게 이름을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첫 콘스탄티노스 대제의 직계로 그의 이름을 받았으며 그로부터 크리스토스 자신께서 지상을 걸으실 때 로마인들의 왕국을 지배했던 아우구스투스로부터 이어지는 법통의 후계자인 로마인들의 황제이자 아우토크라토르이니라."
서 있던 병사 중 하나가 뜻없는 비명을 지르며 하기아 소피아로부터 뛰어나가 도망쳤다. 파파스와 그 옆에 있던 병사가 겁먹은 병사에게 소리쳤지만 그 자는 멈추지 않았다.
파파스는 무기를 들었다가 어깨를 들썩이며 내렸다. "스페로 잘못은 아니지." 콘스탄티노스는 그가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 있었다.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던 병사는 두려움에 찬 눈으로 콘스탄티노스를 올려다 보았다가 황제의 눈길을 받자마자 다시 눈을 내렸다. "그리스도여 불쌍히 여기소서." 그가 다시 성호를 그리며 중얼거렸다. "이건 마르마로메노스 바실리아스(marmanomenos basileus)가 다시 세상으로 나온 거잖아."
"누가? 뭐라고?" 콘스탄티노스와 야니스 파파스가 동시에 물었다. 파파스가 계속 말했다 "조르조스, 일어나서 아는게 있으면 말하게."
"대리석으로 변한 황제 말입니다." 조르조스는 일어나며 다시 말했다. "병장님 어릴 때 할머니께서 이런 이야기 하지 않으셨습니까?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던 때 마지막 황제가 - 제 할머니께서는 벽이라고 하셨지만 그건 틀렸었나 봅니다. - 하기아 소피아의 바닥 아래로 꺼져서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
" - 콘스탄티노플이 다시 기독교인의 손에 들어올 때 까지 말입니다. 그게 제 기도였습니다." 콘스탄티노스가 끼어들었다. 이번에는 그가 자신이 받은 은총에 경탄하며 천천히, 겨건하게 성호를 그었다. "그리고 주께서 내 말을 들어주신 모양이군. 내가 얼마나 잠들어 있었던 건가?"
"550년입니다." 조르조스가 부드럽게 말했다.
"말도 안돼." 콘스탄티노스가 말했다. 콘스탄티노스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아니, 정말인 것 같군." 경탄은 다시 그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그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 오랜 세월이 지났다. 저 자들의 생김새와 말소리가 낯선 것도 당연했다. 그는 다시 성호를 그렸다.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라니!" 파파스는 코웃음치며 부정하려고 했지만 그러기 쉽지 않았다. 특히 비잔티움 황제가 그의 앞에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병장님, 저 사람을 어떻게 하실 겁니까?" 타소 키아포스가 물었다.
좋은 질문이다. 그렇고 말고. "생각 좀 해보지." 파파스가 말했다. 이 말은 그에게 좋은 해답이 없다는 것이었다. 파파스는 계속 콘스탄티노스 팔라이올로고스에 눈을 두었다. 그가 어쩌다 사슬갑옷을 입고 어쩌다가 총격전 한가운데에서 하기아 소파아에 들어와 자기가 로마인들의 정당한 황제이자 전제군주라고 믿게 된 정신병자이기를 바라면서.
병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전부 한번에 일어날 가능성은 콘스탄티노스가 그 자신이 말하는 그대로일 가능성보다 낮았다.
"저-" 조르조스 니콜라이디스는 파파스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는 황제에게 말하고 있었다. "이제 하느님에 의해 다시 세상으로 돌아왔으니 지상에서의 두 번째 시간에 무엇을 하실 겁니까?"
"뭐긴, 당연히 내 통치를 복원해야지"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없다는 듯 콘스탄티노스가 말했다. 파파스가 그렇게 짐작했었듯이. 콘스탄티노스는 계속했다. "내 통치를 복구하고, 나를 이 때까지 간수해 주신 하느님의 영광을 선포할 것이다. 그대들을 지배하는 군주도 나의 기적적인 귀환에 대해 알면 당연히 그의 제위를 넘겨주게 되리라."
