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를 사랑하는 중
1621 정태경
다한증의 고통이 보이시나요?
나는 다한증이다. 내게 왜 다한증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있으니 데리고 사는 중이다. 흐릿한 기억으론 초등 저학년 때도 다한증이 있었다. 내게 다한증과 관련된 기억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내 마음이 여린 탓에 다한증 때문에 상처도 많이 받아왔기 때문이다.
다한증은 땀이 지나치게 많이 나는 증상이다. 원인은 당뇨, 임신, 갱년기, 일시적인 긴장 등인데 난 긴장을 365일 내내 하는 것도 아닌데 땀이 맨날 맨날 맨날 난다. 여름에는 실내든 실외든 상관없이 항상 땀이 철철나고, 겨울에는 완전 건조하거나 좀 따뜻한 실내에 가면 땀이 또 철철난다. 완전한 해결방법은 아마 없는듯하다. 수술, 한약, 크림 등의 방법이 있긴하나 부작용이 항상 뒤따른다. 수술은 다른 부위로 다한증이 옮겨가고 크림은 일시적이고 손이나 발이 붓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최대한 손발에 신경을 쓰지 않기, 땀이 나면 수건 등으로 닦기이다.
흔한 나의 여름날, 양말을 신은 지 한시간도 안 지났는데 발이 축축하다. 내 양말도 축축하게 젖는다. 냄새라도 안 나면 하나님 부처님께 감사할 따름인데, 발냄새도 난다. 코를 찌를 정도는 아니지만 고의로 맡으면 난다. 내 발인데도 정이 안 간다. 공부를 할 때도 참 난감하다. 종이에 글씨를 적으면 종이가 쭈굴쭈굴해서 글씨가 안 적어진다. 그래서 나는 손 밑에 종이를 깔거나 소매 안에 손을 넣어 글씨를 쓴다. 이때문인지 공부하기 싫다. 이건 핑계 아니고 진짜다. 다한증 환자중에 악기 배워본 사람은 공감할 내용인데 피아노를 치면 위에 땀이 맺히고, 리코더를 불어도 땀이 위에 맺히고, 바이올린을 하면 바이올린 선 위에 땀이 맺힌다. 다한증이 내 음악적 재능의 걸림돌이 되어 제2의 베토벤 탄생을 막은 셈이다. 골때린다. 가끔 신발을 벗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정말 난감하다. 혹여나 남에게 냄새가 나진 않을지, 걷을 때 땀 때문에 바닥에 발바닥 자국이 남진 않을지... 매주 수요일마다 줌바댄스를 하는데 실내에서 운동화처럼 생긴 실내화를 신고한다. 십분정도만 지나도 신발 안에서 땀이 맺혀 흐르는게 느껴진다. 쉬는시간에 밖에 나가서 신발을 털었더니 땀이 흘러 떨어졌다. 상상만 해도 더러운데 나는 매번 겪으니 그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이것도 핑계가 아니라 진짠데 연애도 못하겠다. 연애에는 어느정도 스킨쉽이 오가기 마련인데 난 흔한 손잡기도 잘 못한다. 내가 손 잡을 수 있는 시기는 오직 겨울 뿐, 그것도 실내 말고 실외이다. 나한테 남자가 없어서 연애를 못하는게 아니라 다한증 때문에 못하는거다. 진짜다. 다한증은 날 외롭게 만드는구나. (이러다 결혼도 못하는건지 몰라)
가끔 친구들이 내 손을 스치거나 잡으려고 할 때 내 손에 맺힌 땀을 보고 더럽다고한다. 나도 손땀 더러운거 안다. 그렇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는걸 어떡하나... 그런 말 계속 들으면 나처럼 마음 여린 사람은 상처 받으니 속으로만 생각해주면 좋겠다. 그래도 요즘들어 다한증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 각박한 물부족 국가에서 내 손과 발이 누군가에겐 오아시스가 되진 않을까 생각하며 지낸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니 내가 요즘 다한증을 사랑하는 것 같기도 하다. 긍정의 힘은 참 대단하다. 허나 이 콩깍지가 언제 벗겨질지는 두고봐야겠다. 일단 긍정적으로 살자, 고퇴경.
이미지 출처 https://blog.naver.com/evergreens88/50143499777
짝의 조언
다한증의 개념과 원인을 시작으로 글을 쓰거나 너의 경험으로 시작하면 좋겠다. -김0선-
첫댓글 나는 손이 엄청 건조해서 스트레스인데 다한증에 대해 자세히 알게되었어!
그럼 이제 내가 너의 오아시스가 되어줄게! 건조하면 언제든 말해줘
수분을 나눠줄게•᎑ᵕ ๑
다한증의 고충이 매우 현실적이여서 더 잘 느껴진다!
그럼 내일 다한증 실물을 보여줄게!!
다한증 정말 힘들 것 같아.. 다한증이 얼마나 힘든지 느끼게 되었어
내 맘을 이해해주니 참된 어린이야
내친구도 다한증으로 엄청 스트레스 받았었던 적이 있었는데 긍정적인 시각으로 본다니 멋져!
ㅠㅠㅠ 내가 멋지니..?
아띵쏘투
ps. 너한테 답글달려고 했는데 신고버튼 눌러서 놀랏어
다한증을 스쳐지나며 듣기만 했었는데 너의 글을 통해 다한증이 어떤지 그리고 힘든 지 알게되었어 (´・ω・`) 파이팅
정은이 너는 부디 다한증 걸리지마...
응원해주다니 감ㅇ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