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만 서울시민의 장례 복지시설인「서울추모공원」이 오는 12월 완공된다. 이는 7년간의 법정분쟁과 430여회 주민대화를 거쳐 14년 만에 결실을 맺는 것이다.
□ 서울시는 공정률 70%로 공사가 진행 중인 서초구 원지동의「서울추모공원」을 10일(수) 공개하고, 추모공원이 문을 여는 2012년부터는 ‘화장시설이 부족해 4~5일장을 치르거나 타시도 화장장을 이용해야했던 화장대란이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 장례문화가 매장에서 화장으로 바뀌면서 '95년까지 20% 수준이던 화장률은 '00년 48.3%까지 급격히 증가한 반면, 서울시의 화장시설은 고양시에 있는 서울시립승화원이 유일해 서울시민들은 그동안 불가피하게 4~5일장을 치르거나 타시도 화장장을 이용해야 했다.
<서울에 소재하는 첫 화장시설, 최첨단 화장장+종합의료시설+공원 어우러져>
□ 서초구 원지동 68번지 일대 총 17만 1,355㎡면적에 들어서는 서울추모공원은 서울에 소재하는 첫 화장시설로, 최첨단 화장로 11기와 화장시설 전용 진출입도로, 시민공원, 체육공원, 종합의료시설(국립중앙의료원 입지 예정)이 어우러진 세계 최고 수준의 신개념 복합시설로 조성 중이다.
○ 서울추모공원 부지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화장시설 건축물은 현재 공정률 70%로 골조공사를 마치고 내부 치장공사를 진행 중이며, 시민공원은 터파기 작업중이며 체육공원은 올해에 토지용도 변경을 마치고 내년부터 착공에 들어간다.
○ 화장시설 전용 진출입도로는 10월 말 준공되고, 화장시설과 시민공원은 금년 12월에 완공된다.
<오전장 예약 가능해져 4일장 완전 해소, 2025년 예상 화장수요 100% 충족>
□ 서울시는 화장시설이 가동되면 화장을 원하는 서울시민(경기도 고양․파주시민 포함)의 오전장 예약이 98구까지 가능해져, 부득이하게 4~5일장(화장수요의 약 20%)으로 치뤘던 시민 불편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또, 2025년까지 예상되는 서울시민의 화장수요를 100%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시는 전망하고 있다.
○ 2000년도를 기점으로 화장수요가 급증하면서 그동안 23기 화장로를 갖춘 서울시립승화원이 1일 최대 110구까지도 처리하는 등 한계능력을 초과한, 과부하 상태로 운영돼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장례를 치루기 어려웠다.
※ 서울시민(고양․파주시민 포함, 타시도 이용시민 미포함) 1일 평균 화장추계 :
'11(99구) →'15(111구) → ‘20(126구) → '25(141구)
□ 서울추모공원은 서울시민의 장례 복지시설로 현재 서울시립승화원에서 받고 있는 요금인 9만원(13세 미만 소인 8만원)을 그대로 적용할 계획이다.
○ 서울 밖의 지역 주민이 이용할 경우는 70만원(소인 30만원)을 적용한다.
□ 이로써 그동안 타 지역의 화장시설을 이용하며 큰돈을 지불해야 했던 경제적인 부담도 해소될 전망이다.
○ 서울시민이 수도권 주변(성남, 수원, 인천)에서 화장을 할 경우 백만원을 내야했다.
□ 서울시는 서울추모공원의 화장시설 외관 디자인을 하나의 갤러리처럼 조성하고, 환경과 기능을 고려한 새로운 최첨단 화장로를 개발하는 등 혐오시설로 인식되던 화장시설의 이미지를 탈피해, 미래형 화장시설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지 종합시설배치는 추모의 길에 올리는 '꽃 한 송이' 형상화>
□ 화장시설 건축물을 시작으로 길게 늘어선 부지 전체는 하늘에서 내려다봤을 때 꽃 한 송이의 모양을 형상화했다. ‘추모의 길에 한 송이 꽃을 올린다’는 헌화의 의미를 담았다.