파파스는 아테네에 있는 사회당 내각이 되돌아온 비잔티움 황제 앞에서 자신들을 소개하는 것을 상상했다. 그는 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입술을 채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의 국민들 상당수는 사라진 지 거의 두 세대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왕을 원했고, 니콜라이디스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독실한 정교회 신자였다. 콘스탄티노스의 말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나쁜 일이었다. 사회당 그리스는 소련과 협력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콘스탄티노스의 파벌로 혼란해진 그리스는 매력적인 동맹이라 할 수 없을 것이고, 어쩌면 러시아인들이 "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내려올지도 몰랐다. 그리고 비잔티움 황제는, 파파스가 보기에 확실히 전제군주였고, 많은 증오를 샀던 군사정부보다 더 전제적일 것이었다.
"우리는 하나의 왕을 섬기지 않습니다." 병장은 황제에게 말했다. "그리스는 이제 민주주의입니다."
"민중의 지배(Demokratia)?" 콘스탄티노스는 파파스와 똑같은 단어를 썼지만 다르게 이해했다.: "정부가 없다는 말인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 상태였나?"
"35년이 넘었습니다." 파파스가 답했다. 황제가 보기에 그의 대답은 믿을 수 없이 자신감 넘쳐 보였다. 콘스탄티노스는 놀랐다. 한 세기 전에 내전을 거쳐 세살로니키를 장악했던 질로타이 당도 채 몇 년을 가지 못했다. 대체 어떤 폭도정치가 젊은 사람이 노인이 되도록 오래 정권을 잡고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 정도로 오랜 무정부사태 후에는 강한 지도자가 필요할 것이다." 콘스탄티노스는 선언했다. "하느님은 그대들이 다시 올바른 길로 가도록 나를 그대들에게 보내준 것이 확실하다."
"그 말이 맞습니다." 무릎 꿇고 있던 병사인 조르조스가 말했다. 그는 콘스탄티노스를 향해 돌아서서 고개를 숙였다. "저를 이끌어 주십시오, 전하. 저와 전 그리스가 전하를 따르겠습니다."
황제는 답례로 검을 들었다. "그러면, 따르라. 그리고 우리가 목도한 기적을 알려라." 뒤돌아보지도 않고 그는 대성당의 배랑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는 조르조스의 군화가 뒤에서 발소리를 내는 것을 듣고는 미소지었다. 새로운 세상에 온 지 채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첫 신하를 얻은 것이다. 머지않아 더 많은 자들이 따르리라.
파파스와 키아포스는 놀란 눈길을 서로 교환했다. 콘스탄티노스가 하기아 소피아 밖으로 나가면 정신병자로 몰려 감금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리고 이 순간, 옛 패배를 설욕했다는 기쁨 속이라면 사람들의 그의 말을 믿을지도 몰랐다. 그러면 그 기쁨은 히스테리로 변할 것이었다.
"타소, 정말 중세시대 왕 아래에서 살기를 원하나? 정말 그가 기적인가 마법인가 어쨌든 그런 걸로 되돌아왔더라도 말이야." 파파스가 조용히 물었다.
상병은 늘어진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잠시 멈춰서서 생각에 빠졌다. 마침내 그는 고개를 들었다. "아닙니다. 병장님. 병장님은요?"
"나도." 파파스의 정신은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가 뭘 하든 신속해야 했다. 순전한 행운이나, 터키군의 반격이 더 많은 그리스 군이 하기아 소피아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었다. 그때까지는 콘스탄티노스 11세가 가진 위협은 작았다. 그 이후라면, 특히 니콜라이디스가 모든 것을 떠벌릴 것이란 것을 생각해보면..."도와주겠나?"
"물론입니다." 타소 키아포스가 답했다.
"그러면 조르조스를 지켜보게, 내가 황제를 처리하지." 파파스는 퍼레이드장의 구령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정지!"
조르조스 니콜라이디스는 자동으로 멈춰서 돌아봤다. 콘스탄티노스 팔라이올로고스 또한 멈췄다. 돌아서는 그의 눈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파파스는 콘스탄티노스가 가진 검이 위협이 되기에는 너무 먼 거리라는 것에 안도했다.
