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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1」독서토론
일시 : 2019년 8월 23일(금) 오후 7시-
장소 : 카페 쏘렐라
사회 : 허샘
참석 : 7명
발제 또는 감상평
허: 돈키호테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말해보자!
영: 얼렁뚱땅
허: 사랑꾼
권: 라만차
은: 객기
영: 분량이 많아 다 읽을 수 있을까 궁금하다.
은: 고등학생 시절에 읽었을 때는 독후감 써오기가 방학숙제여서 억지로 읽어 그런지 재미가 없었다. 내 타입의 남자도 아니고... 그래서 이 책이 선정되었다는 걸 알고, "이 책 재미없는데..."하고 생각했다. 세월이 흘러 접해보니 독특한 정신세계가 포착된다. 현대의학에선 정신병자라 치부할 돈키호테에겐 자기만의 세계가 있었다. 누가 뭐래도 자신은 행복한 사람. 주위의 신부나 이발사같은 사람들은 걱정하지만. AB형에 자기색깔이 강한 누군가가 생각났다. 돈키호테도 AB형일 것 같다고 생각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홍: 재미 있었다. 늦게 시작해서 시간이 부족했으나 재미있게 읽었다.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풍부한가? 돈키호테 이야기 안에 액자소설처럼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천일야화를 연상시킬 정도. 읽기 전에는 그저 돈키호테의 행적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을거라 여겼는데 각 이야기들의 풍부함은 세르반테스가 대단한 상상력의 소유자임을 일깨워준다. 각 이야기들이 독립된 에피소드여도 충분히 재밌는데 돈키호테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전혀 어색하지도 않다. 그래서 밀란 쿤데라가 '현대소설은 세르반테스의 아류이다'라고 했나보다. 돈키호테는 소설이 가지는 강점을 잘 포용하고 있어 일반 독자들보다 작가들에게 감명을 준 작품 1위로 꼽힌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동화로나 있을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다.
권: 예전에 동화책 하나 제대로 읽지 못했던 시절에 풍차 이야기를 보고 시답잖은 책을거라 생각했다. 그런 정도의 이야기가 과연 이만한 볼륨을 채울 수 있을까 의아해 했다. 책 겉표지에는 '인간의 본질을 통쾌하게 꿰뚫는 서구의 최고 소설'이라 소개되어 있다. 인간의 본질을 생각하며 읽으려고 했다. 본질은 잡다한 곁가지들을 쳐낼 때 남는 것. 여기서는 그 본질이 "사랑"이 아닌가 한다. 모든 이야기가 사랑 이야기이자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간의 이기심을 꿰뚫어놓은 책이다. 통속적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것도 있기 마련이다.
영: 앞의 얼렁뚱땅은 돈키호테의 비논리적이고 대처하는 것이 일관성 없이 맘대로인 것을 빗대어 표현한 것. 돈키호테라는 캐릭터 자체가 맘에 들지 않았다.
홍: 읽다보면 에피소드들 안에 말하고자 하는 가치관이 살짝 (서로) 다르게 배치될 때가 있었다.
배: 다 읽고 싶었으나 아쉽다. (지금 읽고 있는 부분이) 무데뽀같은 이야기라 아직 흥미를 못 느끼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읽고 싶어진다
권: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통해 던지고픈 메시지가 있을텐데 아직 모르겠다. 2권에서 던질 것 같은데 기대된다.
허: 돈키호테 vs. 햄릿을 보통 비교하는데 작가는 왜 돈키호테같은 주인공을 내세웠을까? 자신의 확신에 갇혀서 외부의 정보를 왜곡하는 (내가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싶은 것만 든는다) 돈키호테를 보며 나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돈키호테는 어떤 인물인가?>
권: 돈키호테형 vs. 햄릿형의 구분은 긍정적 행동파 vs. 부정적 우유부단함의 대비를 이룬다. 이 책을 보면 유형 분석이 무색할 정도. 여기서 돈키호테는 긍정적이라기보다 무데뽀에 가깝다. 현대에는 오히려 돈키호테같은 인물을 창의적이라 여겨 좋아한다.