○ 화장시설 건물의 지붕을 3장의 꽃잎으로 표현하고 화장장과 연계된 추모공간으로써의 공원은 줄기와 이파리를 형상화해 물길과 산책로, 쉼터와 수목공간으로 조성함으로써 온전한 추모공간으로의 완성도를 높였다.
<2층 높이 화장시설 건물 전체 지하화해 지역주민 혐오시설 인식 불식>
□ 특히 화장시설을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지역주민 정서를 감안, 3만6,453㎡ 면적에 2층 높이로 들어서는 화장시설은 건축물 전체를 지하화 해 마치 공원의 일부로 인식되게 설계했다.
□ 서울시는 ‘지하화’라는 특수성이 반환경적 요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능 및 환경적인 측면을 최우선 고려, 환기 및 자연채광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도록 건축물 중앙홀에 중정(中井)을 설치하고, 지붕에는 청계산 주변경관과 어우러지도록 수림대를 조성할 계획이다.
○ 건축물 바닥은 원지반의 12m를 밑으로 파 화장시설을 건축했고, 건축물 주변에는 2∼3m 높이의 둔덕을 쌓아올린 다음 상록수종 및 주변의 자연생태와 어울리도록 수림대를 조성할 예정이다.
□ 또한 화장시설 전용 진출입도로는 시․종점 부분을 터널로 시공하고 화장시설까지 이어지는 도로의 양측에는 4~5m의 자연석 옹벽을 설치해 도로는 물론 차량까지도 외부의 시선이 차단되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향류형 화장로' 개발․설치해 무연․무취․무해 친환경 시설 구현>
□ 서울시는 화장로의 보조연소로(재연소로)를 주연소로의 아래에 배치하는 '향류연소방식'로 화장로를 개발․설치하여 연기와 냄새, 인체에 해가 없는 무연, 무취, 무해 시설을 구현했다.
○ '향류연소 방식의'화장로는 시공사와 일본 화장로 업계 유수기업과 합작으로 개발
했다.
□ '향류형 화장로'는 연소된 배출가스를 위에서 아래로 이동시키며 4번 연소함으로써 완전연소는 물론 오염물질이 밖으로 바로 배출되지 않도록 만든 최첨단 친환경 화장로이다.
○ 기존 화장로는 보조연소로가 주연소로 위에 있는 '병류연소방식'으로 연소된 배출가스가 연소로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 그대로 밖으로 배출됐다.
□ 또, 기존 화장로는 단일벽인데 반해 향류형 화장로는 이중벽으로 되어 있어 주연소로 내부의 온도를 계속 고온으로 유지할 수 있어 연료 소모량도 줄일 수 있게 됐다.
□ 온도를 높이는 시간이 단축되면서 전체적인 화장시간도 종전보다 20분 이상 당겨져 유족들의 대기시간은 줄이고 하루에 더 많은 화장을 진행 할 수 있게 됐다.
○ 화장로는 11기이지만 시간 단축으로 실제 14기의 효과를 낼 수 있게 됐다.
□ 서울시는 최첨단 화장로 개발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크게 염려하고 또 요구했던 배출가스와 냄새문제를 기준치 만족을 넘어서 보다 완벽하게 해결하기 위해 3가지 특수 장치를 추가했다.
□ 기존 섭씨 200도이던 배기 온도를 60도까지 냉각시켜 배출하는 ‘배출가스온도저감시스템’과 화장로가 가동되는 동안 배기가스의 성분을 분석한 자료를 실시간으로 전송해 화장로의 이상 유무를 사전에 감지해 조치할 수 있는 ‘배기가스자동표출시스템’을 추가 설치했다.
□ 특히 공간별로 풍량 분배를 정교하게 계산해 최적의 고성능 탈취시스템을 적용한 ‘냄새확산방지시스템’을 설치해 화장장 내부의 어느 곳이나 쾌적한 공기를 공급하고 불결한 냄새를 완전히 제거하게 했다.
