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안 해본 장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장사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양역과 산본역 등지 지하철에서 여자들 머리핀 장사를 했었죠. 그야말로 노상에서 좌판을 깔아놓고 “골라골라, 천원에 두 개” 이런 식의 장사였습니다. 이러다가 역무원들이 곤봉을 가지고 뜨면 잽싸게 허리를 굽히며 “죄송합니다”라고 얘기하고는 다른 역으로 쫓겨가야만 했던 인생 처량이 그지없었던 나날들이었습니다. 이때가 갓 스무 살이 지나가던 해였네요.
그러다가 붕어빵과 어묵장사를 했습니다. 깊은 밤 찹쌀떡 장사를 하려고 마음 먹었다가 급선회를 했던 것입니다. 포장마차 전문 제작업체에 제작을 의뢰하고, 붕어빵 간판도 누가 알아주던 안 알아주던 간에 조금은 세계적이고 진취적으로 “월드붕어빵”이라고 짓고는 참 재미있게 장사를 했었습니다.
화성시 사강에서 했었는데 오일장이 겹치던 날에는 붕어빵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습니다.
맛도 얼마나 맛있던지 저희 포장마차 옆에 “연분제과”라고 제과점 빵집이 있었는데 그집 아들이 우리의 단골손님이었다니깐요글쎄. 아니 자기네 빵도 수두룩 쌓였는데도 꼭 우리 붕어빵만 찾는 게 아닙니까.
또 그 당시 파격적으로 천원에 네 마리로 팔았는데도(다른 곳은 다섯 마리) 굉장히 불티나게 팔려나갔습니다.
당시 붕어빵 재료를 공급해 주던 사장님께서 우리 때문에 목구멍에 풀칠할 정도라고까지 했었죠.
하지만 이것도 한때였습니다. 겨울이 지나고 여름이 되니 파리만 날리더군요.
세번째로 손을 댄 장사는 지금은 유명해졌지만 20년 전까지만해도 아무도 몰라줬던 “야매 던킨도너츠” 장사를 했었습니다. 뭐 정식 매장을 열고 장사했던 게 아니라 이것도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골라 단타로 치고빠지는 권법?을 써 장사했었죠.
뭐 결국 말아먹었습니다만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수원에서 물건을 떼 와 손님에게 파는건데 처음에 조금 욕심을 내 너무 많이 떼왔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결국 나중엔 눈물을 머금고 “떠리”로 팔고, 그래도 못 판 물건은 제가 아까워서 다 먹으려했으나 먹다먹다 오바이트를 하고는 결국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이건 시흥 정왕동에서 장사했습니다.
네번째, 묘목과 화초를 팔았습니다. 이것역시 노점으로 했었습니다. 노점상이 다 그런 것처럼 한참을 장사하다가 경찰차나 공무원차, 혹은 용역업체차가 뜨면 군소리 말고 바로 팔려던 물건들을 다시 차에다 실어야 합니다. 아니면 맞던가 과태료를 떼요.
처음에 담력을 키운다고 차에 물건을 옮기는 척하고는 계속 장사를 했다가 저 정말 맞아죽는 줄 알았습니다. 용역아저씨들 굉장히 무섭습니다.
근처에서 매장을 얻어 월세, 전기세, 물세, 각종 세금 꼬박꼬박 내는 동종업체 사장님들이 자꾸 신고를 합니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이분들에게 죄송한 생각이 드네요. 오죽하면 신고하셨겠나싶어서요.
근데 이 화초장사로 재미좀 봤습니다. 장사가 정말 잘 됐습니다. 그냥 도매업체에서 떼다파는 건 마진율이 별로 없고요. 화분갈이나 새로운 품종을 개발해 만들어 팔면 아주 잘 팔렸죠. 마진율도 급상승하고요.
예를 들어 분재화분에 튤립꽃을 같이 심어 팔거나, 색동모래에다가 행운목이나 수국을 심어 사거리 코너에 잘보이게 디스플레이 해놓으면 그건 한 시간도 안 돼 비싸게 팔려나갑니다. 제 아이디어값을 얹어서 가격을 부르기 때문이죠.ㅋㅋ
다섯 번째로 이벤트장사를 했습니다.