허: 돈키호테는 혼자 행복하다고 했는데, 그래서 타인이 받는 피해도 보인다. 행동이 유아적이고 책 속 인물에 완전히 동화되어 마치 아이들이 슈퍼맨 놀이를 하며 천을 두르고 서랍장에서 뛰어 내리듯이 행동한다.
권: 돈키호테는 '기사도'의 정의를 갖고 부딪히는데 현실과는 동떨어진다.
홍: 돈키호테는 자신이 형상화시킨 이상적 가치관, 세계관인 한물 간 '기사도'를 장착했다. 구가치체계로 이상을 실현하려 한다. 산초는 그야말로 현실적인 인물로 뒤로 갈수록 돈에 동화되어간다. 이상적 가치추구를 왜 '광기'로 바라봤을까 궁금했다. 결국 산초도 이런 돈키호테에게 동화되기도 하는데, 처음에 이상화된 이 광기가 어떻게 받아들여져서, 즉 설득이 되어서 산초같은 현실적 인물이 동화되어갔을까 궁금했다. 돈키호테의 기사도(중세시대의 표상)가 당대에 만연했다면 정신병자 취급은 받지 않았을텐데... 구시대에 대한 향수가 작가에게 있지 않았을까? 당시 스페인의 사회상이 보였다. 돈키호테가 중하게 여기는 명예, 도덕률, 약자보호의 정의감 등이 중세시대 기사에게는 가치체계로 장착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중세의 한물 간 가치체계도 존중받아야만 한다는 시선이 작가에게 있지 않았을까?
허: 나는 기사도를 비꼰다는 느낌을 받았다. 중세시대 기사의 가치체계를 붙이기에는 영주의 용병 수준이었던 당시 기사의 지위(상태)를 볼 때 무리가 되는 부분이 있다.
홍: 물론 중세에는 기사가 영주의 용병이었던 사례도 있으나 다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이라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책의 주제, 사랑>
권: 마르셀라의 이야기를 보자. 사랑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고 이타적인 사랑마저도 이기적이다. "그대를 위해 한다 = (결국) 나 자신을 위해 한다"가 성립한다. 사랑에는 남녀간의 사랑도 있고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도 있다. 자식에 대한 사랑 역시 부모의 이기심이 작용한다. 16세기 초 중세를 막 벗어난 남성중심 사회에서 세르반테스가 마르셀라의 입을 빌어 하는 이야기들이 대단하다. 인간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홍: 현대에 스토커가 있듯이, 실질적으로 이 이야기는 시대를 앞서갔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야기 뒤에도 남녀평등의 사상이 묻어나는 사례들이 나온다.
허: 이발사와 신부가 책을 불태우는 장면에선 속이 시원했다. 해악이 되는 책들도 있으므로. 돈키호테는 기사도 이야기를 읽고 광기에 휩싸이는 인물로 개인적으로는 그의 행동들에 짜증이 났다. 돈키호테에게 책은 마약같은 경우였다. 책이 때로는 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홍: 현실에서 (돈키호테처럼) 사고치는 남자는 안 반갑다.
권: 죄수들이 잡혀가는 장면에서 돈키호테가 1:1로 묻는데, 우리는 왜 그런 질문을 못할까 생각해봤다. 별 잘못도 없는데 잡혀간다. 법감정(괘씸죄) 때문에 잡혀가는 이도 등장한다.
은: 독서모임은 내 생각, 내 감상과 타인의 감상의 차이를 접해보는 자리라 좋다.
권: 편력기사(방랑기사)라고 작가는 돈키호테를 소개하고 있다. 돌아다니는 기사에게는 당연히 이야깃거리가 많을 수 밖에. 게다가 정의감에 불타는 기사이므로 인간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도 있다.
홍: 귀족들을 조롱하는 지점도 있다. 돈키호테와 산초는 처음에는 주종의 관계였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평등한 관계로 풀어진다. 계급의 차이가 있으나 현실에의 적응 면에서는 관계가 역전되기도 한다. 당대의 귀족사회를 풍자하고 있는 면도 있다.