<지열․폐열․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 활용하는 친환경 건축물로 조성>
□ 서울추모공원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친환경 건축물로 조성해 탄소제로화에도 기여한다.
□ 흡수식 냉동기를 설치해 지열과 폐열을 냉난방 에너지로 재생산 사용하고, 태양열 발전시스템을 갖춰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게 된다.
□ 또한 환경모니터(지킴이) 제도도 가동된다. 화장시설 인근 지역주민들로 구성되는 환경모니터링단은 화장장의 배기가스와 냄새를 항상 체크하고 확인함으로서 환경오염을 철저히 막을 예정이다.
□ 특히 화장시설 가동․운영으로 인한 환경오염 피해 등 지역주민의 막연한 우려를 객관적․과학적으로 평가해 지역주민의 불안해소 및 행정의 신뢰투명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 평가내용으로는 화장시설 주변지역 500m 내외의 화장시설 가동 전․후의 대기, 수질, 토양, 생활환경 조사․평가하고 필요시 화장시설 가동 이후에 상시근무자 등을 대상으로 샘플링 추적조사(혈중 유해물질)하는 등 인체 영향평가도 실시할 예정이다.
<원스톱 동선 설계, SMS 등으로 실시간 진행정보 제공...유족 세심하게 배려>
□ 서울시는 건물의 동선, 유족 대기실 등 하드웨어와 IT를 활용한 실시간 정보 제공 등 소프트웨어적인 운영시스템까지 유족을 위한 세심한 배려도 놓치지 않았다.
□ 화장시설 건물은 입장부터 퇴장까지 한방향으로 화장절차가 진행되는 막힘없는 원스톱 동선으로 설계 시공했다. 입․퇴장 공간이 완전히 분리돼 유족들간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해 엄숙한 분위기에서 절차를 진행 할 수 있도록 했다.
○ 영구차가 현관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봉송, 고별의식, 화장, 수골까지 고인의 동선은 중정을 중심으로 완전히 한 바퀴 도는 동안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는데, 1층의 우측으로 입장해서 1층의 좌측으로 퇴장하는 동선이다.
□ 화장시설 건물 2층엔 화장하는 시간동안 유족들이 휴식을 겸한 대기를 할 수 있도록 고인별 유족 전체인원이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기실 10실(한실5, 양실5)과 편익시설인 식당, 매점, 카페테리아를 배치했다.
○ 2층 공간에서는 중정을 내려다보고, 밖으로는 청계산의 풍광을 조망할 수 있으며, 외부로 야외데크와 공원을 연계함으로써 사색하고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도록 했다.
□ 서울시는 지금까지 화장장에서는 시도된 적 없는 IT자동시스템을 도입해 LCD모니터, SMS 등을 통해 국내 최초로 원스톱․논스톱으로 진행정보를 유족에게 제공하도록 했다.
○ 이는 접수 시 선택사항들을 컴퓨터에 한번 입력하면 화장이 종료될 때까지 모든 절차를 일사천리로 수행하고 안내하는 자동시스템으로, 화장동선 상의 모든 시설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관련 정보를 컴퓨터로 제어 및 송출하게 했다.
□ 지하에 설치되는 주차장은 외부 공원과 연계하는 공간인 선큰가든(뜨락정원)을 마련해 자연채광과 자연환기를 확보, 지상 못지않은 쾌적한 공간으로 조성되도록 했다.
○ 30대 규모의 버스전용 주차장과 100대 규모의 승용차 주차공간이 마련되며, 버스터미널 형태의 승차장이 별도로 설치돼 유족들이 버스 사이를 헤매는 등의 불편이 사라질 전망이다.
□ 서울시는 여타 화장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갤러리를 1층에 조성하고 예술 콘텐츠를 요소요소에 도입해 '문화가 흐르는 추모공원'으로써 유족들이 슬픔과 장례기간 동안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도록 했다.