파티용품, 행사용품, 각종 풍선 등을 온라인으로 팔았었죠. 종로에서 물건을 떼와 작은 이윤을 붙여 팔았습니다.(인터넷 장사는 마진이 별로 없어요. 옥션, 지마켓, 인터파크 같은 오픈마켓 회사만 배부르게 하는 거죠.) 아무튼 물량으로 승부를 봐야 하기 때문에 많이 팔면 그래도 조금은 먹고 살 수 있습니다. 또 부지런해야 하고, 무엇보다 컴퓨터와 디자인 감각이 조금 있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이건 비추이네요. 딱 1년하고 망했습니다. 그래도 이건 매장을 열어서 한 장사였는데 말이죠.
여섯 번째 컴퓨터 수리점을 운영했습니다. 조립PC도 팔고, 기업 네트워크도 구축해주고요. 아무튼 컴퓨터 수리를 해서 돈좀 만져봤습니다. 한참 놀 나이에 돈이 생기니깐 부어라마셔라 오늘은 이 친구들 밥 사주고, 내일은 저 친구들 밥 사주고, 결국 모아둔 돈이 1도 없는 게 아닙니까. 그때 정신 차렸어야 했는데,,, 그러면 아파트 한 채는 샀을텐데, 아~ 세월아....
마지막 일곱 번째 프로덕션을 운영했습니다. 동영상 편집도 하고 결혼식 촬영도 나가고요. 근데 이건 재미 못봤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포크레인 팔아 ENG카메라와 동영상 편집프로그램을 사주셨는데요. 원금회수도 못했어요. 그래서 우리 아버지께 제가 죽일놈이 됐습니다. 지금은 돌아온 탕자와 같은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ㅠ,.ㅠ;;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가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참 많은 경험들을 했습니다. 여러 장사경험들, 그 속에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 한 마디로 “사람공부” 많이 했다 말할 수 있습니다.
근데요. 저를 만나는 사람 가운데 두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한 종류의 사람은 저를 아주 착하고 순진하며 깨끗하게만 보시는 분이 계십니다.
또 한 종류의 사람은 그런 저를 이용해 먹으려 접근하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되지도 않는 수법?으로 말입니다. 눈에 다 보이게, 바둑에서 처럼 그 수가 뻔히 보이는데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저를 꼬시려 하네요.
예를 들면 “목사님, 얼마나 힘드십니까? 제가 조금 도와드리겠습니다. 저와 손 한 번 잡으시죠. / 여기는 캄보디아인데 5000만원 후원할테니 수수료로 조금만 보내시면 됩니다. / 목사님, 우리 단체와 합치죠. / 우리에게 이름만 빌려주시겠어요.”
그들 눈에는 제가 어리숙하게만 보이나봅니다. 세상물정 모르고 “내가 입 뻐금만 하면 저 목사는 혹해서 내 계획대로 따라오게 돼있어.”라던가,
혹, 봉사점수나 기부금영수증을 샤바샤바 잘 말하기만 한면 쉽게 올릴 수 있다고 믿고 있는 불쌍한 사람들이 계십니다.
죄송하지만 제가 선생님 머리 위에 있습니다. 비록 겉으로 보기에는 장애 때문에 하는 행동이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말입니다. 오해를 하면 큰 코 다치는 법입니다.
저, 배운만큼 배운 사람입니다. 컴퓨터를 전공했는데도 컴퓨터 게임에 중독된 적 한 번도 없는 자기관리 철저한 사람이고요. 황하나같이 마약에 손을 대본 역사도, 도박에 빠져본 역사도 없죠.
저를 순진하게, 착하게 보시는 분도 저를 100% 다 보신 게 아니에요. 잘못 보신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아내도 저를 잘 몰라요.
그냥 저는요. “선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날마다 예수님 닮아가면서, 평생 은혜 갚아가며 살고싶어요.
그러니 저를 어설픈 처세술이나 다른 꿍꿍이(의도)로 다가오지 말아주세요. 제발이요.