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었던 땅들이 풀리고 밤에 현관문을 열고 나가니 밤공기가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추운 시골에서 우풍이 심한 주택에서 겨울동안 겹겹이 입었던 옷을 한 겹씩 벗어야겠어요.
내일이 봄으로 들어가는 입춘, 일주일 후면 음력으로 1월1일 새해 첫날 설날입니다.
시골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쌀이 넉넉하여 설날을 앞두고 이웃과 나눠먹을 생각으로 가래떡을 푸짐하게 뽑았습니다. 아주 옛날에는 불린 멥쌀가루를 쪄서 힘센 어른들이 떡메치기를 하는 수고로움을 거쳐야 가래떡을 먹을 수 있었다는데 요즘은 떡 방앗간의 기계 덕분에 손쉽게 먹을 수 있게 되었지요. 전 가래떡을 뽑을 때 두 가지 색깔로 뽑습니다. 노란색과 흐린 흰색이라고 해야 하나...
노란 가래떡은 겨우내 식구들이 알맹이 빼 먹고 남은 친환경 귤껍질을 말려서 넣은 거지요. 말린 귤껍질은 잘 말려서 차로 끓여 먹기도 하고, 옷감 염색할 때 염료로 쓰기도 하고, 가래떡 할 때 넣으면 좋아요. 노란 귤껍질 가래떡은 귤 향기가 살짝 나는데 조청에 찍어 먹으면 더 맛있지요. 현미채식을 하면서 거의 모든 먹을거리들을 껍질째 먹으니 몸과 함께 마음도 가벼워져서 좋았었는데 귤은 껍질째 먹기가 힘들었어요. 이렇게 귤껍질을 말려서 요모조모 쓰게 되니 맘도 한결 가벼워지더군요.
흐린 흰색 가래떡은 현미 가래떡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현미 가래떡은 그냥 먹어도 구수하지만 아이들이 언제든지 참 좋아하는 음식인 떡볶이를 해 먹습니다. 현미채식 떡볶이는 마른 다시마 국물에 버섯(양송이버섯, 표고버섯, 새송이 버섯 등), 양배추, 당근, 브로콜리 등의 채소를 넣고 양념으로는 고추장이나 간장 또는 토마토소스를 다양하게 씁니다. 이 때 단맛을 첨가하고 싶으면 조청을 넣고 마지막에 들기름이나 현미유 한 두 숟가락으로 마무리! 김장김치가 맛있으면 김치 떡볶이도 훌륭하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설날에 떡국을 끓여 먹습니다. 설날 아침에 떡국 한 그릇을 뚝딱 비워야 비로소 나이를 먹는다고 하지요. 그래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나이를 물을 때 “떡국 몇 그릇 먹었냐?” 고 묻곤 합니다. 알맞게 굳어진 가래떡을 온 가족이 돌아가면서 어슷썰기 합니다. 모양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동그라미 모양입니다. 현미채식 떡국 끓이는 법을 간단히 소개 할게요. 다시마 국물에 떡국떡과 함께 무, 표고버섯이나 새송이 버섯을 썰어 넣어 끓이다가 국간장으로 간을 하고 들깨가루를 넣고 한소끔 끓이면 국물이 고소하고 대신 매생이를 넣고 한소끔 끓이면 시원한 맛이 나겠지요. 끓여낸 떡국에 마른 김, 두부구이 채, 볶은 당근채, 치자지단(치자우린 물에 감자전분을 풀어 전을 부치면 노란 색 지단을 만들 수 있어요), 표고버섯 볶음 등으로 고명을 만들어 올리면 보기에도 아름다운 떡국이 되겠지요.
이런 저런 행사를 할 때 간식거리로 현미가래떡을 준비했더니 많은 분들이 좋아 하시더군요. 백미에 비해 쫄깃함은 덜 하지만 구수하고 깊은 맛에 끌리나 봐요. 단순 소박한 현미 가래떡 뽑아서 요리조리 맛있게 드셔요.
현미채식 안내자 이영미 2013. 1
첫댓글 현미가래떡은 멋어본사람만이 느낄수있답니다~~그지예~~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