□ 퇴장 동선 상의 마지막을 장식할 이 공간은 화장장을 문화공간으로 인식시킬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서울추모공원의 건립정신이 집약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 화장건물 내․외부 곳곳에는 13점의 조각작품과 3점의 회화작품이 배치될 계획으로 현재 작품선정이 완료돼 제작에 들어간 상태다. 12월 화장시설 완공과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 한편, 서울시는 민선4기 출범 이후「서울추모공원」사업을 반드시 해결한다는 의지로 꼬박 3년간 주민과 대화를 계속해 왔다.
□ 이정관 서울시 복지건강본부장은 “2012년이면 서울시민들이 멀리가지 않고도 원하는 때에 쾌적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됐다”며 “서울추모공원이 화장시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붙임 : 1. 건립개요, 조감도 등..
2. 서울 어느 유족의 서울추모공원 화장노정 가상 동행기
서울추모공원 건립개요 및 추진경위
□ 건립개요
○ 위 치 : 서초구 원지동 68번지 일대 / 면적 : 171,335㎡
- 화장장 36,453㎡, 묘지공원 58,336㎡, 종합의료시설 69,575㎡, 터널 6,971㎡
○ 규 모 : 화장시설(화장로 11기), 종합의료시설, 공원
- 화장시설 : 지하화로 시공하고 지상은 수림대 조성
- 공 원 : 추모공원과 종합의료시설이 어울리는 경관으로 조성
○ 기 간 : 2001 ~ 2012 / 소요예산 : 246,969백만원
- 부지매입비 148,753 / 화장시설 79,320(국비 13,888포함) / 진입도로 18,896
□ 추진사항
○ 2001. 7. 9 서울추모공원건립 부지 선정
○ 2001. 9.22 도시계획시설 결정(화장장, 묘지공원, 도로)
○ 2002. 4. 8 추모공원부지 개발제한구역 해제(국토해양부)
○ 2003.10.20 주민과의 합의사항 발표(국립의료원 유치, 화장로 11기 설치)
○ 2007. 4.12 추모공원 반대소송에서 승소(市, 국토해양부)
○ 2007. 9.12 추모공원 건립 협의대안 건의(서초구)
- 부지 내 종합의료시설 유치, 화장시설 건축물은 지하화로 시공하고 지상은
수림대 조성 등
○ 2008.6.13 도시관리계획 변경 사전협의 완료(국토해양부)
- 종합의료시설 입지가능 부지 : 69,575㎡(GB해제면적 173,937㎡× 40%)
○ 2008. 8. 8 부지측량
○ 2008.12.10 토지보상 등 감정평가
○ 2009. 4.23 도시관리계획 변경 완료(종합의료시설, 제2종일반 주거지역)
○ 2009. 6.16 토지보상 완료
○ 2009. 6.18 화장시설 시공업체 선정
○ 2009.10.22 도시계획시설(화장장) 실시계획 변경고시
○ 2009.12. 3 추모공원 착수(화장시설)
○ 2010. 2.25 추모공원 건립 기공식
○ 2011. 8.현재 전체공정의 70% 진척
○ 2011. 12월 완공(※'12.1월 화장시설 가동․운영)
서울추모공원 사진자료(1)
서울추모공원 사진자료(2)
‘4일장이 사라졌다’
2012년 5월 어느날 오후 4시. P씨는 노환으로 부친이 돌아가시자 서울 강
남에 위치한 A병원 장례식장에 모셨다. 가족회의가 열리고 장례는 생전
아버님의 유지를 받들어 화장으로 치르기로 하였고, 연초 개관한 서울추모
공원에 화장을 예약했다. 무난하게 3일장으로 맞출 수 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오후시간에 예약을 하면 3일장을 포기하고 4일장 이상을 치르거나
비용을 더 들여 인근의 다른 지자체의 화장장을 이용해야 했다고 언론
등에서 들은바 있으나, 이제 그런 일들은 없어졌다고 했다.
