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민속공예촌
경주민속공예촌
일하는 것도 놀기 위함이라는 것이 요즘의 세태요 풍속이다. 노는 것에도 질이 있고 품격을 따지는 시대다.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의 기능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보는 것에서 만지고 직접 체험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도 힐링문화의 풍속도다.
경주민속공예촌은 힐링문화에 대한 욕구를 충족해주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예술인들이 혼으로 빚은 생활 속의 예술작품들을 정신적으로 공감하며 힐링 할 수 있다.
공예촌에는 전통 화살통을 만드는 솜씨 좋은 무형문화재 전통장이 있다. 무쇠보다 강한 재질을 떡주무르듯 기기묘묘한 형상의 그릇으로 빚어내는 유기공방의 현장을 들여다 볼 수도 있다. 창의력을 발휘해 볼 수 있는 도예체험은 묘한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석굴암과 해시계, 물시계, 첨성대 등의 천 년 이전 선조들이 빚어낸 현대과학으로도 해석하기 어려운 기하학과 과학을 풀어 해설하는 현장 신라역사과학관 체험은 신비감마저 느끼게 한다. 국보 신라금관을 그대로 재현하는 금속공예, 온갖 생활 속의 예술작품으로 등장하는 전통목칠공예 현장도 볼 수 있다. 숯불훈제바베큐와 착한 가격의 꽃차를 즐기며 도자기체험이 가능한 공방도 한 곳에 있다. 공예촌은 마을 자체가 그대로 힐링타운이다.
역사과학관 석굴암
일반적으로 만나보기 어려운 장인들의 예술세계를 들여다보며 체험하고, 먹을거리까지 준비된 경주민속공예촌을 둘러보는 골목길은 숲속의 마을을 산책하는 힐링의 시간이 된다. 우리나라 전통공예의 멋을 넉넉하게 맛볼 수 있는 힐링타운으로 가본다.
◆경주민속공예촌 그리고 공예품
경주민속공예촌은 소중히 간직해야 할 선조들의 전통 공예기술과 멋을 계승하고자 경주시가 불국사 가는 길목에 조성한 공예인 마을이다. 기와집과 오래된 느낌을 주면서 현대적 공법을 가미한 40여동의 건물들이 미로처럼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형성된 공원 같은 마을이다.
공예촌에는 금속공예, 도자기, 목공예, 보석공예, 한복, 문화재 재현, 석공예 등의 생산업체가 입주해 있다. 전통화살통을 만드는 무형문호재 전통장, 도자기를 빚어내는 명장도 2명이나 솜씨를 자랑하고 있는 곳이다. 다양한 분야 장인들의 작품 활동 및 제작 과정을 살펴볼 수 있으며 일부 공방에서는 직접 공예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전통공예기법으로 빚어낸 생산품을 전시해둔 전시장에서 작품을 감상하며 직접 구매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은 비밀스럽다. 그러나 경주민속공예촌에서의 창작활동은 누구나 공개적으로 볼 수 있게 공개한다. 경주보문단지와 불국사를 연계하는 관광코스로 수학여행단과 단체 체험학습을 위한 어린이, 청소년은 물론 일반인들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공예촌을 둘러보는 길이 숲속을 거니는 오솔길처럼 산책로로 조성돼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힐링을 목적으로 찾아오는 방문객들의 산책길로도 추천할만 하다.
처음 내비게이션의 고운 목소리를 따라 넓은 주차장에 도착하면 방문을 환영하는 조각품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1층 전시실과 2층 체험공방으로 지어진 전시관은 공예촌의 장인들이 솜씨를 발휘해 빚은 작품들을 살피면서 그들의 예술혼을 엿볼 수 있는 화려한 공간이다.
경주 남산에서 출토되었던 수정으로 가공한 보석, 장식류의 공예품은 여인들의 눈을 현혹케 한다. 전시판매장이 공예촌 산책로를 따라 곳곳에 마련돼 있어 걷는 길이 지루할 틈이 없다.
신라역사과학관은 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과학기술사를 탐구하고 복원해 석굴암과 첨성대, 물시계, 상원사범종, 신라금관, 양부일구 등의 유물에 대한 제작원리를 재해석하고 있다. 석굴암의 모형을 그대로 본 뜬 1/5 축소판 1기, 1/10 축소판 8기가 다양한 각도에서 관찰할 수 있도록 제작 전시되고 있다. 놀랍도록 신비스런 선조들의 과학기술의 예술성이 재현되고 있는 현장을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창의력과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도자기체험은 곳곳에서 가능하다. 다양한 모양의 토기들이 예술적으로 빚어진 모습을 전시장에서 둘러보고 흉내 내어 직접 빚어 나만의 도자기를 소유할 수 있다. 체험으로 스스로 만든 도자기는 보통 보름 이후면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1만 원의 행복이 크다.
공예촌을 산책하다 중턱에 이르면 넓은 마당에 다양한 화초가 자라고 꽃으로 만들어진 차를 착한 가격으로 스스로 골라 직접 맛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또 체험을 하는 동안 주문하면 숯불훈제바베큐를 즐길 수도 있다. 제대로 힐링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강추하는 방문객들의 입소문이 온라인으로도 번지고 있다.