권: 찾아보니까 중세와 근대를 가르는 기준점은 귀족사회에서 절대왕정으로 넘어가는 것이었다. 왕과 귀족은 대척관계에 있는데 왕이 귀족을 누르기 위해 돈 많은 상인집단, 부르주아 집단을 의도적으로 형성한다. 물론 나중에 혁명으로 번져 결국에는 왕정도 무너지지만... 그 때는 소설의 등장인물이 귀족 중심이었다면 이 작품 이후로는 더 넓은 일반인들의 이야기가 대거 등장한다. 이 책에서는 여관주인, 이발사, 목동 등. 이들이 바로 새로운 시민계급으로 성장하게 된다. 세르반테스는 레판토전쟁(오스만투르크 vs. 기독교세계)을 경험했다. 여기서 겪은 일들이 많이 이야기에 반영된 것 같은데, 당시 핵심부대가 상거래로 성장한 베네치아를 근간으로 하고 있었다.
홍: 사회풍자를 통해 전통적 지배계급을 많이 비꼬고 있다. 당시 시대상으로 보면 나오는 이야기들이 놀랄만 한 수준이었을 것이다.
허: 작가가 작가명을 베넹헬리로 설정해서 무어인이 지은거라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아마도 당시의 검열을 걱정해서였을 것이다.
권: 무어인(스페인에 사는 아랍계. 폭력적, 강탈의 이미지로 책에서 언급된다), 이슬람교, 기독교 등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는 서술을 보여준다. 보통의 기독교 사회를 기반으로 한 소설은 기독교친화적이고 내용이 편향되어 있는데 돈키호테는 그렇지 않다.
<돈키호테는 어떤 인물인가? 2>
허: 돈키호테는 너무 유아적인 인물이다. 어릴 때 책을 읽으면 그 주인공이나 상황에 동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돈키호테는 어른이고 어른이 이런 기행을 벌이니 짜증이 나더라. 너무 민폐를 끼치는 캐릭터로, 객주집 주인에게 오히려 감정이입이 되었다.
홍: 이발사와 신부는 돈키호테의 이상상태는 책 때문이라 말하며 그를 계속 도와주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이전의 돈키호테의 삶, 성격 등이 논리적, 합리적이었다고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허: 제일 첫 장을 보면 돈키호테의 일상과 인물됨이 나오는데 정말 무료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권: 돈키호테는 책을 보고 세상을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때까지의 무기력하고 무능한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 잘 맞지 않는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고 나간 것이 세상을 향해 첫 발을 내딛은 것이었다.
은: 돈키호테는 순수하고 가슴에 연정을 품고 있었다.
홍: 유아적인 측면의 돈키호테(순수함), 어른세계의 산초(실속파)를 대비시키며 어른이 되는 것의 씁쓸함을 느끼게 해준다.
권: 우리 중에도 돈키호테가 집 밖을 나가기 전의 상태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용기를 낼 수 있을까?
배: 아베체를 하면서 고전읽기를 통해 배운 개념들을 실례로 접하는 느낌이다. 두 가지 책 읽기가 내용상 서로 연계되어 독서에 도움이 되는 상생효과를 발한다. 아베체는 질료(살)이고, 고전읽기는 형상(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고전읽기에 다들 열심히 참여하라!
<돈키호테의 문학사적 의의>
허: '근대소설의 효시'라는 좀 전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이 작품은 문학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나?
권: 절대왕정시대 귀족중심에서 더 낮은 곳으로 서술의 대상이 내려가지 않았나?
홍: 인간중심적, 인문적으로 변했다는 얘기인 것 같다. 기사소설은 영웅주의적이나 돈키호테는 인간적인 면을 오히려 강조하고 있다. 액자소설의 형식이 현대문학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현대소설이 차용할 수 있는 여러 작법들을 한 권의 책에 버무려 넣고 있다. 그래서 후대 작가들의 모델이 아닌가싶다. 셰익스피어도 작가들에게 존경받지만 그는 극작가로, 희곡이나 서사시를 벗어난 소설의 양태를 취한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허: 당시 구전되던 이야기들을 이 안에 집대성한 것 같은 느낌이다.
