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만에 영덕대게 좀 먹자고 바람잡은걸 오늘 실행합니다.
미리 예약해둔 펜션이 영덕풍력발전단지 내에 있는지라 행여 눈이라도 올까 조마조마했었네요.
지대가 높아 눈이라도 온다면 부산사람들 운전 힘들지 않겠습니까..
다행히 날씨가 좀 춥기는 하지만 쾌청해서 기분 좋게 출발하기를 3시간, 장사해수욕장에서 잠시 파도소리를 벗삼아 모래사장에 발자욱을 남겨봅니다.

겨울 장사해수욕장은 조용하고 무척 깨끗하네요.
저만치 연인사이인지 소근거리며 산책을 즐기는게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푸른 바다의 하얀 거품을 만들어내는 파도가 동해바다를 더욱 푸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등을 보이고 걷는 모습에서 웬지 '외로운 늑대'가 생각나게 합니다..^^*

부산에는 갈맷길, 영덕에는 블루로드길이로군요.
이 길을 지날때면 가끔 걷는 사람들을 보기도 했었는데 날씨만 포근하면 우리도 좀 걸어보련만 하필 오늘 날씨가 매서운게 장난이 아니라 걷는건 일단 포기하기로 합니다.

삼사해상산책로.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바닷속에서 무언가 남 모르는걸 찾기라도 하는 듯 열심이네요~

강구시장에서 적당한 크기의 대게를 구입하려 했으나 웬걸 시장이라고 다 만만한건 아니네요.
가격이 생각보다 셉니다.
대게거리인 강구항을 지나 바닷가 좀 한적한 곳으로 가기위해 대게거리로 진입하다 차량이 워낙 많아 회차, 지인의 도움으로 마침 적당한 집을 물색하여 그리로 향합니다.

이 집은 축산면 경정2리의 한 어부가 직접 자신의 배로 대게를 잡아 운영하는 곳으로 좀전 강구시장에서 가격을 물어보았던 크기의 대게를 무척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몇 마리 더 얹어주시는 센스를 발휘, 우리 3명이 싸우지않고 나누어먹을 양으로 충분하게 내어주십니다.
밑 반찬은 별로 없지만 성의껏 차려주는 상에 소주 한병 시켜놓고 솥단지째 가져온 대게를 분해, 알뜰하게 처리하기 시작합니다.

대게찜 마지막 코스인 게밥.
도와주시는 아주머니께서 "두껑만 몇개 남기소"라기에 게 두껑 몇개에다 내장 등 국물을 모아두니 주방으로 가져가서 밥을 내어오시는데 특별히 가미한 것도 아니라는데 지금껏 먹어본 게밥 중 푸짐하면서도 맛이 단연코 으뜸입니다.

"파도야 날 어쩌란 말이냐~"
대게로 배를 채웠으니 소화도 시킬겸 근처 바닷가로 산책을 나갑니다.
멀리서부터 큰 파도가 달려와 방파제에 부딪치며 하얀 물보라를 만들어 내는 것이 너무도 좋아 사진 몇장 찍어봅니다.
소박하고 자그마한 이 어촌 동네에서 한 두어달 놀다 갔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바다숲향기마을.
영덕군에서 운영하는 영덕해맞이캠핑장 바로 아래 있는데 역시 운영은 영덕군에서 하는 모양입니다.
펜션에 도착하여 관리실로 들어가니 관리소 직원이 친절하게 호실 안내 및 쓰레기 처리 등 제반 사항들을 안내해주면서 호실 키와 함께 깨끗한 수건 3장을 주십니다.
실내는 방겸 주방, 다락방1, 욕실등 구조로 3인가족 2팀 정도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넓이이며 각종 비품들이 정갈하게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식기와 침구, 하물며 샴푸, 비누에 이르기까지 모두 깨끗하네요.

주방 아줌마들이 먼저 서랍등을 열어보면서 주방도구와 식기들을 점검합니다.

왼쪽에 욕실, 가운데가 다락방으로 가는 계단(다락방도 꽤 넓음), 그리고 침구수납함이 출입구 옆에 위치합니다.
내부를 장식한 재료도 모두 가볍지 않아 웬지 믿음이 가는군요~

다락방은 지붕모양탓에 약간 기울고 낮은 천정이지만 내부가 제법 넓어 한 가족이 자기 충분한 넓이이며 무척 깨끗하네요.
더구나 밤에는 침구를 깔고 보일러를 넣었더니 밤새 뜨끈하게 잘 수 있었습니다.

내부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동해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게 어쩌면 일출을 보기에도 딱이겠다 싶기도 합니다.