발인일 당일 아침 영구차를 선두로 P씨의 가족과 친척들을 태운 버스가 출발했다. 출퇴근 시간이라 정체를 피할 수 없었으나 장례식장을 떠난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추모공원 진입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진입로는 추모공원 전용터널부터 시작되었다. 자연지형을 최대한 보전하고 차량노출을 최소화하면서 최단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터널을 뚫었다고 했다. 유난히 밝은 조명의 터널로 들어서자 다른 세계로 이동한 듯한 낯선 침묵이 느껴졌다. 터널을 빠져 나오자 양옆이 높은 자연석으로 조성된 도로가 차량을 유도하고 있었다. 자연석 너머 초록의 구릉과 파란 하늘이 낮게, 그리고 소리도 움직임도 없는 듯한 고요함이 펼쳐졌다. P씨는 잠깐이었지만 조금 전의 세상과 단절된 듯한 기분이었다. 사흘간 슬프고 서러웠던 가슴이 진정되면서 가슴이 따듯하게 적셔지는 것을 느꼈다. 그랬다. 서울추모공원의 첫 인상은 ‘정화’의 느낌이었다.
‘여기가 화장장이라구?’
잠시후 화장장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왼편으로 지하주차장 입구를 지나 화장장에 도착했다. 2층짜리 건물이었지만 지붕이 주변지형의 높이보다 낮았다. 뿐만 아니라 지붕과 테라스 전체가 잔디와 수목으로 덮여있었다. 외부에서 보면 전체가 공원 같았지만 가까이서 보니 지상2층짜리 건물이 숨겨져 있었다. 몸집의 반만 드러내고 주변지형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건물은 전체가 하나의 작품이었다. 원형기둥과 커다란 유리창, 석재 벽체, 그리고 녹색의 하늘조경은 마치 박물관이나 오페라하우스를 연상케 하고 있었다.
영구차와 버스가 정차한 곳은 현관 앞이었다. 투명창으로 된 지붕이 있어 우천시에도 눈비 맞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고, 조명 대신 햇빛이 들어오는 자연채광 방식이었다. 건물의 벽은 대리석으로 마감되어 중후하면서 밝은 톤이었고 그래서 분위기는 쾌적하고 정갈한 느낌이었다.
검은색 제복을 단정히 차려입은 직원이 차량행렬에 거수경례로 예를 표하고 있었다. 직원 안내에 따라 상주가 접수실에서 접수절차를 마치고 돌아오자 운구가 시작되었다. 전동으로 작동되는 봉송차에 관이 올려지고 현관을 통과하자 넓은 로비가 나왔고, 로비 정면 유리창 밖으로 중정이 보였다. 중정은 물과 하늘이 조화된 또 하나의 예술품이었다. 주변에는 몇몇 유족들이 중정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겨있었고, 또 다른 이들은 중정을 배경으로 담소하고 있었다. 운구는 조용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종전의 화장장은 입구와 복도, 운구동선 등을 가리지 않고 유족들로 가득 메워져 시끄럽고 어수선했지만 왠지 여기는 유족들이 별로 보이지도 않고 오히려 조용했던 것이다. 중정의 오른편 복도에 세련되고 독특한 인테리어와 소품으로 장식된 봉송길로 접어들었고 봉송로의 끝은 고별실로 연결되었다. 배정받은 고별실은 정갈하게 치워져 있었고, 입구 모니터에는 P씨가 사용할 고별실임이 표시되어 있었다. 고별실은 고인과의 마지막 정을 나누는 곳이다. 간단한 제례가 치러졌다. 유족들이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고인의 관을 화장준비실(로전실)로 인계되었다. 눈길을 돌리는 곳 요소요소마다 설치되어 있는 LCD TV 모니터에 P씨 선친의 화장정보가 일제히 표출되기 시작했다. 유족들은 아쉬움에 그 자리에서 움직일 줄 몰았으나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평온한 100분간의 고별’