권: 책표지에 나타난 이반 투르게네프의 말을 인용해보겠다.
햄릿형 인간은 뛰어난 지각력과 깊은 통찰력을 지녔다. 그러나 햄릿형 인간은 이 세상과 민중에 기여하는 바가 없으며, 실천력의 결여로 인해 비난을 받는다. 반면 절반쯤 광인이라고 할 수 있는 돈 끼호테형 인간은 하나의 목표만을 추구하며 그런 까닭에 이 유형의 인물만이 인류 역사 발전에 기여하며, 민중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
홍: 돈키호테는 인생 말년, 무기력한 삶에서 갑옷을 입고 창을 들고 나갔다. 햄릿은 갈등과 고민만 했다. 실천하자!
허: 한 발짝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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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무데뽀->무대뽀
대뽀(총)도 없이 겁없이 설친다는 뜻..
같은 오타가 되풀이 되길래~ㅋ
같은 책을 읽어도 주인공에 대한 생각도 다른고 책을 이해하는 관점에도 차이가 있어서 재밌네요.
글로 보니 더 잘 보임..
안그래도 그리 쓰다가 궁금해서 네이버사전을 찾아보니 무데뽀로 추천을 해주더라고요...^^ 다시 찾아보니 무데뽀가 맞는 것 같은데요. 일본어에서 온 외래어라 그렇게 쓰는 것 같습니다. 총무님 한 번 더 검색 부탁드려요~
그런가?ㅋ 무대뽀가 웬지 눈에 익어서리 이게 표준어인줄 알았구리..
일본어 표기면 웬지 무<데>뽀가 맞을 듯 싶네~
오뎅을 봐도 그렇고 오겡끼데스까도 그렇고 웨에에엔지 에가 맞을듯
@카이저 소제 아! 오뎅은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역시 지식과 경험치가 묻어나는 예제설명이십니다.ㅎㅎ 독서토론 기록 완료!!!
그런데, 배선생님의 형상과 질료 이야기가 갑툭튀는 아니었는데 적어놓은게 빈약해서... 제가 전후내용도 못 적었고, 게다가 형상과 질료는 너무 어려운 주제라 미사여구를 붙일 수가 없습니돠ㅜㅜ 배선생님 죄송합니다. 혹, 어떤 얘기가 오갔고 그래서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알려주시면 대단히 감솨하겠습니당^^
배쌤이 아베체와 고전읽기를 견주어 말씀하시며 아베체는 질료이고 고전읽기는 형상이라 하셨는데, 두 가지 책읽기가 내용상 서로 연계되어 독서에 도움이 되는 상생효과가 있다는 취지인데 내용상 고전읽기가 뼈대에 가깝다는 의미..
딋붙여 고전읽기 모임 참석을 살짝 독려하시기도ㅎ
@카이저 소제 아그들 게임하고 있어서... pc 빼앗으면 바로 복붙해놓겠습니다. 쌩유!!!
다니엘이 토론 중에 한 내용은 다 빠져있네요. 솔직한 감상이라 개인적으로 좋던데..
책 내용도 재밌고, 일관성있고 상상력이 풍부한 돈키호테도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하며 부연설명한 내용이 다 빠졌구료..
제가요? 재미있다는 얘기는 했습죠 ㅎㅎ. 나이 이야기랑ㅎㅎㅎ 생각해보니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의 나이를 그렇게 잡은 이유가 무모함이 가지는 파괴력을 줄여 큰 사고로 모험이 중단되는 일이 없게 하려던건 아니었을까 싶어요. 과거에 대한 향수도 있겠지만...
토론전엔
무슨 얘기들이 나올까? 몹시 궁금했는데
역시 기우였습니다.
그 많은 말들을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하시다니...놀랍습니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