◆경주유기공방
경주민속공예촌 내에는 3대째 우리의 멋과 얼을 담아내는 경주유기공방이 있다. 옛날 그릇으로만 여겼던 유기그릇이 최근 다시 주목받으면서 담금질이 바쁜 곳이다. 쉽게 깨지지 않고 보온과 보냉 효과가 뛰어나며 항균작용은 물론 독성물질에 반응하는 효능이 알려지면서 유기의 진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경주유기공방 김완수(65) 대표는 그의 아들과 함께 대를 이어 가업으로 유기공방을 지키고 있다. 김 대표는 어릴 때부터 학업을 포기하고 유기공장에서 장인의 길을 걸었다. 지금은 40여년 축적된 기술과 현대적 감각의 디자인으로 연매출 6억 원에 자산 20억 원대의 서민갑부로 성장하면서 메스컴에서도 주목받는 인물이 되었다.
배움에 목말랐던 그는 그릇을 만들면서 사진과 그림을 통해 디자인공부를 했다. 그 결과 자신만의 기술인 석고틀 제작을 개발해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그는 특히 완성된 물건을 검수하는 과정에서는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깐깐함을 스스로의 기준으로 삼는다. 또 돈과 사람을 멀리 보는 자신만의 철학으로 오늘날의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고 자평한다. 그의 성공적인 장인정신은 종편채널의 ‘서민갑부’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다.
김완수 장인의 유기는 정확하게 구리 78%와 주석 22%를 합금한 청동(방짜)을 1000℃ 이상의 고온에서 용해해 거푸집에 부어 찍어낸다. 이어 단단하게 만드는 담금질, 표면을 일정하게 깎아내는 가질 작업까지 모든 과정을 섬세한 수작업을 거쳐 하나의 그릇으로 완성한다.
경주유기공방은 옛날 재래방식인 주물방식으로 유기를 생산하는 업체다. 반상기 세트 외에 장식품, 선물용 제품들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김완수 장인은 “경주유기는 최고의 품질, 거품 없는 가격, 품위있는 디자인, 고객감동 A/S를 경영목표로 경북도 우수제품브랜드 실라리안 선정업체로 수출전선을 견인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유기그릇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험난하다. 고온의 주물작업에서부터 다듬는 모든 과정이 손으로 제작되기 때문이다. 현대과학의 기기문명이 배제된 공정이다. 쇠를 깎는 과정은 미세먼지보다 조밀하게 부서진 쇳가루가 귀청을 찢는 강렬한 소음과 함께 비상하면서 장인의 체내로도 숨어든다. 어두침침한 실내에서 놋그릇이 다듬어지면서 발산하는 찰나의 빛조각들이 젊은 장인의 꿈을 일구는 별빛으로 반짝인다. 이러한 순간들이 고통을 잊게 하는 마약처럼 시간을 숙성시키며 장인의 길을 걷게 한다. 장인들의 숭고한 작업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저절로 몰입하게 해 힐링이 된다.
◆세월 가두는 화살통 만드는 무형문화재
세월은 화살 같이 지나간다. 그 살 같이 지나가는 세월을 잡아두려 화살통을 제작하는 무형문화재 전통장이 경주민속공예촌에 움을 짓고 있다. 전통을 이어 전통을 만드는 장인인 것이다.
전통(箭筒)은 전쟁을 하거나 사냥을 할 때 화살을 담아 가지고 다니던 화살통을 말한다. 이러한 화살통을 만드는 기술과 그 기술을 가진 사람을 전통장(箭筒匠)이라 부른다.
중요무형문화재 제93호 전통장 김동학(87) 선생은 경주시 하동 경주민속공예촌 전통장 공방에서 4대째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통제작기술은 배고픔을 못이겨 외면하는 직종으로 전락하면서 기술을 전수할 사람을 찾기 어렵다. 할 수 없이 선생의 아들이 5대째 가업을 전수받아 전통장의 길을 잇고 있다.
김동학 선생은 어려서부터 익힌 기능으로 1973년 10월 제1회 인간문화재 공예작품전에 출품한 화살통으로 장려상을 수상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전통 화살통 만들기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40여년간 전통을 만들어 지금은 국내 유일한 전통장으로 무형문화를 잇는 전통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옥관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선생은 고향인 포항지역에서 각종 전통목공예품을 비롯해 전통 화살통을 만들던 중 1985년 경주시 하동에 민속공예촌이 조성되면서 각 지역의 기능공들과 함께 입촌해 현재까지 공방을 이어오고 있다.
전통은 재료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대나무로 만든 죽전통, 종이로 만든 지전통, 오동나무로 만든 목전통, 상어가죽으로 만든 교피전통 등이다. 김동학 전통장은 주로 2년 이상 된 맑은 녹색의 왕대나무를 쓴다. 밑등걸의 90㎝를 잘라 삶은 후 빗물이 스며들지 않는 그늘진 곳에 1천일을 저장했다가 묽은 양잿물에 3일 정도 담가서 기름진을 뺀다. 그 후 마디를 제거하고 껍질에 문양조각과 칠을 하여 완성하는 정밀한 작업을 거쳐 종합예술품으로 탄생한다.
김동학 선생은 “지금은 활을 쏘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렵고 자연스럽게 전통을 찾는 사람이 없으니 전통을 만들 일도 소원해지고 있다”고 하소연 한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에게 선물로 전달하기 위해 주문받아 제작한 적도 있다”며 나라에서 인정받는 기술자로 보람을 느끼기도 했단다.
장인의 손으로 탄생한 화려한 전통도 전시실에서 겨우 빛을 발할 뿐 찾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점점 퇴색하고 있어 안타까움이 앞서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