유족들이 배정받은 대기실은 한실이었다. 온돌방식의 한실 5개와 입식의 양실 5개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다. 대기실은 고별실에서 나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중정을 중심으로 좌우측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대기실 내부는 3,4십명이 들어가도 좋을 정도로 넓고 차분한 색상의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 심신이 지친 유족들은 낯선 공간에 들어서자 처음에는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이내 평온해 졌다. 음료를 들기도, 앉아 쉬기도, 눈을 감고 쪽잠을 자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였다. 그들만의 공간인 휴식공간에서 잠시 마음을 쉬었다. 1층의 봉송길이 왜 그리도 조용하고 평온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2층에서 새로운 문화를 체험했다. 죽음을 접하는 우울하고 슬픈 공간이라는 관념이 강했던 화장장이지만 이젠 살아있는 사람들의 문화적 공간일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대기실마다 설치되어 있는 LCD 모니터에는 고인별로 현재 진행사항이 표출되고 있었다. 어느 순간 모니터에 P씨 부친의 이름이 표출되고 화장이 종료되었으니 1층 수골실로 왕림해 달라는 안내문구가 표출과 함께 방송이 들렸다. 거의 동시에 P씨의 휴대전화에도 같은 메시지가 도착했다.
수골실은 잠시 헤어졌던 고인과 유족이 다시 만나는 곳이었다. 밝은 조명 아래 화장로에서 나온 그대로의 관받침대가 놓여 있었다. 유족들이 자리하자 흰색 가운을 입은 직원이 타고남은 유골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한 조각이라도 놓칠세라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P씨는 선친을 봉안당에 안치하기로 하였기 때문에 분골을 하지 않고 수습한 그대로 접수시 주문했던 납골함에 담았다. 함을 건네받은 P씨와 유족들은 주차장을 향했다. 승차장이라는 안내표지를 따라 가자 버스터미널에서나 볼 수 있는 버스전용 승차대가 있었고 그들이 타고온 영구버스가 정차되어 있었다. 이미 연락을 받은 버스기사가 미리 준비해 놓은 것이었다. 으레 주차장의 버스 사이를 헤매며 버스를 찾아야했던 풍경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P씨와 유족들은 버스에 오르자 피로한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에도 안도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들은 종전의 화장장에서와 같은 어수선함과 고성과 통곡, 혼잡함과 불쾌감을 느끼지 못했다. 도착한 시간부터 출발하는 지금까지 오로지 고인을 생각하며 추모하고, 또 서로를 위로하며 보낸 두 시간이 짧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장묘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P씨는 찬찬히 되짚어 보았다. 잠시라도 지체되거나 불쾌한 적이 없었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같은 당혹스러움이나 궁금증 같은 것도 없었다.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준비되어 있었고 안내되었으며 시시각각 모니터에 표출되고 휴대폰으로까지 알려주었다. 화장장 특유의 냄새도 없었다. 어느 곳이나 밝고 쾌적하였으며 특히 중정의 수공간과 그 곳을 장식하고 있던 조각작품은 감동이었다. 버스를 타기 직전 훨씬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들렀던 갤러리는 또다른 분위기의 예술공간이었다. 선친께서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흡족하셨으리라 믿고 싶었다. 마지막 길을 불효로서 보내드리지는 않았다고 위안 삼으며 버스를 출발시켰다.
주차장을 빠져나오자 공원 너머로 하얗게 햇빛이 부서지고 있었다. 서울추모공원의 새로운 서비스를 체험했다기보다는 잘 다듬어진 새로운 문화를 접대받은 기분이 들었다. 장묘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화장문화가 어떻게 정착되고 발전하며 계승되어야 할지를 제시하고 있었다. P씨는 터널 앞에서 멀어지는 그곳을 돌아보았다. 주변 산과 어울어진 꽃잎 모양의 지붕 위로 선친의 평소 웃는 모습이 떠오르는 환상을 보았다. 서울추모공원은 슬픔의 아이콘이 아닌 서울시민의 새로운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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