콘스탄티노스는 그 병사가 왜 소리쳤는지 알아보기 위해 돌아봤다.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파파스의 무기가- 총이 사람이 쉽게 들고 다닐 수 있을 만큼 작게 만들어 질 수 있단 말인가?-앞을 향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칼자루를 쥐었다. "내려놓게." 콘스탄티노스가 말했다. "친구는 친구를 그렇게 대하는 것이 아닐세."
무기는 움직이지 않았다. "당신과 나는 친구가 아닙니다." 파파스가 말했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아니었겠지만 우리는 친구가 아닙니다. 내게 있어 당신은 그리스가, 전 세계가 극복하려고 했던 모든 것입니다. 그리스는 당신의 시대 이후로 변했습니다." 최후의 병사는 검을 잊어버리지 않았다. 그는 조준점을 흐트리지 않는 한에서 무기로 손짓했다. "그걸 내려 놓으십시오. 아니면 더 빨리 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저건 총이겠군, 콘스탄티노스는 검을 내려놓지 않았다. 만약 파파스의 총이 빗나간다면 황제는 그의 배를 갈라버릴 생각이었다. 그는 갑옷도 입지 않고 있었다. 콘스탄티노스는 생각했다. 총이란 도박 무기였다. 황제는 앞발로 서서 기다렸다.
"왜 그대는 나를 쏘고 싶어하는 건가?" 순전한 호기심으로 물었다. "그대는 이 순간 내게 생명을 준 신보다 그대가 위에 있다가 생각하는 건가?"
"나는 신을 믿지 않습니다." 파파스의 목소리는 밋밋했다. 그는 그가 의미하느 그대로를 말했고, 그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콘스탄티노스는 세상이 그가 알던 것과 얼마나 다른지 신기해했다.
"병장님, 그러면 안 됩니다!" 조르조스가 말했다. "이건 기적입니다. 직접 보셨잖습니까!"
"세상에는 이제 기적이 설 자리가 없어." 파파스가 말했다. "그런 건 문제만 일으킨단 말이야."
콘스탄티노스는 그 말이 사형선고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긴장하며 감히 신의 뜻을 거부하는 자에게 뛰어들 채비를 했다. 조르조스는 "안돼!" 라고 외치며 총을 들었다.
파파스와 같이 있던 병사는 너무 조용해서 콘스탄티노스는 그를 눈치채지 못했다. 이제 그가 쏘기 시작했다. 어떤 악마의 속임수인지는 몰라도 그의 무기는 계속 발사됐고, 너무 빨라서 총구의 화염이 서로를 흐릿하게 만들고 총소리는 재빠르게 떨리는 괴성과 같았다.
조르조스는 뒤로 돌더니 거인의 강타를 맞은 것처럼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의 총도 떨어졌다. 콘스탄티노스는 그의 옆에 가기도 전에 그가 죽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어떤 인간도 가슴과 배에 큰 구멍 대여섯개가 난 채 살아남을 순 없을 것이다. 피와 똥 모두의 악취가 시체에서 올라왔다.
"저 자는 그대의 전우였지 않나." 황제는 일어나지 않고 말했다.
"그는 내 정파가 아니었습니다." 파파스는 차갑게 말했다. 콘스탄티노스의 입술이 떨렸다. 어떤 면에서 세상은 그리 바뀌지 않았다. 정파주의란 언제나 그리스인들의 문제였다. 그들이 자신들을 헬라인이라 부르건, 로마인이라 부르건 간에.
"그래서 그를 죽인 것이군. 그리스인들은 여전하구만." 그리고 황제는 그렇게 말하면서 파파스를 향해 뛰어들었다. 그는 모든 것을 바쳐 투르크인들과 싸왔다. 그는 죽음에 쉽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삶을 주신 하느님께서 이제서야 그를 버리겠는가?
야니스 파파스는 자동소총에 새 탄창을 끼워 넣었다. "타소, 여기서 나가자." 그가 말했다. 키아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피흘리는 시체 둘을 넘어갔다.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원래 번역한 글은 현재 찾을 수 없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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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Free-rein님의 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