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식욕상승의 끝장 판, 독한 운동은 당신을 건강한 돼지로 만든다.
살을 빼겠다는 결단을 한 사람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자신의 행동을 바꾼다. 먹는 양을 독하게 줄이거나, 운동 양을 독하게 늘리거나 둘 중 하나다. 대체로 한국 여성 들은 독하게 먹는 양을 줄이는 경향이 있고, 미국에서 유학을 경험했거나 북미 권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독하게 운동 양을 늘린다. 무엇이 더 효과적이냐고 묻는다면, “NO, NO." 대답은 하나다. 둘 다 효과적이지 못하다. 독하게 먹는 양을 줄이는 A 양은 초기 체중감소의 속도가 빠르지만, 몇 주 지나지 않아 요요가 엄습한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우리 몸의 에너지 소비 효율이 떨어진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게걸스럽게 먹게 된다. 독하게 운동하는 B양의 경우, 몸도 건강해지고 컨디션도 기분도 좋아진다. 하지만 체중이 잘 줄어들지 않는다. 이 극단적인 실천가 두 사람의 유형 중 지독하게 체중이 빠지지 않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바로 독하게 운동하는 B양이다. 오히려 체중이 늘기까지 한다. 필자는 이 극단적인 두 명의 유형을 각각 모두 영혼 없는 약골과 건강한 돼지로 호칭한다. 여기서는 무엇보다 열심히 운동하는데 억울하게 체중이 빠지지 않는 B 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운동, 그것도 독한 운동을 하면 살이 빠져야 한다. 칼로리 소비가 크게 증가하였으니 체중이 쑥쑥 빠져야 하는데, 도대체 체중이 빠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린 그저 많은 칼로리를 소비했으면 체중에 증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각각의 변수들은 일정하다고 판단한 채, 그저 칼로리 소비가 감소되었으니 체중이 감소되어야 한다고 단정 짓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단순히 추를 올렸다 내리는 양팔저울처럼 단순하게 움직이지는 않는다. 독한 운동이 체중감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 딱 두 가지로 정리하여 말할 수 있다.
첫째, 보상, 영어로는 Compensation 이다. 갑자기 칼로리가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우리 몸은 에너지 질량 보존에 따라 빠진 열량을 보상하려 한다. 자신도 모르게 빠진 열량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채우려 한다. 둘째, 리워드이다. 영어로는 Reward. 독한 운동은 인체와 뇌에 스트레스를 준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분비되는데 그 분비과정 중 CRH(부신피질자극호르몬을 분비하도록 촉진하는 호르몬) 호르몬이 뇌의 리워드시스템을 자극한다. 리워드 시스템은 뇌가 스트레스를 받은 것에 대해 즐거움, 쾌감을 원하는 것을 말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수직적으로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로 이어지는 축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되고, 수평으로는 시상하부에서 분비된 물질이 동시에 뇌의 리워드시스템을 자극하여 특히 식욕을 증가시킨다. 즉, 먹는 것으로 즐거움을 얻고 싶어진다. 우리끼리 모두 인정하듯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맛있는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는 것이 바로 리워드이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 보상인 것이다. 즉, 독한 운동은 리워드와 보상, 이 두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시너지를 이루어 식욕상승의 끝 장판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를 증명시켜 줄 중요한 실험이 있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에서 실시한 운동과 체중조절과의 관련성을 연구한 대단위 실험은 이를 탄탄하게 뒷받침해준다. 개인별로 운동의 양과 종류, 시간을 동일하게 만들었다. 또 같은 시간 같은 운동을 해도 사람마다 칼로리 소비양이 다를 수 있음을 감안하여, 이 실험에서는 개인별로 하루 당 동일한 칼로리만 소비할 수 있도록 500명을 대상으로 동일한 조건 하에 실험을 진행한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체중감소의 격차는 매우 컸다. 어떤 사람들은 체중이 감소한 반면, 오히려 체중이 증가한 사람도 있었다. 도대체 동일한 칼로리를 소비하게 만들었음에도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게 될까? 연구진들은 이 참가자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 메이요 클리닉은 체중격차의 주된 원인 중 한 가지로 식욕의 상승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즉, 운동을 했음에도 보상과 리워드를 위해 음식을 탐했던 사람들은 오히려 소비된 칼로리에 비해 더 많은 칼로리의 섭취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연구의 결과는 결코 새삼스럽지 않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먹는 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해서 운동을 더 열심히 하는 경우가 많다. 또, 근력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늘어난 근육 양만큼 에너지 소비효율이 좋아진다고 해도 그 이상의 섭취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니 살이 빠질 리가 없는 것이다. 운동은 1시간을 해도 소비되는 열량이 겨우 100-200Kcal이지만, 현대인들의 먹을거리인 정제 가공된 음식들은 30분에도 1000Kcal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운동을 하면 할수록 더 많은 음식을 먹고, 더 많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상담을 위해 방문한 한 젊은 여성의 한 마디가 참 인상적이었다. 자기 남자친구가 독하게 운동하고 엄청난 양을 먹는 한 여성 선배를 지적하며 “난 건강한 돼지는 정말 싫다.” ‘건강한 돼지’ 라는 그 단어, 결코 자신에게는 붙여지지 않는 수식어이기를 원했다고 한다. 여러분은 어떠한가? 1등급 다이어트 첫 한 달에 입문하면서 혹시 하루 3시간씩 독한 운동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은가? 사람의 몸은 하나의 반응이 일어날 때 다른 변수들의 변화 없이 100% 변화된 반응의 결과로만 나타나지 않다. 많은 신경전달물질, 호르몬이 반응에 따라 변화하여 전혀 관련되어 있지 않았던 각종 변수들에도 서로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결과를 달리 만들 수 있다. 독한 운동이 이런 것이다. 체중을 팍 줄이려고 운동을 독하게 했는데 독하게 할수록 식욕이 증가하고 보상과 리워드로 먹는 그 음식들의 과잉 열량이 체중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체중을 늘리는 효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