대충 짐을 정리해놓고 주변 산책을 나섭니다.
이곳은 주변에 육중한 풍력발전기와 함께 바람개비언덕, 잔디축구장, 각족 비행기 실물이 야외에 전시되어 있어 제법 볼거리도 제공하는 곳입니다.

전에도 몇번 지나갈때마다 들르는 곳인데 이번에 보니 새롭게 조성된것도 눈에 띄네요.

비행기들이 전시되어 있는 언덕 아래로 잔디구장이 있는데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인지 선수들인지는 몰라도 무척 열심히들 운동하고 있네요.

현황판을 보니 24개의 풍력발전기가 연간 약 2만가구 분량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하네요.
더구나 친환경에너지로, 관광자원으로도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높은 지대라 바람이 워낙 세고 날씨가 추워 산책을 하다말고 다시 펜션으로 돌아오는 길에 언덕위에서 아래 펜션으로 내려다봅니다.
시설이 모두 새것처럼 단정하고 깨끗합니다.

그중 우리는 제일 위에 위치한 건물의 2층 오른쪽 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저녁 준비를 해야할 시간입니다.
쌀을 씻어 밥을 앉히고 찌개거리를 정갈하게 손질합니다.

낮에 지나던길에 마트에서 산 해물탕과 알탕을 조리해 저녁상에 올릴 예정입니다.

흠~ 키가 작은지 가구가 높이 위치한건지..
남자들만의 저녁 요리가 이렇듯 시끌벅적하게 시작됩니다.

제법 그럴듯한 저녁상.
매운탕과 알탕에 고추가루 등 약간의 조미를 더하니 정말 맛있는 탕이 되어줍니다.
집에 있는 여사님들께 이 맛을 좀 보여주면 뭐라 할까요..?
그랬다간 행여 남은 여생을 밥만 하게될까봐 걱정입니다.
전기밥솥이긴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밥도 제법 고슬고슬 잘 지어져 소주 한잔과 더불어 푸짐한 남자들만의 저녁 만찬을 즐길 수 있었네요~

식사 후 커피 한잔은 필수.
그리고 아시안컵 한국:호주의 축구경기를 관전합니다.
여유있고 조용한 곳에서 마음맞는 사람들과 앉아 관람하니 더욱 경기가 재미있군요.
순전히 우리들의 응원에 힘입어 한국이 1:0으로 승리하게 됩니다~

축구경기가 끝난 다음 순서는 영화관람.
가져온 미니빔과 스크린을 적당히 설치하고 '퓨리' 등 영화 2편을 이어서 봅니다.
모두 영화광들인지 조금은 지겨울법도 한데 끝까지 재미있게 시청하네요~
그리고는 밤 12시가 넘어서야 대충 씻은 다음 잠자리에 듭니다.

아침.
늦잠을 자고 일어나 베란다 창문을 열어보니 해가 저멀리 바다 수면 위에서 춤을 춥니다.
저 정도의 각이면 충분히 멋진 일출장면이었겠는데 생각하니 많이 아쉽습니다.
조금 일찍 일어날걸..

아침은 남자들의 통상적인 메뉴, 라면입니다.
어제 먹다남은 해물탕에 물을 더 붓고 끓였는데 제법 깊은 맛이..
그리곤 아침 커피를 즐기고 설거지를 합니다.

남자란 항상 뒷자리가 깨끗해야 하는 법이지요.
사용했던 냄비와 전기밥솥, 식기는 물론 싱크대 주변에도 깔끔하게 뒷처리를 해줍니다.

출발하기 전 우리가 묵었던 장소를 사진으로 남겨봅니다.
한데, 어제 우리가 대게를 맛있게 먹으면서 집 식구들이 생각나던 터라 오늘 돌아가기 전 대게를 좀 사가기로 의견들을 모읍니다.
아직 살 날이 많이 남았으니 밥 얻어먹으려면 알아서들 기어(?)야지요.

다시 어제 대게를 먹었던 곳을 들러 집에 가져갈 대게를 추가로 구입합니다.
주인장 아들 내외가 인상들이 참 좋고 곱기도 합니다.
그리곤 출발.

돌아오는 길에 경주보문단지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합니다.
메뉴는 순두부.
검색을 해보니 원조맷돌순두부집이 여러군데 있네요~
정말 어느곳이 원조인지..
어쨋든 가격 적당하고 맛도 괜찮은 곳에서 순두부찌개를 맛있게 먹고 이번 영덕여행을 종료합니다.
이번에도 좋은 추억이 되었군요~
첫댓글 좋은여행하셨네요.
그 자유로움이 부럽습니다.
저도 언젠가 아이들로 부터 독립되는 날에는....맴버로 줄서봅니다.
덕분에 대게도 싸게 양껏 즐길 수 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